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2-01   452

[동향2] 지난해 말 벌어진 대규모 감세 파동의 전말

김진욱 정의당 장혜영 의원 보좌관

지난해 12월 24일, 올해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정 예산안 처리시한을 22일 초과한 시점이었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 개정으로 국회법에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이 신설되고, 해당 조항이 시행된 2015년 예산안 심의 이후 국회는 될 수 있으면 예산안 처리시한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2023년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국회는 마치 선진화법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행태를 보였다. 국회법에서 정한 예산안 처리시한은 헌법 제54조제2항1)이 정하고 있는 바를 법률로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가급적 준수하는 게 좋겠지만, 이를 금과옥조라고 할 수는 없다. 국회가 시간에 쫓겨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부실하게 심의한 경우, 그 피해 역시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2023년도 예산안 심의는 법정시한을 한참 초과하고도 그 과정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더불어 경기침체를 눈앞에 두고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때아닌 감세 경쟁을 벌이다가 내놓은 결과물은 ‘형편없다’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참혹한 몰골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말 국회 예산안 심의 결과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지 주로 세입 예산을 통해 살펴보면서, 그 전에 이번 심의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표 2-2>는 지난해 통과된 예산안 본회의 수정안 중 국세수입 세부 명세다. 보다시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정부안)과 국회에서 수정된 내용(수정안)이 완전히 같다.

그렇다면 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세법을 그대로 통과시킨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분명 본회의를 통과한 세법들은 정부가 발표한 세법과 내용이 다르다. 그렇다면 왜 바뀐 세법에 따른 세입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답은 반영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산안 심의 내내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밀실에서 세법을 심의했다. 그러다가 급기야 법안 처리 당일에 와서는 그동안 한 번도 심의된 적 없는 세법2)을 무더기로 내놓고 통과시켰다. 그러니 바뀐 세법에 따라 세수가 얼마나 변동하는지 반영할 새도 없었던 셈이다.

예산안 통과 직후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혜영 의원이 이를 지적하자, 기획재정부는 “세수 변화가 800억 원 정도밖에 안 된다.”라며 “(세수 변화가) 너무 미미해서 수정 없이 반영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예산안은 본회의 수정안에 따른 세입변동이 749억 원인 상황에서도 세목별로 변동사항을 확실히 반영해 통과시킨 바 있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한 것이다. 게다가 예산안 통과 당시 국회의원들은 아무도 본인들의 표결로 올해 세입이 얼마나 변동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찬성표를 던진 꼴이 됐다. 이것이 졸속심의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한편, 실제로 예산안 처리 당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세법들로 인해 향후 세수가 얼마나 변동하는지 국회 예산정책처를 통해 확인해 보았다. 예산정책처는 예산안 처리 당시 개정된 세법에 따라 향후 5년(2023년~2027년)간 총 64조 4,081억 원3)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가 27.4조 원, 소득세가 19.4조 원, 증권거래세가 10.9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부자 감세 논란이 크게 일었던 지난 이명박 정부 5년간 누적 감세 규모가 63조 8천억 원가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세법의 향후 5년간 감세 규모가 이명박 정부의 감세 규모보다 더 크다.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심의 내내 정부·여당의 초부자 감세를 지적했지만, 결과적으로 교섭단체 양당은 이명박 정부 당시보다 더 큰 규모의 감세안을 합의 처리한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OECD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규모는 12.2%(2019년)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이 20%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5년간 64조 원이 넘는 대규모 감세를 감행하면 사실상 공공사회복지지출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 우려가 있다.

나는 이런 결과의 원인에 정치권의 진영논리가 한몫했다고 본다. 한쪽에서 감세를 주장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서민 감세’를 하자며 감세 경쟁에 빠져들고,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는 시기에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사이좋게 유예하면서도 한쪽에서 엉뚱하게 거래세 인하를 조건4)을 내걸고,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이른바 부자 감세이지만, 법인세 모든 과표구간에서 1%p씩 세율을 인하하는 것은 마치 부자 감세가 아닌 양 하는 일들이 예산 심의 과정 내내 벌어졌다. 따라서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의 졸속심의와 그 결과를 ‘교섭단체 양당이 밀실에서 벌인 대규모 감세 파동’이라고 해도 좋다고 본다.

앞에서는 보편적 복지국가니 기본사회니 하는 그럴듯한 주장을 하면서, 뒤로는 그 혜택이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귀속될 것이 분명한 대규모 감세에 합의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올해는 어떨까. 내년 선거를 앞두고 얼마나 더 기상천외한 세법이 통과될지, 또 그 과정에서 얼마나 상상하기 어려운 논리가 동원될지 모르겠다. 국회가 스스로 이 진흙탕을 벗어나기도 어렵다. 내가 속한 작은 정당의 처지에서는 바른 소리는 할 수 있을지언정 사실상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힘이 부족하다. 바라건대, 시민사회가 전력을 다해 세제의 퇴행과 민주주의 퇴행 더 나아가 역사의 퇴행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쳤으면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당면한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일은 물론, 복지국가를 향하는 길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1)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

2)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법인세 과표구간별 세율 1%p 인하와 같은 내용은 이전 조세소위 등에서 단 한 번도 언급조차 되지 않다가 당일 갑자기 등장한 내용이었다. 법인세 과표구간별 세율 1%p 인하로 인해, 법인세는 내년에만 3,130억 원, 향후 5년간 누적 15조 6,598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3) 누적법 기준

4) 거래세 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하기로 한 것인데, 거래세 인하를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정부의 세수에 부정적 영향을 주겠다는 판단하에 이뤄진 결정이라고 보이는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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