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10-01  

[기획3] 공공부조의 거버넌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대한 우려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공공부조 보장 수준의 공론장이어야 할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지난 7월 31일 보건복지부에서는 2023년 기준 중위소득을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보다 5.47% 인상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1인 가구는 기준중위소득이 6.84% 인상된 것으로 2015년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된 이후 최대의 인상 폭이라는 설명과 아울러 이는 7월 29일 제67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2023년에는 인상된 기준 중위소득에 따라 약 9만 1천 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으며 정부의 부담은 생계급여 기준으로 약 6천억 원 이상이 증가한다고 추계하며 정부는 생색(?)을 내었다. 그렇다면 이 기준 중위소득이라는 것을 결정하였다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어떤 기구일까?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설치되어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공부조제도이다. 주지하다시피 공공부조제도는 자산조사(means test)를 통해 사회가 정한 기준 이하의 경제적 수준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국가의 일반재정으로 지원하는 소득보장 체계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 2항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매년 8월 1일까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다음 연도 급여의 종류별 수급자 선정기준 및 최저보장 수준을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7월 말의 복지부 발표는 이에 따라 내년의 수급자 선정기준과 보장 수준을 발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기준 중위소득에 비교하여 일정한 비율에 해당하는 선으로 수급자의 기준이 결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 대비 30%, 주거급여는 2023년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 대비 47%와 같은 방식으로 수급자 대상 기준이 결정되어 있다. 

중위소득이란 그 나라 가구의 소득을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에 해당하는 ‘보통 수준의’ 소득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객관적인 수치로 보이는 이 한 가운데 수준의 소득금액이란 것이 자동으로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소득에 대한 조사자료를 어느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상당히 달라진다. 가구 규모별로 어떻게 금액을 정할 것이냐 등 여러 가지 사항도 쟁점이 된다. 때문에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심의하여 의결하는 기준 중위소득의 금액이 얼마냐에 따라 국민 중 어느 정도의 사람이 얼마만큼의 지원받는가 하는 부분이 결정된다. 이뿐만 아니라 법 제20조 2항에서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심의하여야 하는 사항으로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의 수립, 소득인정액 산정방식과 기준 중위소득의 결정, 급여의 종류별 수급자 선정기준과 최저보장 수준의 결정, 급여기준의 적정성 등 평가 및 실태조사에 관한 사항, 급여의 종류별 누락ㆍ중복, 차상위계층의 지원사업 등에 대한 조정, 자활기금의 적립ㆍ관리 및 사용에 관한 지침의 수립과 그 밖에 위원장이 회의에 부치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결국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실질적으로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보장을 제공할 것인가의 구체적 기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적 논의기구이다. 게다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사항은 비단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범위를 넘어선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수당이나 사회보험 등과 같은 사회보장체계가 취약하다 보니 공공부조의 역할이 큰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외의 긴급복지지원이나 여타 공공부조제도의 수급 자격 기준도,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적용되고 있는 복지서비스 수급 자격의 조건들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적용 범위에 연동되는 부분이 많다. 현재 70개가 넘는 복지프로그램 선정기준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자격 기준이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는 기준 중위소득 결정을 비롯한 결정 사항들은 저소득층에게 적용되는 대부분의 복지제도와 프로그램의 수급 자격 범위와 직결되는 것이다.

물론 정부 일반재정으로 지원되는 공공부조제도 적용의 범위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공공부조의 적정한 역할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공공부조의 적용 범위와 보장 수준을 확대·강화하는 것은 국가의 재정, 궁극적으로는 담세자의 부담과도 관련될 수 있어 쉽지만은 않다. 물론 반대의 측면에서는 더욱 중요한 국민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전제가 작동하니 적어도 기본적 생활 수준을 지킬만한 수준으로는 보강해야만 한다. 

따라서 법률에서 기본적인 권리보장에 대한 원칙과 추상적 규정들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실제로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구체적 보장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성숙한 민주사회라면 당연히 치열한 논의가 오가는 것이 정상인 공론장이기도 하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빈곤층의 이해는 누가 대변하는가

치열한 논의가 오가야 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0조 3항에 따르면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하여 16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당하는데, 위원은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각 5인 이내로 위촉·지명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공공부조 또는 사회복지와 관련된 학문을 전공한 전문가로서 대학의 조교수 이상인 사람 또는 연구기관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사람 5명 이내, 다음으로 공익을 대표하는 사람 5명 이내, 마지막으로 관계 행정기관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 5명 이내이다. 이중 행정기관의 공무원은 법 시행령을 통해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교육부 차관, 행정안전부 차관, 고용노동부 차관, 국토교통부 제1차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2년씩의 위원 임기로 보통 운영되는데 현재는 올해 말까지의 임기가 대부분인 10기 위원들이다. 통상 정부위원, 민간위원(전문가 위원), 공익대표위원이라 부르고 있다. 민간 전문가 위원은 전문성에 기반하여, 공익위원은 제반 사회단체들의 추천과 공익대표성에 기반하여 구성된다. 민간위원과 공익위원은 실제 위원들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다소 혼란스럽게 구성되기도 한다. 법과 시행령에 따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소위원회와 전문위원회 등이 함께 구성되어 활동한다. 기준 중위소득을 비롯한 중요한 결정에 필요한 실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사전에 만들고 일차적으로 조율하기 위함이다. 7기까지는 주로 전문위원회라는 명칭으로 활동하였고 8기 이후에는 급여유형별로 소위원회라는 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위원회는 당연직 위원과 위촉직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당연직 위원은 공무원인 정부위원이고 위촉직 위원은 민간위원으로 통상 분류된다.

여러 가지 제도, 특히 사회복지제도를 비롯하여 비용의 주된 부담자와 수익자가 일치하기 어려운 제도들에서는 이해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구체적 사항을 결정하는 위원회나 거버넌스는 이해관계의 상반성을 고르게 반영하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물론 제도의 합리성이나 기술적인 부분을 높이기 위한 전문지식 보유자가 함께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서는 정부, 전문가 집단과 아울러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이 대표를 통해 논의기구에 참여한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사안에 대해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지는 집단이 대표를 통해 논의기구에서 이해관계를 주장한다. 여러 위원회에서는 공익대표 위원이 통상 이해관계의 중간적 역할을 담당하곤 한다. 그런데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구성은 공무원, (민간)전문가, 공익대표자가 각 1/3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공익대표 위원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인 빈곤층의 이해관계를 아울러 대변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10기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공익대표 위원은 교수 3명,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원 1명, 법률가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이전의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공익대표 위원의 구성도 대체로 유사하다. 물론 교수나, 법률가, 연구기관 연구자가 어떠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냐는 천차만별이다. 빈곤층의 기본권과 이해관계를 잘 대변하는 위원일 수도 있다. 공익대표자의 구성은 시민사회에서의 추천 등을 통해 위원을 구성하곤 한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정부 당국의 성격과 의지에 따라 진보적인 성향의 단체들로부터 추천받기도 하고 혹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정부 부담의 축소를 선호하는 보수적인 단체의 추천 중심으로 공익대표 위원이 구성되기도 한다.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주체로서 정부 대표자(특히 기획재정부)가 분명하다면, 수급자의 이해를 분명하게 대변해야 할 주체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조직화하지 못한 소외집단이라 할 수 있는 빈곤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대표적 주체 자체가 불분명하여 그 선정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른 영역에서 노조, 직능 협단체 등의 명시적 대표 구조가 있어 이들이 거버넌스 구조에 이해관계를 대변하여 참여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권리를 주장 할 수 있는 주체가 거버넌스에서 이해관계를 명확히 주장하고 반영의 기회를 가지도록 논의구조 참석자들을 적절히 구성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빈곤층을 대변할 적절한 대표단체를 선정하기 어렵다는 고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과 관련된 핵심적 이해관계자를 고르게 대변할, 특히 빈곤층의 이해를 대변할 논의당사자들을 참여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특히 급여별 소위원회의 경우에는 급여와 관련된 서비스 공급자 측의 대표들이 망라됐지만, 급여대상자는 이해관계 반영의 통로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의료급여 경우에 소위원회의 구성은 병원협회, 의사협회, 약사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의료공급자 일색이다. 단 한 명 존재하는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의 위원이 수급자 이해관계를 대변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주거급여 등 다른 급여의 소위원회 구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민간위원이라 부르고 있는 전문가 위원의 구성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 10기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민간위원 5명은 교수 2명,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 2명, 지방자치단체 출연 연구기관 연구원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출연하고 지원하는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드시 대학의 교수들만이 적절한 전문가는 아니다. 또 민간 싱크탱크의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국책연구기관 등의 연구자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위원회에 참가하는 것은 필연일 수도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별급여로 급여유형이 다양화되어 있어 각 생계급여만이 아니라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 여러 급여영역의 다양한 전문성을 감안해야 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 위원의 소속 기관이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는 우려가 없을 수 없다. 얼마 전 사회복지 관련의 한 국책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가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방침에 부합하지 않는 기고문을 올렸다고 해서 정부 부처가 해당 연구기관에 대해 관련 연구 자료나 진행 과정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였고, 감사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 등 소속기관의 입장에서는 압력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였던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라면 국책연구기관의 전문가는 사실상 정부 입장을 대변하여야 한다는 압력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민간위원의 다수를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자가 맡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를 위원회의 전문가로 포함하는 것에서 제외하든가 아니면 전문가로서의 연구나 발언의 독립성을 ‘완전하게’ 보장하여야 한다. 물론 후자의 방법이 당연하고 좋은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일하는 방식에 비추어 보아서는 공공기관 소속 위원들이 전문가로서 객관적이고 독립적 참여가 가능하겠는가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논의과정은 적절한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구성만이 아니라 논의가 이루어지고 중요사항의 결정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중요하다. 소위 위원회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에 관한 부분이다. 법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대개 민주사회에서 위원회가 운영되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방식에 기초할 것이 기대되곤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31조 3항에서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것이 규정되어 있는 정도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가장 대표적인 논의사항인 기준 중위소득 결정과 관련하여 최근 몇 년간 논의과정과 결정 사항을 통해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에 대해 유추해볼 수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중위소득을 추계하던 기존의 조사 결과 자료원이 가지는 몇몇 기술적 문제를 보강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기준 중위소득 금액산출의 기초자료를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결과에 기반한 것으로 바꾸었다. 물론 이 역시도 2020년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의 중위소득 금액은 기존 가계동향조사의 결과보다 높게 나타나는데 이를 반영할 경우 기준 중위소득 금액이 한 번에 너무 많이 상승하게 되므로, 2021년부터 6년간에 걸쳐 조사자료의 교체에 따라 나타나는 이 금액 증가분을 추가로 반영하기로 하였다. 또한 기준 중위소득은 항상 과거에 수행된 조사자료를 가지고 내년도의 금액을 결정해야 하는 기술적 이슈가 있다. 따라서 조사 결과에 연차별 상승분을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된 중위소득 산정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기준 중위소득은 전년도 조사 결과 값에 미래의 중위소득 추계를 위한 ‘기본증가율’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 조사결과의 중위소득과 기준 중위소득과의 격차 해소 등을 위해 2021∼2026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추가증가율’을 곱해 산출한다. 기본증가율은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 최신 3년 치 증가율 평균’으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최신 3년 치 증가율 평균이 급격한 경기 변동 등으로 인해 실제 상황에 대해 과다·과소 추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위원회에서의 의결을 통해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당장 당시인 2020년 기준 중위소득 산정과 발표에서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기준 중위소득은 2.68%가 상승하였다. 기본증가율 외에 추가증가율까지 적용한다면 그 이전보다 인상률이 당연히 높아야 했는데 오히려 이전 연도의 2.94%보다 인상률이 하락했다. 몇몇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소속 위원이 기본 인상률에 대해서 다수위원들의 1.71%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0.76% 인상을 계속 주장하여 당시 논의가 부결될 상황에 부닥쳤다고 한다. 여기서 1.0%의 중재안에 다수 위원이 합의하였다. 결국 원칙적 방법이 활용되지 않고 인상률이 낮아졌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획재정부 위원은 2021년 기준 중위소득 결정 당시에도 중위소득 증가율 3년 치 평균값인 기본인상률 4.3%이 아니라 이의 70%만을 반영할 것을 고집하였다. 결국 원칙적으로 합의한 산정방식을 지키지 않고 기준 중위소득의 인상률을 또다시 낮추는 데 성공(?)하였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 3년 치 증가율 평균으로 기본증가율을 도출해 기준 중위소득 결정 과정에 반영한 것은 새로운 산출 근거를 마련한 2020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에도 2023년 기준 중위소득 결정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위원은 3년치 평균 증가율의 65%만 반영하자는 주장을 폈으나 이번에는 다수 위원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 반발하여 관철되지 않았다고 한다. 복지부 스스로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번 증가율 5.47%는 그간 코로나19 등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해 기본증가율을 하향 조정해온 과거 2년과는 달리 2020년 기준중위소득 산정방식 개편 이후 최초로 원칙을 반영하여 결정한 결과로써도 그 의의가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할까? 최초로 원칙을 지켰다는 것은 원칙을 만들고 위원회에서 합의하자마자 2년간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칙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한 비판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궁금할 수밖에 없는 점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법령에 규정된 회의방식이 준수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기준 중위소득 결정과 관련된 그간의 언론보도의 내용과 정부의 결정 내용 발표로 유추해 볼 때,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의 발언권은 다 같은 수준의 중요성을 가진 것이 아니고 어느 한 정부위원(?)의 독주에 의해 전체 의결내용이 좌지우지되곤 하는 것이다.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려면 회의록 등의 내용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그런데 중앙생활보장위원회와 소위원회들은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논의안건과 결과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 논의과정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난 2021년 8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기준 중위소득 결정과 관련하여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자료, 회의록, 속기록의 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의사결정 과정 혹은 내부 검토 과정 중에 있는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모든 회의 내용을 비공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는 2022년 기준 중위소득이 결정된 이후였다. 의사결정과정이나 내부 검토 과정 중에 있다는 답변은 옹색하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나 소위원회는 회의안건과 내용을 감추는 정도에서 더 나아가 때에 따라서는 회의참석자, 일시, 장소까지도 숨겨 회의의 개최 여부조차 시민사회에서는 알기 어렵게 만들어 그 상황은 마치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다. 회의에서의 발언 내용의 공개는 위원회 참석위원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위원회 참석에 따른 사회적 책임의 부담이기도 하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논의사안에 관해 최종결정 이전까지 회의자료와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속기록은 그 이후에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과도하다. 사실 회의자료나 회의록마저도 결정 이후 즉각 공개하는 것도 아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같은 사회복지 영역 내의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관련의 위원회보다 내용과 과정의 공개에서 폐쇄적이다. 다른 분야의 위원회에서는 국가안전보장의 목적이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때에 따라서는 회의장에서의 방청이 가능한 경우들도 있다. 중요하지 않고 민감하지 않은 국가의 업무란 없겠지만,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논의내용이 다른 국가 위원회나 거버넌스의 것들에 비해 유독 비밀에 부쳐져야 할 것은 아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신뢰받는 거버넌스가 되려면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하여 수많은 국가의 복지급여의 대상자 결정과 운영방식에서 핵심적인 법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법률로 기본 골간을 구성하였지만, 구체적 운영은 행정부의 소관이고 여기서 행정부의 독단적 판단이 사회적 공론을 위배하지 않도록 민관의 거버넌스로서 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적 운영을 위한 장치이다. 또 법의 정신대로 필요한 급여를 통해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하여 명실공히 책임성과 전문성을 가진 민관의 거버넌스 체계라고 하기에는 현재로서는 결함이 있다. 그 구성에서 빈곤층을 대변할 주체가 참여하기 어렵고, 민간위원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 작동할 소지가 크다. 논의과정이 불투명하고 결정 과정에서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독주가 일방적으로 관철되고 있다. 각 위원의 전문성이나 대표성에 기초한 다수결 등 최소한의 민주적 의결 방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위원회에서 합의한 원칙도 스스로 무너지곤 한다. 더구나 회의내용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극히 제약되어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러한 상황에서 도출되는 몇 가지 견지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는 위원의 구성에서 빈곤층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주체의 참여이다. 빈곤층의 이해관계를 대표할 수 있는 빈곤단체나 수급자 대표가 위원회의 논의에 참석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위원 중에서 공익대표는 이를 감안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올해 말로 임기가 완료되는 중앙생활보장위원들을 새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빈곤층 대변의 부분이 보강되어야 하는데 우려가 크다. 보수정부 하에서 구성이 새롭게 이루어지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공익대표 위원선정이 관변단체나 복지의 확대에 실질적으로 반대하는 성향으로 구성되어 그간 보여왔던 기획재정부의 위원회 내에서의 독주를 방기하는 것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두 번째는 민간위원들의 실질적인 독립성 확보이다. 전문성에 토대하는 민간위원들을 국가나 지방정부 연구기관의 소속위원으로 배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이들의 전문적 연구나 발언에 대해 완전한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독립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한다면 국책연구기관 소속의 민간위원은 민간이라 볼 수 없다. 

세 번째는 회의의 운영과 과정에서 민주성의 관철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논의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때문에 회의의 운영에서 민주적인 절차가 지켜져야 하고 특히 정부 부처의 독주는 반드시 견제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회의에서 합의된 원칙이 (일방의 요구에 의해)지켜지지 못했을 경우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사유와 논의내용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네 번째, 위원회 논의에 대한 공개와 투명성 제고이다. 민주적 운영은 투명한 공개에 의해 보장될 수 있다. 우리가 ‘밀실행정’을 좋지 않은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행정적 편의보다는 공론과 거버넌스가 가지는 의미 때문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논의는 다른 위원회 이상의 수준으로 공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회의록과 속기록의 공개, 상황에 따라서는 방청 등의 허용도 감안할 수 있다. 빈곤층의 이해관계 대표자가 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논의의 공개는 더욱 중요하다.

과거 진보적 성향을 스스로 표방했던 정부들에서도 이는 제대로 관철되지 못했다. 소위 진보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어야 할 부분이다. 한편으로 보수적 성향의 정부, 특히 현금복지의 축소를 표방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거버넌스 체계는 더욱 공공의 독주로 인해 취약해질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선별적 복지를 이야기하며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확실하게 하겠다는 그 약속을 믿기에는 거버넌스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위원의 개편도 있을 시점에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와 요구가 명확하게 표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박영아(2022), 2022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평가와 과제, 복지동향 287호.

보건복지부(2022.7.29.), 내년도 기준중위소득,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된 2015년 이후 역대 최고 증가율, 보건복지부 블로그 따스한 메아리 따스아리.

김연주(2020), “73개 복지기준 중위소득 내년 2.7% 인상”, 매일경제(2020.7.31.).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2022.7.20.),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비민주적 대표성과 불투명한 운영 당장 개선해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2021.10.15.), “중위소득 미스터리, ‘위원회’는 밀실행정의 또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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