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8-01   1161

[동향1]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보는 개식용 문제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요란한 장마와 역대급 삼복더위를 겪으면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기다려진다. 복날이 다가오면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지역 어르신께 복달임 보양 음식을 대접하는 행사로 분주해지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개식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떠들썩하다. 어느새 반려동물의 지위를 얻은 개들이 국민 다수의 안방에 들어와 가족이 되었고 개고기를 먹는 사람 숫자도 현저하게 줄었음에도 소위 쌍팔년도에 불거진 개식용 찬반 논쟁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속 시원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개식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동물권 단체와 육견협회를 비롯하여 법학, 양학, 의학, 수의학 등 전문가 집단의 참여가 늘어났지만 아쉽게도 사회복지분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개식용 문제에 사회복지 분야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필자가 보기엔 사회복지와 개식용 문제를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개식용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사회복지 전공자인 필자가 개식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개식용은 사람과 동물의 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개인의 건강과 공중보건은 사회복지의 중요한사안이다. 무엇보다도 개식용은 사람과 동물의 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흔히 보양식으로 먹는다고 하는 개고기가 다른 육류에 비해 사람 건강에 이롭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예전에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에는 여름을 이겨내기 위한 체력보강을 위해 개고기가 필요했을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영양 과잉을 염려하는 오늘날에는 사정이 다르다. 한편, 개고기가 몸에 좋은지 해로운지를 따지는 건 개식용 논쟁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개고기가 보양식이라 먹는다는 말은 몸에 좋으면 뭐든지 먹어도 된다는 왜곡된 보신 문화를 옹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공식적인 식품관리 판단 기준도 안전성 위주에서 건전성과 가치성을 고려하여 건전한 식생활문화를 정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몸에 좋으면 가리지 않고 먹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은 바뀔 때가 이미 지났다. 문제는 영양학적 관점만이 아니다. 실제로 개식용을 위해 사육하는 대부분의 농장에 가보면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상황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이다. 항생제 과다 처방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1) 식용을 위해 개를 사육하는 곳은 거의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잔반이 아니다. 상하고 썩은 데다가 사람의 타액은 물론 구더기와 온갖 벌레, 오물이 섞인 음식물 쓰레기 급여는 다른 오염을 유발하고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처참할 정도로 비위생적인 개 농장의 실태를 알고도 개고기를 먹을 용감한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외에도, 개식용은 엄청난 환경 훼손을 유발한다. 대부분의 개 농장은 개의 분변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뜬장’에서 개를 사육하는데, 땅에 떨어진 분변들이 제대로 처리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음식물쓰레기와 동물 사체 등의 무단 투기로 인한 악취와 수질 및 토양 오염도 우려된다.기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개식용을 위생적으로 관리하여 합법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개식용을 합법화해서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필자는 차라리 개식용 합법화 타당성 조사를 해보자고 권하고 싶다. 만약 태스크 포스(TF)를 만들어서 연구해보면, 개식용 합법화는 불가능하다거나 혹은 합법화할 경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현재 축산은 글로벌 산업이기 때문에 세계동물보건기구 (World Organisation for Animal Health, WOAH)에 속한 나라들은 WOAH가 설정한 위생안전기준의 영향을 받는다. 개라는 새로운 종이 축산 동물이 되려면 수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특히 개를 도살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방법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연구 개발하고 공인을 받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다.2) 개는 다른 가축과는 달리 밀집 사육이 불가능한 사회적 동물이다. 개를 식용가축 동물복지 수준의 축사에서 ‘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다 지켜가며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사육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장경제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더 나아가 개고기 합법화는 K컬처로 높아진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릴 것이다. 문화적 상대주의를 떠나 전 세계의 비난, 조롱 그리고 반감을 감당할 수있을까? 이에 더해 개식용을 위한 사육, 도살, 유통 과정에서 동물보호법, 수의사법, 가축분뇨법, 폐기물관리법, 물환경보전법, 건축법 등 모든 관련법을 다 적용하거나 개정해야 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인가? 만에 하나, 우리나라에서 개식용을 합법화하면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 개고기 코너가 들어서게 될 것인데, 이를 국민 정서상 허용할 수 있을까? 개식용 합법화는 가능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개식용은 찬반의 문제도 아니고 국민 모두가 합의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사회복지실천에 있어 개인의 문제나 욕구를 해결하는 것 같은 미시적 개입과 사회문제와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중·장기적 접근이 모두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개식용 문제에 대한 사회복지적 개입이 필요하다. 해마다 복날이 되면 달아오르는 개식용 논쟁 속에 사회 갈등만 깊어져 가는데 여기에는 법적인 차원과 국민정서적 차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식용 문제는 불법도 합법도 아닌 법의 사각지대에 이상하게 남겨져 있다. 축산법상 개는 가축으로 분류가 되어 있는데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는 소, 돼지 등과 달리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육이나 도축, 유통 과정 등에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 수십년간 개식용 관련 여러 법과 규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러나 국회를 비롯하여 정부와 담당부처는 개식용 찬반여론이 팽팽하다는 기계적 균형론에 사로잡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거나 그냥 놔두면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핑계로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 그 결과 많은 국민이 개식용 문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해결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국민적 합의라는 핑계에 숨지 말고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국민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규정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있고 미국에는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먹거리를 두고 “안전이냐 개인의 자유냐?”하는 논쟁에 정부가 신속하고 단호하게 ‘안전’을 위해 ‘자유’를 제한했던 사례가 있다. 2021년 이른바 ‘구두약 초콜릿’ 같은 ‘펀슈머 식품’도 문제가 제기된 지 몇 달 만에 금지 법안이 제정되어 시행된 바 있다. 국민적 합의를 이유로 개식용금지법 제정을 수십 년째 미루는 건 국회와 행정당국의 핑계일 뿐이다. 개식용은 더이상 찬반의 문제도 아니고 국민 100%가 합의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간통죄, 호주제 폐지 등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찬반논쟁을 불러온 것들은 대부분 법으로 결정됐다.

거창하게 헌법을 논하지 않아도 관련 법 제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젠 정부, 국회, 관련 부처가 의지를 갖고 개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현재 개식용 종식을 위한 가장 큰 문제는 개식용 관련 업자들의 생존 문제이다. 이미 서울시 경동시장, 성남시 모란시장, 부산 북구 구포시장의 개 시장이 철거되면서 기존의 업자들을 보상하고 업종 전환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경험과 다른 사례들을 바탕으로 단계적인 개식용 종식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사회복지 분야의 역할이 필요하다. 

“개식용만 반대? 소, 돼지, 닭은?”이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개식용을 금지하는 법을 규정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이유로 국민정서를 들 수 있는데, “개식용은 개인의 자유”라는 의견과 “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왜 개만 문제시하느냐”는 반론이다. 개고기를 먹는 건 개인의 자유일까? 지난 수년간 실시된 개식용 관련 여론조사 결과 중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대다수의 사람이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남이 먹는 것은 반대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즉 나는 ”쿨(cool) 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개식용을 찬성하거나 혹은 개식용 금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개인의 자유”를 이유로 들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개를 식용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단지 동물복지 문제만이 아닌 심각한 위생, 보건, 환경 문제와 크고 작은 불법들이 자행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단순하게 개인의 자유나 기호만으로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개식용은 금지하면서, 그럼 소, 돼지, 닭은 왜 먹느냐?’ 혹은 ‘식물은 생명이 아니냐?’라는 비판은 우리나라 결식아동을 돕자는 운동에 아프리카에는 더 심하게 굶는 아이들도 많은데 호들갑 떨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우선, 인간과 가장 가깝게 공감하는 동물인 개는 다른 가축과는 다르다. 개는 수 만년 동안 사람과 동반자로 살아오는 과정에서 반려동물이 되었다. ‘반려’라는 말이 의미하듯 개는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려가족으로 여기는 동물을 먹는 사람은 없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의 수가 천만을 넘어 천오백만을 헤아리는 시대에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하는 것도 불가능하고3) 개식용은 국민 정서상으로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 

또한, 인간의 육식을 위해 사육되는 가축이나 식약처가 허가한 식품공전 목록에 개는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의 복지에 신경을 쓴다면, 우리가 당연하게(?) 식용으로 사육하는 가축동물에 대한 관심도 늘어갈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존재인 동물의 복지가 향상된다면 인간의 복지도 따라서 향상될 것이다.

개식용 문제와 사회복지의 연관성, 그리고사회복지실천에 동물을 포함해야 하는 이유

마지막으로, 개식용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복지적 접근을 제시하는 기회를 빌려 사회복지실천에동물을 포함해야 하는 이유를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사회복지 전문실천 영역에서는 동물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같은 경향은 역사적으로 사회복지가 사람, 특히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보살피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지 동물을 외면해왔기 때문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사회복지 선진국들은 약 30여 년 전부터 사회복지와 동물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논문이 소개되고 있으며, 수의사회사업(Veterinary Social Work) 전문과정을 개설하여 자격증을 부여하거나 사회복지 대학원 정규 과정에 동물을 포함한 교과과목이나 특화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이제 (반려)동물은 사회복지실천에있어서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과 동물의 건강한 유대 (Human Animal Bond, HAB)에 근거한 새로운 시각의 사회복지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사회복지에 동물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의 이론적 당위성으로는 생 태체계학적관점 (ecosystem perspective), 가족 시스템 이론(family system theory) , 그리고 강점관점 (strengths perspectives)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이론적 배경을 들지 않더라도 사회복지의 주요 임무는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가족 체계 안에서 반려동물이 중요한 존재가 되었으며 HAB가 인간에게, 특히 노인, 어린이, 장애인, 노숙인 등을 비롯한 많은 경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HAB가 인간과 동물의 행복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증진시킨다면 인간과 동물의 잠재적인 긍정적인 관계를 극대화하는 것은 사회복지의 핵심적인 업무 중 하나일 것이다. 동물이 행복한 사회는 인간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펫팸족(pet+family)’이 천만을 헤아리고 반려동물이 사회복지 실천의 주요 대상이자 주제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개식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사회복지 실천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 관점에서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며 동물복지를 확대하고 크고 작은 불법을 예방하고 국민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개식용은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개인의 자유(기호)이거나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더는 방치할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며 세상을 변화시켜온 사회복지분야에서 이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해법을제시하고 그 과정을 주도할 수 있길 기대한다. 그리고 지역사회복지관에서 복달임 행사 메뉴로사람의 건강과 동물의 복지, 그리고 환경보호를 고려한 채식 메뉴가 등장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1) 2017년 건국대 수의대 연구소가 전국의 재래시장(총 93개)에서 개고기 샘플을 채취하여 실시한 항생제 잔류검사와 미생물 배양검사 결과, 전체의 2/3에 해당하는 61개(65.4%) 샘플에서 무려 8종의 항생제가 검출되었다. 항생제 문제뿐 아니라 세균 문제 또한 매우 심각했는데, 특히 대장균을 비롯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연쇄상구균, ‘햄버거병’ 유발 대장균 등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균들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2) 2018년 육견업자와 보신탕 업소 운영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개고기를 식품 원료로 인정해달라”고 신청을 했었는데, 2020년 식약처는‘개고기를 식품 원료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는 “개고기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의 범위에 해당되지 않아 위생적인 도살, 해체 및 검사가 불가능하고, 식품으로써 건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도 국제기준에 맞춰 개식용을 합법화를 시도한 나라는 아직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근래까지 개를 식용했던 나라들이 개식용 금지를 선언하고 있는 추세이다

3) 개식용은 유기견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는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오롯이 모든 국민의 세금으로 청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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