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12-01   1833

[동향1]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한 이유

이용우 변호사,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민변 노동위원장

지난 11. 17.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조법 개정안에 관한 입법공청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제 환노위는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하여 노조법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심사하려 한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손배/가압류가 노동탄압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20여년 동안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칭해지는 노조법 개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되었지만 입법 공청회가 열리거나 상임위에 회부되어 논의된 적은 없다. 이 문제와 관련된 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와 입법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야말로 투쟁하는 노동자, 이들과 함께 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헌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 중 하나로 노동3권을 헌법에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가가 노동3권을 헌법에 반드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헌법에 노동3권을 명시한 의미는 크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 사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노동3권이란 법률이 없더라도 효력을 발휘하는 구체적 권리, 직접적 권리라고 선언하면서 법의 해석과 집행, 입법에서 이와 같은 정신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상 노동3권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공기와 같은 것이다. 노사관계에 있어 개별 노동자들 차원에서는 사용자에게 기본적인 요구사항조차 제대로 말할 수 없는 힘의 불균형이 매우 현저하기에 근대 노동법과 헌법은 힘의 균형추로서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한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처지는 근대 이전의 숨이 턱턱 막히는 공장노동의 시절로 내몰릴 것이다. 결국 헌법상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이란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이는 비단 ‘현재’의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미래’의 노동자들인 모든 시민에 관한 문제다.

헌법을 배반하는 노조법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사용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며 모든 경제적 이득을 누리면서도 정작 이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는 다하지 않는 사용자들이 넘쳐난다. 이처럼 특수고용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현실에서 헌법상 노동3권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 이들에게 노동3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헌법은 노동자들에게 파업권을 보장했지만, 정작 하위 법률인 노조법은 정리해고와 같은 노동자들에게 직결되는 문제일수록 단체행동을 제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헌법상 노동3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보호해야 할 하위 법률인 노조법이 오히려 노동3권 규제법으로 기능하는 모순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운동장(ground) 자체가 매우 협소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좁은 운동장을 조금만 넘어서면 거기엔 손배/가압류라는 철퇴가 기다리고 있다. 2003년 두산중공업의 배달호 열사가 손배/가압류에 저항하면서 목숨을 던질 당시만 해도 손배/가압류는 신종 노동탄압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전형적인 노동탄압 수단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로 손배/가압류 문제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로 인하여 노동자들은 물론 그 동료와 가족들도 심각한 고통에 내몰리고 심지어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처럼 현재의 노조법은 헌법상 노동3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보호해야 할 애초의 과제는 팽개친 채 반대로 노동3권을 옥죄고 처벌하는 노동3권 규제법, 노동형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헌법에 대한 노조법의 철저한 배반이다. 이로 인하여 지난 20여년 동안 비정규직은 넘쳐났으나 비정규직의 권리는 바닥을 치고 있고, 손배/가압류는 전형적인 노동탄압수단으로 고착화되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지난 시기 노조법 개정에 대한 합리적 논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참으로 한탄스러운 일이다.

노동시민사회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결성하여 이 문제에 천착하고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고용구조가 다변화된 현재의 시점에서, 노동3권 탄압법으로 기능하는 노조법의 모습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깊고 넓다. 시민사회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3권의 본래적 의미가 바로 사용자와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교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노조법 2·3조 개정은 바로 그 대화의 장을 마련해달라는 소박한 요구다.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사용자를 사용자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헌법상 파업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헌법의 관점에서 손배책임의 제한 범위를 설정하자는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 인정법, 진짜 사장 책임법, 쟁의행위 보장법, 손배 폭탄 방지법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다.

노조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정부·여당의 행태가 가관이다. 국회의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거부권 운운하며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태도를 보인 대통령실, 재계와 기재부의 2중대로 전락한 고용노동부, 노조법 개정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직무유기를 공언하는 국민의힘. 이와 같은 행태에서 이들이 늘상 말하는 헌법과 법치, 자유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은 노조법 개정 국면에서 언제나 변수가 아닌 상수였다. 지금 중요한 것은 과반 의석을 점한 야당의 역할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7대 민생 입법 과제로 제시하고, 정의당이 노조법 개정을 위해 당운을 걸겠다고 천명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여론’과 ‘법리’, ‘명분’ 등을 근거로 노조법 2·3조 개정에 소극적인 태도도 감지된다. 우려스런 모습이다.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여론’이다. 보수여당과 보수언론, 재계의 왜곡된 프레임을 여론이라고 얘기하지는 말자. 오히려 지난 7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원청의 사용자 책임 강화’ 질문에 찬성이 반대보다 무려 30% 이상 높게 나왔고, 최근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노조법 2·3조 개정에 찬성하는 의견이 89.1%로 압도적이었다. 운동본부가 주도한 노조법 개정 국민동의 입법청원이 단 1주일만에 5만 명의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달성되었고, 최근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우천에도 불구하고 10만명 이상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노조법 개정을 외쳤다. 지금처럼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형성된 적이 있었는가?

둘째, ‘법리’다. 운동본부가 제시한 노조법 2조의 ‘근로자’, ‘사용자’, ‘노동쟁의’ 정의 개정안은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확립된 법리, 노동법 학계의 지배적인 견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등 모든 유권적 해석에 튼튼히 기반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오래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바 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한 바 있다. 노동법 학계의 지배적인 견해도 마찬가지고, 국가인권위도 같은 내용으로 노조법을 개정할 것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재계도 노조법 2조 개정에 대해서는 법리적인 반박 대신 ‘노조법 2조가 개정되면 회사가 망하고 국가경제가 흔들린다’는 왜곡된 정치적 선동만 할 뿐이다. 법적 근거가 충분한 노조법 2조 개정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특히, 대우조선 하청파업, 하이트진로 화물연대 파업, 택배노조 사건 등 최근 손배/가압류 문제는 노조법 2조의 특수고용, 간접고용 등과 직접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노조법 2조 개정 없는 3조 개정은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법 개정의 실효성이 현저히 반감된다. 결국 노조법 2조가 3조와 함께 개정되어야 하고, 2조 개정 없는 3조 개정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한편, 노조법 3조 개정안은 헌법의 관점에서, 헌법을 기준으로 손배/가압류의 기준선을 재설정하자는 것으로서 이에 대하여 이견을 제시할 법리적 근거가 있을 수 없다. 헌법상 노동3권이 손배/가압류로 질식당하는 작금의 반헌법적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것인가?

셋째, ‘국제노동기준’이다. ILO는 기본협약 제87호와 제98호 협약에 근거한 권고 등을 통해 ‘원청은 하청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자영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또 ‘손해배상청구가 노동3권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기능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명확히 하고 있다. 위 협약들은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발효되어 재판규범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현행 노조법 2·3조는 이와 같은 국제노동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개정이 시급하다.

넷째, ‘명분’이다. 이번 노조법 개정은 비정규직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고, 책임 있는 당사자와 대화와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조법의 제자리를 찾아주자는 것이다. 대단한 것을 요구하거나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불법파업 조장법’ 등 국민의힘과 보수언론, 재계의 구태의연하고 선동적인 왜곡 주장은 굳이 지면을 할애하여 반박할 가치도 없다. 오히려 얼마 전 경총의 손경식 회장은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손배/가압류가 ‘노조를 누르는’ 수단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재계의 수장이 그대로 확인시켜 준 것이다.

이제 입법의 시간이다 

국회는 자신들이 주목해야 할 여론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깨닫고, 노동자들과 시민사회가 어렵게 만든 지금의 입법 공간에 책임 있게 임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이번 노조법 개정 국면에서 국회가 책임있는 노력을 다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운동본부는 본격적인 국회 논의에 맞춰 노조법 개정 쟁취를 위해 총력을 다해 싸울 것이다. 국회는 피와 고통으로 얼룩진 지난 20여년 동안의 투쟁의 역사가 만들어낸 지금의 이 시간과 공간을 결코 헛되이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이번에도 노조법 개정을 하지 못한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과 두려움을 안고 이번 노조법 개정에 적극 임해야 한다. 국민과 시민사회의 명령이다! 국회는 노조법 2·3조를 연내에 반드시 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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