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3-01   633

[복지톡] 복지국가를 향한 외침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이동우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및 정리 |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 김지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수습간사

‘복지국가’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시대, 국가, 학자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복지국가의 상을 떠올려본다. 구태여 명망 높은 학자들의 이론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개개인이 일상에서 바라는 ‘복지’조차 하나의 언어로 모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들이 제도라는 당위성을 얻어 비로소 실현되려면 피할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이 있음은 명확하다. 바로 ‘재정’에 관한 논의다. 

민주사회와 복지국가라는 모호한 지향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법정 밖으로 저변을 넓혀가는 사람들이 있다. 공허하지 않은 복지국가를 꿈꾸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복지재정위원회 이동우 위원장을 만나보았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동우입니다. 변호사로 일하고 있고, 현재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민변은 워낙 유명한 단체이지만 혹시 모르실 분들을 위해 민변은 어떤 분들이 모여서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민변의 정식명칭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에요. 과거 인권이 후퇴되어있을 때 일부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자는 뜻을 모아 단체를 만들었어요. 초기에는 시국사건 변론이나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는 등 투쟁하는 활동을 많이 했는데, 사회가 발전하다보니 분야별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죠. 점점 위원회들이 많이 생기게 됐고, 현재는 민변에서 다루는 의제가 많이 확장되어 민변 내에 16개의 위원회를 두고 있어요. 회원 수는 약 1,200명 정도인데요. 모두 각 분야에서 민주주의의 정착과 인권 발전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민변 활동을 하셨나요? 

2013년에 변호사가 된 직후 국회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당시 의원실과 시민사회가 함께 포럼 형식의 회의를 자주 진행했었는데, 제가 담당으로 참석했을 때 우연히 민변 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 변호사를 만났어요. 너도 민변에서 활동하면 어떻겠냐고 만날 때마다 제안하시더라고요. 계속 거절하기도 뭣하니 알겠다고 한번 나가보겠다고 한 뒤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네요.(웃음) 

추천으로 들어오신 거라면 흥미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민변 활동을 계속하시게 된 동기가 있을까요?

처음 민변에 들어왔을 때 민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했어요. 운 좋게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였죠. 우연히 민변을 접했고, 한 번 가보니 다양한 의제를 다루고 있었고, 마침 하고 싶은 활동에 제가 참여할 수 있다는 세 박자가 고루 어우러져 민변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어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니만큼 변호사님이 생각하시는 ‘민주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국민들의 주권,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사회가 아닐까요? 또, 경제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은 상태도 민주적인 사회인 것 같아요. 자유와 평등은 양극화가 심화되면 위축될 수밖에 없거든요. 

개인적으로 주권자인 시민의 의사가 잘 대변되는 정치 시스템이 구축되어있는 사회, 공권력이 시민을 위해 작동하는 사회가 ‘민주사회’인 것 같아요. 국민들이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를 요청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행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사회여야 비로소 ‘민주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세재정 정책과 국민소송제도, 경제민주화 등 참여연대와 많은 활동을 함께 해주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참여연대와 함께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특정한 사건이라기보다는 몇몇 장면이 인상에 깊이 남아있어요. 민변에 들어간 2013년부터 참여연대와 함께 활동하며 박근혜정부 규탄 기자회견이나 퇴진 집회 등을 많이 했는데요. 이상하게 항상 추웠던 기억이 있어요. 물론 저도 너무너무 추웠지만, 더 고생하시는 당시 안진걸 처장을 비롯한 간사님들을 보며 추운 티를 못 내기도 했죠. 참여연대 간사님들은 정말 열정적으로 일을 하시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참여연대와 함께 한 일 외에도 활동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변호사가 되자마자 속했던 국회를 나와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국회에서 일할 당시 제 태도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알게 됐어요. 지금은 제가 민원인 입장에서 절실한 마음으로 국회를 찾아가는데, 국회는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대하지 않더라고요. 국회에서 일했을 때 나도 이렇게 민원인들을 대했을까 싶었어요. 나도 그렇게 느껴졌을 수 있겠구나. 입장이 바뀐 지금에야 그 절실함과 절박함을 헤아릴 수 있었어요.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발족을 주도하셨다고 들었는데, 평소에도 복지와 재정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복지재정위원회가 어떤 계기로 신설된 것인지, 필요성을 느낀 결정적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활동하던 민생경제위원회 안에 조세재정팀과 기본소득팀이 있었어요. 재정과 기본소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이다 보니 두 팀에 참여하는 위원들이 많이 겹쳤었는데요. 다들 기본소득이라는 생소한 제도에 관심이 많았어요. 기본소득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논의했었죠. 그런데 이 논의를 계속하다보니 기본소득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의 지향점은 복지국가인데, 기본소득이라는 좁은 논의 속에 갇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기본소득에 찬성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전부인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기본소득 이상의 복지국가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논의를 하기 위해서 기본소득팀이라는 작은 틀이 아니라 조세재정팀과 기본소득팀을 합쳐서 복지국가와 관련된 쟁점을 이야기해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럼 민생경제위원회에 속한 팀보다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논의를 진행하는 위원회를 별도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았죠. 

‘사회복지위원회’가 아닌 ‘복지재정위원회’로 만드신 이유도 궁금해요. 

이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위원회의 지향점은 복지국가와 보편복지가 맞지만, 복지 담론에서 국가 예산과 재정 논의를 다루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재정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자칫 우리의 주장이 공허해질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위원회 이름에 ‘재정’이 꼭 들어가야 했어요. 처음에는 ‘복지’라는 단어를 포함해 이름 붙이는 것에도 반대가 있었어요. 복지의 범주가 굉장히 넓잖아요. 이 위원회에서 우리의 역량을 넘어선 복지 의제까지 다룰 수 있겠냐는 걱정이 있었던 거죠. 그래도 우리의 지향점은 복지국가이고, 이를 위해 국가가 예산을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기 때문에 ‘복지재정위원회’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재정’이 들어간다고 재정주의자의 입장에서 복지를 바라보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는 않습니다. 복지를 위해 재정을 잘 사용하자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니 오해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웃음) 

지향점이 복지국가라고 하셨는데, 변호사님이 생각하는 복지국가는 어떤 모습인가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삶을 살아갈 때 크게 불안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국가가 복지국가 아닐까요? 

복지재정위원회에서 주로 대응하게 될 현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주요 현안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 개혁이에요. 정부가 국민연금을 개혁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고 국회도 연금개혁특위가 돌아가고 있어요. 복지재정위원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죠. 현재 민변 전체적으로도 저희 위원회도 연금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다양한 논의를 하며 복지재정위원회의 연금개혁안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연금은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각지대를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에요. 어느 정도 범위와 정도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은 합의했고, 이 논의를 외화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또, 반지하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복지에서 가장 기본적인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잖아요. 처음에는 바로 소송을 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문제를 파고들어가보니 고민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1975년에 ‘환기, 기타 위생상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거주 목적으로 지하를 사용할 수 있도록 건축법이 개정되었어요. 지하에 집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단순히 생각했을 때 그럼 다시 지하에 거주를 금지하면 되지 않나 싶었는데, 논의하다 보니 반지하라는 공간 자체라기보다 반지하가 안전하고 위생적인 거주공간으로써 적합한지에 대한 문제라는 의견이 있더라고요. 높은 지대에 집을 지으면 그 집의 아래쪽은 반지하처럼 보이잖아요. 이 경우도 반지하라고 분류하고 금지해야 하나? 이런 고민이 되는 거죠. 잘 모르고 접근했을 때는 반지하 문제가 굉장히 단순해 보였는데, 알면 알수록 복잡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이슈가 되는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문제에 관심을 갖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이 밖에도 ‘문재인 케어 폐지’로 불리는 건강보험 관련 이슈나 복지 재원에 필요한 증세 문제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앞으로 민변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대응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복지재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복지국가로의 발전과 이행에 관심이 많아요. 사실 모든 분야가 복지와 관련이 있거든요. 사법도 마찬가지고요. 요즘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잖아요. 국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인 만큼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복지국가로의 이행을 위한 발걸음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명망 높은 잡지인 복지동향의 구독자분들을 지면으로 만나 뵐 수 있어 굉장히 영광스럽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더욱 열심히, 활발히 활동하는 민변 복지재정위원회가 되겠습니다. 저희의 활동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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