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7-01   258

[복지칼럼] 사회복지와 정보시스템

[복지칼럼] 사회복지와 정보시스템 

한은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

 

2000년 2월 영국, 9세 여아 빅토리아 클림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보호자였던 이모할머니와 동거남에 의한 끔찍한 학대의 결과였다. 법원은 이들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종신형을 선고하였고, 영국 정부는 이러한 아동학대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수행하여 427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보고서는 클림비에 대한 학대 정황은 아이가 숨지기 1년 전에 발견되었지만, 병원, 보육 기관, 경찰 간의 정보 공유가 안 되어서 “클림비를 구할 수 있는 12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적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보건, 교육, 사회서비스, 경찰 등 기관 간의 아동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허브(local information hub)를 구축할 것을 제언하였다.

 

아동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연결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심각한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었을까? 영국 정부는 모든 아동에 대한 행정정보를 연계하기 위해 관련 법률들을 정비하고 2009년 “영국 내의 모든 아동의 행정정보를 연계한 컨택포인트(ContactPoint)”를 개통하였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10년 8월 보수당-자유민주당 연정은 ‘컨택포인트’를 폐기하기로 결정하였다. 공공 및 민간의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모든 아동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부당하고 부적절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여러 정보시스템으로부터 연계된 정보들이 실제 위기에 처한 아동을 조기 발견하여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크게 유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이밍 보고서는 문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정보공유는 당시의 아동복지법 및 정보보호법 하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였을 뿐 아니라 학대피해 아동에 대한 정보 공유를 위해 거대한 정보시스템을 새로 구축할 필요도 없었다. 진짜 문제는 아동보호와 관련된 기관들이 해당 사례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고, 관련 기관 간의 의사소통과 협업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은 아동 중심의 보호 체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동보호에 대한 책임의 공유, 인력과 예산 확보, 사회 복지사 및 서비스 제공자들의 실천 역량 및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지원, 그리고 담당자들이 정보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느라 실제 대상자 지원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정보시스템의 편이성을 향상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라도 깨닫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지속 중이다.(Munro, 2010, 2011a, 2011b; Nicholls & Sankey, 2010)

 

우리나라에서도 빈곤 또는 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위기를 포착할 수 있는 정보가 연계되었더라면 사건을 방지할 수 있었을 거라고 진단하고, 더 많은 정보 연계와 거대한 정보시스템 구축을 정당화하여 왔다. 하지만 영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더 많은 정보를 연계하거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에 급급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세밀히 검토해 볼 것을 제시한다. 우리가 사는 동안 빈곤의 문제나 아동학대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의 경험을 외면하지 않고 시간과 자원이 소요되더라도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세상을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분명하다.


Munro, E. (2010) The Munro Review of Child Protection – Part One: A Systems Analysis, DFE 00548, London, TSO.

Munro, E. (2011a) The Munro Review of Child Protection – Interim Report: The Child’s Journey, DFE 00010, London, TSO.

Munro, E. (2011b) The Munro Review of Child Protection – Final Report: A Child Centred System, Cm 8062, London, TSO.

Nicholls. P. & Sankey B. (2010) Was it right to scrap the ContactPoint Child database? (The Guardian. Aug.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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