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12-01   615

[복지칼럼] 도시괴담과 실제상황

김도희 변호사

최근 두 가지 사건의 고발·진정에 참여했다. 첫 번째는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하다가 자택에서 강제이송을 시도하는 사설 구급대원들에게 신체를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심정지로 사망한 A씨의 사건, 두 번째는 사설 구급대의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속아 구급차에 올라타 폭행을 당하고 강제입원된 B씨의 사건이다. B씨는 부모에 의해 강제입원 되었으며, 사실혼 배우자와 “나 계속 여기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약을 하도 먹었더니 머리가 너무 아프다, 모르겠다, 그냥 여기 살련다”라는 전화통화를 마지막으로 소재 파악마저 불가능해진 상태다. 폭행, 공갈, 감금, 실종, 과실치사와 같은 형사법적 용어들 외에, 마치 도시괴담과도 같은 두 사건에는 모종의 공통점이 있다. 가족, 즉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하 ‘보호입원’)과 사설구급대에 의한 이송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 강제입원 요건-정신질환자일 것, 입원의 필요성이 있을 것, 자·타해 위험성이 있을 것-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점, 무엇보다 오랫동안 자행되고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견되었고,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설구급대에 의한 이송 과정은 현행법에도 명백히 반한다. 대법원은 2001년 보호입원과 관련하여,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① 정신과전문의가 입원의 필요성에 관하여 진단한 다음 ②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입원을 결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입원조치에 대하여 ③ 정신질환자가 저항하는 때에 ④정신의학적·사회적으로 보아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물리력의 행사가 허용된다(대법 2000도4415)”는 판결 이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사설구급대를 통한 강제입원의 관행은 ①과 ②요건을 충족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99% 위법일 수밖에 없다. 2016년 헌법재판소에서도 “보호입원 제도로 말미암아 사설 응급이송단에 의한 정신질환자의 불법적 이송, 감금 또는 폭행과 같은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헌재 2014헌가9)”는 점을 지적하면서 보호입원이 헌법상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지만, 이런 얘기는 몇 단계만 거치면 현실을 몰라서 하는 순진한 소리라는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그 현실이란 뭘까. 보호입원이 여전히 모든 입원유형 중 가장 비율이 높은 현실이다(보호입원을 우회하여 오·남용되는 일부 동의입원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이송지원이 필요할 때 공공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이송지원을 해야 할 경찰이 이송을 기피하여 사설구급대를 부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입원치료 외에 위기쉼터, 동료상담, 외래치료, 비약물 치료, 의사결정지원 등이 제안되지만 매번 좌절되는 현실이다. 그것은 당사자가 위기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그 부담이 여전히 가족의 몫으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응급입원시 정신질환 등에 대한 평가가 경찰에게 부과되어 있고, 병상이 확보되지 않아 막상 받아주는 병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사회·심리적 장애라는 관점으로 이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 내지 정신의학이라는 헤게모니 안에서 예산과 서비스, 행정력이 한쪽으로 쏠려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건 위기지원체계이다. 위기지원체계의 첫 번째 축은 공공이송체계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 강제입원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만의 경우 지자체 내 병원에 정신응급병상을 확보해두고, 응급입원 요건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다. 이 때 경찰은 지정된 병원으로 이송하는 역할만을 담당한다. 두 번째 축은 입원 외 지원체계다. 응급상황과 위기상황의 경계는 모호할 때가 많다. 응급상황이라고 반드시 입원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쉼터, 외래치료, 비약물 치료, 동료지원, 일상생활지원, 의사결정지원 등 입원 외에 대안적 선택지들을 도입하고, 위기상황이 발생할 확률을 낮추기 위한 지원과 서비스들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에는 한국도 사설구급대에 의한 이송인 경우, 입원을 불허하는 병원이 조금씩 늘어나고, 경찰당국에서도 자체적으로 ‘응급지원 현장지원팀’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당국도 언제까지나 예산부족, 행정력 과중, 부처간 이해 탓으로 돌리며 위기지원체계 확충, 나아가 강제입원 폐지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신건강 국가책임제는 병원 밖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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