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8-01   68

[동향1] 이제 재정건전성이 아니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말하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부가 바뀌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보자. 정부가 바뀌면 무엇이 달라질까? 정부와 대통령은 어떻게 갈등을 조율하고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무엇일까? 결국, 법과 예산이다. 어떤 규제를 하는지와 어디에 얼마나 예산을 지출하는지에 따라 국가 운영 방식이 달라진다. 결국, 600조 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걷고, 지출하는지를 따지는 것이 국가의 본질을 파악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그런데 새 정부의 재정운용방향이 지난 7월 초에 발표되었다. 이 정부가 5년간 어떻게 재정을 운용할지 큰 그림을 짜는 일이다. 큰 그림을 짜고자 한다면 먼저 정확한 현실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현실 진단부터 보자.

정부의 오락가락 재정 진단

정부는 5년간 확장적 재정운용을 통해 국가채무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선진국과 비교 시 우리 부채비율은 이미 비기축통화국 평균에 임박하고 선진국보다 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이 문서를 작성한 기재부가 불과 몇 개월 만에 현실 인식이 급작스럽게 바뀐 것이 놀랍다. 우석진 교수는 “공무원들은 영혼이 없다지만 그들은 마치 마징가 제트의 아수라 백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개월 사이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경제 상황 인식이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라면서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적극적인 재정투자를 통해 일자리도 만들고 성장에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던 기재부가 “대선이 끝난 이후에는 완전히 폭망한 경제로 바뀌었다. 바뀐 것은 집권 여당인데, 동일한 기재부가 완전히 다른 평가를 하고 있으니, 과거의 기재부나 현재의 기재부 중 한쪽은 헛소리를 지껄인 셈이다.”라고 표현한 바도 있다.

그럼 과거의 기재부가 틀렸는지 현재의 기재부가 틀렸는지 하나하나 뜯어보도록 하자. 먼저 우리나라 부채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에 임박했다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리나라 국가부채비율을 ‘비기축통화국’만 따로 떼어내서 비교하는 일은 비교적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생긴 특이한 현상이다. IMF나 OECD 같은 곳에서 국가 부채비율을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으로 나누어서 평가하는 통계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일단 비기축통화국이 무엇일까? 기축통화국이란 말 자체가 학문적으로 정의된 개념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기재부가 새정부의 재정운용방향에서 말하는 비기축통화국은 달러, 엔화, 유로화를 쓰는 나라를 제외한 개념인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개념이 맞는 개념일까? 기축통화국이어서 국가부채가 많아도 괜찮다는 것은 화폐의 국제적 통용성뿐만 아니라 통화주권이 중요하다. 즉, 돈을 ‘찍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기축통화국으로써의 이점이 생긴다. 그런데 과연 유로화를 쓰는 그리스가 재정위기가 온다면, 기축통화국이라는 장점을 살려서 돈을 ‘찍어낼 수’ 있을까? 통화주권을 갖추지 못한 유로화 쓰는 나라를 모두 기축통화국에 편입시켜 비기축통화국 만의 통계를 따로 만드는 것이 경제적 실질에 얼마나 부합하는 통계인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같은 유로화를 쓰더라도 재정이 건전한 독일이나 다른 유로화 국가의 국채 차입 이자율은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어디까지가 기축통화국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만,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는 사실은 확실하고 우리나라는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사실도 확실하다. 또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의 주권을 가지고 있다면, 다소 높은 부채 비율도 감내할 수 있다는 것도 맞는 얘기다. 그러나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라고 단점만 지는 것은 아니다. 비기축통화국이라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높아도 오히려 안전한 측면도 있다. 

국가 부채 비교, 어떻게 해야 맞을까? 

첫째, 우리나라 국채 채권자의 80% 이상은 내국인이 소유하고 있다. 국가부채 채권자가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이라면 국채의 미래세대 부담은 크게 낮아진다. 이는 내가 은행에 돈을 100만 원 빌린것 보다 내 와이프에게 100만 원 돈을 빌렸을 때, 내 아이가 지니는 부채 부담이 낮아진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전통적 경제학 개념에 따르면 대내채무는 미래세대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왜 우리나라 국채는 대부분 국내인이 보유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나라 국채에는 대응되는 자산이 많다. 무슨 의미일까? 내가 10억 원 빚이 있어도 2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 빌린 돈이라면 큰 문제가 안 된다. 대응되는 자산 자체에 이미 상환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벌어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1억 원 빚밖에 없어도 대응되는 자산이 없이 오롯이 내 소득만으로 빚을 갚아야 한다면 상당한 부담이다. 즉, 전체 부채비율보다 대응되는 자산이 없는 순수한 부채비율이 더 중요한 개념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채 1,000조 원 중에서 약 35%는 대응되는 자산이 있는 부채다. 왜 우리나라는 대응되는 부채가 많을까? 이는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가가 아니어서 달러화 등 외화를 구입해서 비축해야 한다. 국채를 1조 원 발행해서 달러를 사게 되면 대변에는 1조 원의 부채가 발생하지만, 차변에는 1조 원의 달러 자산이 생긴다. 요즘처럼 환율이 오르면 부채 이자보다 오히려 달러 환차익이 더 커지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기획재정부가 비기축통화국과 우리나라 부채를 굳이 비교한 통계는 경제적으로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선진국보다 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기재부의 주장은 대단히 자의적인 평가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말하고자 한다면 비교 시기를 적절하게 끊어서 평가해야 한다. 

재정건전성, 지표마다 진단이 다르다

자 다음 그래프를 보자. 삼성전자는 올랐을까? 떨어졌을까? 그때그때 다르다. 어제보다는 200원 떨어졌다. 팩트다. 그러나 지난달보다는 올랐다. 이것도 팩트다. 마찬가지로 1년 전보다는 떨어졌고 2년 전보다는 올랐다. 역시 팩트다. 시기를 어떻게 끊냐에 따라서 폭등과 폭락, 어떻게도 표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랐을까? 떨어졌을까? 한 걸음 더 나가보자. 주어가 주가라면 어제보다는 올랐지만, 거래량이라면 어제보다 떨어졌다.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많다. GDP 대비 채무비율도 있지만 재정수지도 가능하고 국채 이자지출액 비율도 가능하다. 한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이러한 많은 재정지표를 모두 고려하고 각각의 기간별 증감도 모두 고려해서 다층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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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나가보자. 주어가 주가라면 어제보다는 떨어졌지만, 거래량이라면 어제보다 올랐다.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많다. GDP 대비 채무비율도 있지만 재정수지도 가능하고 국채 이자지출액 비율도 가능하다. 한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이러한 많은 재정지표를 모두 고려하고 각각의 기간별 증감도 모두 고려해서 다층적인 평가를 내려야 한다.

다시 돌아가 보자. 선진국보다 채무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기재부는 20년에서 22년 사이의 부채 증가율을 비교했다. 그런데 다른 선진국은 코로나19가 한창인 20년에 부채를 크게 증대해서 부채 비율이 매우 떨어졌다. 반면, 한국은 20에는 상대적으로 부채를 덜 발행했다. 즉, 선진국은 바닥을 찍은 20년에 바닥을 찍은 반면 한국은 20년도에는 바닥을 찍지 않아서 채무비율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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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코로나19 직전인 19년과 22년도 부채비율 증감을 기재부가 인용한 IMF의 동일한 자료를 통해 비교해보자. 한국은 불과 9.9%p 나빠졌으나 G20 선진국은 무려 13.3%p나 하락했다. 이렇게 선진국은 바닥에서부터 비교하고, 한국은 바닥으로 가는 기간을 비교하면 오해의 소지가 크다. 즉, 시기만 적절하게 끊으면 선진국보다 부채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기간도 도출할 수도 있고 부채비율이 빠르게 감소하는 결론도 도출할 수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대전제를 보자. 새정부 재정운용방향의 대전제는 “지난 5년간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재정건전성이 크게 약화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문재인 정부는 5년간 확장적 재정운용을 했을까?

마찬가지로 기재부가 인용한 IMF 재정모니터 2022년 4월호를 통해 우리나라 ‘일반정부 재정수지 비율’을 보자. 일반정부 재정수지 비율이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등 우리나라 정부 전체의 수입에서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GDP로 나눈 개념이다. 즉, 우리나라 정부 전체의 재정수지 규모를 GDP 대비비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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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기(2013~2016) 재정수지는 매년 흑자였다. GDP 대비 연평균 재정수지 비율은 약 1% 전후를 기록한다. 문재인 정부 시기(2017~2021) 재정수지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다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2018년은 2.2%, 2.6%로 이전보다 큰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다. 언론은 당시에도 ‘곳간 거덜’, ‘슈퍼예산’ 등의 단어로 2018년 재정을 평가했으나, 실제는 사상 최대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한 긴축예산이었다. 실제로 2017년 총지출 증가율 3.7%는 경상성장률 5.4%에도 미치지 못하는 긴축예산이었고 2018년 통합재정수지는 31.2조 원의 역대급 흑자를 기록하여 국가채무 비율이 줄어들었다. 2017년, 2018년은 긴축예산이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2021년 재정수지는 적자를 기록한다. 그러나 재정수지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2020년, 2021년 선진국 평균 재정수지 비율은 GDP 대비 -10.5%, -7.3%다. 반면, 우리나라 재정수지 비율은 -2.2%, -0.6%다. 선진국 평균 재정수지 비율과 우리나라 재정수지 비율의 차이는 무려 8.3%p, 6.7%p를 기록한다. 역대 유례가 없을 정도의 커다란 차이다.

정리하자면, 문재인 정부 일반정부 재정수지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도까지는 박근혜 정부의 재정수지 비율보다 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는 긴축재정을 펼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적자재정을 펼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재정수지 비율도 다른 선진국 대비 가장 적자 폭이 작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나라 재정수지 비율은 다른 선진국보다 건전한 편이기는 했지만 1등은 아니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 ‘벤치마크 재정수지 비율’은 역대급으로 가장 건전하다. 이 정도의 현실 진단은 공유한 이후, 우리나라 재정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맞다. 

재정건전성 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의 지속가능성

새정부의 첫 국가재정전략의 핵심은 재정준칙 도입이다. 재정준칙이 무엇일까? 재정운용의 한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재정지출 변화율의 한도를 정하거나 국가부채의 한도를 정한다. 또는 재정수지 적자의 한도를 정하는 것이 재정준칙이다. 우리나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의 규모를 GDP 대비 3%를 넘지 않는 것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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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할까? 정부는 OECD 국가 중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는 나라는 터키와 한국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사실은 아니다. 캐나다도 OECD 국가 중 현재 재정준칙이 없다. 캐나다는 현재 2005년 이후 재정준칙을 폐기하고 재도입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OECD 대부분의 나라는 재정준칙을 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도입하지 않았다는 말은 큰 틀에서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도입했다는 설명을 보면 수긍할 만하다.

정치인의 능력이 있다. 정책을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하는 정책은 선이고 이를 하지 않으면 악이다. 그런데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모든 정책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너무 식상한 말이라고? 그럼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모든 정책은 했다와 하지 않았다 사이에 무수히 많은 단계가 있다. 어떤 정책을 했다고 자랑하는 정치인은 사실 100이 아니라 20만큼만 해놓고 나는 그 정책을 시행했다고 주장한다. 또는 다른 정치인이 하는 정책은 80이나 했지만 안 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재정준칙을 도입한 나라와 미도입한 나라로만 구분하면 마치 재정준칙을 도입만 하면 재정건전성이 지켜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나 재정준칙도 여러 가지 층위가 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재정준칙도 있지만, 단순 규범으로서의 재정준칙도 있다. 문제는 단순 규범으로서의 재정준칙은 오히려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위배될 수도 있다.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따르기 보다는 규범만을 지키기 위한 재정준칙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뜻일까?

예를 들어 ‘출근시간 지키기’라는 원칙이 있다고 하자. 이러한 원칙을 지키고자 이름 카드를 출근기록기에 넣고 출근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출근기록기 카드는 규범이다. 문제는 이러한 규범이 출근 시간 지키기라는 원칙, 더 나아가서 지속가능한 업무환경을 추구하는 원칙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예를들어 애가 아파도 반드시 9시까지 예외 없이 출근기록기 카드를 꽂아야만 한다면, 동료가 대신 출근 카드를 꽂아 주는 일도 생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동료가 출근 카드를 대신 체크해주는 편법이 자연스러워진다. 출근카드 찍기라는 규범을 지키는 것이 ‘출근 시간 지키기’라는 원칙보다 더 중하게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다. 관리재정수지를 GDP 대비 -3% 이내를 유지한다는 규범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낮출 수도 있다.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수지 적자를 적절히 유지하는 규범이 된다면 좋은 일이다. 다만,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아니라 단순히 GDP 대비 3%를 넘지 않는 규범에만 너무 치중하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관리재정수지 숫자만 기술적으로 맞추는 것으로 변질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2022년 2차 추경 정부안을 보자 단순히 지출 시기만을 조정한 사업이 많다. 융자지출을 이차보전으로만 돌린 것도 많다. 올해 지출할 돈을 내년으로 미룬다면 당연히 올해 재정수지는 좋아진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통해 올해 재정수지는 -3% 이내로 유지할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특히, 올해 2차 추경 국회 심의과정에서의 감액 사업을 분석해 보자. 국회에서 총 1,023억 원이 감액되었고 그만큼 올해 재정수지는 좋아졌다. 그러나 1,023억 원 감액 중 무려 1,000억 원이 캠코 출자 금액 감액이다. 즉, 원래 정부안보다 현금 1,000억 원을 출자를 아껴서 그만큼 우리나라 올해 재정수지는 좋아졌다. 그러나 1,000억 원의 현금 출자 대신 동시에 현물 출자는 5,000억 원을 증액했다. 즉, 기재부가 보유한 국유자산을 5,000억 원을 더 출자했으나 현금을 집계하는 관리재정수지는 1,000억 원 더 좋아지게 되었다. 

현금주의 회계는 기술적으로 숫자 조정을 통해 얼마든지 좋게 만들기 쉽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재정 건전성, 재정 지속가능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관리재정수지가 GDP 대비 3% 넘는지 여부만 평가한다면 오히려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만 유독 현금주의 개념의 재정수지를 도입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호주만 중앙정부에 한정한 재정수지를 도입한다. 결국 재정수지 도입과 미도입으로 나누기보다는 현금주의 재정수지가 아닌 발생주의 재정수지, 중앙정부 재정수지가 아닌 지방정부까지 포함한 일반정부 재정수지 측면에서 보면 도입과 미도입 사이에 다양한 층위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재정건전성을 평가할 때 지나치게 재정준칙만 보면 오히려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저해될 수 있다. 근태 평가를 출근 카드 기록으로 일원화해서 평가하면, 아이가 아파서 한 번 늦게 온 성실한 직원이 나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때, 재정준칙만 보면 코로나19 등 급변하는 상황에서 -3%를 넘긴 재정운영이 잘못되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정부의 재정전략회의 결과를 보면 부채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시각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재정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부채가 0원이 될수록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부채는 낮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적절할수록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다시 말해 국가부채는 너무 많아도 안 되지만, 너무 적어서도 안 된다. 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상태는 국가부채가 0원인 상태가 아니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가장 적절한 양의 국가부채를 보유한 상태가 가장 좋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내가 만약 1%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2% 이자를 주는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해보자. 얼마를 대출받아야 할까? 정답은 명확하다. 나의 담보와 신용이 제공하는 한도까지 대출을 최대로 받을수록 이익이다. “빚은 나쁜 것이다”라는 말만 되뇌이며 대출을 받지 않는다면, 경제의 효율성을 달성하지 못한다. 

문제는 가장 적절한 상태의 국가부채 양을 어느 누구도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가부채를 평가하는 데는 너무도 많은 변수가 있다. 현재 경제 상황, 국채 이자율, 인구구조, 대응되는 자산 비율, 납세순응도 등 여러 변수들이 존재하기에 GDP 대비 50%가 적절할지 100%가 적절할지는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부채 비율은 GDP 대비 약 50% 선이다. 이것이 과연 적절할까? 가장 효율적인 국가부채 비율보다 많을 수도 있지만 적을 수도 있다. 

전문가가 적절한 국가부채 비율을 도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재정전략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도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선행조건은 정확한 현실진단이다. 예산은 정치다. 재정전략은 국민적 합의를 통해 도출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재정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재정준칙과 같은 도구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확한 현실진단이 아닌 정파적인 현실 왜곡은 제대로 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 그리고 재정의 원칙을 지키는 재정준칙이 아니라 ‘예산기술자’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규범적 재정준칙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으로의 재정준칙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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