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11-01  

[복지톡]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 우리 아이와 양육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하는엄마들 | 박민아 공동대표
인터뷰 및 정리 |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인간은 홀로 성장하고 홀로 생활할 수 있는 존재일까. 돌봄은 이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다. 양육과 간병 등 수많은 돌봄 서비스의 영역에 그동안 ‘노동’으로 치부되지 못한 돌봄의 손이 있다. 그 손이 있었기에 우리는 영유아기와 아동기를 넘어 노인기에 닿을 수 있다. 돌봄 노동으로 영유아와 아동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면 이들의 권리는 어떻게, 누구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제대로 묻지 않았던 “내 아이”의 권리를 말하는 단체가 있다. 내 아이와 함께 양육자로서의 권리를 외치는 엄마들이 있다. 직접 말해 결국은 이기는 엄마들, 양육자 당사자 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의 박민아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치하는엄마들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박민아입니다. 단체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며 공동대표를 맡고 있어요. 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이기도합니다.

현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를 하고 계세요. 정치하는엄마들은 어떤 단체인가요?

정치하는엄마들은 양육자 단체예요. 양육자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요. 모든 엄마가 차별받지 않는 성 평등 사회, 모든 아이가 사람답게 사는 복지 사회, 모든 생명이 폭력없이 공존하는 평화 사회,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옹호하는 생태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정치하는엄마들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요?

굉장히 여러 사업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사업은 소모임 형태로 운영되는데요. 아동학대, 돌봄, 스쿨미투(교원의 학내 성폭력 고발 운동), 환경, 교통안전, 비리유치원(어린이집) 등의 문제에 대응하고 있고 모두의 평등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도 함께 하고 있어요. 양육자가 연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치하는엄마들에서 활동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뉴스에서 핑크노모어 캠페인을 보고 처음 정치하는엄마들이라는 단체를 알게 됐어요. 핑크노모어 캠페인이란 “미디어에 다양한 색을, 아이들에게 다양한 삶을” 이라는 슬로건으로 아이들이 여과 없이 접하는 미디어 속 차별적 콘텐츠를 퇴출하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이에요. 기능에 차이가 없어도 파랑색은 남아용, 분홍색은 여아용으로 나오는 유아용품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의 낡은 성 역할 고정관념 등 어른과 사회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지적했죠. ‘젠더연구소나 학계가 아니라 평범한 엄마들이 이런 문제제기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것 같아요. 굉장히 센세이션 했고, 이 때 바로 회원가입을 하고 캠페인에도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활동가에서 공동대표까지 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회원으로 가입하고 사무국이 생기면서 상근직원으로 처음 근무하게 되었어요. 정치하는엄마들은 모든 임원이 임기제예요. 선택권이 어느 한 명에게 과하게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에요. 소모임 팀장부터 공동대표까지 모두 기본 2년, 연임해도 최대 4년까지 밖에 못하죠. 그래서 공동대표가 되었는데, 사무국 업무가 곧 공동대표가 하는 업무인 것 같아요. 크게 다르지 않아요.

참여연대와 정치하는엄마들은 유치원3법 대응도 함께했었는데요. 활동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유치원3법 대응운동을 할 때 정치하는엄마들이라는 단체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고 하더라고요. 그 시기는 제가 아직 활동하기 전이었어요.(웃음)

2020년 6월, 천안에서 새엄마가 아홉살 아이를 여행가방에 가둬 숨진 사건이 발생했어요. 이를 계기로 정치하는엄마들에서 아동학대 대응팀이 만들어졌죠. 상근활동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활동가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시절에 이 사건의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이것이 우리가, 정치하는엄마들이기 때문에 낼 수 있는 목소리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숨진 아이는 아동학대 신고가 되지 않아서 죽은 게 아니라 신고가 많이 됐는데도 사망했어요. 사건개요를 다 읽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아팠던 사건이에요. 이 사건에 대응하면서 천안의 지자체장과 경찰, 그리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 담당자까지 고발을 진행했어요. 사실 같은 시민단체끼리의 싸움으로 비춰질까봐 아보전까지 고발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우리가 당사자 단체였기 때문에 고발할 수 있었어요. 이게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 누구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봤거든요. 정부, 지자체, 경찰, 아보전까지, 모두의 잘못으로 아이가 사망한 거예요. 적어도 신고가 되었고 관리명단에 들었으면 재학대로 사망하지는 말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반복된 학대로 인해 사망하는 아동이 너무 많아요. 판결문 분석부터 시작해 재학대로 죽은 아동이 몇인지 조사하고, 아동학대진상조사특별법 발의까지 추진하게 됐어요. 법안이 비록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이 일은 정말 많이 기억에 남아요.

당사자 단체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당사자 단체이기 때문에 이루어낼 수 있었던 일이 있을까요?

민간어린이집 불법 리베이트 제보가 들어온 적이 있어요. 검찰에 고발도 하고 기자회견도 했죠. 이 것이야 말로 당사자 단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양육자인 우리가 낸 원비를 불법으로 리베이트 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 일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운영자는 이미 정치세력화가 되어 있거든요. 이들의 목소리는 크고, 쉽게 국회나 정부의 담을 넘기도 해요.

반면 당사자인 아동이나 양육자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전달되기 어려워요. 정치하는엄마들로 양육자의 정치세력화가 조금이나마 가능했고, 이런 비리에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며 대응할 수 있다는 건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당사자 단체라서 또 좋은 점은 연대가 필요한 사안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거예요. 노동조합에서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면 본인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 낸다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양육자가 함께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에 목소리를 내면 이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바라는 문제가 돼요. 연대의 소중함과 영향력을 느끼곤 합니다.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의 경우도 우리 단체가 당사자성을 띄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커서 살아갈 미래가 차별금지법이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인 거죠. 내아이가 성소수자일 수도 있고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될 수도 있잖아요. 적어도 최소한 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도 함께 연대하고 있어요. 당사자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힘이 많이 된다는 걸 느껴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한국사회의 아동에 대한 차별문제에 대해 하고싶은 말씀이 많을 것 같아요.

아동 차별 대표적 사례는 노키즈존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저는 사업장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자체가 노키즈존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회는 모든 시스템과 이동권이 건장한 청년에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차별적이라고 느끼거든요. 아이를 낳고 나서 노키즈존 뿐만 아니라 양육자와 아동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문제를 실감했어요. 버젓이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각을 낮춰야 해요. 사회적 약자가 안전한 사회가 사실 모두가 안전한 사회거든요. 건강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애인이동권에 모든 기준을 맞추면 아이도, 젊은 사람도, 노인도 편해질 거예요. 장애인만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결국 모두가 혜택을 받는 거죠.

위험하니까 아이들은 들어오지말라고 할 게 아니라 아동도 안전한, 그래서 모두가 안전한 곳을 만들어야 해요. 이렇게 사회가 돌아가야 하는데 우리사회는 계속해서 배제가 배제를 낳는 구조예요. 배제가 자유이고, 마치 권리인 양 이루어지고 있어요. 아이들이 환대보다 차별을 먼저 배울까봐 우려스럽고 속상하죠. 어린이이기 때문에 갈 수 없는곳이 생긴다는 건 결국 내 존재를 부정당하는 거예요. 배제는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당연하게 아동을 배제하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가 잘 자라겠어요. 지금은 정부가 출생률을 운운하며 현금성 지원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아이들이 삶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에 힘을 쏟아야 할 때에요. 아이를 낳는 순간 맘충이 되고, 노키즈존에 못들어가고 배제와, 차별, 혐오의 대상이되는 사회에서 누가 아이를 낳으려 하겠어요?

윤석열 정부가 시작된지 약 반년이 흘렀어요. 아동복지정책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요?

엉망이죠.(웃음) 아동복지정책이 있나 싶어요. 관련 예산을 다 줄이는 추세예요. 출생률이 낮아지고 아동의 수가 적어지기 때문에 예산을 줄인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보면 어이가 없죠. 정말 출생률을 높이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에요. 정부가 책임지는 복지정책이 없다는게 가장 문제예요. 양육자를 돈주면 아이 낳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대체 우리를 뭘로 보는건지. 이 돈 준다고 애를 낳을 사람은 없다고 보거든요.

교육도 마찬가지로 그저 기업형 인재를 키워내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 같아요. 아동을 인구수로밖에 바라보지 않는 거예요. 어떻게 잘 키워낼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없어요. 아동은 인간의 발달 단계 중 사회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존재라 예민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관련된 모든 예산을 축소하고 민영화하려 하죠.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도 부족한 공공돌봄을 없애려는 거예요.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겪으며 우리 사회의 공공돌봄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어요. 학교가 문을 닫았죠. 사실 학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열려있어야 하거든요. 모든 돌봄의 부담이 가정에, 특히 여성에게 지워졌어요. 긴급돌봄을 시행하긴 했지만 지자체마다 운영되는 방식이 다 다르고 급식은 제공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어요. 현재 시행되는 초등돌봄도 마찬가지예요. 양육자의 조건에 따라 초등돌봄 이용 가능 여부가 결정되고, 그마저도 법제화가 되어있지 않아 학교마다, 지역마다 제각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무조건적인 현금정책을 펼치기 전에 공적 돌봄을 강화해 조부모 돌봄, 사교육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양육자들이 교육열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돌봄위탁기관의 선택지로사교육이 존재하는 거예요.

정부가 돌봄을 민영화하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민간 기관은 이익 창출 우선이에요. 질이 담보가 될지 우려가 되고 비용은 비싸질 것이 뻔하죠.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하는 아동과 양육자는 고비용에 낮은 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이번 정부는 기업을 운영하듯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느낌이 들어요. 굉장히 우려스럽죠.

앞으로 정치하는엄마들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대응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양육자가 목소리 낼 수 있는 분야에 계속 연대하고 힘을 쏟을 것 같아요. 몇 년 전만 해도 양육자가 보육정책을 논하는 자리나 어린이집 비리 문제, 돌봄노동자 처우 문제에 관련된 토론회나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일이 굉장히 드물었어요. 요즘은 많이 불러주시는데 참 감사해요.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전에는 양육자는 정책을 정하면 따라오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중요한 이해당사자로 인정하는 기분이에요.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가 생겨나는 것은 정말 뜻 깊죠.

한국사회는 돌봄이라는 개념을 잘 인식하지 못해요. 학교 내 성폭력 문제도, 환경 문제도 사실 모두 돌봄과 연결되어 있거든요. 돌봄의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봐야 해요. 저희도 계속해서 돌봄의 관점으로 사회 문제를 보자고 목소리 낼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우리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아이들의 미래가 어땠으면 좋겠는지 같은 바람이요.

우리 아이가 우리아이로서 행복하게, 장애인이든성소수자든 이성애자든 그 존재만으로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평등한 사회, 생태사회를 다 아울러 내가 여성이어도, 사회적 약자여도, 장애인이어도, 비정규직이어도 모든 걸 누릴 수 있고, 그런 소수자성이 아무렇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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