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4-01   117

[편집인의글] 미래를 위한 국민연금. 미래를 위한 연금개혁.

[편집인의글] 미래를 위한 국민연금. 미래를 위한 연금개혁.

이은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

 

새정부 출범과 함께 복지정책 중에 가장 뜨겁게 논의될 사안은 무엇일까? 투표를 전후해서 시작된 국민연금 ‘개혁’ 기사는 지금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등장하였다. 이런 언론의 부지런함을 연금개혁의 시급성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비장함으로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국민연금이 당장 고갈나는 것도 아닌데…” 라고 시작하면 분기탱천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국민연금제도는 불안은 누적되어 있고 해답은 찾기 어려운 과제로 인식되어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저마다 대안을 가지고 논쟁에 뛰어들었지만, 보험료 인상과 적정 노후소득보장 수준 중 우선순위에 대한 대립각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국민이라는 단어 안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포진해 있고, 연금개혁의 과제도 아름다운 합의를 향해 쉽게 갈 수 없음을 알기에 대립지점이 어디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특히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처럼 인식되는 것(후세대 부담), 갈등이 아닌데 갈등으로 보여지는 것(세대간 형평성)들이 뒤엉켜 진실과 공포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복잡한 국민연금제도의 내력을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확인해보았다. 이번 호는 정책 논쟁의 중심에 등판할 국민연금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갈현숙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위원은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세대 간 연대의 구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세대 간 갈등의 주요 대상이 된 것처럼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연금 위기론의 허점을 정확히 짚는다. 특히 수정적립방식이라는 국민연금제도만의 재정운용원리가 역사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형성되었는지 복기하여, 제도 운영은 부과방식이면서 재정은 적립방식으로 오해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연금제도의 목적은 재정안정화나 세대 간 공평의 추구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노령기 소득단절이라는 사회적 위험을 개인 책임이 아닌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한 것이다. 따라서 재정안정론자들이 주장하는 적립기금 모으기의 대안이 국민연금제도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며, 국민연금제도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부담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라 세대 간 연대를 흔드는 구조에 대한 오해에서 비룻되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유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제도에게 부과된 재정안정이라는 과제가 단순히 제도 내적인 보험료-급여 간의 조정으로만 해결되기 어려운 한계를 설명한다. 국민연금제도는 개별적인 보험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노후를 같이 책임지는 사회보험이다. 따라서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제도 내적인 요소의 조정만으로 인구, 경제,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고, 제도 외적인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들고 있다. 고령화와 같은 사회적 위험을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민연금제도에서 보험료 인상만 강조할 경우 자칫 국민들 사이의 위험 떠넘기기 논쟁에 휩싸일 위험성도 지적한다. 지난 20년 간 진행된 재정안정화 개혁이 기금고갈 시점만 뒤로 늦췄을 뿐 기금고갈을 완전히 예방하지도 못했다는 지적은 눈여겨 볼 지점이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칠레를 포함하여 연금을 민영화한 국가들에게 지난 2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는지 소개한다. 연금민영화는 보험료를 각자 부담하면서 연금재정의 관리운영기구를 민간 책임으로 전환하고 자본시장의 여건에 따라 연금급여가 결정되는 DC 방식으로의 전환을 말한다. 20년의 성과(!)는 적정한 수준의 노후소득보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처절히 증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보험회사의 수수료 떼기와 재분배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개인책임의 원칙이 노후생활을 담보로 잡고 아무도 국민의 노후생활에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재정안정, 후세대 부담의 구호에 따라 완전적립방식으로의 전환을 과감히 시도했던 칠레의 사례는 똑같은 구호가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연금개혁 방향에 경종을 울린다. 현재 이들 국가는 연금의 재공공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제도 이전비용은 줄지 않고 국가 부담은 커짐으로써 제도 개혁으로 희생된 노년을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마지막으로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차장은 청년의 입장에서 연금개혁 논의를 들여다보았다. 일자리, 주거, 양육 등 중첩된 과업 속에 놓인 청년에게 왜 ‘좋은 연금’이라는 미래를 먼저 제시하지 않는지 질문한다. 국민연금제도에 불안과 공포를 교차시키는 정책입안자들의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상의 논의들은 재정안정화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국민연금개혁의 방향이 다음 세대를 계속 호출하면서도 동시에 갈라치기만 하는 공통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폭탄돌리기식 해법은 제도를 개선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20년 동안 국민연금제도를 손 놓고 지켜봤던 것만도 아니고 계속 제도의 개혁을 진행시켜왔다. 그러나 이제 국민연금제도는 5년에 한번 실시되는 재정계산 결과만 발표되어도 국민의 분노유발 존재가 되어버렸다. 개혁 논의에서 ‘노년기에도 함께 인간다운 삶을 살아보자’는 복지국가의 기술과 목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도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서 최소한 합리적인 근거와 대안을 찾아내려면 국민연금제도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오해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를 바라보는 마음의 균열에는 유난히 노골적으로 드러난 부양부담에 대한 개인들의 복잡한 심정이 담겨있다. 문제는 부양부담의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당면의 과제로 인식하여 차분히 답을 찾아가려는 노력보다는 논의 구조를 뛰어넘어 단순한 해법을 찾아 질주하는데 있다. 언론을 통해 등장하는 국민연금 ‘위기론’은 국민연금 본연의 제도적 취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논의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만능키 같은 단순한 정답만을 찾길 바란다. 그런 해법 중 하나가 재정안정론자들이 주장하는 보험료 인상-소득대체율 축소의 출발점이다. 국민연금제도가 보험제도로서 갖는 수지상등의 원칙만 강조한다면 대안은 협소할 수밖에 없다. 그 또한 간단한 해법은 아니며 부양부담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도 아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엄중한 제도가 재정부담에만 국한되어 논의의 장이 축소되고 있다.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정 수준의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노후를 함께 예비할 수 있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안심 제도를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쌓아가는 개혁이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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