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유기되거나 살해되는 소위 ‘유령 아동’ 또는 ‘그림자 아동’의 존재에 대해 온 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아동학대 중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왔으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아동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문제의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근본적인 정책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 아동학대 신고 건수 및 발견율은 꾸준히 증가하여 왔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2021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총 53,932건으로 전년 대비 약 27.6% 증가하였다. 아동 1,000명당 아동학대 발견율 또한 2019년 3.8‰, 2020년 4.0‰, 2021년 5.0‰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발견율은 미국 등 서구 국가들에 비해서 낮은 편이고, 특히 영유아 학대 발견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21년 0-3세 영유아 중 아동학대 발견율은 약 3‰ 내외로 평균보다 낮은 반면, 연령이 증가할수록 아동학대 발견율은 증가하여 13-14세(약 7‰)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아동 발견율은 영유아가 가장 높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영유아 아동학대 발견율이 낮은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 가능하다. 먼저, 미국은 신고의무자인 교사와 의료인의 아동학대 신고 비중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비신고의무자인 아동 자신(17.2%)과 부모(20.4%)의 신고 비중이 가장 높고 신고의무자인 의료인 및 교사의 신고 비중은(1-2%) 매우 낮다. 영유아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신고의무자인 의료인과 교사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로 미국은 아동학대 유형 중 방임의 비중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방임의 비중이 매우 낮다. 방임의 하위 유형으로는 교육적 방임, 의료적 방임, 경제적 방임, 유기 등이 포함되는데, 신고의무자들조차 방임에 대해 무지하거나 혹은 체념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신고의무자들의 방임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방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경제적 어려움 또는 양육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해서 발생하는 방임에 대해서는 처벌적 접근보다는 부모에 대한 지원과 교육을 제공하는 예방적 접근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방임에 대한 실질적 대응 방안이 마련되어 있을 때, 신고의무자들은 체념 대신 아동과 아동의 가족을 도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이번에는 아동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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