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6-01   240

[동향1] 반복되는 고시원 화재 참사, 주거복지 강화와 주거권 보장을

[동향1] 반복되는 고시원 화재 참사, 주거복지 강화와 주거권 보장을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홈코노미, 홈족의 등장과 집답지 못한 집

집과 경제의 조어인 ‘홈코노미homeconomy’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이후 소비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은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집에 머물라’는 권고를, 새로운 소비트렌트의 확산과 유통의 기회로 삼았다. 홈트레이닝, 홈카페, 홈시네마, 홈바, 홈가드닝 등의 각종 조어와 상품들을 선보이며 소비 욕구를 공략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재택이 가능한 안정적 직업의 사람들은 더 안전하고, 독립적이며, 쾌적한 집을 욕망하고 집을 매개로 한 다양한 소비 상품들을 통해 자신만의 문화를 즐기는 ‘홈족(Home族)’으로 거듭나고 있다.

 

엔데믹 시대에 집이 누군가에겐 워라벨과 새로운 삶의 문화를 실현할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지만, 집에 머무는 것이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집은 생사를 가르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바이러스 대유행 시대가 아니어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답지 못한 집은 죽음의 원인이 되어왔다. 

 

반복되는 비정적 주거의 화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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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 영등포시장역 인근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두 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고시원을 집으로 살아가던 60대와 70대의 노인들이었고, 정부의 사회복지 체계에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주거급여를 지원받았지만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고시원 거주 생존자 16명 대부분도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거나 일용직노동자였다. 총 191.04㎡의 바닥면적(약 58평)을 가진 고시원에 방 34개로 구성되어있어, 복도, 화장실, 주방 등 공용 공간을 제외한 1실 당 면적은 단, 한 평 정도에 불과했다. 2018년 6명이 사망한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의 반복이었다. 그때와의 차이라면 이번에는 간이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과밀한 방과 좁은 복도, 창문이 없거나 좁은 열악한 거처라는 구조적 원인이 스프링클러의 작동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2018년 1명이 사망한 종로 쪽방 화재 참사, 2019년 3명이 사망한 전주 여인숙 화재 참사, 모두 ‘집 아닌 집’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생명을 앗아간 사건들이었다. 소방청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모텔·여관·여인숙 등 숙박시설과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384건으로 11명이 사망하는 등 69명의 인명피해를 낳았다. 여관·여인숙, 쪽방, 고시원에서 사망한 사람들은 하룻밤 머무는 여행객도,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도 아니었다. 장기 투숙객이나 장기 입실자로 호명되는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일용직 노동자들, 폐지 줍는 노인들이었다. 고단한 삶의 휴식처야 할 집은, 이들에게 ‘장기방’, ‘달방’이라고도 불리는 여관, 여인숙이었고, 고시원, 쪽방이었다. 행정 조사에서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로 분류되는 이들의 ‘집 아닌 집’은, 가난한 1인 가구의 마지막 잠자리였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 가구는 전국 46만 가구에 달한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지하·옥탑 거주자를 포함하면 약 230만 가구가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주거빈곤 상태에 있다.

 

새 정부의 주거취약계층 주거복지공약

윤석열 대통령의 취약계층 주거복지와 관련한 공약을 보면, “비정상 거처 거주자의 완전 해소”가 있다. 반복되는 비극적인 사망사건을 생각하면, 비적정 거처의 완전 해소를 공약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후보시설 SNS에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계신 분들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거처로 옮길 수 있게 하겠다.”고 올렸고, 이에 대한 방안으로 ‘임대보증금 무이자로 대여해 정상 거처로 이전’, ‘주거급여 외에 정상 거처 이전 조건부 바우처 지급(이사비 등에 사용)’이 공약 되었다. 정부 출범 후 나온 국정과제 검토 자료에 따르면 최대 5천만 원까지 보증금을 무이자 대출해주고, 조건부 이주비 바우처도 가구당 최대 40만 원 지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거급여에 대한 공약도 있었다. 주거급여 대상자 소득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46%에서 50%로 확대’하고, ‘기준임대료도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관리비도 주거급여의 일부로 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주거급여를 받고있는 쪽방, 고시원 등 거주자들이 민간임대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게 되면 월세 외에 관리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행 주거급여는 임대료만 지원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관리비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관리비를 주거급여의 일부로 산정하겠다고 하니, 기대를 가져 볼 만하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공공임대주택 확대해야

그런데 보증금과 이사비 지원으로 ‘비적정 거처 거주자의 완전 해소’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현행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에서도 쪽방, 여관·여인숙 등에 3개월 이상 거주한 주거취약계층이 민간임대주택을 임차하는 전세임대주택의 경우에도 수도권 1억 1천만 원, 광역시 8천만 원, 기타지역 6천만 원 범위에서 보증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 50만 원의 자기부담금이 있다. 1인 가구 취약계층의 비적정 거처인 쪽방, 고시원 등이 대도시 철도역사 주변에 위치해 있는 것을 고려하면, 5천만 원의 무이자 대출과 이사비 40만 원으로 현 생활권 인근에 적정한 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능하다 해도, 구할 수 있는 주택의 품질은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 보증금 지원으로 고시원을 벗어날 수 있어도, 지하방이나 건축물 대장상 주택인 비적정 거처로 옮겨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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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설인 2007년에도 정부는 ‘쪽방·비닐하우스 거주가구를 2009년까지 해소’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당시 「쪽방·비닐하우스 거주가구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을 만들어, 이들에게 매입임대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주거지원을 제도화했다. 이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으로 몇 차례 개정되어 고시원, 여관·여인숙, 컨테이너, 움막, PC방, 만화방, 노숙인시설, 최저주거기준 미달 지하방 등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까지 지원 대상이 확대되었다. 쪽방 등의 ‘해소’라는 목표 달성이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비적정 거처 가구의 해소 정책을 ‘공공임대주택’공급으로 접근해 제도화한 것은 긍정적인 방향이었다. 그러나 공급 물량의 부족이 고질적인 문제였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연간 10만 호 공급을 공약했다. ‘비정상 거처 거주자의 완전 해소’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데,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목표는 이전 정부의 연간 13만 호에서 10만 호로 오히려 축소되었다. 그나마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급과 관련한 언급은 ‘민간임대주택 사업자가 공급량의 30%를 주거 취약계층에게 시장 가격의 3분의 2 이하 가격으로 임대할 경우, 그에 따른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한 게 고작이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쪽방촌에 대한 공공주도 선이주·선순환의 공공주택사업에 대해서도 추진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비적정 거처의 해소’를 목표로 한다면, 주거취약계층을 포괄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대폭적인 공급 확대 계획과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등 해소를 위한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주거급여의 확대와 주거 품질 연계해야

잇따른 고시원 화재참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행 주거급여의 보장 수준으로는 고시원, 쪽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최대 32만 7천 원의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기준임대료 수준으로 구할 수 있는 적정 주거를 민간주택시장에서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가 기준임대료 현실화를 공약한 만큼, 실제 임대료 수준을 반영한 주거급여의 보장수준 강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급여 인상이 쪽방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주거비 지원이 열악한 거처를 방치하며 임대료 수익만 높이는 빈곤비지니스로 작동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들처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거처에 대한 규제와 주거지원 그리고 주거급여와 주거 품질을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주거급여 대상자 확대도 기준중위소득 46%인 현행 기준을 50%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일해도 가난한 노동빈곤층을 포괄하기에는 미흡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60%로 확대하는 주거급여법 개정안 처리에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약한 관리비의 주거급여 산정도 후퇴 없이 추진되길 바란다. 2015년 개별급여 개편 이전 통합급여 당시 최저생계비에 광열·수도비뿐 아니라 관리비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최저주거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최근 주거취약계층용 매입임대주택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이 늘고 있는데, 대다수가 원룸형인 도시형생활주택의 통상 관리비가 8~9만 원 선으로, 부담이 크다.

 

주거복지 확대를 넘어, 온전한 주거권의 보장을

집과 연결된 가난한 이들의 죽음에는 주거환경의 열악함만 있지 않다.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 불안정 노동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민간임대시장의 전월세 값은 생명까지 삼키고 있다. 밀린 월세와 관리비 그리고 ‘죄송합니다’라고 쓴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던 송파구 반지하방 세모녀의 비극적인 죽음이 있은 지 8년이 지났지만, 그 이후로도 유사한 죽음들이 반복되었다.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밀린 월세가 따라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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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때문에 가난한 이들이 세상을 떠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도, 주거복지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앞서 제시된 것 외에도 주거복지 전달체계 강화나 차별적인 제도운영의 개선, 제대로 된 수요 조사 진행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새 정부는 주거복지의 강화를 기조로 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수립하고, 권리중심의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민간주도’ 주택공급에 역점을 두면서, 공공이 시혜적 접근에 기반을 둔 주거복지의 일부 확대와 부정수급자 색출을 강조한다면, 우리는 단호히 거부하며 권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집 때문에 삶이 짓눌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권리의 보장은 적절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하는 것도 있지만, 집을 넘어 집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소유하지 않았어도, 내가 살고있는 집에 대한 권리, 그 집과 동네를 함께 만들어 가는 데 참여할 수 있는 권리로 확장되어야 한다. 주거복지 확대를 넘어 가난한 사람들의 온전한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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