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10-01   643

[동향2] 중대재해 대응 기구 발족의 의미와 과제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2022년 8월 23일 <중대 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이하 중대재해 운동본부) 가 발족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을 함께 했던 산재, 재난 참사 피해자 유족과 노동시민 사회가 다시 한번 뜻과 힘을 모은 것이다. 중대재해 운동본부는 ① 중대재해 현안에 대한 연대와 지원 ② 지역별 중대재해 대응체계와 공동대응 ③ 중대재해 대응을 위한 역량 강화 ④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안 대응과 법 개정 운동이라는 4개의 사업 목표를 제시하고 발족했다. 경영계와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악과 무력화가 몰아치고 있는 시점에서 중대재해 운동본부 발족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중대재해 현안에 대한 연대와 지원 및 지역과 중앙의 공동 대응 

하루에 7명씩 일 년에 2,400명이 죽어 나가는 OECD 산재 사망 1위의 역사는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죽고 또 죽는 죽음의 역사에 노동시민사회가 함께 투쟁에 나섰던 출발점은 1988년 15살 문송면 노동자의 수은중독 사망 사건과 1988년에서 1999년까지 이어진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이었다. 원진레이온은 한 사업장에서 900명이 넘는 직업병 환자가 발생했고, 320명이 넘는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사망했다. 매년 반복되는 노동자 죽음은 한국의 고용구조의 변화 속에 하청 비정규 노동자에게 집중되었다. 2008년 이천 물류센터 건설노동자 40명 사망, 2011년 공항철도 선로 보수 5명 사망, 2012~2013년 당진 현대제철 17명 사망, 2015년 메탄올 중독 3차 하청 청년 노동자 7명 실명, 2020년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38명 노동자 사망 등 하청, 파견 노동자 사망이 집중되었다. 지난 참혹한 죽음에 대한 사고조사와 대응은 지속되어 왔다. 산업재해는 매년 대응이 있었고, 시민재해도 대구 지하철 참사뿐 아니라, 인하대 강원도 산사태 참사, 스텔라 데이지 참사 등 피해자를 중심으로 대책위를 구성 대응해 왔고,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이 전국적인 투쟁, 특별법 제정을 통한 특조위 구성과 대응 등 대부분의 시민재해 참사 대응은 현재 진행형이다. 

매년 반복되는 중대재해에 노동자 시민이 조사에 참여하고, 대응하는 투쟁은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노동자 시민의 적극적인 요구로 민관 합동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 숫자는 적었고, 지난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동자 시민의 적극적인 조사와 대응이 진행될 때만이, 중대재해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이 밝혀지고, 개선대책의 이행도 강제되어 왔다는 것이다. 

중대 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는 노동자 시민의 중대재해에 대한 대응을 지속적이고, 상설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역량 강화를 가장 첫 번째 사업으로 제기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작은 사업장의 산업재해는 여전히 은폐되고 재발 방지 대책 없이 반복되고 있다. 수많은 시민재해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동자 시민사회가, 중앙과 지역이 공동 대응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작동되고 집행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일 것이다. 8월 13일 발족 당시에는 중앙조직과 함께 3개 지역조직이 함께 발족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 당시 8개의 지역본부가 있었던 만큼. 하반기 지역순회를 통해 지역 체계 구축을 더 확대해 나갈 것이다. 

운동본부는 <법률지원, 피해자 지원, 안전보건 지원, 시민사회 연대>의 4개의 부문으로 체계가 구성되어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이 부문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지역의 중대재해 대응 기구와 더불어 지원 연대 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중대재해 현안 대응을 해나가면서 4개 부분의 내용적 역량도 축적하고, 참여하는 전문가나 단체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발족과 더불어 운동본부의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엄정 집행 및 개악 저지 및 법 개정 운동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9월 현재 기소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경남 창원의 두성산업 직업병 발생 건 1건뿐이다. 시민재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수사가 진행된다는 보도는 찾기 어렵고 통계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2022년 7월 25일 기준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354건(371명), 50인(억) 이상 사망사고가 134건(148명) 발생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이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312건 (324명). 50인(억) 이상 사망사고는 115건(124명) 발생했다. 

2022년 7월 사망사고는 41건으로 급증. 50인(억) 이상 사망사고 23건 발생. 사망사고 23건중 13건은 지난 5년간 사망사고 발생기업에서 반복 발생. 그중 8건은 올해 상반기 사망사고 발생한 기업에서 또다시 발생했다.

8월 기준으로 중대산업재해로 노동부 수사가 진행되는 것은 140건 정도이고 이중 기소의견 송치는 20건 내외이며, 검찰의 기소는 1건이고, 1건은 무혐의 불기소 처분되었다. 

지금까지 노동부는 <수사 중> 이라는 이유 하나로 수사나 입건 상황, 기소의견송치 사업장 명단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노동조합에게도 전혀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법 적용 대상 중대재해 중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사업장은 몇 개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으며,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소속 사업장의 중대재해에 대한 대응과 지역본부 중심으로 지역의 중대재해에 대한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1호 사업장인 삼표, 경남의 두성산업 및 대흥 알앤티, 강원의 쌍용C/E 중대재해 대응을 지속하고 있으며, 충북 지역 등 지역별로 엄정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와 1인시위 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기간 1명의 노동자 사망에 말단관리자만 처벌되고, 평균 벌금 430만 원에 그쳤던 것은 중대재해에 대한 대응이 노동부를 넘어서 검찰과 법원에 대한 대응투쟁까지 전개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동자, 시민의 강력한 투쟁으로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또 다시 법전에만 있고, 노동부, 경찰, 검찰, 법원에서 무력화되지 않도록 법의 엄정한 집행과 처벌을 위한 끈질긴 투쟁이 필요하고, 운동본부는 그 사업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시행 8개월 만에 <윤석열 정부의 개악과 무력화 공세>로 시행령 개악의 광풍 앞에 높여져 있다. 법 통과 이후 줄기차게 법 개악과 무력화에 나섰던 경영계와 오로지 친기업 일변도 정책을 앞세우며 <기업의 형사처벌 완화 TF> 까지 만들고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무력화 공세가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10월에 시행령 개악을 예정하고 있고, 국민의 힘은 <안전 인증을 받은 기업은 처벌 면책, 법무부가 안전 인증 관리>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기재부는 안전담당이사 경영책임자 인정으로 대표이사 처벌 면제를 비롯한 법 개악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노동부에 법에서 위임하지도 않은 시행령 개악을 요구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전국적으로 340여 개 단체가 힘을 모아 단식과 농성 등 전국적인 투쟁을 전개했던 것처럼 개악과 무력화 공세에 맞선 투쟁이 준비되어야 한다. 

운동본부는 개악 저지 투쟁과 함께, 법 제정과정에서 후퇴되고 삭제되었던, 5인 미만 사업장 전면 적용, 인과관계 추정의 원칙 명시. 공무원 책임자 처벌 등 법 개정 운동도 중요한 사업 목표로 강력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다.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운동본부’의 발족은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위상과 과제에 비해 취약한 실무력, 전문성, 중앙과 지역의 연대활동 원칙과 방안의 부족 등 내부적으로 해결과제가 많다. 

우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통해 ‘중대재해는 노동자 시민의 개인 과실이 아니라 기업의 조직적 범죄행위’ 라는 사회적 확인을 했고, 이 법안에 지금까지도 78%의 노동자 시민이 지지하고 기대하고 있다. 오히려 법 제정운동 당시보다 기대는 더 높아졌다. 운동본부가 내디딘 첫발은 사회 곳곳에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수많은 의지와 헌신을 다시 한번 묶어 내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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