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8-01   925

[기획3] 값싼 에너지 공급을 넘어 에너지 복지 확대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모두가 예상했으나, 대비책 없었던 난방비 대란

올해 1월, 설날 연휴를 전후로 언론들이 일제히 ‘도시가스 요금 폭탄’이라며 난방비 문제를 보도했다. 2022년 12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가 각 가정에 배달되던 시점이었다. 11월 청구요금과 12월 청구요금을 비교하며, “도시가스 요금 3배 더 나와” 같은 제목 기사들이 넘쳐났고, 야당을 중심으로 이에 반응하면서 난방비 문제는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사실 도시가스 요금이 3배 오른 것은 아니었다. 11월과 12월 도시가스 단가는 같았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국제 천연가스요금은 최대 11배까지 뛰었다. 우리나라도 상업용이나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은 계속 인상되었지만,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은 한동안 동결되다가 10월에야 올랐다. 1년 치 도시가스 단가 상승은 38.4%였다. 도시가스 요금이 3배 더 나왔다는 보도는 ‘전년 동월’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11월과 12월 요금을 비교한 것이었다. 도시가스 사용량은 계절이나 기온 변동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서 전월과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름철에는 거의 도시가스를 사용하지 않기때문이다. 이런 기본적인 상식을 언론과 정치권이 모르고 있을 리 없지만, 자극적인 제목의 언론 보도와 체감하는 도시가스 요금이 커지면서 문제는 일파만파 확산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초부터 시작되었고, 작년 여름 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목격했기 때문에 유럽과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은 겨울철 에너지 가격 대책을 내놓았다. 가정과 중소기업, 사회복지 시설 등에 대해 12월 가스 요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거나 약 1만 원 정도의 최소 비용만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탈 수 있는 ‘9유로 티켓’을 판매했던 독일이 대표적이었다. 가까운 일본도 급등하는 전기·가스 요금에 대해 지원정책을 작년10월에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런 대책이 없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의 적자를 늘려가며 요금 인상 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그런데도 늘어나는 에너지 요금 – 특히 저소득층 지원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뒤늦게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고 사후 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나마 부족하다는 국민 여론이 빗발치자, 며칠 만에 차상위 계층으로 지원 대상을 늘리는 등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짜깁기 대책이 이어졌다.

‘도시’ 가스 요금만 논란이고 ‘농어촌’ 등유는 소외 

더 황당한 것은 도시가스 요금이 쟁점이 되어 도시가스 대책만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거용 난방시설 중 도시가스 보일러 비중은 71.0%이다. 도시가스를 주요 연료로 사용하는 지역난방(14.0%)까지 합해도 85%로 절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이는 대도시에 주거하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의 38.6%, 전남과 경북지역 주거시설의 각각33.3%와 23.9%가 기름보일러, 즉 등유 난방을 한다. 도시가스 요금이 38.4% 인상될 때, 등유 요금은 2배 가까이 인상되었기에 등유 난방 기구의 고통은 더 컸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농어촌 지역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면서저소득층 대책에 등유와 LPG 등  도시가스가 아닌 연료도 포함되었다.

그동안 에너지 가격 논쟁에서 등유는 계속 소외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유류세 인하 정책이다. 정부는 서민경제를 안정화한다는 이유로2021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유류세를 인하하고 있다. 인하 폭도 단계적으로 증가했으며 법적으로 인하할 수 있는 한도(탄력세율)를 37%에서 50%로 늘리기도 했다. 수송용 유류세 인하의 ‘역진성’ 문제는 그동안 수없이 문제 제기되어 왔다. 소득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석유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2018년 유류세 인하 당시 진행되었던 연구에서 소득 하위층인 1분위 가구는 1.5만원 정도의 세금 인하 효과가 있지만, 소득 상위층인 10분위 가구는 15.8만 원의 세금 인상 효과가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에 따라 자가용과대중교통 이용 형태가 차이 나고 당연히 유류 사용량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 화물차나 경차의 유류세 환급 제도가 있어서 이를 활용하면 정말 ‘서민’들에게 지원할 방법이 있음에도 유류세 전체를 인하하면서 ‘서민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적절치 않은 방식이다.

그런데도 여러 정부를 거쳐 유류세 인하 정책은 계속 추진됐다. 반면 난방에 널리 사용되는 등유는 지원정책조차 논의되지 않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이미 등유에 대한 탄력세율 적용 최대폭을 적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수송용 유류는 법 개정을 통해 탄력세율 적용 폭을 조정했던 것을 생각할 때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여기에 올해 초 난방비 대란이 철저히 대도시 지역의 도시가스 요금을 중심으로 논란이 전개됨에 따라 농어촌 지역의 주된 난방 연료는 제외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50조 원을 상회하는 한전·가스공사 적자

그렇다면, 국제 에너지 가격을 공기업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부담하는 형식은 적절한 것일까? 한국전력은 2021년부터 2023년 1분기까지 누적적자 44.6조 원을 기록했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었던 작년의 경우, 한해 32.6조 원 적자라는 사상 최대 적자 폭을 기록하면서 회사채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의 2배에서 6배까지 확대하는 법이 작년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한전 부채가 늘어나고, 우량기업인 한전의 회사채가 풀리면서 채권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동결하면서 점점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작년 한전의 총괄 원가 회수율, 즉 전기공급에 들어간 비용을 전력 판매 수입으로 얼마나 회수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64.1%까지 떨어졌다. 100원에 전기를 사서 64.1원에 판매했다는 뜻이다. 35.9원의 손해는 그대로 한전의 적자로 남게 된다. 일각에서는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전기요금 인상을 멈추거나 오히려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한전이 적자를 보는 상황은 오히려 사회 공공성이나 사회정의에 걸맞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 판매량 중 54.6%는 산업용이다. 또 사무실이나 상가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용 전력량도 전체 전력 판매량의 21.5%나 된다. 반면 주택용 전력 판매량은 전체의 15.0%에 불과하다. 또 주택용도 가정마다 전력 사용량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괄적인 전기요금 인상 동결은 결국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앞서 수송용 유류세 인하의 역진성 문제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산업용 요금은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 중이다. 즉 국제 천연가스 가격에 연동해서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이 함께 오르고 있다. 반면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계속 원가 이하의 요금이 책정되어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2023년 1분기까지 11.6조 원에 이른다. 도시가스의 경우, 여름과 겨울 사용량이 극단적으로 달라 여름에는 거의 요금을 내지 않는 가정도 많다. 따라서 겨울철 급증한 요금을 나눠 납부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고민할 수 있지만 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반발 등을 우려해 적자만 누적시킬 뿐 이를 해소할 정부의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가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 적자를 합하면 50조 원이 훌쩍 넘는다. 문제는 아직도 국제 에너지 가격이 높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음에 따라 앞으로 적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꼭 필요한 적자라면 공기업 특성상 감내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산업계와 고소득층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고, 감내할 수준도 벗어나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10여 년째 제자리걸음인 에너지복지 논의

에너지 가격이 올라갈 때마다 정치권에선 ‘저소득층 대책’을 내놓는다. 소위 ‘에너지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추운 겨울철에 만 해당 논의가 있었지만, 기후위기로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여름철 냉방을 중심으로 한 논의도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4년 2월, 단전 가구 화재 사망사고였다. 3개월 전기요금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장애인 부부의 집에 단전 조치가 이뤄졌고, 단전 조치가 이뤄진 그날 촛불을 켜고 있다가 화재가 발생해 부부 2명이 모두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이 사고를 계로 에너지 기본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었다. 에너지, 특히 전기는 의·식·주와 같은 필수적인 재화로 인식되지 못했고, 1970년대까지는 사치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조명과 난방은 물론이고 냉방과 통신기기와 가전제품 사용까지도 필수적으로 인식되었고, 요금 미납에 따른 단전이나 단가스 조치를 피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후 단전 유예 조치를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비슷한 사고는 2005년과 2007년에도 반복되었다. 모두 단전으로 촛불을 켜고 있다가 화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였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2007년 노무현 정부는 2016년까지 120만 에너지 빈곤층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가구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 구입비용에 지출하는 가구라는 ‘에너지 빈곤층’의 정의도 이때 정리된 것이었다. 이런 흐름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어져 2030년까지 에너지빈곤층 0%를 목표로 하는 ‘에너지 빈곤층 해소방안’이 2009년 만들어지기도 했다. 에너지 빈곤층 해소 목표는 후퇴했지만,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을 통해 에너지 빈곤층을 없애겠다는 기본 취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던 ‘에너지복지법’은 부처 간 이견으로 입법 예고 단계를 넘지 못했다. 국회에서도 몇몇 국회의원들이 에너지복지법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은 채 10년이 훌쩍 지났다. 이후 에너지 빈곤층 해소 목표는 사라졌고, 약 120만 명으로 추정된다는 에너지 빈곤층 통계도 실제 작성되지 못했다. 에너지복지에 관한 법률은 ‘에너지 이용권(바우처)’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축소되어 ‘에너지 및 에너지자원기술 전문인력 양성’을 다루는 법 조항(에너지법 제16조)의 부속 조항으로 덧붙여져 있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에너지 이용 소외 계층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작년에 신설되었다는 점이다. 선거 때마다 유력 정치인들이 쪽방촌과 에너지 빈곤층을 찾아가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되어 있지만, 정작 누구도 에너지복지를 챙기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요금 인하와 바우처 중심 에너지 복지 정책의 한계

현재 에너지복지 제도는 크게 ‘요금 할인’ 제도와‘ 에너지바우처(이용권) 제도로 나눠볼 수 있다. 올해 초 난방비 대란이 생기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 역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의 도시가스 할인 폭을 최대 59.2만 원까지 늘리고 에너지바우처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요금 할인은 한전이나 도시가스 사업자가 말 그대로 요금을 할인해 주는 것이다. 할인 분만큼의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이 별도로 투입되지 않는다. 에너지바우처의 경우, 예산이 투입되기는 하지만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은2017년 511.7억 원에서 2021년 1,123.7 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지만, 그만큼 불용액도 증가하여 집행률은 2017년 90.1%, 2019년 81.3%, 2021년 71.7%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2021년 에너지바우처 불용액만 317.7억 원에 이른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불용액이 늘어난 것에 대해 이미 요금 할인을 받고 있고, 바우처 신청 대상자가 매년 달라짐에 따라 대상자의 신청·확정에 최소 2개월 이상이 소요됨에 따라 실질적인 지원 기간이 단축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바우처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매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특히 올해처럼 사회적 논란이 일어날 경우, 대상자가 늘어나기때문에 자신이 에너지바우처 대상자인지 알지 못하거나 늦게 아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전기·가스·지역난방 등에 대해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바우처와 달리 등유와 연탄에 대해 지급되는 바우처도 집행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겨울철에 발급되는 등유 바우처의 경우, 집행률이 2017년 88.2%에서 2019년 75.9%, 2021년 63.0%로 점차 떨어지고 있고, 연탄 구매비용을 지원하는 연탄 쿠폰 집행률도 2017년 90.3%, 2019년 88.2%, 2021년 76.5%로 집행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매번 에너지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을 이야기하며, 지원금을 늘리고 있으나 정작 집행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현재 에너지복지 정책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뜻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냉난방을 극도로 아끼는 경향이 크다. 또 주거 환경이 열악하여 난방을 하더라도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창문이나 단열이 되어 있지 않은 집에서 보일러를 아무리 가동하더라도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는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반대로 새로운 단열기준에 맞춰 건설된 최신형 아파트의 경우, 거의 난방하지 않더라도 따뜻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건축물 효율 등급상 최상위 등급 1++주택은 최하위 등급 7등급에 비해 연간 단위 면적당 6.2~7 배 정도 에너지 소요량이 적다. 저소득층 주택의 경우, 아예 등급외 주택이기에 이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것이다. 또 단독, 아파트, 다세대, 연립 주택 등 주거 형태나 건축법상 단열 기준 강화에 따라 준공 연도에 따라서도 난방 에너지 소비량이 많이 차이 난다. 전체적으로 아파트가 난방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이 난방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 2019년 국토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건설된 아파트는 1979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 비해 1.7배 난방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 똑같이 2013년 이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도 3층 이하 총면적 330㎡ 이하인 다중 주택이 아파트에 비해 1.9배나 난방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여기에 보일러의 효율 등을 고려하면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현재의 에너지복지 정책은 이런 현실적인 차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에너지 가격을 할인 혹은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더구나 이미 편성된 예산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에너지복지 재구성 필요

여기에 하나 더 고민해야 할 것이 기후위기 심화이다. 작년 12월 혹한과 함께 올해 7월은 관측 이래 세계 평균 온도가 가장 높은 날로 기록되었다. 또한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이어진 전국에 걸쳐 내린 집중 호우는 전국 평균은 물론이고 충남, 충북, 전남, 전북 등 6개 광역도시에서 역대 1위 강수량을 기록했다.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평년 강수량의 2~3배 정도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 변화는 그동안 사용해왔던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것뿐만 아니라,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기상조건에도 적합한 주거 환경을 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에너지를 값싸게 사용할 수 있는 접근권이나 에너지 공급 지원정책을 중심으로 그동안 에너지 기본권 논의가 진행되었다면, 이 논의는 확대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에너지 재단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240여만 원 정도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사업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18.4~48.8%까지 절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절감된 에너지 사용량을 2022년 5월 에너지 요금을 환산해보면 가구당 약 18.6만 원의 에너지 요금이 절감되었다. 작년 대비 도시가스 요금이 38.4% 정도 오른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요금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사용되는 기술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기존 창호를 고효율 창호로 교체하거나, 단열 공사나 보일러 교체 사업 등을 한 것이다. 저소득층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에너지 효율을 측정하고 창호 교체나 단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모두 노동집약적인 사업으로 소위 ‘녹색일자리(Green Job)’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공항이나 고속도로와 같은 사업 대신 이와 같은 저소득층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면,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한편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다. 현재에도 매년 에너지바우처 등의 비용으로 수십만 원씩의 지원금을 지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효율이 낮은 주택에 요금만 지원하는 현재방식보다 근본적인 주거 형태를 바꾸는 방법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와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은 연탄 시작으로 화석연료를 난방 연료에서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부터 가스보일러 퇴출을 권고하고 있다. 도시가스는 석탄에 비해 온실가스 발생량이 적기는 하지만 화석연료의 일종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점차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라 전기 생산에서 화석연료가 퇴출되는 것의 일환으로 ‘히트 펌프’를 이용한 전기 난방이 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영국은 2025년부터 신축 주택에 가스나 기름보일러 설치를 금지하는 법안이 최근 통과되었고, 미국 뉴욕 의회는 2024년부터 7층 이하 신축 건물, 그 이상 건물은 2027년부터 가스를 이용한 난방과 조리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직도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 분야 탈탄소화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단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뤄진 나라들은전력 분야를 넘어 건축물의 냉난방에서도 탈탄소화가 과감하게 이뤄지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의 경우, 약 8만 가구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 연탄 난방 기구의 에너지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연탄 이용 가구는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아직도 대표적인 저소득층 난방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가구는 단순히 난방 연료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아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통해 단계적으로 연탄 난방 기구를 줄이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 남아 있는 석탄 광산도 석탄공사 소유광산이 2025년까지 모두 폐쇄될 예정이기 때문에 더 이상 연탄 난방을 지속해야 할 이유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값싼 에너지 공급을 넘어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으로

올해 초 ‘난방비 대란’이 한바탕 논란이 된 이후 6개월이 지났다. 사상 최고 온도를 기록하고 있는올해, ‘냉방비 대란’을 걱정하는 이들도 늘어나고있다. 매번 계절에 따라 겨울철이면 난방비, 여름철이면 냉방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필수적인 에너지 사용과 기후위기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달라진 위기 상황에서 지켜야 할 기본권도 변해야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때 사치품이기도 했던 전기와 도시가스가 이제는 보편적인 에너지원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많은 이들이 이런 보편적인 사회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보다 더 가혹해진 기후조건에서 이제 에너지복지의 개념은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올 초 난방비 대란은 한바탕 소동처럼 지나버렸지만, 이제 필요한 것은 같은 혼란을 반복하지 않도록 진지하게 ‘에너지복지 제도’를 만들어가는 길이다. 정치권 역시 정쟁의 아이템이나 사진 촬영의 배경 정도로 에너지복지를 바라보지 말고 ‘에너지 복지법’ 제정을 비롯하여 에너지복지를 실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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