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3-01   380

[동향2] 희망적 연금개혁을 위한 변론과 제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김지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수습간사

연금개혁을 핵심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개혁에 시동을 걸었으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위원 간 견해차로 개혁안 제출 시한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 역시 다양하다.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국민연금 개혁은 필요하나 올바른 방향으로 국민연금이 개혁되기 위해 먼저 풀어야 하는 오해들이 있다. 

국민연금 제도는 모든 국민의 안정적 노후를 보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1988년에 도입되었다. 도입 후 35년간 많은 발전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넓은 사각지대와 불충분한 보장 수준으로 대다수 국민에게는 미덥지 못한 노후보장 수단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고령화로 인한 재정불안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유포되고 이러한 우려에 편승해서 아예 국민연금을 없애버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우려와는 다르게 국가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공적연금이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지는 일은 없다. 세금을 걷거나 화폐를 발행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국가는 지급할 능력이 있다. 빠른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 재정이 위협받고 있다지만 국민연금 보장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인구 절반이 65세가 되는 먼 미래에도 국민연금 지급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4%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즉, 고령화가 국민연금을 붕괴시킬 거라는 위협은 매우 과장된 것이다. 오히려 다른 나라 공적연금과 달리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가진 강력한 소득재분배 기능에 대한 고소득자들의 불만과 민간보험 위축에 대한 우려로 고소득자들과 민간보험사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유포하고 있음을 지적해야 한다.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불식시켜야 할 국민연금의 기금고갈론, 지불불능설, 미래세대 폭탄론 등 무분별하게 형성, 유포되고 있는 오해들을 살펴보자.

노인에 대한 공적연금 지출 규모 크지 않다 

첫째,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이 은퇴 세대에 너무 관대해 국민연금 재정을 위협한다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고령층 빈곤율이 가장 높음에도 노인부양비와 공적연금 지출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보면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노인인구 비중에 비해 공적연금 지출 규모는 형편없이 작다.

물론 국민연금이 도입될 당시 가입을 꺼리는 사람들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보험료를 매우 낮게 책정하고 급여 수준을 매우 높게 설정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도입 당시는 현재와 인구구조가 전혀 달랐으며 가족 간 부양이 상식적이었기 때문에 강한 인센티브만이 국민연금을 출범하게 할 수 있었다. 또한 당시에는 이자율이 10%에 이를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강제 저축을 위해서는 그 정도 인센티브를 주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이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기 때문에 절대적 기준으로는 용돈연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재정안정성을 너무 강조해 이후 소득대체율을 하향 조정하고 보험료율을 올리는 개혁을 진행해서 보장성이 너무 낮아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2007년 연금개혁이 있었고 20년에 걸쳐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내린다고 결정함에 따라 소득대체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먼 미래에도 공적연금 지출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그림 2-1]을 보면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2030년대 초반이 되면 노인부양비가 OECD 평균을 넘고 이후에는 OECD 평균보다 매우 커지게 되는데, [그림 2-2]를 보면 공적연금 지출 규모는 2070년이 되어도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표 2-1>에 따르면 2070년에 국민연금 지출 규모는 GDP의 8.9%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래에 공적연금의 사각지대가 사라진다 해도 빈곤한 노인들이 대다수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소득대체율을 다시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주요 연금개혁 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부과식 공적연금에 기금고갈은 문제 되지 않는다 

둘째, 2003년부터 5년마다 수행되고 있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언론의 관심은 예외 없이 기금이 언제 고갈되는가에 있다. 지난 2018년에 수행된 4차 재정계산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런데 가령 2057년에 기금이 고갈되면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는가? 

기금고갈이 문제 되는 것은 민간연금의 경우이다. 민간연금은 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보험료를 받고 그것을 불려서 수익을 붙여서 돌려주기 때문에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공적연금은 부과식 제도로서 현세대에 보험료를 걷어 은퇴세대에 연금으로 지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미래세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급 불능을 염려할 이유가 없다. 기금고갈로 연금을 못 받게 된다는 것은 그 미래세대가 은퇴할 때쯤 생산 인구가 하나도 없어야 일어나는 일이다. 이는 공적 연금을 운영하는 거의 모든 국가가 기금을 축적하지 않고 갑작스러운 경제위기나 보험료 수입이 불충분할 때를 대비해 소규모의 완충기금만을 보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의해야 할 점은 기금을 많이 보유한 우리나라라고 해서 적립식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기금이 많은 이유는 국민연금 도입 당시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마음으로 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설계 당시 기금 유지는 중요 목표가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기금의 소진은 자연스럽고, 소진 이후 국민연금 제도는 예비금을 적정 수준 보유하면서 재원 마련 제도를 잘 설계하면 되는 일이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기금의 소진 자체가 아니라 한국의 공적연금기금이 OECD 최고 수준이며 그 뒤를 따르는 국가들과도 큰 격차가 있을 만큼 거대하다는 사실이다. 주식이나 채권 형태로 된 기금이 대규모(2020년 GDP 45.1%)여서 기금을 현금으로 바꿔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대량의 주식과 채권이 금융시장에 나와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기금을 현금화할 때 금융시장이 충격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베이비부머들로 인한 인구구조 급변동 시기로 인해 부분적립식 기금을 운용했던 것이다. 향후 장기적으로 완전 부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기금을 완만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소득에만 보험료 부담시키는 제도 바꿔야 

그런데도 기금 소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것은 기금이 소진된 이후 은퇴세대를 부양하기 위해 미래세대가 폭탄 수준의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에는 지난 4차 재정계산의 결과로 2070년에 거의 30%에 이르는 부과방식비용률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부과방식비용률이란 은퇴세대의 연금지급을 위해 생산세대에게서 보험료를 거둘 때 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 대비 보험료를 얼마를 걷어야 하는가 보여주는 지표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부과방식비용률 계산식의 분모가 국가의 전체 소득이 아닌 ‘생산인구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이라는 점이다. <표 2-2>에서 ‘GDP대비 보험료부과 대상소득총액’을 보면 전체 GDP 중 약 30%만의 소득에 보험료가 부과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령화 인구가 절반에 육박하는 미래에 은퇴세대 부양을 미래 생산인구의 근로소득에만 지우는 제도에서는 그 인구의 부담이 과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과방식비용률이 30%에 이른다고 해서 노인인구만을 위해 소득의 30%를 고스란히 연금에 지출하는 비관적인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재차 언급하지만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득을 노인인구 부양의 의무에서 배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함께 주목해야 할 점은 부과방식 비용률이 ‘현재의 국민연금제도가 변화 없으며 완전 부과식으로 운영한다’는 비현실적 가정하에 전개되는 지극히 이론적 개념이란 것이다. 자본소득은 아예 제외하고, 자영업자 소득은 확인이 어렵고 근로소득은 상한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미 우리보다 앞서서 저출생 문제를 경험한 선진국들이 공적연금에 국고를 투입하고 있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특별세를 자본 소득자에게도 부과해서 은퇴계층 부양을 부담시키고 있다. 만일 우리도 미래의 부족한 재원의 일부를 보험료 인상으로 마련하고 그 나머지를 국가가 책임진다고 하면 보험료를 그렇게 높게 올릴 필요가 없게 된다. 

따라서 바람직한 국민연금 해법은 보장성은 당장 올리되, 보험료는 서서히 올리는 개혁이다. 보험료를 빠르게 올리거나 증가분에 상한을 두지 않는다면 가계경제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기업의 고용 회피를 유발할 것이다. 따라서 보험료는 적정한 상한선을 두고 그 수준에 이르면 인상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보험료 수입으로 부 족한 부분과 국가의 재분배기능에 해당하는 부분은 국고를 투입해서 해결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연금 재정 불안정이 야기되는 근본 이유가 저출생이나 저성장과 같이 국민연금 제도의 틀을 벗어난 데 있다는 점에서 연금재정 부담을 미래 노동인구에게만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노후세대 부양은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일이므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막대한 기금은 소비 부진을 야기할 뿐 국내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없다. 기금을 금융자산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질 좋고 비싸지 않은 장기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에 투입하고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지원 비용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고 투입은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현세대와 후세대 간의 의미 없고 소모적인 대립을 해결하는 관건이다. 국민연금에 장차 국고가 투입된다면 국가는 더욱 절실하게 저출생,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이며, 그렇게 해야 한다. 국고 투입을 통한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는 개인에게는 안심 할 수 있는 노후생활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거시경제적으로는 소득재분배를 통한 소비 확대로 일자리 창출과 소득 확대를 불러와 다시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작동시킬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민간연금과 달리 세대 연대적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확실히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보수적으로 미래를 전망한 결과만 부각해 발표, 이용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 발전이 생산성을 높이고 여성 및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를 독려한다면 단기적으로도 국민연금 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앞서 강조했듯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경제활동인구의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는 틀로만 국민연금을 바라보지 말고 정책에서의 여지를 고려한다면 보다 희망적이고 현실적인 연금 개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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