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2-01   1046

[복지톡]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

오대희 |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
인터뷰 및 정리 |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지난 2022년 여름, 울산과 대구의 사회서비스원이 설립 취지와 사업 목적이 전혀 다른 기관과 통폐합 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돌봄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설립했다는 사회서비스원을 사실상 형해화 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서울시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예산을 요구안보다 100억 원 삭감한 68억 원으로 결정했다. 아무런 사업을 하지 않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종사자 인건비만 지급한다고 해도 5개월밖에 운영할 수 없는 돈이다. 단순히 사회서비스원을 무력화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의 돌봄권을 침해하는 것과도 다름없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이러한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공격에 어떻게 맞서고 있을까?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을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려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성동종합재가센터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는 오대희라고 합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란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돌봄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하는 전문서비스직입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는 공대생이었는데요. 진로에 대해 방황하던 와중 탈시설자립시설센터에서 일하는 친구를 도우면서 자격을 취득해 이 분야의 일을 시작했어요.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한 지 벌써 9년 정도가 됐네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서 일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처음에는 민간기관에서 일하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설립 소식을 접했어요. 사회서비스원의 이념과 설립 취지를 보고 깊이 공감해 2019년 10월10일 성동종합재가센터에 입사를 했습니다. 자연스레 장애인 인권에 대해 접하며 인간의 한계와 장애인 활동의 당위성을 동시에 느끼고 있어요.

사회서비스원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짧게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신다면요?

사회서비스원은 이용자 중심의 통합서비스를 제공하여, 어르신 돌봄서비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영유아 보육을 펼치는 곳이에요.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는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전문성 및 투명성 제고 등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고, 사회서비스와 사회서비스 관련 일자리의 질을 높여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사회서비스원을 설립 및 운영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제가 일하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서울시민에게 돌봄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9년 설립한 공공기관입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시다가 노조 지부장까지 맡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입사 당시는 그 누구도 코로나19를 예측하지 못했는데요. 거의 입사하자마자 팬데믹 사태가 벌어졌어요. 사회서비스원법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원을 운영하려니 어려움도 많았고, 3년간 코로나19 재난시기를 겪으며 돌봄 노동자들이 많이 고생했어요. 그런데도 제가 입사한 이후에 인력을 한 명도 충원해주지 않더라고요. 저를 포함한 두 명이 2년 반 동안 최중증장애인을 주로 돌봤어요. 이러한 현실도 알리고 싶었고 정권이 바뀐 이후 사회서비스원을 당초 설립 취지대로 운영하지 않고 다시 민간영역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실제로 사회서비스원의 사업을 폐업해 이용자들이 다시 민간으로 넘어가기도 했죠. 이렇게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공공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있고요. 사실 사회서비스원에 대해 모르는 국민이 많아요. 국민들에게 사회서비스원을 많이 알리고 진정한 의미의 돌봄 공공성 확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2022년 4월부터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시면서 사회서비스원의 필요성을 느낀 사례가 있으실까요? 없을 때와 있을 때 당사자분들이 느끼는 서비스의 질 차이가 있나요?

그동안 민간에서는 구조적이 어려움으로 인해 이용자와 노동자를 매칭해주기만 하고 그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편법, 부정수급, 인권침해 등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났고 최소 수준의 서비스 정도를 보장할 수 없는 활동지원서비스의 불안정성, 열악한 근로조건, 교육시스템의 부재가 있어요.

서비스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 또는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일해야 했어요. 하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죠. 사회서비스원은 원천적으로 부정수급을 할 수 없는 구조거든요.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루어지고요. 그러다보니 서비스 품질제고, 인적자원연계도 충분히 가능한 거예요. 돌봄서비스라는 것은 한 사람이 100% 완벽하게 제공할 수 없거든요. 여러 명이 연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기관이 관리감독하죠. 자연스럽게 이용자와 노동자 모두의 안전성도 높아지게 돼요. 따라서 서비스의 질도 안정되어지고, 그간 저평가되었던 돌봄에 대한 존중도 이루어지게 됩니다.

종사자의 처우는 많이 개선이 되었나요?

그것이 사회서비스원의 핵심인데요. 바로 고용안정이에요. 고용안정은 종사자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안정된 돌봄서비스 제공의 문제이기도 해요. 그동안 민간은 너무나 불안정한 고용환경을 조성했고, 그로 인해 돌봄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비리도 자주 일어났고요. 사회서비스원은 종사자를 직고용하고 월급제를 채택했어요. 종사자들이 이윤의 논리로 이용자의 선택이 아닌 대신 공적책임으로 생활임금을 기본적으로 보장받게 됐죠. 민간과 다르게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월급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취약계층들이 이윤의 논리로 돈이 많던 적던 최소한의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돌봄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이 중요하네요.

사회서비스원의 좋은 사례들이 많은데 사람들은 잘 몰라요. 사회서비스원법에 명시된 전문성, 투명성은 공공이기에 담보 가능하거든요. 돌봄서비스에서는 질이 가장 중요한데, 질이 아니라 양적인 시간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있어요. 공공의 역할은 돌봄서비스의 품질을 표준화하고 민간의 서비스 질을 견인하는 것인데, 사실 이런 고민이 부족해요. 정부와 사회서비스원이 적극적으로 돌봄서비스품질표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요. 종사자들만 애쓰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래도 3년에 걸쳐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민간주도 돌봄서비스로 돌아간다고 하니 사실 어이가 없죠.

작년에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어요. 여름에는 노원종합재가센터 장애인지원사업이 폐업된다는 소식에 같이 기자회견도 했었고,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예산도 삭감되었어요.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공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노원종합재가센터 장애인지원사업 폐업 이야기는 정말 우연히 알게 됐어요. 종사자에게 언질도 없이 밀실에서 비밀스럽게 추진되었죠. 노원구는 서울시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장애인 인구가 거주하고 있어요. 장애인지원사업을 두 배 이상 늘려도 부족할 판에 폐업을 한다는 것은 이용자들을 다시 민간으로 내모는 것이거든요. 노동조건도 더욱 열악해 지고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이 삭감된 것도 큰 문제예요. 사회서비스원을 그냥 명목상으로만 두고 민간에 다시 넘긴다는 것은 민영화나 다름 없어요.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후 사회서비스원의 원장도 서울시가 추구하는 민간 주도 기조의 사람으로 바뀌었어요. 종사자들을 폄훼하고 있어요. 다들 마음이 힘들고 지쳐있는 상황이에요.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은 과연 누구와의 동행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현재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공격으로 눈에 띄게 나타난 변화가 있나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서울시 생활임금제 적용대상 사업장이에요. 이는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취지에도 보장되어있어요. 하지만 생활임금은 작년에도 0.6% 인상되는, 사실상 동결 수준에 그쳤고 고물가가 지속되는 올해에도 임금동결 발표가 났어요. 이에 퇴사자도 늘고 있지만 정규직 채용은 하지 않고 있어요. 사회서비스원을 자연 고사시키려는 큰 흐름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인력 충원 없이 노동강도만 계속 강화시키다 보니 종사자, 이용자 모두 안전에도 취약해지고 있어요. 이렇게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용자 측면에서도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거예요. 민간에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겠죠.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 질 거예요. 민영화 전략이 매우 치밀해졌거든요. 이제는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민영화라는 단어를 쓰지 않더라고요. 혁신, 고도화 등 있어보이는 말을 쓰니까 국민들도 이것이 민영화라고 쉽게 알아듣지 못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돼요.

정부와 서울시의 기조가 분명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신가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에서 연대단위와 함께 매일 서울시청에서 공공돌봄 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어요. 관련해서 공동대책위도 구성하고, 공공돌봄과 돌봄노동에 대한 여론화 활동도 진행할 계획이에요. 내부적으로는 파업투쟁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1월부터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투쟁촛불문화제도 개최합니다. 많이 찾아와주시고, 응원해주세요.

복지동향 구독자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사회서비스원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돌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지만 너무나 가치가 평가절하되어있어요. 이윤보다 존엄성의 가치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모두를 위한 공공 돌봄을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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