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2-01   1018

[복지칼럼] 영유아기 교육·돌봄 서비스의 통합적 제공을 위한 전제

최영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취학전 아동에 대한 조기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영유아기 교육과 돌봄의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논의가 오랫동안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아직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은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정부에서 도입을 검토했던 ‘만 5세 입학’이나, 그 외 ‘K-학년제’, ‘유보통합’ 논의 또한 영유아기 교육과 돌봄의 통합적 접근을 위한 여러 방안들이지만,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전히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본고는 이러한 점에서 영유아기 교육과 돌봄의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본적 검토가 필요한 몇 가지 전제사항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교육이나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의 이용 자격을 결정하는 것은 국가나 공공의 역할 중 하나이며, 사회통합과 연대라는 사회서비스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보편적’으로 이용대상자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보편주의’는 일반적으로 복지정책이 ‘시민권’에 기반하여 소득이나 자산조사없이 ‘욕구가 있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복지정책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욕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조기아동교육·보육(ECEC) 서비스의 경우에도 ‘사회적 욕구’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그 대상 범위의 보편성(universality)의 범위도 보다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노동시장 참여로 인해 발생하는 가족내 아동 돌봄의 위기를 ‘사회적 욕구’로 간주한다면, 서비스 대상의 보편성은 소득이나 자산조사 없이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 가구의 모든 아동을 서비스 대상으로 하는 것이 ‘보편성’의 원리에 부합할 수 있다1). 반면, 유아기 아동에 대한 조기 교육적 개입의 필요성에 따라, 학령기 뿐 아니라 유아기 아동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하나의 ‘사회적 욕구’로 간주한다면, ECEC 서비스의 일부 또한 부모의 노동시장 참여 여부보다는 아동의 교육권에 기반하여 동 연령대의 모든 아동이 정책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돌봄과 교육의 통합적 접근은 어느 한 방향으로의 통합보다는 지역단위에서 돌봄과 교육을 어떻게 조화롭게 구조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어떤 서비스를 어떤 아동들을 대상으로 어느 정도 제공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보편성’과 더불어 ‘형평성(equity)’이나 ‘평등성(equality)’의 확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영국의 사회정책학자인 티트머스(R. Titmuss)는 보편주의를 지향하는 복지국가의 더 공정한 분배의 원리로 ‘보편주의’에 ‘선별주의가 결합되는 방식’으로 적용대상에서의 ‘보편성’의 확보와 자원 배분과정에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함을 제시하였다. 이는 유사한 욕구를 가진 사람은 모두가 할당의 대상이 되나(보편성) 할당의 크기는 욕구의 크기에 따라 상이하게 배분되는(형평성) 복지제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육서비스의 경우 욕구에 따른 보편적 이용을 보장하지만 가구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가구소득에 따른 이용료를 부과하여 가구소득에 따른 긍정적 차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가구와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형평성’의 원리는 결국 복지국가의 강력한 소득재분배를 가능케 하는 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한편, 이와는 달리 ‘평등성’에 기반하여 제도를 운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한 영유아기 아동에 대한 교육서비스의 경우 아동 기본권의 하나로서 ‘형평성’의 원리보다는 ‘평등성’의 원리의 적용을 통해 가구의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의무교육의 형태로 무상으로 제공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영유아기 교육과 돌봄서비스의 통합적 접근을 위해서는 어떤 서비스를 어느 정도 의무(또는 무상)적 또는 유상으로 제공할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족의 부담을 어느 정도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2).

마지막으로 교육, 돌봄 서비스의 경우 지역주민의 삶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고, 지역주민의 욕구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 역할의 강화가 필요하다. 실제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은 지방정부에서 교육과 돌봄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이를 위한 재원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예를 들면, 스웨덴의 경우 ECEC 관련 정책의 방향은 중앙정부의 교육연구부 및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설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행정적, 재정적 책임과 권한은 지방정부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지방정부 중심의 분권화된 서비스 전달체계는 중앙정부 담당부처의 특정부처로의 일원화(또는 통합)와 상관없이 지역단위에서 돌봄과 교육이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서비스는 교육부, 교육청 등 교육행정체계로, 돌봄서비스는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서와 지방자치단체를 기반으로 한 일반행정체계로 2원화 되어 있어, 외국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단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영유아기 돌봄과 교육서비스의 통합적 제공은 단순히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보다는 이러한 행정적 구조를 고려하여 지역사회단위에서 지방정부 중심의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1)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 가구의 아동 돌봄관련 욕구는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맞벌이 가구에게는 정규 보육서비스, 가정양육이 가능한 외벌이 가구에 대해서는 시간제 보육서비스 등이 활성화 되어 있다

2) 스웨덴의 경우 2020년 기준 가구소득과 자녀수에 따라 무료에서 월소득의 최대 3%(1,478SEK) 정도까지 이용료를 부담토록 하고 있다. 다만, 의무교육 대상인 6세 아동을 대상 유치원(pre-school class) 경우 주당 15시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장으로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육서비스(pre-school)도 주당 15시간(연간 525시간)은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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