월간복지동향 2021 2021-12-01   338

[복지칼럼] 포스트코로나의 한국, 노인 돌봄의 기본이 갖추어지기를!

복지칼럼 : 포스트코로나의 한국, 노인 돌봄의 기본이 갖추어지기를!

이미진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걱정, 우려, 불안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 설렘, 희망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정치적으로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요즘, 평화와 인권, 보편적인 복지가 최대한 보장되는, 품격있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역사적으로 국방비 무한경쟁과 전쟁 위협이 상존하는 불안한 나라,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복지제도가 존재하는, 최소한의 인권만 보장되는 후진국으로 도태될 것인가의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 

보편적 복지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위험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제도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 돌봄의 기본이 갖추어지는 것이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노인 돌봄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관련 법이 제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가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에게 돌봄을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의미한다. 돌봄기본권의 보장은 단순히 돌봄을 받을 권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돌봄의 질 역시 “기본”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노인이 양질의 돌봄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이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이를 실질적으로 누리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노인 돌봄은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 등 일부에게 한정되어 있으며(예를 들면, 퇴원 후 집에서 간병이 필요한 경우 장기요양혜택을 받을 수 없음), 서비스의 양조차 방문요양은 1일 3~4시간으로 되어 있어 서비스의 양 역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면 서비스의 질은 어떠한가?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노인학대의 사례를 보면, 우리 사회의 돌봄 수준이 단순 보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돌봄의 질을 논하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돌봄과 관련해서는 어두운 측면만 부각되지만, 모든 시설이나 기관에서 학대나 폭력이 만연한 것은 절대 아니다. 시설에 입소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며칠 밤을 같이 잠을 자는 사회복지사도 있고, 가족보다 더 정성을 다해 노인을 알뜰히 돌보는 종사자들도 많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노인 돌봄의 질은 기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그러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을 나열할 수 있지만, 돌봄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 서비스 제공 인력 배치의 구조적 문제, 서비스 제공의 공간 문제, 이 세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돌봄 종사자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중장년 여성이 수행하는 노인 돌봄노동에 대한 평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미숙련 노동” 취급을 받고, 이에 대한 경제적 보상 역시 최저임금 수준에 맞추어져 있다. 종사자들의 경력이 늘어나도 임금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2017년 7월부터 장기요양기관 종사자에게 장기근속장려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장기간 근속을 유인하기에는 금액이 너무 적고 동일 기관에서 근무한 경우만 인정되는 한계가 있다. 돌봄노동의 어려움에 비해 충분한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장래에도 경제적 보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어서 많은 종사자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 그리고 종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젊은 인력의 유입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종사자의 경력이 인정되고, 최저임금이 아닌 적정 임금이 지급되기 위해서는 종사자 표준임금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재가에서는 요양보호사 1인이 단독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시설에서는 양질의 돌봄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노인요양시설의 법적 인력 배치 기준을 보면, 요양보호사 1인이 노인 2.5명을 돌보게 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 1인이 노인 7~8명을 낮에 돌보게 된다. 왜냐하면 요양보호사가 1일 8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1주일에 40시간을 근무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인력배치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정말 돌봄의 ‘기본’ 수준이 보장되기를 기대한다면 법적 인력 배치 기준은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

시설의 물리적 공간 역시 매우 열악하다. 대부분의 노인요양시설은 4인 1실이 표준이 되어 있어, 개인 사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노인요양시설의 표준이 혼거실이라는 사실이 서글프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한 공간에서 24시간, 365일 거주하면서 겪는 불편함과 갈등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 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노인을 나이와 관계없이 한 사람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중장년인 나와 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접근했다면 과연 4인 1실이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을까? 요즘은 형제자매끼리도 방을 같이 공유하지 않는 세상에. 

돌봄의 ‘기본’에 대한 논의는 노인을 우리와 같은 인격체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에게도 적정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하고, 노인을 돌보는 인력을 보다 충분히 배치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어야 하며, 시설의 물리적 공간 역시 현대 복지국가의 수준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돌봄의 ‘기본’이 아니라 돌봄의 ‘적정’한 수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차기 새로운 정부에서 이러한 논의가 가열차게 이루어지고 관련 제도가 개혁되기를 소망한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우리 시민들이 힘을 조직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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