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10-01  

[기획1] 시민들이 알아야 할 국민연금정책 결정 과정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차장

새정부 출범 이후 연금개혁에 관한 언론의 소식들을 접하면서 가끔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있다. 이를 전하고 있는 기자들이나 언론사가 국민연금의 정책 결정 과정을 과연 얼마만큼이나 이해하고 있을까?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사는 시민들은 관련된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주요 언론에서는 국민연금을 개혁하겠다고 외치는 정치인의 발언은 크게 다루곤 한다. 하지만 실제 그와 관련된 규정들과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프로세스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취재하여 분석하고 설명하는 언론 기사는 접하기 힘들다. 

단편적으로 어느 부처나 어느 급에서 다룰 때 각각의 장단점을 간략히 설명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이마저도 특정 전문가의 인터뷰 한마디를 실으며 기사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시민들은 국민연금 등 노후보장 제도 전반에 대해 다소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그 관심은 나와 내 가족이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을지 혹은 정말 나중에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되지는 않을지에 한정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실제 국민연금이라는 제도가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데 어떤 과정이 벌어지는지 말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같이 대다수 국민의 노후 소득이라는 큰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가진 제도가 변화하는 데 있어 의사결정의 ‘과정’이 어떻게 제도화되어있는지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개혁을 통해 대다수 국민의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가 변화된다는 점, 그리고 개혁의 결과가 개인의 복지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글에서는 국민연금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의 핵심인 국민연금심의위원회와 재정계산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알리고자 한다.

국민연금 정책 결정 거버넌스: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정부는 각각의 정책적·행정적 사항들을 ‘협력적 거버넌스’라는 관점에서 관리 운영하기 위해 정부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보험제도 또한 각각의 법률에 규정된 정부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건강보험제도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재정운영위원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장기요양위원회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위원회들은 대부분 사회보험제도의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는 노사단체나 공급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의 민간조직을 대표하는 자와 행정관료,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여 민관 공동의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위해 존재한다.

국민연금의 정책적 사안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바로 그것이다. 국민연금법 제5조에 따라 심의위는 사용자단체 4명, 노동자대표 4명, 지역가입자대표 4명, 수급자대표 4명, 공익전문가 5명, 그리고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구성한다. 법상 규정으로 보면 국민연금제도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곳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심의위가 갖는 권한은 어떻게 될까? 같은 조문에서 그 권한을 찾아볼 수 있는데, △국민연금제도 및 재정 계산에 관한 사항 △급여에 관한 사항 △연금보험료에 관한 사항 △국민연금기금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국민연금제도의 운영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이 회의에 부치는 사항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국민연금법상 심의위는 국민연금의 정책적 운영에 있어서 상당히 폭넓은 심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실제 심의위는 생각보다 별 영양가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폭넓은 권한이 있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실제 심의위가 개최되는 양상을 보면 1월 재평가율 및 연금액 조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최하는 임시회의와 2월 정기회의를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개정된 법을 통해 달라진 규정들을 점검하거나 한 해 사업계획을 보고하는 정도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제도나 장기요양보험,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등과 같이 제도적으로 점검하고 상시로 개혁에 대응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가 벌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이 제도들은 국민연금과는 다르게 매년 보험료 및 수가나 급여액 조정 등과 관련하여 단기보험적 특징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이라고 고쳐야 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심의위가 법적으로 상당한 권한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유명무실하게 운영됨으로써 정부가 제도개혁을 오히려 지체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의 개혁 과정의 출발 지점: 재정계산

앞서 살펴본 심의위의 권한 중 ‘재정계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우리는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98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의 장기적 개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도록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현재 국민연금법 제4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정계산을 통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국무회의를 통한 대통령의 승인 및 국회에 이를 제출해야 하는 등의 의무를 적시하고 있다. 

즉, 국민연금의 개혁에 있어서 기초적인 토대가 되는 재정계산이라는 과정이 있으며, 심의위는 이 재정계산에 대해 심의할 권한을 가진다. 재정계산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국민연금의 정책적 조건과 사회경제적 여건들을 바탕으로 국민연금의 향후 재정적 흐름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개선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는 매우 전문적 분야로 매우 여러 전문가가 모여 함께 토의하고 숙고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재정계산이 끝나고 나오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민연금개혁에 관한 정부의 종합운영계획안이 만들어지게 되기에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재정계산의 전반적인 구성 및 운영 방향에 대해서 심의위에서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 대부분 정부가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면 그 안을 심의위에 의결안건으로 상정하여 1~2시간 이내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결정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총 네 차례의 재정계산위원회는 그 구성이나 운영방식이 약간씩 달랐고, 이번 다섯 번째 재정계산은 다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는 방식을 선택해 1차 재정계산의 형태로 운영하기로 결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재정계산위원회의 체계 및 위원 구성

재정계산 또한 위원회의 형태로 운영되는데, 이전의 네 차례 재정계산과정을 돌이켜보면 정해진 틀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장 처음 이루어진 2003년의 첫 번째 재정계산은 ‘국민연금발전위원회’라는 틀 아래에 ‘제도발전전문위원회’와 ‘재정분석전문위원회’라는 산하의 별도 전문위원회가 설치되는 위계형 구조를 나타낸 것이 특징이었다. 이는 당시 재정계산이라는 과정을 단순히 재정을 계산하고 정책개선사항을 도출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영한다. 실제 연금개혁의 출발선이라는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위원회를 운영할 것이며, 재정계산의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 등 다양한 관점을 국민연금발전위원회라는 틀 안에서 고민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산하의 전문위원회에 검토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재정계산 과정 전반에 대해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원 구성은 상위의 국민연금발전위원회는 대표성을 중심으로, 하위의 전문위원회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이원화된 방식을 보인 것도 특징이었다. 처음 다루어지는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국민연금개혁을 더욱 폭넓은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대표성이 매우 중요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배경이 된다.

이후 3차례를 거치며 자리 잡은 재정계산위원회의 틀은 많은 면에서 변화를 보였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실행된 4차 재정계산을 기준으로 살펴보자면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상위의 발전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구는 없어졌고, △거시적 재정전망을 하는 재정추계위원회와 △정책개선사항을 추려내는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의 대안을 모색하는 기금운용발전위원회 세 개의 병렬적 위원회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 재정계산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이 심의위를 거쳐 국무회의에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이 상정, 의결 이후 공식적인 안으로 발표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위원구성의 ‘대표성’은 다소간 사라지게 된 것도 특징이었다. 재정계산위원회 자체에 이해관계자 단체에 위원을 추천하는 방식은 유지하지만, 위원 자체는 전문성으로 인정될 수 있는 특정한 조건(학력 및 자격, 활동 경력 등)에 부합하는 사람만 구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5차 재정계산은 다시 첫 번째 재정계산의 형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에는 1차 재정계산 당시의 ‘국민연금발전위원회’와 같이 상위적 개념으로서 재정계산위원회가 존재하도록 하였고 산하에 재정추계전문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였다. 위원구성 또한 상위의 재정계산위원회는 대표성 있는 위원들로, 산하 전문위원회는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위원들로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 되었다.

카멜레온 위원회? 블랙박스 위원회?

살펴본 것처럼 매번 바뀌는 재정계산의 구체적 형태는 거의 카멜레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바로 법령의 미비다. 재정계산에 관한 규정이 국민연금법에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정계산을 ‘하라’고 규정하였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는 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의위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과 다르게 재정계산 과정이 이렇게 불충분하게 규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 편으로는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재정계산위원회 자체가 결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사결정에 대한 ‘자문기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심의위와는 다르게 재정계산위원회는 법에 심의 권한이 있는 위원회가 아니라, 재정계산을 시행해야 하는 주체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임의로 만드는 회의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 이러한 성격의 규정이 과연 국민연금제도 개혁의 성공을 돕는다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들게 될 수밖에 없다.

재정계산의 과정 및 형태에 대해서도 문제라 할 수 있지만, 사실 시민의 입장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국민연금의 정책 결정 과정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민들이 확인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도대체 재정계산위원회가 정확히 하는 일이 무엇인지, 각각의 논의과정에서 핵심적인 쟁점이 어떻게 정리되고 있으며, 위원회에 참가하는 책임감 막중한 위원들이 각각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등이 제대로 확인되기가 힘들다. 법으로 규정된 심의위 또한 제대로 그 권한이 수행되고 있는 것인지, 참여하고 있는 위원 구성은 타당한 것인지 아니면 안건에 대한 단체별 의견이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실제 그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확인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투명성과 개방성, 그리고 시민의 참여

심의위원회 회의가 자주 개최되지 않고 개혁사항을 다루지 않으니 언론에서 이를 자세히 다룰 리는 만무하다. 그리고 전문가들조차도 제도의 내용이나 법 개정 등에는 관심이 많으나 의사결정과정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언론과 전문가의 이 과정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이 상황으로 말미암아 시민들은 국민연금 개혁 과정 전반에 대해 상세히 알 길이 없고, 결과적으로 발표되는 보도자료나 관료 및 정치인 혹은 학자의 발언으로만 국민연금에 대한 소식을 접한다.

지금과 같이 국민연금의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그 구조, 그러니까 개인의 복지와 동시에 우리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작용이 매우 소수의 사람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는 그 위험한 과정에 대해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불행한 일인 것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정권에 따라 정책결정과정의 틀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카멜레온과 같은 ‘위원회’에서 나오는 최종보고서가 과연 얼마나 시민들에게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언론이 이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그 전반의 과정이 일종의 ‘블랙박스’가 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점에서 우리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결국은 투명성과 개방성이 핵심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정책 결정 과정의 핵심이 되는 거버넌스에 대해 투명성과 개방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 운영되도록 법 규정을 뜯어고치는 작업부터 진행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심의위원회가 정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고 동시에 재정계산위원회 자체의 틀이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 규정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상시로 의사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개방하여 시민들이 얼마든지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부지런한 시민들이 자기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도록 시민참여 통로를 확대하여 보다 나은 정책적 대안이 모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 후원 회원이 되시면 [달력+커피]를 드립니다 ~11/30

회원가입 이벤트 바로가기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