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5-01   221

[동향2]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

[동향2]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

홍혜은 저술가·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얼마 전 친구가 고민 상담을 해 왔다. 친척 동생과 잠시 같이 생활하게 됐는데,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를 공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논리를 그대로 읊는 바람에 그런 건 어디서 봤냐고 물었고, 나무위키에서 봤다고 하길래 ‘‘팩트 체크’를 하러 여가부 홈페이지까지 찾아 들어갔다고 한다. 친구가 들어간 여가부 홈페이지에는 ‘언론보도설명’ 게시판이 따로 있었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잠깐 스치는 사이도 아니고 생활 공간에서 같이 지내야 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대화하며 지내야 할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나 역시 어떻게 조언해야 할지 난감했다. 평등하게 대화하기에는 판이 ‘기울어져’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하 직함 생략)이 17대 대선 후보 시절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되돌아왔다. 거창한 설명도, 근거 자료도 없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가 전부였던 페이스북 포스팅으로 던진 공약 아닌 공약이었다. 같은 집에서 지내야 하는 비슷한 또래 혈연관계 사이의 갈등 아닌 갈등으로, 당시 윤석열 캠프의 무책임한 ‘던지기’는 현실 여파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아무리 표가 급했어도 그렇지, 윤석열 측은 너무 쉽고 비열한 게임을 했다. 왜냐하면 여가부는 시작부터 ‘동네북’이었기 때문이다. 메갈리아가 생겨나고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먼저 배워야 했던 것 역시 여성가족부에 대한 루머를 ‘팩트 체크’하는 것이었다.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을 걸면 자연스럽게 여성가족부에 대한 공격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메갈리아 이후로 생겨난 페미위키는 ‘여성가족부 루머’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다. 요즘은 ‘성인지예산 35조’ 같은 게 주된 레퍼토리가 되었는데, 아무리 그것이 여가부 예산이 아니라 여러 부처의 사업을 분류하는 하나의 카테고리일 뿐이라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루머를 생성하는 것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고, 대통령 후보는 아무런 검토 없이 선거 유세에서 이 말을 읊었다. 

 

선동은 말 한마디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많은 증거가 필요하고, 반박하려 할 때 이미 사람들은 선동당해 있다고 했던가? 앞서 언급한 여가부 홈페이지의 ‘언론보도설명’ 게시판을 보면 언론이 아무거나 무책임하게 받아 쓴 것에 대해 여가부가 해명하는 사례를 이백 건 가까이 볼 수 있다(2022년 4월 28일 기준 196건). 그리고 해명은 여론을 타지 않는다.

 

여성가족부의 역사적 소명 원시연(2006)1)

윤석열은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1차 인선을 발표하며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여가부는 부처의 소명을 다했다”고 답했다(한겨레 2022년 03월 13일 기사). 이 주장을 검토해 보자.

 

원시연(2006)의 정리에 따르면 한국 여성정책 영역에는 네 개의 정책 경로가 존재한다. 복지, 근로, 평등, 참여의 경로이다. 복지 경로의 여성 정책은 1946년 미군정의 보건후생부산하 부녀국의 출범 등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1961년 군사 쿠데타 군부세력의 경제 근대화 추구 국가발전 프로젝트의 여성 노동력의 동원이 필요해지면서 근로의 경로가 생겼다(이는 WID, Women in development 관점과 그 경로가 겹친다). 이는 앞선 복지의 경로와 중첩되어 ‘요보호 여성(저소득 모자가정, 미혼모, 가출여성, 매매춘 여성, 학대받는 여성 등)’의 자활 등의 정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며 85년 제3차 나이로비 세계여성대회에서 소개된 GAD(Gender and development) 관점이 도입되고 여성단체들의 요구가 커지며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평등의 경로가 생겨났다. 마지막으로 제4차 북경세계여성대회에서 성주류화 (Gender mainstreaming) 전략의 도입으로 모든 부처에 걸친 여성정책추진체계 강화 필요성이 인식됐다. 이에 따라 여성정책기본계획이 5년마다 수립되었으며 참여의 경로로서 정책이 등장하고, 여성정책 영역이 국가에 의해 본격적으로 규정되었다. 한국의 여성정책은 짧은 시기 동안 다양한 관점을 빠르게 받아들임으로써 관점들이 여전히 뒤섞여 존재한다.

 

여성가족부는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로 처음 등장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여성폭력 업무, 노동부로부터 근로여성 교육프로그램 업무를 이전받고, 2004년 6월 보건복지부의 보육업무를 이전받아 부처의 규모가 증가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5년 6월 남녀차별업무를 국가인권위원회로 이전시키고 여성가족부로 직제와 명칭을 다시 변경하며 가족정책을 수행하도록 개편됐다.

 

국제 사회적 흐름에 따라 여성정책 담당 기구가 설치됐고, 그 목적이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현재 여성가족부의 ‘역사적 소명’은 세 가지 정도다. 첫째, 경제 인력으로서의 여성의 개발이다. 이는 달성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2020년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59.1%이다.) 둘째, 여성과 남성의 관계, 즉 젠더 체계 내에서 설명과 분석 가능한 여성 문제 해결의 모색이다. 이는 모두 해결되었는가? (한국의 성별분업은 여전하다. 2019년 기준 가정에서 여성이 225분 일할 때 남성은 64분 일한다.) 셋째, 여성정책 담당 국가기구로서 범정책영역에 성평등관점을 주류화(성 주류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성공했는가? (가장 요원하다.)

 

마지막 질문을 조금 더 검토해 보자.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여성정책을 정의하면, 이는 남녀평등의 촉진, 여성의 사회참여확대, 복지증진에 대한 정책인데, 이러한 정책은 여성 개개인뿐 아니라 가족, 사회, 국가 전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에 정책 대상이 포괄적이고, 하나의 범주에 고정되기보다는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업무가 나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여성정책은 재분배 정책의 기능을 하고, 재분배는 반발에 직면하기 쉽기에 업무 추진 시 부처 간 조정과 협상이 필수적이다. 

 

왜 독립부처인가?

여성가족부는 여성부이기 이전 여성특별위원회였고, 그 이전에는 정무장관(제2)실의 형태로 존재했다. 북경여성대회의 전략에 따르면 성 주류화를 담당하는 여성정책담당 행정기구는 부처 간 업무 조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2)

 

그러나 한국의 행정조직의 강력한 위계성은 이러한 조정 기능을 어렵게 한다. 이에 집행 업무를 증가시켜야 조직의 예산과 인원이 늘어나 기구가 더 큰 역량을 갖출 수 있고, 여성가족부가 담당 업무를 늘려 온 배경이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왜 여가부가 독립부처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의 인터뷰를 참조할 만하다. 

 

“독립부처가 없으면 법률 제안권이나 예산 편성권이 없고, 집행권도 없고 협상력도 없어진다. 부처 간 일을 하다 보면 국장급끼리 만나서 조율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장관이 장관한테 가서 부탁하고 국무회의에 가서 대통령 앞에서 의견을 개진해야 변화가 이뤄진다. 가령 데이트폭력 관련 법안을 만들 때 법무부의 반대, 국회 법제사법위의 반대가 심했다. 여가부 장관이 없다면 이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 여가부가 처나 청으로 격하돼서 국장급의 누군가가 이들을 설득한다고 생각해봐라. 같은 급의 국장이 ‘장관이 반대해서 방법이 없다’고 하면 끝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산하 여성특별위원회를 하다가 여성부가 탄생하게 된 이유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래서 나는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 엘리트들에게 ‘제발 과거에서 학습 좀 합시다. 공부 좀 합시다’라고 말하고 싶다.”

(한겨레 2022년 03월 28일 인터뷰 기사 중)

 

지금, 우리에게 여가부의 의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의 ‘여성정책’이란 기조와 방향에 따라 그 결이 달라졌고, 지금 우리가 원하는 여성정책은 이승만 정부의 ‘요보호 여성’정책이 아니다. 여성이 따로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호받는 정책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여성을 배제하며 구성되어 있다는 것에 문제제기하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서 여성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만’을 대상으로 구제하는 여성정책이 아니라, 젠더를 사회 체계의 구성 요소로 파악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여성을 ‘정상 사회’에서 분리해 보는 것이 아닌, 통합해서 보는 젠더 관점을 가지고, 성 주류화라는 전략을 통해 여성가족부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논의를 제대로 해 나가던 중이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지적하고 싶다.

 

여가부가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여러 부처들의 조정 기능을 중요하게 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2018년 청년참여 성평등 정책 추진단 경험을 통해 잘 알게 되었다.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 아래서 이루어지던 거버넌스 활동이었는데, 성평등 관점에서 주거, 일, 건강 문제를 다루자 기존의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에서 다루지 않던 관점으로 의제를 발굴할 수 있었고, 이에 발굴된 의제들을 가지고 세 부처의 공무원들과 함께 조정하는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청년 주거 지원 정책은 신혼부부에게는 거실이 있는 집을, 비혼에게는 4.2평의 원룸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성평등 관점으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여성가족부 테이블에서는 생애 주기 모델과 가족의 형태가 모두 변화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공급 모델은 구시대적인 것임을 지적할 수 있었다. 살고 싶은 사람과 안전한 마을, 안전한 도시에서 살 수 있는 권리로 주거권 논의를 확장시켜 볼 수 있게 되었고, 이 관점을 통해 주장을 모아 사회적인 의제를 만들고 이에 호응하는 동료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자리는 채용 성차별과 직장 내 평등 문화를, 건강의 경우 성과 재생산 권리를 다룰 수 있었다. 여가부의 기능을 논할 때 피해자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는 논의도 있는데, 그보다는 여성가족부는 다른 정부부처들이 다룰 수 없는 문제를 발굴하고, 다른 관점의 해법을 제시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가장 크다.

 

2021년부터 25년까지 시행되도록 계획된 여성가족부의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변화 방향을 살펴보자. 이는 법률혼과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 등 제도와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가족에 대한 보편적 정책으로 확장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가족 선택의 권리를 보장할 뿐 아니라 돌봄의 사회적 분담을 확대하고, 가족 단위의 지원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초점을 같이 맞추어 지원하며, 가족 관계 내에서도 여성의 일할 권리, 일과 가정을 양립할 권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돌보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추진 계획이 마련되었다. “가족과 사회에서의 남녀 간 세대 간 조화 실현”, 그러니까 ‘정상가족’을 기준으로 목표를 잡았던 2006~2010년 1차 계획과 비교하면 지금의 사회 변화 상을 적극 반영했으며 혼인율이 저조한 작금의 현실에 결혼 가족으로 이행해가지 않은, 그리고 않을 더 많은 이들을 정책 대상으로 포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3)

 

지금의 여성가족부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지금의 여성가족부에 타 부처를 강력히 움직일 수 있는 권한과 예산, 성평등 관점에 대한 시민들의 확실한 지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자주 헛소문과 비난에 전전긍긍했고, 다른 부처의 협조를 끌어내는 일이 어려운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18년 청년 거버넌스 테이블에서 국토교통부 공무원을 불러 지적한 비현실적인 최저주거기준은 그해 10월 개정 추진 논의가 되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됐지만, 금세 없던 일처럼 되었다. 만약 여가부가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었다면, 1인가구의 공간이 넓어졌을 것이다. 살고 싶은 사람과 안전한 마을, 도시에서 같이 살 권리를 보장할 정책이 좀 더 빨리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맨 앞에서 언급한 친구와 나는 결혼을 경유하지 않고도 장기적으로 돌볼 수 있는 여러 명의 네트워크를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이 고민을 수 년 간 함께 해 왔고, 그래서 생활을 공유하는 타인과의 원활한 공존 방식을 함께 고민하고 팁을 나눈다. 그리고 우리끼리의 ‘팁 나누기’만으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게 정책이 개입할 틈이라는 걸 안다. 그렇기에 무책임한 언론과 정치인들이 가담해서 번지는 가짜뉴스와 루머가 세상을 휩쓸어도, 자료도 찾아보고 같이 언어를 다듬어도 본다.

 

이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모두 함께 더 잘 살고 싶다. 그래서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순한 주장이 아닌,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의 구상과 실현이 필요하다. 그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방법이다. 


1) 원시연(2006), 《한국 여성정책담당 중앙행정기구의 역사적 변천과정에 관한 연구: 정무장관(제2)실을 중심으로(1988-1998)》,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참조

2) 한국여성개발원(1995), 《제4차 세계여성회의 북경선언 행동강령》

3) 여성가족부(2021),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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