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4-01   483

[기획2]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한 제언: 재정안정화 담론을 넘어

[기획2]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한 제언: 재정안정화 담론을 넘어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

들어가며

국민연금이 위태롭다. 애초부터 그리 달갑게 받아들여지던 제도는 아니었으나, 최근 제기되는 비판의 날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어떤 전문가 단체의 ‘비전문적인’ 견해부터, 폰지사기라는 어떤 학회의 ‘비과학적인’ 평가에 이르기까지, 제도의 운영원리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지닌 노후소득보장의 가치는 온데간데없어진 지 오래다.

 

국민연금이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몰린 건, 엄격한 수지상등을 강조해온 재정안정론자들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1). 그들이 주창해온 기금고갈이나 후세대 갈취 등의 주요 논거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비전문적이고 비과학적인 억측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재정안정성이 국민연금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을 찾기 어렵다. 연금급여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제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불확실한 장기 미래를 두고 논의가 전개되다 보니, 국민연금의 재정상태에 대한 진단과 대안에 있어 첨예한 이견이 존재한다. 

 

경험칙상, 어느 쪽이든 극단은 옳지 않다. 현재 적립된 막대한 국민연금기금에 기대어 미래를 쉬이 낙관하는 것도, 그리고 현시점의 제도ㆍ인구ㆍ경제적 상황을 불변으로 가정하여 지나치게 비관적인 미래 전망에 사로잡히는 것도, 모두 타당한 접근법은 아닐 것이다.

 

최근 한국의 연금개혁 논의가 수지균형에 매몰된 재정안정론의 한 극단으로 경도되는 현상이 목도된다.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췄던 1998년 재정안정화 조치의 첫 시작은 일면 합리성을 견지하고 있었다.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까지 낮추는 대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던 2007년의 개혁 역시, 여러 아쉬움이 있지만 수용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완전한 수지상등’이라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여타 사회제도에서 성립할 수 없는 난제에 집착하며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우리와 유사한 부과방식 연금제도를 ‘기금없이’ 운영 중인 서구 복지국가의 선례가 다수 존재함에도, 연금을 못 받는 세대의 등장을 알리며 국민을 갈라치거나, 다단계 사기라는 오명을 씌워 제도 무용론을 확산시키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연금개혁 논의의 지나친 쏠림이 가져올 미래는 반복적인 재정압박 속에서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일련의 ‘바닥으로의 경주(race to the bottom)’임을 우리는 이미 두 차례의 재정안정화 개혁과정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제 극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정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제도 본연의 기능이 안정적인 재정적 토대 위에서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보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국민연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한 제언

현재 국민연금 개혁과정을 지배하고 있는 재정안정화 담론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그 한 가지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재정안정성 문제로 협소하게 규정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정안정화를 위한 진단과 처방이 편향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재정안정화 개혁 이후에도 국민연금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했고, 필요한 개혁조치는 오히려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래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자.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협소한 이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차를 몰고 달리다 터널에 들어갔을 때, 불빛이 스며드는 입구만 보이며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을 터널시야(tunnel vision)라고 한다. 전체보다는 부분에 집착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인데, 국민연금제도에서는 적정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일차적 목적을 방기한 채 재정안정성이라는 수단에 매몰되는 상황쯤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2). 

 

우리는 흔히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수지상등이라는 재정안정화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언뜻 타당한 말처럼 들리나, 문제의 일면만 본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재정안정성만 강조해서는 이와 상충관계(trade-off)에 있는 적정성이 훼손되기 마련이며,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민연금의 장기 존속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유희원, 2014).3)

 

먼저 적정성은 그 무엇과도 대치(代置)될 수 없는 제도 본연의 가치라는 점에서, 본말을 전도한 재정안정화 중심 개혁은 국민연금의 존립 이유에 대한 회의(懷疑)를 조성하고, 안정적인 제도운영에 필요한 지지기반을 잠식시킬 수 있다. 두 차례의 강도 높은 재정안정화 개혁 이후, 노후보장 기능이 열악해진 국민연금에 대해 대중들이 보내는 불신과 낮은 수용성이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둘째, 노후소득의 적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재정안정화 개혁이 역전(reversal) 또는 재조정(remodification)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초래할 뿐 애초 의도한 지속가능성은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재정안정화 개혁을 단행했던 많은 국가에서 이러한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Zaidi & Grech, 2007; OECD, 2012; 2019)4)

 

마지막으로 적정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훼손하는 재정안정화 개혁은 문제의 발원(發源)과 책임을 단순히 국민연금에서 다른 공공정책으로 이전시키는 미봉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 낮추는 과정에서, 그 절감된 비용만큼(또는 그 이상으로) 기초연금 등 다른 노인 관련 재정 소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종의 풍선효과(balloon effect)가 발생하여, 전체 공공재정 차원에서는 지속가능성이 제고되지 않은 것이다. 국민연금의 적정성을 희생하며 단행한 개혁치고는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민연금 개혁과정에서 그 누구도 섣불리 파나케이아(panacea)5)가 되려 해선 안 된다. 그런 오만에 사로잡혀 재정안정화에 방점을 뒀던 진단과 처방이 오히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음은 전술한 바와 같다. 재정안정화 조치는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에 내재된 수지불균형 구조를 우려하는 재정안정론자들의 선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앞으로의 연금개혁 지향을 설정해나갈 필요가 있다. 적정성이라는 ‘목적’과 재정안정성이라는 ‘수단’ 간 최적의 균형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때가 되었다.

 

‘재정안정성(fiscal stability)’에 대한 편향된 진단과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연금의 재정문제는 ‘보험료 수입과 급여지출 간 불균형 상태’로 단순 정의되곤 한다. 이에 따르면,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게 설계된 국민연금은 항상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결국 보험료를 높이거나 급여를 줄여 수지균형을 맞추는 게 유일한 대안이 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이러한 재정안정론자들의 진단과 처방을 충실히 따라왔다.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의 강도 높은 재정안정화 개혁을 통해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는 연금개혁을 완수한 것이다.

 

하지만 개혁 이후에도 국민연금이 재정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는 듣기 어렵다. 재정안정론자들은 개혁강도의 불충분성을 지적하며, 여전히 보험료율 인상 등 추가적인 재정안정화 조치가 필요함을 피력한다. 끝없는 재정위기론과 반복되는 개혁압력 속에서,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피로감만 높아지고, 제도에 대한 신뢰는 쉽게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진단과 처방에 대한 재고(再考)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국민연금 재정위기의 실체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공감하듯이, 재정위기를 초래한 대표적인 원인은 보험료와 급여 간 격차라는 제도 내적인 문제이다. 9%의 보험료로 40%의 소득대체율을 충당하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누적 적자폭이 커져, 기금이 소진되는 2057년이 되면 연간 수지차가 GDP의 4.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2018). ‘사회’제도이지만 ‘보험’원리를 따르는 공적연금이기에 지나친 수지차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구고령화ㆍ생산성 둔화ㆍ노동시장 불안정성 증대 등과 같은 거시환경 변화가 국민연금의 재정위기를 추동하고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들 요인은 제도의 기여기반(contribution base)을 축소시켜 급여지급 의무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재정여력을 떨어뜨리고, 종국에는 공적연금을 지속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재정안정화 개혁이 득세하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재정위기는 단순히 제도 내의 수지차 문제만이 아니라, 제도를 둘러싼 인구ㆍ경제ㆍ사회적 환경이 연금재정에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변한 데에서 기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유희원ㆍ한신실, 2022). 

 

이러한 진단에 공감한다면, 그 대응도 다각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때 쟁점은 앞으로 발생할 적자분을 어떤 수단(재원)으로 메워나갈지에 관한 것이 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재정안정론자들은 주로 소득대체율 인하나 보험료율 인상 등과 같은 제도적 변화를 통해 이 적자분을 메우고자 한다. 국민연금의 엄격한 수지상등을 가정하여, 제도 자체의 교정을 통한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이 소진되어 2060년에 이르면 부과방식비용률6)이 20% 중후반대에 도달한다거나, 적립배율 1배라는 재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당장 16% 이상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식의 겁박(?)들은 모두 이러한 관점에 입각해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몇 가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 제도에서 완전한 수지상등을 추구하며, 제도 내 개선에만 주력하는 게 타당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민간보험과 달리 여러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여타 사회제도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단순 ‘적자’로 규정할 순 없을 것이다.7) 하지만 민간보험에서나 적용 가능한 수지균형 논리를 무분별하게 차용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인상 등의 개혁이 더디다는 이유로 어느새 후세대를 갈취하는 ‘염치없는’ 제도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전체 노인의 38%에 불과한 약 322만 명에게 평균적으로 고작 54만 원을 지급하는 국민연금제도를 두고(`20년말 기준), 마치 엄청난 기득권을 향유하며 후세대를 갈취한다는 오명을 씌우고 있는 것이다. 수급자가 기여(contribution)를 전혀 하지 않는 기초연금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 등의 다른 복지제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한 대목이다. 안정적인 제도운영을 위해 최대한 수지균형을 도모하자는 취지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나, 국민연금에만 지나치게 가혹한 굴레를 씌우진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문제의 원인에 부합하는 대응인지에 대해서도 따져볼 여지가 있다. 국민연금 재정위기의 원인이 제도 내ㆍ외적으로 다양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제도적 대응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소득대체율 인하나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제도 내의 수지차 문제는 일정 정도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고령화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재정위기요인은 상존해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제의 진단과 처방 간 간극(정책적 공백)이 존재함에 따라, 그 틈을 비집고 재정위기론이 반복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대로는 강도 높은 재정안정화 개혁 이후에도 재정안정성은 담보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만 지속될 뿐이다. 제도 내 수지차만큼이나 고령화 등의 외부 환경변수를 중요한 위기요인 중 하나로 간주한다면, 이를 해결하는 데에도 일정 정도의 정책적 노력을 할애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응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의 두 가지 당위론적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보험료율 인상 등의 제도적 변화만으로 재정위기에 대응하려는 개혁방향이 정치적으로 실현가능한가라는 보다 현실적인 의문이 남아 있다. 수지상등을 맞추려는 재정안정론자들의 노력은 일면 합리성을 견지하고 있고, 공정해 보이기까지 해서 당장 실행하는데 문제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제도 내의 수지차뿐만 아니라, 고령화 등 거시환경 변화에서 비롯된 재정위기의 책임까지도 전적으로 국민(가입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사적연금이 아닌 공적연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고령화와 같은 거시환경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국가가 관리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8) 이를 간과한 채 국민(가입자)에게 모든 책임소재를 전가하는 것은 제도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국민(가입자)의 부담여력을 벗어난 대안으로 귀결되어 수용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일련의 거부점(veto point)으로 작동하여, 개혁의 실현가능성과 강도(剛度)를 재단하게 된다. 제도 내 수지균형에 천착한 재정안정론자들의 단선적인 접근이 오히려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마저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이제는 자각해야 할 것이다.

 

정리하면, 국민연금의 재정위기는 제도 내ㆍ외적으로 다양하게 제기되며, 이에 대한 대응 역시 포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즉, 보험료율 인상 등을 통해 제도 내적인 수지균형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함께, 제도 외적으로도 인구ㆍ경제ㆍ사회 구조를 연금재정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재정위기의 책임을 단순히 국민(가입자)만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 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오며

국민연금이 고령화라는 거센 파고 앞에 서 있다. 이는 제도에 내재된 수지불균형 문제를 증폭시키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두 손 놓고 방치해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국민연금의 재정문제는 현재와 미래세대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1998년과 2007년, 지난 두 차례의 재정안정화 개혁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었나?’ 개혁을 주도했던 재정안정론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아쉽게도, 강도 높은 재정안정화 조치를 단행했지만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이나 재정안정성이 제고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노후소득의 적정성이라는 제도 본연의 가치만 훼손됐을 뿐이다.

그동안의 개혁조치가 불충분했을 뿐이라는 반론이 예상된다. 조금은 ‘비겁한 변명’처럼 들리는 게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큰 폭으로 소득대체율(70%→40%)을 깎고, 보험료율(3%→9%)을 올렸으며, 수급연령(60세→65세)도 상향했다. 

 

완전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효과는 담보됐어야 했다. 그나마 개혁을 통해 기금소진시점을 연장(2047년→2060년)한 것을 미완의 성과로 제시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다시 앞당겨지고 있는 추세이다.9) 국민연금 개혁과정에서 나타난 ‘재정안정화로의 편향성’에 대한 엄중한 평가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본고는 재정안정화에 방점을 둔 개혁지향이 국민연금의 존립근거를 훼손하고, 개혁역전이나 풍선효과 등을 초래하여 오히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수지차라는 제도 내적인 위기요인에 매몰되어 이루어지는 진단과 처방이 정책 공백을 초래하여 반복적인 재정위기를 양산하고, 국민(가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여 개혁을 답보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밝힌 바 있다.

 

모쪼록 향후의 국민연금 개혁과정에서는 적정성과 재정안정성이 ‘최소한’ 양대 표상(表象)으로 설정되길 기대해본다. 또한 수지상등이라는 난제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 제도 내ㆍ외부에서 다채롭게 제기되는 위기요인들에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즉 국가와 국민 간에 책임을 유연하게 나눠짐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재정적 토대가 구축되길 바라 마지않는다.

그 여하에 따라,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한 재정안정론자들의 노력이 진보의 금기를 깨는 ‘혁신’이 될지, 아니면 진보의 정도(正道)를 벗어난 ‘전향(轉向)’이 될지 판가름 날 것이다.


1) 그동안 재정안정화 개혁을 방치해왔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제도 도입 이후 10년마다 강도 높은 개혁을 해왔다는 점을 상기하면 동의하기 어렵다.

2) Nicholas Barr(2013)는 공적연금에서 나타나는 터널시야를 적정성과 재정안정성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협소한 관점으로 정의한 바 있다.

3) 반대로 재정위기가 도래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관대한 급여수준을 유지할 경우에도, 적정성 목표는 달성할 수 있지만 재정불균형 문제가 심화되어 종국에는 반복적인 급여축소 압력이 제기되고 제도의 지속적인 운영을 저해하게 된다(유희원, 2014).

4) 일례로 1980년대에 민영화 전략을 통해 자발적 연금공여를 강조했던 영국은 1990년대 말부터 최저소득보장제도와 2층 국가연금 도입, 물가연동에서 임금연동방식으로의 재전환, 연금크레딧 강화, 개인계정의 중앙집권화 등의 조치를 통해 적정성을 재강화하는 입장으로 선회한 바 있다. 또한 DB에서 DC 제도로 구조적 개혁을 단행했던 중ㆍ동부 유럽과 남미의 일부 국가들에서도 DC형 제도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다시 DB형 제도로 복귀하는 등의 개혁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유희원, 2014).

5)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질병을 낫게 하는 치료의 여신을 말한다(Naver 지식백과).

6) 보험료부과대상소득 대비 급여지출 비율로, 국민연금제도가 기금이 소진되어 부과방식으로 전환됐을 때 국민(가입자)의 부담수준을 의미한다.

7) 언뜻 내는 돈만큼 받아가는게 타당한듯 보이지만, 국민연금제도에서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즉, 노령이라는 사회적 위험이 존재하는한 보장을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기대여명에 따라 손익과 손실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는 제도 전체의 수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단순히 적자로 규정하는 것은 제도의 당연한 운영원리를 부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8) 개인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제도에서는 과거의 소득을 재평가하고, 연금급여를 물가에 연동시켜줌으로써 급여의 현재 가치가 유지되도록 한다. 이 역시, 거시 환경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국민연금만의 대응기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9) 제1차 재정계산(`03) 당시 2047년이던 기금소진시점이 개혁 직후인 제2차 재정계산(`08)에서 2060년으로 13년 연장됐으나, 이마저도 2018년 4차 재정계산에서는 2057년으로 앞당겨졌고, 앞으로도 더 단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참고문헌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2018). 2018 국민연금재정계산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유희원(2014). 공적연금 지속가능성의 재개념화와 측정. 사회복지정책 41(4), 253-281.

유희원ㆍ한신실(2022). 국민연금 재정안정성을 바라보는 관점의 확장 – 제도 내ㆍ외적 수지균형의 조화. 비판사회정책 74, 109-148.

Barr, N.(2013). The pension system in Finland: Adequacy, sustainability and system design. Finnish Centre for Pensions.

OECD. (2012), Pensions outlook 2012. Paris: OECD. 

OECD. (2019), Pensions at a Glance 2019: OECD and G20 Indicators. Paris: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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