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7-01   6322

[동향2]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라는 민영의료보험의 덫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라고 흔히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6월 국회 상임위(정무위)를 통과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법이 실제로는 보험사의 ‘개인정보 약탈법’이자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향하는 길이라고 반대했지만, 최근 14년 만에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 글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널리 알려진 잘못된 허상을 걷어내고 이 법이 왜 위험한지를 살핀다.

급격히 팽창한 민간의료보험의 현실

먼저, 소위 ‘청구 간소화’가 제기된 배경부터 살펴야 한다. 민간의료보험은 오늘날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장했다. 2017년 한국의료패널에 따르면 국민의 78.7%가 1인당 평균 2.2개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월평균 약 13만 2천원을 내고 있다1). 이는 2017년 1인당 월평균 국민건강보험료 약 4만 5천원2)의 약 3배에 달한다. 이런 막대한 보험료 수입으로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오늘날 건강보험 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의료패널 자료로 추산하면 2017년 민간의료보험 시장규모는 약 53조원 규모인데, 같은 해 건강보험 총재정 약 59조원에 근접한다. 건강보험 재정에는 사업주와 국가 재정 분담이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보험은 오로지 가입자 개개인의 보험료 수입만으로 엄청난 팽창을 이룬 것이다.

그럼 이렇게 엄청난 보험료를 거둬들이는 민간보험은 대체 어느 정도나 가입자 의료비를 경감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다. 정액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경우 2017년 공보험은 58.4%를 보장해줬다. 반면 민간보험은 단 6.2%를 보장해주는 데 그쳤다. 실손보험 가입자도 건강보험으로 의료비 총액의 51.2%를 보장받았는데, 민간보험으로는 단 9.2%만을 보장받았다. 민간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 비해 보험료는 3배를 더 걷어 가는데, 보장은 오히려 5~10배나 적은 것이다. 각자가 내는 보험료와 비교해도 받는 보험금이 너무 적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보험 가입자가 부담한 민간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돌려받은 금액은 단 8.3%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보험사 순이익은 무려 9.2조원으로 전년 대비 11% 높아졌다. 보험사들은 늘 손해율이 100%가 넘는다고 아우성인데 이상한 일이다. 그들이 말하는 손해율이란 ‘위험손해율’을 말한다. 위험손해율은 보험사가 보험료 중 사업비를 미리 떼고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남겨둔 위험보험료 중 지급된 금액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다. 전체 보험료에서 위험보험료와 사업비 비중이 얼마인지는 보험사의 영업비밀로 남아있다.

고액 의료비가 필요한 병에 걸리기 전엔 알 수 없지만 실제 암이나 중증질환에 걸려 보험금에 의존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내몰리면 보험사의 차가운 본색을 느끼게 된다. 가입자 몰래 보험약관을 바꾸고, 약관의 모호한 표현을 핑계 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며, 환자를 보지도 않은 보험사 ‘자문의’ 소견을 근거로 부지급을 결정하는 건 흔한 수법이다. 최근 2020년 삼성생명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암환자들은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암치료가 채 끝나지도 않은 환자들이 1년 6개월간이나 삼성생명 본사 건물에서 응급실에 실려가며 투쟁을 벌인 끝에야 보험사는 그나마 협상조건 비공개 약속을 전제로 보험금을 지급했다. 언론들은 전신마비 환자가 벌떡 일어났다는 둥 일부 개인의 극단적 ‘보험사기’를 부각하면서 보험사 의도대로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구조적 문제인 중환자에 대한 보험사의 부당한 보험금 미지급이라는 더 심각한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론화가 극도로 부족한 실정이다.

보험업법 개정의 이유1 : 개인정보 수집·축적과 ‘언더라이팅’(가입자 선별)에 활용

보험사가 먼저 나서서 소액 보험금 지급을 더 해주겠다는 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가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암·중증질환 환자들이 직관적으로 아는 이유는, 보험사들의 본색을 가장 가까이서 경험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 루게릭 연맹회·한국폐섬유화 환우회·보암모 등의 단체들은 노동·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을 받아 써온 다수 언론들도 이런 환자단체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한다. ‘소비자편의 대(對) 의료계 반대’ 구도를 앞세우던 보험사들과 그 뒷배 역할을 하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무척 불편한 일일 것이다.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환자의 전자정보가 더 손쉽게 보험사로 넘어가게 된다. 보험사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서 새로운 보험 가입 거절이나 부담보 설정, 보험료 인상, 지급 거절 등에 활용할 것이라는 시민단체들 주장에 환자들도 동의한다. 보험사들과 금융위원회는 종이 기록이 전자 형식으로 바뀌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 자체가 큰 차이를 낳는다. 데이터베이스화가 가능한 전자정보는 보험사가 체계적으로 축적·갱신해 활용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이 통과되면 보험사로 넘어가는 정보에 더 민감하고 세밀한 자료들이 포함될 수 있다. 소비자 편익은 늘기는커녕 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사실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환자 정보를 축적해 활용하는 것은 보험사가 늘 하는 일이고 정부는 이를 더 손쉽게 하도록 물심양면 도와왔다. 수집한 정보로 보험사는 가입자를 선택하고 등급을 매긴다. 이를 민간보험은 ‘언더라이팅’이라 부른다.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민간보험은 개개인에 대해 위험 평가를 한다. 예를 들면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심혈관계 주요 중증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식으로 만약 누군가에 이런 위험이 있으면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위험이 높은 질환에 대해서는 보장을 거부(부담보)하거나, 가입 자체를 거절하는 조치를 취한다. 이런 정보 획득을 위해 보험사는 직접 건강검진을 하기도 한다. 정부가 ‘건강관리형 보험상품’을 만들어 보험사에 건강정보 축적을 허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보험상품에서는 건강관리를 잘한 개인은 보험료가 인하되고 그렇지 않은 개인은 불이익을 본다. 이는 얼핏 보면 보험사와 개인 모두에 ‘윈-윈’ 같지만 구조를 이해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보험이란 원래 개개인에게 예측불가능한 질병을 사회적 수준에서 함께 대비하는 사회적 위험공유(risk sharing)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사가 빅데이터를 너무 많이 소유하다 보면 개개인의 위험을 정확히 평가해서 보험료에 차등을 두거나 아예 가입을 차단하는 식으로 고위험군 가입은 배제하고 저위험군 가입률만을 높이게 된다. 이를 보험사는 ‘역선택 방지’라고 그럴듯하게 표현하지만 사실은 돈 되는 사람만 받아서 ‘단물 빨아먹기(cream skimming)’를 한다는 뜻이다3).

정부는 지금도 보험사가 원하는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 공공데이터를 그들에게 넘겨주려 하는데, 이를 허용하면서 보험사가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보험료 산출”을 할 수 있다며 이것이 “국민 편익”이라고 주장한다4). 이는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것으로, 오직 보험사에만 이득일 뿐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이런 짓을 하지 않고 오로지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매겨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 민간보험에 공공데이터를 넘겨줘서도, 민간보험이 공보험을 대체해서도 결코 안 되는 이유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로 쌓인 전자화된 청구 정보도 당연히 이런 보험사의 언더라이팅에 활용될 것이다. 보험사들은 청구자료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로 청구기록은 보험사에 계속 남을 뿐 아니라 보험신용정보통합조회시스템(ICIS)을 통해 우리나라 모든 보험사가 공유해 가입 거절 등에 활용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보험사들은 보험업법 개정으로 전자화된 청구자료를 보험개발원 등으로 모으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 정부와 정무위 의원들은 이 기관이 ‘공공적 기관’이라며 “개인정보를 잘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사 폭리를 위한 가격담합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애초 보험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보험사들의 연합체로, 지금도 삼성화재, 교보생명, DGB생명, 하나손보 사장이 임원으로 있고, 역대 원장들 다수는 퇴직 후 보험사 부사장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위는 법에 이런 중계기관에 대해서 축적된 정보의 목적 외 사용을 금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 잘 드러나기도 어려운 문제일 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때문에 가명처리해서 활용하거나 결합할 수 있다는 문제가 남는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은 그것이 불법일 때인 2017년에조차도 자체 보유한 1억 5천만 건의 개인정보를 현대자동차 고객정보와 두 차례 결합하기도 했다5). 시민들이 이런 보험사 담합기관에 고도로 축적된 민감한 의료 전산 정보를 넘기면서 정보의 활용이 없기를 바라는 위험을 무릅써야 할 이유는 없다.

보험업법 개정의 이유2 : 미국식 민영화를 위한 보험사-의료기관 연계

실손보험이 도입된 것은 2007년부터다. 실손보험은 정액보험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실손보험 시장은 건강보험 보장률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건강보험 법정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지면 시장이 줄어들고 건강보험이 축소되면 시장이 늘어나는 관계이다. 실손보험과 건강보험은 본질적으로 경쟁적·적대적 관계이다.

실손보험 시장은 단순히 건강보험 보장성 여하에 따른 종속변수가 아니라, 비급여를 창출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악화시키는 주체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약 60% 수준으로 OECD 국가들 중 최하위인 탓에 실손보험에 의존하지만, 민간보험은 막상 꼭 필요한 의료비 보장을 해주기는커녕 주로 불필요한 비급여 의료행위를 늘린다. 

2017년 보험 미가입자의 비급여 부담비율은 전체 의료비의 16.6%인데 반해, 보험가입자는 28.6%로 12%p나 높았다. 실손+혼합보험 가입자의 경우는 39.9%에 달했다6). ‘필수의료의 붕괴’도 실손보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기보다는 팽창한 비급여 시장을 적극 활용해 돈벌이를 하려고 개원가로 빠져나가는 것이 오늘날 문제의 주된 원인 중 하나이고 그런 조건을 만드는 데 실손보험은 크게 기여해 왔다.

실손보험의 존재가 낳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험사들은 국민건강보험과 경쟁적 관계에 있는 실손보험이 성장하면 할수록 건강보험은 위축될 것이고 나아가 민간보험이 건강보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내용은 2005년 시민사회단체들이 공개한 삼성생명 내부전략보고서7) 에 담겨 있다. [그림 2-1]에서 볼 수 있듯이 민영의료보험의 최종 종착지는 6단계 “정부 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이 되는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의 도입은 4단계로, 최종 목표로 향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다. 

이에 따르면 민간보험사들의 다음 스텝은 분명하다. 5번째 단계인 “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일 것이다. 이는 보험사와 병원 간 직불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그 모델을 [그림 2-2]로 제시했다.

국민건강보험처럼 환자가 아니라 병원이 보험사에 청구하고 보험사가 심사 후 지급하는 모델을 민간보험에 도입하는 것이 바로 5단계다. 현재로서는 환자와 보험사 사이의 사적 계약일 뿐인 실손보험은 의료 공급체계에 직접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건강보험은 의료기관과 당연지정제로 계약돼 있고 심평원에서 진료 내역 전반을 심사·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의료기관에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민간보험 자본은 이런 건강보험과 대등한 역할과 지위를 구축해야 실손보험이 건강보험과 경쟁하고 나아가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보험사는 2010년 직불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및 지급에 관한 법률’을 청부입법 시도했고, 2012년에는 금융위가 민간보험에 심평원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보험정보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관련된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하지만 이런 직접적 시도들은 번번이 시민사회 반발로 성공하지 못했다8).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도 2009년부터 시작된 비슷한 시도들 중 하나다.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직접 청구서류를 보내는 것이 의료기관-보험사 직접 청구 및 직불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이 보험업법 개정을 ‘청구 전산화’라고 부르는데9) 이들은 청구자료를 전산으로 의료기관이 직접 넘기는 이번 보험업법 개정과 함께, 보험사-의료기관 직불제를 도입하는 것이 같은 목표를 위한 두 축이고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10) 11). 이 보험업법 개정안이 끝내 소비자주의적 열풍 속에 통과돼버린다면 보험사는 아마 이렇게 제안하기가 무척이나 쉬울 것이다. “이미 의료기관이 청구자료를 직접 보내는데, 아예 청구도 의료기관이 직접 하면 낫지 않은가?”

이는 일견 편리해 보이지만,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향하는 삼성생명의 5단계로 진입하는 길이다. 보험사로부터 환자가 직접 청구해서 받지 않고, 환자는 비용과 무관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한 뒤 나머지 문제는 의료기관과 보험사 사이의 일로 맡기면 환자는 편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보험사의 온갖 갑질과 지급 거절에 시달려본 사람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확립된 미국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환자들은 보험사가 계약한 병원에서 보험사가 허용한 치료만 받을 수 있다. 돈을 주는 보험사가 갑, 병원이 을이기 때문에 병원은 보험사가 미리 허용하지 않은 진료는 시작하지도 않는다(못한다).

이런 보험사-의료기관 연계는 미국식 의료민영화에서 핵심이다. 미국 보험사는 연계를 넘어 아예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인수·합병해 소유한다. 한국의 보험사들도 이런 모델을 꿈꾼다. 삼성화재가 의료기관들과 MOU를 맺으며, “나중에는 자신들이 지정하는 병원에서만 환자를 받게 될 것”이라고 병원장들에게 말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도 있다12). 오늘날 ‘청구 간소화’는 이런 그림 속에서 보험사들이 추진하는 것이다.

정리하며

2005년 삼성생명 내부보고서가 강조하는 또 다른 과제 중 하나는 바로 건강보험 정보를 공유받는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언더라이팅을 더 쉽게 하려는 목적이고, 나아가서는 민간보험사들이 공보험과 대등한 지위를 갖기 위해서다. 심평원보다 더 방대한 정보를 가진 공단은 심평원과 달리 여태까지는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넘기지 않아 왔다. 그러자 최근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직접 나서는 등 강한 압력을 가하며 공단 정보를 보험사에 넘기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그나마 이전엔 가명처리했던 정보를 활용하고 통계값만 반출하게 한다던 정부는 아예 최근에는 가명정보 자체를 보험사에 넘기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민민간의료보험 업계의 오랜 숙원사업들을 이처럼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면서 건강보험 보장성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한 이 정부의 의도는 삼성생명 내부보고서가 목표하는 마지막 단계를 달성시켜주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밝혔듯 ‘청구 간소화’가 의료민영화라는 시민사회 주장은 괴담이 아니다. 오히려 보험사가 환자 편익을 위해서 ‘청구 간소화’를 한다는 게 괴담이다. 그 괴담이 널리 유포돼 보험사들의 계획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14년 만인 이번 상임위 통과에는 정부와 여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못지않은 큰 역할을 했다.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 김종민 의원과 이용우 의원 등은 가장 앞장서 보험사들의 이해를 대변했다. 상임위 백혜련 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의 여러 의원들의 반대와 우려 의견들을 무시하고 표결 제안도 거부하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다행인 점은 논란이 여전하고 사그라들지 않고 있단 점이다. 환자단체들이 적극 반대에 나섰다는 점이 찬성론자들에겐 뼈아플 것이다. 반대 여론 확산을 차단하려 했는지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 의원들은 법안 통과도 졸속으로 했다. 얼마나 서둘렀는지 그들은 환자단체와 노동·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이튿날 성문화된 법안도 없이 의결을 했고 성안은 금융위원회에 위임했다.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킨 게 아니라 통과시킨 후 법안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마련된 대안이 ‘회의 취지에 맞는다, 아니다 맞지 않는다’는 의원들 간 설왕설래가 한 달여 지속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 결국 보험사들 입맛에 맞게 정리한 정부(금융위) 대안대로 전체회의에 상정돼 통과돼버렸다.

이처럼 내용에 민의를 담지 못하고 형식적 절차에도 흠결을 크게 남긴 이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제 법사위에서 다뤄지게 되었다.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국회 본회의를 넘기 전까지 사회적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이를 막아내는 것이 시민사회운동의 주요 과제로 남게 되었다. 또 그간 무규제 시장에서 성장하며 의료 전체를 왜곡시키는 존재가 된 민간의료보험을 통제하고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일은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1) 문성웅 등, 2017년 한국의료패널 심층분석보고서, 국민건강보험공단, 2019.12. (이하 2017년 민간의료보험 관련 통계는 이 자료를 활용하였음) 

2)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2017 건강보험 통계연보. 2018.9

3) 보험연구원도 “개인요율화(personalisation)가 심하게 진행될 경우 보험의 본질적 역할인 사회적 위험공유(risk sharing) 기능은 약해질 수 있”다고 인정한다. (오승연 연구위원, 보험산업의 빅데이터 활용과 사회적 위험공유, 보험연구원, 2017.8.7.)

4)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보험업권의 건강·생활 플랫폼 구축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활성화 하겠습니다., 2021.7.14.

5) 임아영 기자, “개인정보 3억4천만건, 박근혜 정부가 앞장서 유통”, 경향신문, 2017.10.9

6) 문성웅 등, 같은 자료

7) 삼성생명, 민영건강보험의 현황과 발전방향, 2005

8) 김종명, 민간의료보험의 의료민영화 전략 현황과 문제점, 월간 복지동향, 2014.10.

9) 윤석열 정부도 ‘청구 전산화’라고 표현한 바 있다. 6월 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낸 보도자료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 방안’이다. 영리기업들을 위해 개인의료정보 규제를 완화해 넘겨주는 내용의 여러 정책 추진방향이 담겼는데 대표적으로 공공기관 가명정보 반출 확대, 가명처리 유전체 정보 범위 확대, 개인 의료데이터 제3자 전송요구권 도입 등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도입하겠다면서 이 보험업법 개정을 언급했다

10) CEO Brief,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전산화 필요성, 2021.4.

11) 정성희, 문혜정, 해외 민영건강보험의 청구전산화 사례와 시사점, 보험연구원, 2021.8

12) 최경영 기자, 보험사와 병원, 수상한 커넥션 포착, 뉴스타파, 2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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