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2-01   11124

[기획4] 노인일자리사업 : 노인의 일과 활동, 그리고 소득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독특한 노인일자리사업의 정체성

우리나라의 노인일자리사업은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정확한 명칭은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이다. 지난 1년 간 거의 100만 명에 달하는 노인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노인은 대체로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를 인지하는 것에 시간이 걸리고 익숙하지 않은 편이지만,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해서는 주변의 어르신들이 누가 참여하고 있다 혹은 누가 신청했다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사업의 규모가 크니 이제 체감도 두드러지는 편이다. 투입되는 예산은 1조 5천억원에 이른다.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으로 설정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는 이 사업의 의의와 목적을 “어르신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와 사회활동을 지원하여 노인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사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노인복지법 제23조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11조의 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사업의 목적에 대해서 법적 수사가 있으나 사업의 실제취지에서는 일자리와 급여의 제공이라는 경제적 측면이 강하다.

노인일자리사업은 기본적으로 노인들에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약간의 급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저소득, 연령, 근로의욕 등의 기준을 통해 참여자를 선발하고 일정한 시간의 노무를 수행하면 이에 대한 보수의 성격으로 현금을 지원한다. 빈곤한 노인에게 소득보장을 사회보험 기여나 자산조사를 기초로 소득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활동)을 통해서 그 대가로 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유사한 프로그램이 외국이라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같은 경우에도 유급자원봉사와 같은 방식으로 RSVP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사회공익적인 활동에 참여하도록 연계하고 이 활동에 대한 인정으로 한 달에 몇십만원 가량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곤 한다. 다만, 우리나라와 같이 전국적인 대규모의 공공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소득(급여)를 지원하는 근거가 되는 노인의 ‘일’이 어떤 성격을 가지는가의 측면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무조건적 급여가 아니라 생산적인 활동을 전제로 한 급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득지원보다 더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노동을 조건으로 소득지원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라서 사실상 노동을 벌칙처럼 강제하는 전근대적인 것으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취로사업, 공공근로, 자활사업 등과 흔히 비교된다. 일의 참여자가 노인이라는 점이 특징이 된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수행하게 되는 일의 성격에 일차적으로 기초하여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전체 사업의 70%를 넘는 공익활동은 지역사회에 공익적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토대로 월 27만 원 가량의 급여를 정부 재정으로 받는 것이다. 사회서비스형은 공익활동보다는 약간 더 고도화된 수준의 활동을 통해 월 70만 원 이상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소위 민간형 일자리에는 시장형 사업단, 취업알선형, 시니어인턴십, 고령자친화기업 등이 있다. 이 민간형 사업은 정부의 간접적 재정 지원이 있지만, 급여 자체는 민간 일자리에서의 매출이나 수익에 따른 보수로서 주어진다.

노인일자리사업은 그간 유형의 구분 방식도 변화해 왔다. 최근에도 기업연계형은 2020년부터, 재능나눔활동은 2022년부터 그 명칭이 사라진 유형이다. 반대로 사회서비스선도모델은 2022년에 추가되었다. 기본적으로 급여가 정부의 재정에 직접 의존하느냐를 기준으로 공공일자리사업과 민간일자리사업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재정지원일자리와 자립형일자리라는 용어도 사용하는데 이도 유사한 구분 방식이다.

그런데 일자리라 하기에는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급여의 금액 수준이 너무 작다. 공익활동과 같은 공공일자리 유형의 경우에는 월 30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최저임금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노동자성 혹은 근로자성의 침해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상당수는 노동과 관련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노동권이나 사회보험 가입 등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 때문에 사업 명칭이 복잡하고 길어졌다. 그냥 노인일자리사업이라고 부르자니 정부가 수행하는 일자리사업인데도 일과 노동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부분이 낯부끄러워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이라고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일자리로서 갖추지 못한 권리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활동에 대한 지원이라는 개념으로 퉁치고 넘어가듯 한다. 급여수준이 가장 낮은 공익활동은 사회활동지원이라 하고, 상대적으로 급여수준이 양호한 사회서비스형과 민간일자리 부분은 노인일자리사업이라 구분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공익활동을 포함하여) 모두 노인일자리사업이었던 것이 일자리(노동)로서의 필요한 품질을 갖추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내용적으로 제대로 보강하지는 못하고(2004년부터 월 20만원이었던 급여가 2010년대 후반까지 그대로 유지됨. 같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최저임금은 시간당 2,510원에서 6,470원으로 3배 가까이 인상됨), 사업의 명칭 개편 혹은 분류를 통해 일자리의 적절한 급여수준에 미달하는 부분을 사회활동이라는 용어로 따로 범주화한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속임수같은 방편이랄 수도 있다.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인복지법에 나타난 바대로 이 사업은 단지 급여와 소득의 측면만이 아닌 사회활동이 가지는 다양한 장점의 활용,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라는 것도 감안할 때, 일자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공공형, 민간형의 구분 중심이었던 것에서 일자리와 사회활동 구분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심각한 노인빈곤 상황에서 그 동안에는 노인일자리 각각에 대한 지원수준을 높이기보다는 양적으로 지원의 대상을 늘리는 것에 집중해왔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변화를 모색해왔다. 시장형사업단은 5년 전에 약 6만 5천 개였던 것에 비해 그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영세자영업의 한계를 반영한 부분일 수 있다. 사회서비스형, 공익활동, 그리고 특히 시니어인턴십과 취업알선 유형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공익활동 유형이 원래 규모가 컸었는데 지속적으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증가율을 나타내었으니 여전히 전체적으로 압도적인 수량을 차지하고 있다. 100만 노인일자리사업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의 방향과 지향성에 대해 응급방편이 아닌 명확한 비전 설정과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의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정책 방향

우리나라 빈곤의 가장 큰 특징적 모습 중의 하나는 노인빈곤의 심각성이다. 최근 들어 매우 극단적이었던 노인빈곤의 지표는 조금 개선되는 것으로 통계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주요 국가 중 압도적인 노인빈곤율이다. 기본적으로 공공의 노후소득보장 체계가 빈약한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수 없다.

정책의 주체인 정부의 입장에서도, 특히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인 공적 연금체계의 보강에 소극적인 보수정부의 입장에서도, 노인빈곤은 심각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기재부에서 발표한 자료(2022.12.28.)에서 고령자 고용 활성화 및 복지제도의 개편을 강조하고 있다. 고령층의 기대수명은 2020년 83.5세에서 50년 후인 2070년에는 91.2세가 되고, 근로희망연령(2015년 71.6세에서 2021년 73세)과 실질은퇴연령(2010년 71.0세에서 2018년 72.3세)이 계속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노인빈곤율이 높고(OECD 국가 평균 13.5%에 비추어 가장 높은 40.4%), 노년부양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2020년 22명에서 2040년 61명), 성장잠재력의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부담의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고령화만이 아니라 저출생 및 전체적인 인구감소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인구위기 대응을 위한 4대 분야로 경제활동인구 확충, 축소 사회의 적응, 고령사회 대비, 저출산 대응을 제시하고 6대 핵심과제 중에 고령사회대비의 핵심과제로 고령자 고용연장 및 복지제도 개편 논의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보수정부나 상대적으로 진보성을 자처하는 정부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 노인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보조적인 소득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은 꾸준히 전개해왔다. 그 결과가 사업 규모의 확대라고 볼 수 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2004년 사업 시작 이후 약 30배의 수량적 확대가 이루어졌다. 2004년 2만5천개 목표로 시작한 사업은 현재는 100만개에 육박하는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어느 정부에서건 급속한 양적 증대는 마찬가지였다. 지원예산의 규모 역시 국비를 기준으로 2004년 212억에서 현재는 1조 5천억에 이른다.

그간 노인일자리사업의 발전과정은 수량적 확대에 초점이 두어져 있었다. 작은 규모의 수입이라도 얻기를 원하는 빈곤노인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늘 사업참여를 희망하는 노인이 많았고, 사업대상자를 확충하는 것에 초점을 둔 정책 진행은 타당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노인일자리사업의 고도화나 품질향상은 크게 진척되지 못했다. 사업의 규모는 최근 10년 간에도 4배 가량 커졌지만, 사업의 직접적 수행기관은 1.06배 증가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수행기관의 노인일자리사업 전담인력은 여전히 비정규 인력으로 열악한 처우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의 급여수준도 공익형 사업 기준으로 2004년의 월 20만원 선에서 크게 높아지지 못했다. 때문에 노인일자리사업 전달체계와 수행기관의 보강, 전담인력 처우 향상과 전문성 제고, 사업 참여노인의 급여수준 인상이라는 정책과제가 사업 초기부터 재정 부담 측면과 마찰을 일으키면서도 부각되어 왔다.

지난 해에 정부는 공공일자리사업의 대표적인 유형인 공익활동은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던 바 있다. 어찌 보면 민간과 시장을 강조하는 지금 정부의 정책기조에 비추어 볼 때,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도 축소시켜야 할 포퓰리즘적 현금복지의 혐의를 벗기 어려웠을 듯도 싶다. 그런데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을 축소하겠다며 논리를 강변하던 정부, 특히 기재부는 결국 연말에 이 예산은 축소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노인의 표와 지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라 여겨진다.

현 정부의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노인일자리 확대 및 내실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와 시장형 일자리 확충’, ‘기업사회공헌 등 외부자원을 활용한 선도모델 추진’이 노인일자리와 관련된 내용으로 제시되고 있다. 여기서 시장형 일자리 확충은 아마도 (공공재원의 급여지급이 아닌) 민간일자리의 확충을 의미하는 것이고 시장형 일자리 자체의 확충 의미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노인일자리 유형에서 시장형 일자리는 창업형 일자리 즉, 영세자영업의 창출을 의미하는 것인데 갑자기 이러한 형태를 강조하는 것은 맥락이 어색하다. 시장형 일자리는 최근 그 사업량이 축소되고 있는데 이 흐름을 역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갑자기 정책 초점이 되어야 하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장형 일자리 확충이라는 국정과제의 표현은 자립형 일

자리 혹은 민간 일자리의 확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몇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공익활동에 대한 투자는 가급적 억제하려고 할 것이다. 사업 참여 노인의 급여가 일자리 자체의 매출이나 수익성에서 창출되거나 아니면 민간에서 조달되는 부분에 대한 투자와 확충에 초점을 두고자 할 것이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에 대한 강조 부분은 지난 정부와 유사하게 나타나지만 보수정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공공의 역할 비중 축소와 민간재원 및 전달체계의 활용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의 압도적 부분은 공익활동이고 이를 초점에서 제외하고 노인일자리사업의 방향을 논의하기는 어렵다. 지난 20년 간의 공익활동 중심 노인일자리사업의 경로의존성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노인일자리사업이 노후소득 보장에서 가지는 미래를 고민할 시점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은 높은데,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 수준은 높다. 노인 고용률이 높은 편이다. 어찌 본다면 노인이 경제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인구 감소, 특히 사회적으로 생산인구의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질만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활동에 대한 활발한 의욕보다는, 고령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하지 않고서는 보장되지 않는 생계의 문제가 더 본질적이라 할 수 있다. 대개의 지역현장에서 노인일자리사업 특히 공익활동은 높은 참여경쟁률이 나타나곤 한다.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는 사업 유형별로 공익활동의 경우 65세, 다른 유형의 사업들은 60세 이상이면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의 참여 연령은 공익활동은 70대 후반, 사회서비스형과 시장형사업단은 약 70세가 평균이다. 경제적으로 생산성이 높기는 어려운 연령이고, 수입을 위해서 노동을 통한 소득(근로소득) 확보가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연령대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을 둘러싼 맥락은 서글픈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상황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노인의 일과 활동, 그리고 소득이라는 개념들 사이의 긴장과 고민을 가장 잘 나타내어 주는 것이 우리나라의 노인일자리사업이다.

노인일자리사업에서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딜레마가 참여해서 활동하고자 하는 노인의 급여 욕구와 노인의 일(활동)이 가져오는 경제적 사회적 효과 사이의 간극이다. 만약 노인의 일이 급여 이상으로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민간시장의 일자리가 될 수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에서의 취업알선형과 같은 방식의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일과 활동의 내용이 공익적 가치는 있더라도 경제적 가치평가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라면 민간 특히 시장의 영역에서 작동하기는 어렵다. 공공의 재원을 통해서 공익적 활동에 대한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공익활동 유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일자리사업 초기에 공익적 활동의 내용들이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청소, 환경정비, 교통안내 등 다소 구태의연한 활동모습이 많았다. 소위 ‘취로사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급여를 제공하기위해 부랴부랴 일거리를 만들어 조건화하는 방식이었다. 이 관행을 극복하기 위해 노인일자리사업 특히 공익활동의 내용을 고도화하려는 시도도 많았다. 노인일자리의 공급 측면에서 참여자에 대한 처우나 관리를 더 신경쓰는 측면도 있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노인일자리 수요 측면에서 활동의 공익적 측면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일자리 개발’이다. 그간에도 많은 노력이 기울여져 왔고, 이 과정에서 노노케어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을 돌보고 돕는 일의 내용들이 확충되면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편성되기도 했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시장형 사업을 포함하여 인턴십, 취업알선형, 고령친화기업 등 민간유형의 노인일자리사업을 활성화하려는 방향과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새롭지 않다. 예전에도 늘 강조되어 온 방향이었지만 성과를 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번의 국정과제에서도 뚜렷한 수단적 방법에 대한 제시 없이 민간의 활용, 기업의 참여 등을 강조하는 수준이므로 기존의 민간유형 노인일자리사업 활성화 노력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공익활동 노인일자리사업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제시하는 것도 핵심이어야 했다.

노인인구 증가와 현재 사회보장 상황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은 어떤 비전과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가? 어떤 논의들을 해야 하고 또 하고 있는가? 전달체계의 보강, 수행기관의 보강, 사업단 확충, 전담인력 보강과 처우개선 등의 논의는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들이지만 사실 노인일자리사업이라는 프로그램 내부의 이야기이다. 대외적으로 국민들에게 노인일자리사업이 어떠한 모습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아직은 정책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특히 공익활동 노인일자리사업은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취로사업과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을 지향하는지를 제안해야 한다.

노후 소득보장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의 현실적 위상에 대한 부분의 검토가 필요하다. 노인일자리사업은 노인들의 소득보장을 위한 중심기제가 될 수는 없다. 연금이나 수당과 같은 소득보장의 중심축도 아니고, 공공부조와 같은 최후의 안전망도 아니다. 다만 심각한 노인빈곤과 공적 소득보장체계의 빈약성에 대응하는 보조적 소득보장 기제는 될 수 있다. 그리고 급여는 자산조사나 과거의 기여(보험료 납부)가 아닌 현재의 일(활동)에 기초하여 지급된다. 노후의 공적 소득보장 보강에 따라 노인일자리사업은 금액으로서의 소득보장 의미는 감소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일년 전 대선 때,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의 소득보장체계에 대한 논의들이 부각되었던 바 있다. 기본소득, 안심소득 등 기존의 사회보험 혹은 공공부조 방식의 소득보장 체계를 벗어난 논의들이 많이 이루어지곤 했다. 이러한 논의들에 비추어본다면 사실 노인일자리사업 특히 공익활동은 소위 ‘참여소득’과 같은 성격이 모색될 수 있다. 급여를 제공하기 위해 노동을 조건화하는 (부정적 의미의) 취로사업과 같은 성격이 아니라, 기술발전과 사회환경에 대응하는 참여소득의 성격으로서 의미 있는 노동과 활동의 기제로 노인일자리사업 공익활동 성격을 추진해볼 수 있다.

노리나 허치는 잘 알려진 저서 ‘고립의 시대’에서 노동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함을 역설하며, 노동자에게 보수와 더불어 지위와 의미와 목적과 동료애와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비전통적인 형태의 일자리나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원봉사로 여겨져 온 일에 대해서 국가가 보수를 지급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의미와 연결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강조하였다. 노인일자리사업 공익활동은 설계에서부터 활동의 내용과 방식이 이처럼 참여자의 사회적 연결과 통합을 도모하는 것이 되도록 기획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을 조건화하는 것과 노동(활동) 과정에서 사회적 연계와 통합이 구현되도록 하는 것은 큰 차이이다. 현재는 노인일자리사업에서 참여자들이 일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대한 관리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 이는 사실 노인일자리사업만이 아니라 다른 연령대에 대한 각종 공공근로 사업, 자활사업 등에서 모두 이슈가 될 수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그 동안에도 노동부 등 관련 부처의 다른 사업들과 관계에서 갈등의 소지들을 가지고 있었다. 노인일자리사업 특히 그 다수를 차지하는 공익활동 사업이, 참여소득의 한 시도로서 노인의 공익활동을 모색하는 방안을 통해, 보조적인 소득보장 기제이지만 미래지향적 비전들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남기철(2022). 노인일자리 정책과 국정과제. 제2차 100세 시대 정책포럼 자료집.

노리나 허치 저, 홍정인 역(2021). 고립의 시대. 웅진지식하우스.

보건복지부(2022). 2023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운영안내.

한국노인인력개발원(2022). 2021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통계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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