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11-01  

[동향2]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죽이기와 공공병원 민간위탁의 문제점

김종명 성남시의료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죽이기와 공공병원 민간위탁 추진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공약으로 ‘공공병원 위탁운영 확대’를 내걸었다. 국립대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필수의료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취지를 내걸었고, 그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세부 공약이 공공병원 위탁이다. 국립대학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의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예전부터 지적되어왔기에 위 병원들의 공공성 강화라는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하지만, 공공병원 위탁을 공공성 강화의 방편으로 제시한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 공공병원 민간위탁은 공공의료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기에 그렇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해소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의료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거의 없고 오히려 공공의료 강화를 핑계로 공공의료를 약화하려는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공공의료 강화 노력조차 뒤집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하였다. 2018년 [공공보건의료강화 종합대책]을 시작으로, 2019년 [지역의료 강화대책], 2020년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 2021년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연이어 발표한 바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필수의료’, ‘지역/권역 책임의료기관’, 공공병원 20개 이상 확충 등이 공공의료강화 노력의 결과물로 제시된 것들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도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공공의료 강화계획을 뒷받침해줄 구체적인 재정 방안이 없다보니, 공수표에 불과한 측면도 있었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노력했음은 사실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모두 갈아엎고 있다. 공공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성 강화를 의미하는 것인데도, 이를 부정하고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이해되지 않는다. 도대체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공공의료의 정의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레토릭으로는 계속 공공의료 강화를 얘기하지만 실제 시행하는 정책은 정반대다. 공공의료를 겉으로는 부정할 수가 없으니 간판은 내걸고 실제 내용은 공공의료를 약화시키는 정책으로, 즉 공공의료 죽이기로 나아가고 있다.

복지동향11월호_동향2_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 공공의료 분야 공약

지금 국민의힘이 집권하는 지방정부에서는 서로 경쟁적으로 지방의료원 민간위탁을 내세우고 있다. 홍준표 시장은 제2대구의료원 설립은 백지화하고 대구의료원조차 위탁을 추진 중이고, 이철우 경북지사도 경북 도내 지방의료원을 모두 경북대로 위탁 운영하려고 한다. 성남시의 신상진 시장도 민간위탁을 강제하는 조례를 시도하였다. 지방의료원 민간위탁은 우수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의료를 제공해준다는 명분을 갖고 있으나, 실제로는 지방의료원의 공공성을 약화할 게 뻔하다.

공공의료에 대한 오해와 철학 부재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면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와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된다. 이 정의는 공공보건의료를 수행하는 주체, 대상, 목적을 담는다. 공공보건의료를 수행하는 주체는 중앙과 지방정부, 그리고 모든 보건의료기관이다. 대상은 지역, 계층, 분야와 관계없는 모든 국민이며, 목적은 보편적인 의료이용 보장과 건강 향상에 있다.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정의라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정의가 실현되고 있지 않다. 공공의료 강화의 목소리가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공의료의 목적은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 의료보장과 건강 향상을 위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해주는데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모든 시민에게 차별 없고 보편적인 의료 보장이 제공되고 있지 못한 나라다. 여전히 건강보험 보장성은 취약하여 다수의 국민이 값비싼 민간보험을 추가로 가입하고, 취약계층은 의료비 부담으로 필요한 의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다른 나라와 달리, 역사적으로 공공병원을 짓는 데 매우 인색했다. 그 결과 의료공급 주체의 90% 이상을 민간이 담당하고 있다. 법적으로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주체이긴 하나, 민간의료기관은 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민간의료기관은 불가피하게 공익성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지원도 없고, 의료수가가 낮은 현실에서 일반 기업처럼 생존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의 민간의료기관은 공공병원이 아니더라도 애초부터 공적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다양한 공적 펀딩으로 재원조달을 하고 있어 실제 운영방식은 공공병원과 다를 바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 민간의료기관의 운영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간의료기관 주도의 한국의료체계는 환자중심적 의료공급체계가 아니라, 공급자중심적 의료공급체계를 형성해 왔다. 의료공급이 국민과 환자의 필요에 따르지 않고, 공급자의 이익과 필요에 따라 이뤄져 있다. 의료공급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있더라도 수익이되지 않는다면 공급하지 않으며, 환자에게 꼭 도움이 되지는 않는데도 수익이 되는 서비스라면 공급하고 있다. 전자를 미충족 의료라고 하며 후자는 과잉 의료라 한다. 공공의료는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의료를 제공해야 하지만, 우리의 민간의료기관은 공공의료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조건이다.

공공의료의 강화는 양적 강화와 질적 강화라는 두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데, 그간 공공의료 강화의 요구는 양적 강화에 집중되었다. 양적 강화는 의료공급 주체에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며, 공공병원 확충 같은 정책으로 귀결된다. 한편 공공의료의 질적 강화는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진 측면이 있고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면도 있다. 질적 강화는 주로 지역 책임의료기관 지정과 같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진료권 내에서 지역주민의 건강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병원은 당연히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수익성이 아닌 공익성을 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공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은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지역주민의 건강에 필요한 의료는 제공하거나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공공의료의 질적 강화의 사례를 찾기가 쉽진 않다. 쉽게 얘기하면 ‘좋은공공병원’의 모델을 보여주는 공공병원이 많지 않다. 현재의 공공병원들은 민간병원보다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틀림없지만, 그런다고 좋은 공공병원의 사례를 지역주민에게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시민은 좋은 공공의료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 공공의료에 대한 확고한 지지가 부족한 실정이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의 실체

코로나 대유행 발생 초기, 지방의료원과 달리 국립대학병원과 민간병원은 코로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을 내놓지 않고 외면하였다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대병원조차 한참 나중에야 병상을 내놓았다. 초기 코로나 병상은 80% 이상을 지방의료원이 책임졌다. 지원도 변변치 않았으나, 지방의료원은 최선두에서 코로나 대유행에 맞섰다. 대학병원과 민간병원은 코로나 유행이 1년이 훨씬 더 지난 시점에, 정부가 손실보상을 대폭 인상해주자 그때에서야 병상을 내놓기 시작했다. 초기에 기피하던 코로나 진료가 이제 수익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렇듯 대학병원과 민간병원의 공익성이란 돈으로 보상해줘야 그나마 가능한 것에 불과하다. 정부가 대학병원의 공공성강화로 제시한 공공정책 수가가 바로 그것이다. 수가로 보전해주지 않는다면 공공의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공공의료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내건 국립대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공공성 강화는 사실상 공공정책 수가를 신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립대병원은 국가라 설립한 의료기관으로서 공공병원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공공성 측면에서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할 부처가 보건복지부가 아닌 교육부이다 보니 공공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난 정부는 국립대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국립대학병원을 권력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공공의료본부를 설치토록하여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도록 하였다. 또한, 관할 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것도 논의됐으나, 대학병원의 강력한 반대로 추진되지는 못했다.

공공병원 20개소 확충 목표도 대폭 축소하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새정부 업무계획에서 지방의료원 신축을 5개소로 설정함으로써 공공병원양적 확충 목표를 축소했다. 지방의료원의 민간위탁으로 공공성 강화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2000년대 초반 지방의료원의 위탁 경험은 수익성만 강화되어 지역주민의 진료비 부담만 증가시켰을 뿐, 공공병원의 공공성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평가 이후 대다수의 공공병원 위탁은 중단되고, 직영으로 전환된 경험이 있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과거 실패한 정책을 꺼내놓고 있으니, 어이없을 따름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민간위탁 논리는 교묘해졌다. 과거의 위탁 논리는 수익성 개선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추진했다면, 지금은 수익성보다는 의료인력확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내세운다. 마치 민간위탁을 하면 그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처럼 변죽을 울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성남시 신상진 시장도 대학병원 위탁을 주장하며 수익성을 그 근거 논리로 말하지는 않고 있다. 우수한 의료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대학병원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내걸고 있다. 다행히도 현재 성남시 의회에서는 민간위탁을 강제하는 조례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합의로 보류한 상태이지만,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위탁은 가능한 상태이다.

사실 성남시의료원은 의료인력 확보가 어려운 여건에 해당하는 지방의료원이 전혀 아니다. 의료인들이 선호하는 강남과 분당에서 30~40분 거리에 위치해 지리적 여건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응급실 진료, 신경외과, 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 등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료인력이 부족해 진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성남시의료원은 현재 지역주민의 의료이용이 불편한 상태로, 지역주민의 신뢰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문제는 성남시의료원의 진료 공백과 지역주민의 신뢰 하락은 지방의료원이 갖는 고질적 문제가 아니라, 성남시의료원의 특수한 조건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바로 경영진의 경영능력 부족과 무능, 독선에서 비롯되고 있기에 그렇다. 그 결과 애초 많은 의료진이 퇴임했다. 올해에만 20명이 넘는 의료진이 퇴사했다. 지금의 진료 공백이 발생한 이유는 전적으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현재 성남시의료원내 의사노동조합과 한국노총 지부는 성남시의료원의 정상화의 조건으로 민간위탁 반대와 경영진퇴진을 내걸고 있다. 민간위탁을 막더라도 현재의 경영진으로는 의료원을 정상화하고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지방의료원으로 거듭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민간위탁을 하면 의료인력의 문제나 양질의 의료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의료인력의 부족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의료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의료공급은 부족한 상황이기에 그렇다. 지금은 서울대학병원조차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민간위탁을 외치지만, 현실적으로 위탁을 받을 능력을 갖춘 대학병원은 거의 없는 현실이다.

성남시의료원의 조례개정안이 심사 보류된 핵심적인 이유도 위탁 주체를 찾기 어려운 여건에서, 위탁을 강제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을 때 초래할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따라서 민간위탁을 하면 자연스럽게 의료인력확보와 양질의 의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물론 성남시의료원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지방의료원은 의사 인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를 해결하고자 지난 정부에서 제시한 정책이 공공임상교수제였다. 공공임상교수제는 대학병원에 교수정원을 확대하여 임상교수직을 확보하도록 하고, 인건비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공공임상교수제를 본사업이 아닌 시범사업수준으로 격하시키면서 의사들이 거의 지원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되어 결국 유명무실한 정책이 되어버렸다. 윤석열 정부의 문재인 정부 정책 뒤집기가 공공의료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료 강화는 진영간 다툼의 대상이 아닌 국민건강을 위한 것일 뿐

지금 윤석열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공공의료를 약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참으로 황당하다. 얼마 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만 해도, 공공병원의 역할을 추켜세웠고, 공공병원 확대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공공의료의 역할을 줄이고 약화하고 있다.

공공의료와 관련한 논의는 진보, 보수 등 이념적 색채와 관련 없는 의제여야 한다. 진보는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보수는 공공의료를 반대하는 정책을 펼친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대립은 공공의료에 대한 몰상식에서 비롯한다. 미국을 제외하면 서구 유럽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보건의료정책은 모두 공공성을 지향한다. 공공의료란 시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니 당연히 공공적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의료의 목적은 모든 시민에게 차별 없이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공성은 시민의 이익을 우선하며, 수익성은 공급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개념이다.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공공의료가 이렇다면,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공공의료를 지향해야 함이 옳다.

우리는 메르스의 경험에서, 그리고 코로나19의 경험에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깨우친 바 있다. 공공병원은 일반진료를 전면 중단하면서까지 코로나19 대응에 올인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벌써 공공의료의 소중함을 내팽개치고 있다. 국민보건의 위기는 또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때 또다시 공공의료를 외칠 것인가. 지금 국민의힘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지방의료원이 민간에 위탁된다면 새로운 공중위기가 찾아왔을 때, 우리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줄 공공의료는 모두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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