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2-01   3729

[기획3] 우리들의 노후 준비, 충분할까?

한신실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원

한국 사회의 변화, 그리고 우리가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

지난 20여 년간 한국 사회는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경험해 왔고, 앞으로도 다양한 변화가 잇따를 것으로 예견된다. 여기에서는 지난 몇 년간 갖은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정책 난제가 되어 버린 노인 빈곤과 관련된 사회 변화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OECD 평균 노인 빈곤율 13.1%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준이다(OECD, 2021).1) 그간 높은 노인 빈곤율은 미성숙한 국민연금과 불충분한 노후소득보장제도에 기인한 것으로 그 책임을 전가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족 간 사적 부양이나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가2)를 통해 부족한 공적노후소득보장제도의 기능을 보완해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 성숙에 따른 수급자 증가, 기초연금 도입 이후 지속된 급여 인상 등 공적 기제의 성숙 및 강화에도 노인 빈곤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3) 

이러한 판단은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가족 구성의 변화, 부모 부양에 대한 가치관 변화, 재정 안정에 초점을 둔 국민연금 개혁 논의 등과 같은 사회 현상에 근거한다.

첫째, 핵가족화로 대변되는 가족 구성 변화가 지속되면서 노후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수십 년간 기존의 다세대 가구 체제에서 1세대 가구 중심 체제로 가족 구성이 변화해왔다. 이러한 핵가족화 현상은 노인들에게서 보다 극명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65세 이상 노인의 세대 구성 별 인구 분포를 살펴보면([그림 3-1]), 1990년, 단독가구는 8.9%, 부부가구는 16.1%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그 비중이 각각 21.1%, 37.8%로 전체 65세 이상 노인의 3/5가량이 독립적인 경제 주체로서 생활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 결과에 따르면(통계청, 2022b)4), 2050년 65세 이상 노인의 가구 유형별 구성비는 단독가구가 41.1%, 부부가구가 34.8%로 전체의 3/4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즉, 노인으로만 구성된 가구의 비중이 2020년 58.9%에서 2050년 75.9%로 약 18%p 가량 증가하면서 절대 다수의 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 사회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핵가족화 경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모 부양에 대한 가치관 변화는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하는 사회 구조로 이행을 촉구한다.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부모 부양 책임 주체에 대한 인식이 가족에서 정부나 사회, 또는 부모 스스로의 책임이라는 입장으로 급변하였다([그림 3-2]).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70~90%에 육박할 정도로 지배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그 응답 비율이 20% 수준까지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하듯 부모가 스스로 생활비를 책임지는 비율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60세 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생활비 마련 방법을 조사한 결과(<표 3-1>)에 따르면, 자녀 또는 친척의 지원으로 생활비를 마련한 비율이 2002년 40.1%에서 2021년 14.1%까지 급감한 반면, 본인 및 배우자가 생활비를 부담하는 경우는 동기간 55.9%에서 72.5%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노인들 스스로 생활비를 부담하는 경우, 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후술하였다시피 현 제도하에서 연금을 통해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은 노후 빈곤 위험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을 가진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는 것과 달리 수급할 것으로 예측되는 급여 수준이 노후의 생활비로서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5)

셋째, 현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뜯어보면 국민연금의 위상이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중추로써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이미 지난 1998년과 2007년, 2차례에 걸친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재정 안정이라는 기치하에 소득대체율을 대폭 삭감하였으며, 그 결과 고소득 장기가입자라 하더라도 급여 수준이 매우 낮아진 실정이다. 일례로 국민연금공단에서 2022년 1월 국민연금에 신규로 가입한 사람을 가정하여 이들이 수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입기간 별 노령연금 예상월액표를 보자 (<표 3-2>). 생애 평균소득월액이 2022년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소득인 268만 원에 근접한자(270만 원)의 경우, 10년 가입 시 약 27.6만 원, 20년 가입 시 54.5만 원, 30년 가입 시 81.4만 원, 40년 가입 시 108.3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생애 평균소득월액이 상한선(553만 원)에 있는 자의 경우, 10년 가입 시 약 42.1만 원, 20년 가입 시 83.1만 원, 30년 가입 시 124.2만 원, 40년 가입 시 165.2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노동시장 상황과 경제활동 참여 양태를 고려할 때, 장기간 안정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그리고 신규수급자의 평균가입기간은 최대 30년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지난 재정계산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처럼 노인 1인 및 부부 가구로의 핵가족화, 부모 부양 주체에 대한 가치관 변화, 공적 연금체계의 불충분한 보장성 등 노후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맥락이 은퇴 후 빈곤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면서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사회가 재구조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가? 그리고 준비하고 있다면 그 준비 방법은 어떠한가?

한국 사람들의 노후 준비 수단은 무엇인가?

여러 사회 상황과 맥락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준비되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중은 예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이 현실이다(<표 3-3>).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되어 있다는 응답은 약 66~67% 수준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된 준비 수단을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직역연금 포함)의 중요도는 2009년 44.1%에서 2021년 67.6%로 커졌지만 사적연금은 동기간 20.1%에서 6.5%로 중요도가 매우 낮아졌다. 한편, 한국 사람 중 1/3은 노후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었는데, 가장 주된 이유는 준비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앞으로 준비할 계획이라는 응답이었으며, 그 비중 역시 지난 10여 년간 큰 차이 없이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여기에서 매우 모순된 지점은 재정 불안이 부각되면서 제도에 대한 불신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에 의존해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민연금 외에 마땅히 신뢰할만한 노후 준비 수단이 없음을 방증한다. 결국, 제도에 대한 신뢰 여부를 떠나 노후 준비 수단으로서 국민연금은 매우 중요한 도구이며, 앞으로 그 중요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 억측만은 아닌 것이다.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어느 정도의 노후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이 비용에 대한 주관적인 응답은 학술적이거나 전문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의미가 중요한 이유는 정책적으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도를 설계하는 정부 당국으로서는 일종의 정책 목표가 될 수 있다. 대표 사례로는 지난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도 공적연금 제도 개혁의 정책 목표를 은퇴 후 최소생활비를 기준으로 설정한 바 있다(보건복지부, 2018)6). 그리고 노후를 준비해야하는 개인 차원에서는 본인들의 노후 생활 수준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 사회 중고령자들이 생각하는 노후 생활비 관련 기준을 분석한 결과는 <표 3-4>와 같다(한신실 외, 2022)7). 65세 이상 노인들이 생각하는 최저노후생활비는 개인 기준 113.3만 원, 부부 기준 182.9만 원이고 적정노후생활비는 개인 기준 162.1만 원, 부부 기준 253.3만 원이다. 그리고 은퇴를 앞둔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본인의 은퇴 후 예상 생활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인 기준 159.9만 원, 부부 기준 256.8만 원가량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즉, 중고령자들은 은퇴 후 생활 수준을 적정 수준은 아니지만 최저 수준 보다는 높은 수준의 생활을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은퇴 후 예상 생활비는 가구의 생활비 지출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책 목표 설정에 중요한 척도로서 추가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들도 나름 준비를 한다. 다만, 방법이 불확실할 뿐…

지금까지 본인의 노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으며, 그들이 생각하는 노후 생활비 수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노후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이 경우 국민연금을 주로 활용하고 있었다. 물론, 일부의 경우에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노후 준비에 태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항은 현행 국민연금을 통해서는 최소한의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단순화해 보자면 소득수준이 국민연금 소득 상한액에 근접하더라도 최소노후생활비에 상응하는 급여를 수급하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하에서 3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와 같은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가입 이력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과업이라 할 수 있어 노후를 충분히 준비한다는 것은 요원하다. 또한, 이미 ‘용돈 연금’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음에도 상술한 대로 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주된 주제는 재정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제도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급여 적정성에 대한 논의는 부수적인 주제로 다루어지거나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개선될 여지는 희박한 실정이다.

물론, 우리는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세대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주어진 제도 설계 아래에서 나름대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노후 준비 방법이 원하는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는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무언가 혁신적인 방법이나 개혁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분명한 숙제는 국민연금 제도의 재정 안정뿐 아니라 급여 적절성을 담보할 방안을 동시에 모색하고 논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1) 2018년 이후 진행된 기초연금 급여 조치가 마무리되면서 노인 빈곤율은 2021년 기준 39.3%로 다소 낮아졌으나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그 수치가 월등하게 높은 것은 변함없다

2) 2022년 5월, 55세에서 79세를 대상으로 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통계청, 2022a), 경제활동 참가를 원하는 고령층은 68.5%이고, 이들 중 57.1%가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함이라고 응답하였으며,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연령은 평균 73세까지였다

통계청(2022a) 2022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보도자료

3) 국민연금연구원에서 개발한 「NPRI 빈곤 전망 모형」에 다르면 현행 제도 설계(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 기초연금 30만 원)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노인 빈곤율은 2035년 35.5%, 2055년 30.2% 2075년 26.3%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었으며,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더라도 2%p 가량 더 낮아지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되었다(안서연·최광성, 2022)

안서연·최광성(2022「) NPRI 빈곤전망 모형 연구」, 전주: 국민연금연구원

4) 통계청(2022b) 장래가구추계전국편(2020-2050) 보도자료

5) 일례로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 중 특례, 분할 연금 수급자를 제외한 노령연금 평균 급여액은 2022년 9월 말기 준 58.2만 원에 불과하다(국민연금공단, 2022.9.)

국민연금공단(2022.9.) 국민연금 공표통계(2022년 9월 말 기준)

6) 보건복지부(2018)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7) 한신실·유희원·홍정민·박주혜(2022)『 제9차(2021년도)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KReIS) 기초분석보고서』, 전주: 국민연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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