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8-01   52

[복지칼럼]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제도, 왜 폐지되었다 하나

전가영 변호사

지난 정권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취임 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달성하겠다 약속하였다. 그리고 2021년 9월, 보건복지부는 60년 만에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정말 폐지된 것일까. 

실상을 들여다보면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분적으로 완화된 것에 불과하다. 수급권자의 부모나 자녀 가구의 연 소득이 1억 원을 초과하거나 재산이 9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형편이 넉넉한 집안까지 국가가 보호해 줄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마련된 마지막 허들인 셈인데, 부양의무자 가구 구성과 무관하게 일률적인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시행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복지 현장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소득 기준은 부양의무자 가구의 인원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부양의무자가 미혼인 경우 어렵지 않게 생계급여 대상자가 될 수 있지만, 결혼하여 맞벌이를 하게 되면 대상자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부양의무자 가구가 공무원 부부만 되어도 소득기준을 초과하기에 십상인 것이다. 부양의무자 가구의 특성 또한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부양의무자 가구에 자녀가 있는지, 있다면 몇 명이 있는지, 수급권자 이외에 또 다른 가족을 부양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과는 무관하게 모두 동일한 기준, 연 소득 1억 원을 적용받는다. 

재산 기준도 그렇다. 지난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11억 원에 달하는데, 그렇다면 부양의무자 가구가 서울에 집 한 채만 소유하더라도 재산기준을 초과하게 되는 것이다. 소득이나 재산을 반영하면서 부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도, 그 외 어떠한 공제도 적용하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래서야 부양의무자 가구원 수가 많으면 예전의 부양의무자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도 무리가 아니다. 공약 완수 타이틀에 급급하여 섣불리 기준을 마련한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이처럼 반쪽짜리 정책만으로는 빈곤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 제 한 몸 건사하기 어려워 결혼도 출산도 미루고 있는 오늘날, 가족 부양을 강요하는 것만큼 구시대적인 발상이 또 있을까. 국가가 부양의무자 폐지에 지지부진할 때 방배동에서, 인천 계양구에서, 대전에서, 그리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곳에서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만하면 많이 발전했다고,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고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가장 악법으로 여겨진 부양의무자 기준조차 제대로 폐지하지 못하였는데 과연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지. 여전히 갈 길은 너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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