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2-01   2064

[동향1] 마음속 혐오를 끄집어내는 이주민 건강보험 차별 

이한숙 이주와 인권연구소 소장

외국인 무임승차가 건강보험 재정누수 원인?

2022년 12월 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안)’은 외국인 무임승차가 건강보험 재정누수 원인 중 하나이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 외국인은 6개월 체류 후에 피부양자가 될 수 있도록 하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는 입국 즉시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우선 추진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그런데 다른 목적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 관해서라면 원인도 엉뚱하고 대책도 생뚱맞다.

부과 보험료에서 급여비를 제한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전체 가입자의 경우는 적자지만 외국인 가입자의 경우는 늘 흑자였다. 흑자 규모는 2018년까지 2천억 원 대에서 2019년 3천6백억 원, 2020년 이후 5천억 원 이상으로 대폭 커졌다.(<표 1-1> 참조) 이 시점에서 재정누수 원인으로 외국인 가입자를 지목했으니 엉뚱하달 수밖에 없다.

2021년 말 기준,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중 피부양자 비율은 내국인1) 35.7%에 비해 외국인은 15.5%에 불과하다. 직장가입자 1인당 피부양자 수도 내국인 0.96명에 비해 외국인은 0.4명으로 절반 이상 적다.(<표 1-2> 참조)

외국인 피부양자는 191,909명으로 절대적 수 자체가 적다. 그중에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아닌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 소수의 피부양자 자격 취득 시기를 6개월 지연시키는 것이 건강보험 재정수지의 소수점 몇 자리쯤에 영향을 미칠까?

이주민의 건강, 체류, 생계를 위협하는 건강보험제도 차별 강화

보건복지부는 2018년에서 2019년에 걸쳐 외국인의 지역가입을 의무화하는 동시에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일련의 건강보험제도 개악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제도 개악은 지역가입자에게 집중되었다.

그전까지 직장가입은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에게도 당연가입이 적용되었지만 지역가입의 경우, 신청에 의해 임의가입 할 수 있었다. 임의가입하려면 가입자격이 생기는 입국 후 3개월부터 가입 신청 시점까지, 전년도 지역가입세대 당 평균보험료 이상의 보험료를 일시에 납부해야 했다. 이주민들은 한국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난 뒤에야 건강보험의 존재와 필요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런 즈음이 되면 과도한 보험료 부담이 지역가입에 장벽이 되었다.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률을 높임으로써 의료보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지역가입을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 건강보험제도 개정은 이주민 의료보장 강화와 무관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 목적은 많은 보험료, 더 적은 급여였다. 그 결과로 외국인 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수지 흑자 규모가 2배 이상 급증했다. 법령뿐 아니라 건강보험공단 지침에 의한 깨알 같은 차별이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그 주요 내용만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외국인이 지역가입자격을 갖게 되는 최소 체류기간 요건이 입국 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되었다.2) 이 6개월은 이주민에게는 아슬아슬한 건강보험 공백기다. 만약 피부양자에게도 체류기간 요건이 생긴다면 건강보험 공백기를 가지는 이주민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둘째, 소득과 재산에 무관하게 최소한 전년도 평균보험료 이상의 지역가입 보험료가 부과되는 체류자격이 확대되었다.3) 셋째, ‘내국인’의 경우 주민등록 주소지가 같은 사람이면 가족이 아니라도 하나의 지역가입 세대가 될 수 있는데 이주민은 세대주의 배우자와 19세 미만 자녀만 한 세대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넷째, 가족을 피부양자나 세대원으로 등록하기 위한 서류 요건이 대폭 강화되었다. 다섯째, 유학, 종교, 인도적체류자 등 일부 체류자격에 따른 일률적 보험료 경감제도만이 있을 뿐 장애인, 노인, 실직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험료 경감제도를 이주민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방식이 유지되었다.4)

제도 개정 효과는 이주민 저소득층이 감당할 수 없는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먼저 나타났다. 장기요양보험료를 합한 평균보험료는 2019년 113,050원에서 2023년 143,840원으로 인상되었다. 이 보험료도 부담인데 고령의 부모, 19세 이상 자녀, 형제자매 등 세대 합가를 할 수 없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사는 경우 여러 개의 평균보험료 고지서를 받게 되었다. 장애인, 중증 질환자, 산재로 요양 중인 사람, 실직한 사람도 예외가 없었다. 조손 가족, 한세대로 묶어줄 부모가 없는 미성년자들도 각각 지역가입 단독 세대주가 되어 보험료 고지서를 받았다.5) 가족관계 증명 서류 요건이 강화되면서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라도 피부양자나 세대원으로 등록하지 못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국적국이나 재외 공관에 접근이 어려운 난민들은 가족관계 증명에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각종 증명서를 수시로 발급하지 않는 구 CIS 국가 출신 동포들은 9개월 이내 발급 서류라는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소득층 이주민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체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는 급여제한과 체류연장 불가라는 가혹한 체납 제재를 동원했다. 우선 결혼이민(F-6)이나 영주(F-5) 체류자격 소지자 외 외국인은 다음달 보험료를 전달 25일까지 선납하도록 하고, 선납보험료를 1회라도 납부하지 않으면 바로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해 보험료 완납이 끝날 때까지 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주민도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지만 분할납부를 시작해도 보험료 완납 시까지 급여를 받을 수 없어 의료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가 보험료를 한 푼이라도 더 걷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6)

결정적으로 법무부는 보험료를 체납한 이주민의 체류 연장을 불허하는 ‘건강보험료 체납외국인 비자연장 제한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보험료 납부 능력이 없는 이주민들은 보험료 체납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체류를 연장할 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보험료를 내고, 다시 보험료를 체납하면서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내면서 줄곧 급여를 받지 못하는 악순환에 내몰리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일자리와 함께 직장가입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가 되는 이주민들이 늘어났다. 법무부는 체류기한이 만료되었지만 항공편이 없어서, 본국의 입국규제로 출국할 수 없는 이주민들에게 체류자격 없는 출국유예를 주면서 건강보험료 완납을 조건으로 걸었다. 건강보험공단은 출국유예자에게도 보험료 징수를 했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줄 알고 진료를 받은 이주민에게 여러 달 후에, 때로는 해를 넘긴 후에 부당이득금환수조치를 취했다. 그런 식의 환수조치 건수는 2020년에만 26,090건, 2021년 8월까지 29,641건에 달했다.7)

이주민을 희생양 삼는 건강보험제도 개정

건강보험에 대한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다르다. 그러나 그 방향이 어디든 이주민을 희생양 삼아 정책 추진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초 후보자 시절,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한 상위 10명의 피부양자 수를 공개하고,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의 국적이 중국임을 언급하며, 외국인 피부양자 등록요건을 강화해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었다.

지난 정부에서도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제도 개악을 예고하면서 ‘국민에 대한 역차별’ 해소, ‘도덕적 해이’ 방지를 제도 개악의 목적으로 제시했고, 생사를 다투는 중증질환으로 고액의 보험급여를 받은 이주민 사례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정치인들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외국인 중 건강보험 수급액 상위 몇 명의 자료를 받아 보도자료를 발행했다. 언론은 “먹튀 방지 대책 시급”, “외국인 얌체 가입자에 멍드는 건보”, “구멍난 외국인 징수체계”, “건보 재정 줄줄”, “외국인 건보료는 찔끔, 혜택은 축복 수준”이라는 등의 보도를 쏟아냈다.

외국인 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흑자라는 일부 반박이 있었지만, 중국 국적자가 받은 급여 총액은 외국인 중 1위이고 중국인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적자라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강화시킨 중국인 혐오를 이용한 재반박에 손쉽게 묻혀 버렸다. 외국인 혐오는 이주민의 건강보험 차별을 강화하는 제도 개악을 별다른 반발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외국인 혐오는 더욱 강화되었다.

건강보험제도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이주민 차별

사회보험제도로서 건강보험제도는 가입자가 많을수록 한 사람 한 사람의 부담은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에 기반하여 민영의료보험은 따라갈 수 없는 보험료 대비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건강보험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들은 이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누리기 위해 가능한 넓은 범위의 구성원 모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단체보험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이주민도 당연히 그 구성원이며, 구체적인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공적 부조에 있어서는 국적과 체류자격에 따라 적용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어도, 가입자의 기여에 근거한 사회보험제도에서 보험료와 급여 등에서 차별을 두는 경우는 찾을 수 없다. 또한 다른 국가의 경우 이주민에 대한 의료보장 적용에서 쟁점은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권리 보장 범위에 관한 것이지 합법적 체류자격을 가진 장기체류자를 차별하지는 않는다.

사회보험제도로서 건강보험제도에서 가입자는 능력만큼 부담하고 필요한 만큼 혜택을 받는다. 이는 누가 아플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픈 한 사람을 여러 명이 함께 지원하는 것에 가입자들이 동의하는 사회적 연대 원칙에 근거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이주민에 대해서는 능력과 무관하게 더 많은 보험료, 필요와 상관없이 더 적은 급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한 이주민을 차별하는 제도 개정 과정에서 의료서비스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지불한 만큼만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이며, 급여를 많이 받는 중증질환자들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하는 사람들이고, 피부양자는 보험료를 별도로 내지 않으므로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라는 건강보험제도의 연대 원칙을 부정하는 인식이 의도적으로 확산되었다.

건강보험제도 차별은 당장은 의료취약계층 이주민의 건강과 생계, 체류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인식의 확산이 건강보험제도의 뿌리 자체를 흔들며 의료민영화의 길을 다지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1) 여기서 내국인은 외국인과 재외국민이 아닌 한국국적자다. 이하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제도 차별은 재외국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 현재 영주(F-5), 결혼이민(F-6), 유학(D-2),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 소지자에게는 최소 체류기간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3) 개정 이전에는 방문동거(F-1), 거주(F-2), 영주(F-5), 결혼이민(F-6) 체류자격 소지자가 세대주인 지역가입세대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소득과 재산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되었다. 개정 후에는 방문동거(F-1), 거주(F-2) 체류자격 소지자도 소득과 재산에 무관하게 평균보험료 이상 보험료가 부과되게 되었다

4) 단, 섬·벽지·농어촌 거주자에 대한 보험료 경감은 2021년 11월부터 이주민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5) 미성년 단독 세대주와 난민인정자 및 그 가족에게는 평균보험료가 아니라 하한보험료 이상이 부과된다. 이는 건강보험제도 개악과정에서 갖가지 방법으로 항의했던 인권단체 의견이 거의 유일하게 일부 반영된 결과이다

6)‘ 내국인’은 총체납횟수가 6회 이상이면 보험급여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게는 급여 제한을 하지않는다. 급여 제한 기간에 진료를 받더라도 우선 보험급여를 실시한 후 유예기간을 주며, 분할납부 승인을 받고 분할납부 보험료를 1회 이상 납부하면 급여를 실시한다. 그러나 내국인이라도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독촉, 압류 등 가혹한 체납처분과 진료비 본인부담금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7) 권영실(2021.12.8.),“ 이주민 건강권 보장의 측면에서 살펴본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참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