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4-03   881

[복지칼럼] 전세사기의 피해자들

전가영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전세 사기 문제로 연일 매스컴이 뜨겁다. ‘빌라왕’, ‘건축왕’ 등 사건의 명칭은 다양하지만, 범행 수법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보통은 이렇다. 임대인은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매매가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높은 가격으로 전세를 놓으면서 세입자를 구해오는 공인중개사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주기로 한다. 그러면 공인중개사들은 시세를 속여 가며 세입자를 구해온다. 특히 신축 빌라는 시세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세입자들이 쉽게 속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임대인은 이렇게 연결된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지급받은 뒤 곧장 주택의 명의를 제삼자, 소위 ‘바지임대인’에게 넘겨버린다. 바지임대인은 2년 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자력이 없는 사람이다. 이러한 수법으로 임대인은 적게는 수백 채, 많게는 수천 채의 집을 매도한 후 잠적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의 몫이 된다. 세입자들은 전세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야 임대인이 변경된 사실을 확인하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민사소송, 경매 등 복잡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만, 보증금을 반환받기는 쉽지 않다. 경매과정에서 임차보증금보다 우선 배당되는 선순위채권(조세채권 등)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빌라왕’으로 알려진 김대성의 경우 60억 원 이상의 종합부동산세가 체납된 상태인데, 이는 세입자들의 보증금반환채권보다 우선 배당되는 조세채권이라 세입자들은 현재 경매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입자들의 고통은 차마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주목받지 못하는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있다. 바로 ‘바지임대인’으로 부당하게 명의를 이용당하는 취약계층이다. 인터넷에서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준다는 글을 보고 연락하거나, 정부에서 취약계층에게 임대아파트를 무상 지급한다는 말을 듣고 인감도장과 서류를 넘겼더니 난데없이 바지임대인이 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원치 않게 집주인이 되면서 수억에 달하는 전세보증금 빚을 떠안게 되고, 나아가 주택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것은 물론 임대주택에서 퇴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어떠한 이익도 얻지 못한 채 오히려 빚만 잔뜩 지게 된 상황에서 생계를 위한 마지막 수단인 복지혜택까지 박탈된 사람들은 생존이 막막한 상황이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어떠한 지침도, 내부규정도 없다. SH공사로부터 퇴거명령과 함께 건물인도청구를 받은 기초생활수급자를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승소 가능성은 매우 낮다. SH공사는 퇴거명령 이후 매달 불법거주배상금까지 부과해 그 금액만 수백만 원에 달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방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1~2년 정도 복지혜택을 유지하기로 결정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일 뿐만 아니라 매우 단기적인 결정이라 여전히 취약계층 피해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전세 사기 문제가 뜨거운 이 시점,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이들은 복지가 중단되는 순간 생존이 위험해지는 취약계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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