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7-01   1168

[복지톡] 차별과 배제의 끝에 선 노인, 진단과 대안 –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정리 | 김지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시대라고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가시적인 차별과 혐오도 위험하지만, 은근히 드러난 말과 시선도 누군가를 자유롭지 못하게 합니다. 차별과 혐오는 다수의 편안함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에 가려져 용인되고, 또 다른 폭력을 재생산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폭력과 억압에 가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인지하고 어렵더라도 여러 대안을 함께 논의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6월 17일, 상명대학교에서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는 ‘비판’, ‘대안’이라는 단어에서 드러나듯 다양한 전문가들이 조금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현시대를 진단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장이 됩니다.

이번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에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차별과 배제의 끝에 선 노인, 진단과 대안’이라는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성소수자 노인, 여성 노인의 돌봄 불평등, 노인 주거 문제, 연금 개혁, 폐지 수집 노인을 통해 본 노인 빈곤 실태 등 심도 있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열띤 논의를 글로 정리했습니다.

차별하지도, 배제당하지도 않을 수 있는 노년의 삶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성소수자로 나이 든다는 것, 나이 든 성소수자로 산다는 것> _ 한채윤

성소수자 고령자가 겪는 현실은 ‘다시 벽장 안으로 들어가기’라고 표현되곤 합니다. 젊은 시절 커밍아웃을 하고 당당히 살았다고 하더라도 낯선 이들에게 전문적 돌봄을 받아야만 하는 노인이 되면 차별과 혐오에 대한 걱정으로 다시 성소수자라는 지향성을 밝히지 않고 침묵과 부정의 삶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쓰인 말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성소수자 노인에게 우울감을 줍니다. 그렇기에 보건의료나 사회복지서비스 영역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것은 앞으로 중요하게 다뤄야 할 지점입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진행한 성소수자 노후 인식조사 결과,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93.7%가 긍정의 대답을 했습니다. 대국민 조사의 긍정 대답 수치인 92.6%와 비슷했습니다. 이는 성소수자이든 아니든 노후 준비의 필요성은 똑같이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노후 준비지원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유사한 문항으로 이루어진 대국민 조사에서는 돌봄을 포함한 건강이 1순위였지만 성소수자 인식조사에서는 주거가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성소수자들이 주거 문제를 가장 큰 문제로 보는 것은 2020년에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한 만 19세 이상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의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성소수자의 삶에 주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결과라면 ‘성소수자라서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노후에 있어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성소수자라서 더 불안할 것’이라는 응답이 65%에 달했습니다. 이는 법적 보호자의 유무, (이성애 연인은 이용 가능한) 법적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는 등의 의견이 이유로 제시되었습니다.

해외에는 성소수자 노인을 위한 정책이 우리나라에 비해 다양합니다. 호주에는 고령돌봄법이 있습니다. 여기에 ‘고려되어야 하는 특별한 요구를 지닌 집단’으로 선주민, 홈리스 등과 함께 성소수자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정부 차원에서 고령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보건의료 및 돌봄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영국과 캐나다와 일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성소수자 노인을 지원하는 단체들이 존재합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할 때, 한국의 성소수자 고령자들에게도 가장 필요한 것은 보건의료, 돌봄,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의 종사자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가기 위해 성소수자의 나이듦에 관심 가져야 할 때입니다.

<여성 노인과 돌봄 불평등> _ 마경희

여성 노인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남편을 비롯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제공자라는 이중적 특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여성 노인은 모든 인간이 나이듦에 따라 직면할 수밖에 없는 신체적 쇠약과 질병으로 인해 돌봄을 필요로 한다는 면에서는 의존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생애과정 전반에서 수행했던 자녀와 아픈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제공자의 역할을 노후에도 이어가는 것이 당연시되곤 합니다. 여성 노인의 가사노동 부담은 평생에 걸쳐 남성에 비해 훨씬 컸으며 배우자 돌봄은 여성에게 마치 의무처럼 여겨지는 비대칭적 모습이 노년기에도 여전히 유지된다는 것이 여러 구술 사례를 통해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여성 노인은 공적 돌봄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지만 양질의 요양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여성 노인을 위해 장기요양등급자, 노인맞춤돌봄 중점군 대상 보편적 가사·식사 서비스 제공이 필요합니다. 가사·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성역할 규범과 평생 몸에 배인 의무감으로 신체적 노화와 기능 저하에도 여성 노인이 지고 있는 재생산 노동의 부담을 크게 완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동시에 부모를 돌보는 딸들의 가사노동 부담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에 의해 유지되는 노년 생활이 아닌 남성 노인의 자기돌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공동체 프로그램의 확산이 필요합니다.

<노인의 주거와 주거-서비스 결합형 통합지원>_ 남기철

주거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노인가구의 주택만족도는 전체 평균에 비해 낮고 주거가 있음에도 지원서비스의 부재 등을 이유로 사회적 입원과 입소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노인주거지원을 위한 여러 제도와 시스템에는 지자체 참여가 원활하지 않고 입주자격 등에 빈틈이 있는 상황입니다. 고령자복지주택 입주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체로 일반적인 노인보다 의존성과 서비스 필요성이 높으나 통합돌봄 대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령자복지주택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지속 거주를 촉진하는 핵심 요인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현정부는 맞춤형 주거지 공급, 돌봄서비스 연계 강화 등으로 주거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이를 위해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단지형 고령자복지주택은 확충이 매우 느리며 사회적 혼합에서의 문제점도 있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노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외의 주택 관련 자원에 대한 검토와 주택개조사업의 통합적 관리체계가 구성되어야 합니다. 또한 장기요양보험대상자의 지역사회 지속 거주를 위해 시설 입소 시 주거비를 지원하는 형태보다는 재가에서의 주거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 장기요양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예방 전략이 필요하고 그러한 전략과 향후 정책은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지원주택 관련 법안에서는 입주자에게 사례관리자를 별도 편성하고 이들의 인건비와 사업비로 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적극적인 서비스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연금개혁과 노인빈곤, 오래된 미래?> _ 주은선

우리나라는 완화되었다고 해도 아직 노인빈곤율이 높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보건복지부의 재정재계산과 국회의 연금특위라는 두 개의 틀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노인빈곤 문제는 현재 노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대로라면 미래 노인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즉, 우리 모두가 직접 경험하는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지금의 제도가 변해야 합니다. 복잡한 연금개혁보다 기초연금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물론 타당성은 있는 얘기지만 비기여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여식 사회보험인 국민연금 강화 없이는 한계에 금세 부딪힐 것입니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접근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2007년 개혁 이후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계속 축소되고 있습니다. 내가 낸 보험료가 갖는 미래 가치가 매년 0.5%씩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미래의 노인빈곤 문제의 해결로 이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현금복지를 억제하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방법이라고 했지만, 지금 노인 세대에 대한 적정 분배 없이는 세대 간 연대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국민연금은 단순히 소득대체율을 올릴 것인지 말 것인지로 끝날 얘기가 아니라 국민연금 급여의 보장성을 더 떨어뜨리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건 심각한 문제이며 노인의 적정 소득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상황을 시민들이 모두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언론에서는 보장성을 높이는 것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합니다. 다양한 방식을 여지로 두지 않고 오로지 보험료 인상으로만 때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국민연금에 우려를 표하는 많은 분들이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보험료를 대폭 올리는 걸 답처럼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점진적으로 접근해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한다는 가정에서 2070년에는 GDP의 약 9%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것은 예측치이므로 달라질 수 있지만 노인인구가 매우 많은 상황에서의 지출 비중입니다. 다른 OECD국가에서는 이미 연금에 GDP의 12%를 평균적으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노후 소득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급여를 더 줄이자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대로 기금 소진 속도가 가파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연금 제도 폐지라는 극단적인 대안이 아니라, 기금의 활용과 재원의 다변화가 중요합니다. 일반조세를 어떻게 국민연금과 결합할지와 같은 심층적이고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초고령사회 노인 빈곤 문제와 사회적 책임> _ 배재윤

초고령사회로의 변화는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중에서도 매우 압도적인 속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공적연금에 있어서 사각지대나 재정안정의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동시에 사적연금제도가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도 공존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 전에 사적 연금을 전액 인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연금에 의존할 수 있는 노후, 안정화율이 낮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할 수 있습니다. 빈곤노인 전부를 포괄해 모든 걸 말할 순 없지만 저소득층 노인의 개인적 삶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수준, 경제적 상황 등 빈곤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폐지수집노인의 정의는 왕왕 다릅니다. 저소득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분들은 제도권에서 활동하는 게 아니라 대체로 빈곤하기 때문에 추가소득을 현금화된 형태로 얻기 위해 고물상에 납품하는 형태로 일을 합니다. 폐지수집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이지만 이들이 없다고 해서 폐지나 재활용, 자원순환에 영향을 크게 주진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주로 소도시 이상 지역에 다세대 주택, 상가 등에서 활동하는데 아파트같은 경우엔 쓰레기 배출 및 수거 담당이 지정되어 있어서 폐지수집노인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종이류 외에 다른 것도 수집합니다. 수집 도구는 리어카가 주를 이루며 렌트를 하기도 하고, 역량에 따라 손수레, 휠체어 등도 활용합니다. 

해외에도 폐지 수집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압도적으로 저소득층 노인이 주를 이룬다는 게 특징적입니다. 폐지수집노인이 겪는 문제를 보완하고 일부 해결하기 위한 노인일자리 사업 등이 있지만 그런 노인 일자리 사업은 저소득층만을 위해 제공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이 유급자원봉사 등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여러 노인의 소득 보전의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의 참여율이 훨씬 높으며 공공일자리 중심으로 초졸이 20만 명 이상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참여 목적은 경제적 이유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대기자도 연간 10만 명 이상에 이릅니다. 

가난과 빈곤, 노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온전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가 되곤 합니다. 노후소득 불안정이나 저소득 노인에 대한 국가적 역할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준비된 발제가 끝난 뒤에도 의미 있는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Q. 제도로 포섭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여러 문제를 복합적으로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권으로 포섭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생깁니다. 제도화가 갖는 장점 또는 우려점에 대한 고민을 나눠주길 바랍니다.

한채윤 

성소수자 입장에서 제도가 적용되는 대상에 포함된다면 현재 노인의 건강과 직결되는 여러 제도와 서비스의 적용을 파트너와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노년기에는 병원 이용이 잦아지며 요양시설 입소도 필요할 수 있어요. 이때 성소수자 노인이 젊었을 시절 외과수술을 받은 것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알려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진료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거나 간병을 담당하는 파트너가 차별의 시선 속에서 불이익을 얻을 것을 걱정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 고립감을 훨씬 많이 느끼게 되고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 거주 지역을 자유롭게 옮기기도 어렵습니다. 성소수자가 노인이 되어 마주할 사람들과 이웃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부터가 노후 대책이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주은선 

소득보장의 영역에서 제도의 안과 밖을 나누기는 무리가 있어요. 굳이 따져본다면 제도화의 바깥 영역은 시장에 속하는 상품이겠죠. 현재 정권은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 상품을 이용하기를 권장하기 때문에 제도의 바깥을 따지기 더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에서는 사용자의 책임성도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소득 수준을 떠나서 불안정성이 산

적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을 고용하는 사용자가 사용자성을 회피하지 않도록 해야 해요. 즉, 사업장 가입자가 되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기철 

특정 제도로 포섭하는 것이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양성 확보를 위해 경직된 범주화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투입되어야 할 사회적 자원의 총량을 부족하게 정하고 하위집단 간 경쟁을 요구하는 현재 제도 운영방식을 바꾸기 위해 사회적 자원의 총량을 충분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주거와 관련해서는 공공성을 가진 자원이 희소하다는 점에서 총량을 늘리는 것에 하위집단 간 연대성 확보가 필요합니다.

마경희 

개인적 관점에서 제도의 바깥에는 시장뿐만 아니라 가족도 포함됩니다. 특히 노인 세대에서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말씀드렸는데 현재는 노인 이슈 중에서도 주변화된 부분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집안일을 쉬운 일로 생각하기도 하니까 너무 사소한 이슈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요양 등급 3~4등급 받은 분들이 시설로 가는 주된 이유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유지되지 않아서예요. 지역사회통합돌봄에서 일상생활의 영위 여부가 다뤄지긴 하지만 여성노인과 남성노인의 욕구가 다르게 평가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배재윤 

정부에서도 폐지 수집 노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지 수집 노인의 노동을 제도로 포섭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동시에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행위자 자체보다는 문제 해결의 목적에 주목해야 합니다. 제도권에서 부분적으로 포섭해야 한다면 폐지 수집 노인 모두에게 포섭될 기회를 주기보다 왜 이 행위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전부 포섭하든, 부분적 지원을 하든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폐지 줍는 활동은 생계를 목적으로 하는 노인들이 제일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들 중에서는 다른 사회보장 서비스 수급권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수급 급여가 올라가면 폐지를 줍지 않아도 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폐지 수집 이외에 다양한 소득과 연동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제도권으로 당장 편입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주요 정책 대상을 선별하기에 전국적 통계나 현황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작업이 우선되어야 정책적 절차를 위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성소수자 노인은 성소수자가 아닌 노인이 겪는 문제들에 더하여 사회적 인식 등 또다른 산적한 과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제도화가 필요한 원론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채윤 

비혼 인구가 늘어나는 시대에요. 오히려 개인의 삶만 본다면 성소수자와 성소수자가 아니라고 정체화한 사람의 노년에는 큰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결혼이라는 구시대적 제도를 요구하는 이유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이전 등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법적 가족을 중심으로 적용되기 때문이에요. 동성결혼이 인정되지 않아 사랑하는 사이임을 동등하게 인정받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인이 될 권리, 보험료를 이전할 권리 등을 박탈당하고 있는 거죠. 결혼이라는 구시대적 제도 안으로 포섭되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성소수자의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받더라도 사회의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오히려 또 다른 차별로 이어질 수 있어요. 

성소수자들은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제도권 안으로 포섭되는 범위가 늘어나거나 제도가 개선되는 일련의 현상들을 볼 때 오히려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어요. 그래서 고민하다보면 결론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얘기가 나와요. 이게 만들어져야 물꼬라도 트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말이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비롯한 제도들이 제도적인 (정상)가족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인지, 경제공동체와 정서공동체에게 혜택을 주면서 국민의 안전한 삶을 돕기 위한 목직인지를 따져보면 아마 후자일 거라고 믿어요. 국가가 제도를 도입한 본질을 먼저 고려한다면 더 나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존 제도부터 차근차근 변화해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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