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호 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우리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를 공유한다. 인류는 더많이 생산하는 데는 천재적 재능을 보여 왔으나,공정하게 나누는 데는 무능의 극치를 드러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지구에서 소수의 단기적 이익이 모두의 장기적 이익을 파괴한다. 사회 밑바닥에 있는모든 부와 자원을 흡수해서 꼭대기로 끌어올리는불평등한 시스템은 기후위기를 가속해 자연도 사회도 함께 붕괴로 몰아갈 최적의 조건이다.
세대별 불평등
온실가스는 미세먼지나 감염병처럼 한때 출현했다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는 종류에 따라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공기 중에 남게 되므로 결국, 누적되어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지는 세상으로 진입하게될 것이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워 배출한 이산화탄소 총량중 거의 80%가 1960년 이후에 발생했다. 네이처기후변화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의사람들은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1에 기여했다. 그 10년 후인 2015년에 이 비율은3분의 1 수준으로 높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성세대가 져야 할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은 점점더 커지고 있다.
반면, 미래세대는 자기들이 배출하지 않은 온실가스로 인한 피해를 더 심각하게 겪게 될 전망이다.1950년에 출생한 사람은 지구 평균기온이 1800년대 후반에 비해 0.25℃ 상승했을 때 태어났다. 현재 70세인 그들은 평생 0.85℃ 상승, 즉 10년마다기온상승 0.12℃를 경험했다. 한편, 1980년에 출생한 사람은 지구 평균기온이 0.4℃ 상승했을 때 태어났으며, 지난 40년 동안 0.75℃ 상승, 즉 10년마다 기온상승 약 0.19℃를 경험했다. 1980년에 태어난 사람은 1950년에 태어난 사람에 비해 거의 50%더 빠른 지구가열을 겪고 있다.
2020년에 태어난 사람의 지구가열 경험은 앞으로기후 대응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가장 극단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SSP5-8.5 시나리오에서2020년에 태어난 사람은 1950년에 태어난 사람과 비교하여 70세가 될 때까지 약 3배 더 빠른 지구가열을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기온상승이 2℃ 또는1.5℃ 이하로 제한된다면, 2020년에 태어난 세대는 30세 무렵이 된 때부터 안정된 기후에서 살게될 것이다.
벨기에 공공 대학(Vrije University Brussel)이 주도한 ‘극한 기후 노출로 인한 세대 간 불평등’에 관한 연구가 2021년 사이언스 지에 실렸다. 지구가열3℃ 시나리오에서 전 세계 평균적으로 2020년에 6살인 어린이는 산업화 이전 기후에서 살던 6살 어린이보다 평생 동안 산불과 열대성 저기압 2배, 홍수 3배, 흉작 4배, 가뭄 5배, 폭염 36배를 더 많이 경험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지금 당장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기후위기로 모진 시련을 겪어야 한다. 뜨거운 세상에서도 인류는 살아남겠지만, 현재 우리가 누리는 조건보다 훨씬 열악한 삶일 것이다. 기후위기를 막지 않지 않으면 어린 세대는 기성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전례 없는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편,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어린 세대는 기성세대처럼 이산화탄소를 사치스럽게 배출할 수가 없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 허용할 수 있는 배출량이 이미 대부분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기후단체 카본브리프(Carbon Brief) 분석에 의하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막 으려면, 어린이와 청소년(1997~2012년생)은 그들의 조부모(1946~1964년생)가 배출한 양의 6분의 1정도만을 배출할 수 있을 뿐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편익을 누려온 기성세대는 그 대가를 자기 자녀와 미래세대에 치르게 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기후위기는 그 원인 유발자와 피해를 보고 그 위험을 극복해야만 하는 사후 처리자가 동일하지 않다.
지역별 불평등
기후 재난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저위도 지역은 중위도 지역과 비교하여 기온의 자연 변동성이 작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은 기온이 조금만 상승해도 기후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 사람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열대 가난한 나라는 기후 영향을 크게 받는 농업에 의존하므로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놓이게 된다.
기후 위험은 또한 대응 수준에 따라 다르게 일어나며 이를 취약성이라 한다. 가난한 나라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없고 가난한 사람은 가족을 부양하는 데 모든 시간과 자원을 쏟아야 하므로 취약성이 크다. 기후위기로 타격을 입었을 때 소득과 자산의 손실 비율은 가난한 사람이 부유한 사람보다 훨씬 크다. 부유한 사람은 기후 위험을 피해 갈 수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피할 수 없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빈곤의 덫에 갇히게 된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식량 불안, 소득 손실, 생계 기회 박탈,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과 난민이주로 인한 위험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현재 약33억~36억 명의 인구가 기후위기에 매우 취약한 환경에 살고 있다. 기상이변의 증가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노출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물 안보가 약화하였다. 취약성이 큰 나라는 취약성이 매우 낮은 나라에 견줘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홍수, 가뭄, 폭풍으로 인한 사망률이 15배나 높았다.
전 세계 기후 피해의 약 75%는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하지만, 온실가스의 약 80%는 우리나라가 포함된 주요 20개국(G20)이 배출한다. 즉, 정작 손실과 피해는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덜한 취약한 나라에 일어나지만, 잘 사는 나라가 기후위기 대부분을 일으킨다.
1인당 연평균 온실가스 순(net) 배출량은 지역별로 2.6톤 CO2_eq(상당 이산화탄소, 모든 종류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에서 19톤 CO2_eq까지 차이가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35%가 토지 이용, 토지 이용 변화와 임업(LULUCF)으로 인한 CO2 배출량을 제외하고 1인당 9톤 이상의 CO2_eq를 배출하는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반면 41%는 3톤 미만의 CO2_eq를 배출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특히 최빈개발도상국(LDC)과 소도서개발도상국(SIDS)은 CO2-LULUCF를 제외한 1인당 배출량이 세계평균(6.9톤 CO2_eq)보다 훨씬 낮다(각각 1.7톤CO2_eq와 4.6톤 CO2_eq).
2020년 나라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이 30.6%, 그 뒤를 이어 미국이 13.5% 그리고 우리나라가 10위로 1.7% 비율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산업 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은 미국이 25%, 유럽연합이 17%, 중국이 3위로 14%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누적배출량은 1.1%로 18위다.
계층별 불평등
배출량은 나라별 차이뿐만이 아니라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사이도 다르지 않다. 소득 불평등은 탄소 불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 수준 상위층 10%의 가구는 전 세계 소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의 34~45%, 그리고 하위층 50%의 가구는 13~15%에 기여한다. 옥스팜(OXFAM)과 유럽환경정책연구소(IEEP) 가 지난 2021년 발표한 ‘2030 탄소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5년 동안 세계 인구의 상위층 10%가 1.5도 탄소예산(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는 경우, 허용할 수 있는 탄소 배출량)의 3분의 1(31%)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하위층 50%는 탄소예산 가운데 단 4%만을 사용했다. 기온 상승을 1.5도로 막으려면 2030년까 지 전 세계 사람 모두가 탄소 배출량을 1인당 연간 평균 2.3톤으로 줄여야 한다. 이 기준은 현재 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각 나라의 배출 감축 정책과 공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 세계 소득 하위층 50%는 2030 년에도 여전히 1.5도 탄소예산 기준에 못 미치는 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가장 부유한 최상위층 1%는 기준의 30배, 상위층 10%는 기준의 9배가 넘는 탄소를 배출하리라고 보았다. 보고서에서 상위 10% 부유층의 탄소배출량만으로도 내일 당장 다른 모든 사람이 탄소배출량을 0으로 줄인다 해도 몇년 안에 탄소예산이 고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를 허용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모든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임에도, 실제로는 이미 부유한 사람들이 부를 더 모으고 과소비하는 데 대부분 낭비되는 것이다. 기온 상승 1.5도를 막으려면 최상위 1% 부유층은 현재 배출량의 97%를 줄여야 한다. 2022년 발표된 네이처 논문에서 빈곤층 온실가스 배출량의 영향에 대해 다뤘다. 현재 소득 수준 최상위층 1%는 하위층 50%보다 탄소 배출량이 75배 이상 많다. 전 세계 극빈층의 기준인 하루 1.9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득이 상승한다고 해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1% 미만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전 세계 인구 절반이 하루 5달러 50센트의 빈곤선을 넘어도 전 세계 배출량이 18%만 증가할 뿐이다. 우리는 선진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고 해도 개발도상국에서 배출이 많이 증가하여 기후위기 대응이 무의미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 논문은 이러한 주장이 의도적 무지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폭로했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 케빈 앤더슨 ( Kevin Anderson) 교수는 과잉 배출하는 부유한 사람에게 온실가스 저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상위 10% 부유한 사람이 유럽 사람의 평균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나머지 사람 90%가 전혀 줄이지 않아도 전 세계 배출량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불균형적인 혜택을 누려온 소수 사람이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사는 사람이 배출량에 불균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만큼 배출량 감축 잠재력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공정(Equity)
기후위기는 국경을 가로질러 진행되는 전 지구적 문제이자 세대에 걸쳐 일어나는 전 세대 문제이다. 이 문제 해결에는 전 세계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그렇다고 기후위기 책임이 인류 전체의 책임이라고 퉁치면 공정하지 못하다. 이는 부자들이 비싼 음식을 잔뜩 시켜 먹고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음식값을 나누어 내자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수반된다. 여기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비용을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하느냐가 중요하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으면 사과하고 보상하는 것이 공정이다.
기후 정의는 부자들의 무분별한 과잉과 가난한 사람들의 결핍에 대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 배출제로 달성은 공공 번영을 위해 사회 생산을 재분배할 때만 가능하다. 이는 위계적 배려 차원이 아니라 부유한 나라와 사람들이 더 책임지는 공정에 기반해야 한다.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부스러기를 줍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식탁에 앉자, 빵을 나누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는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의 생존 여건을 파괴하여 지금의 편익을 누리고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지구를 맘껏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지구를 물려받았고 후손으로부터 지구를 빌렸을 뿐이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물려받아 망쳐버린 세대가 될 것이다. 우리 세대가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더라도, 다음 세대의 삶을 외면한 결과라면 그 업적은 비난받을 것이다.
기후위기는 불평등으로 인해 서로 돌보지 않고 아끼지 않고 나누지 않아 일어난다. 우리가 이 세상을 정의롭게 바꾸지 않는다면, 기후위기가 이 세상을 파국적으로 바꿀 것이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가 그들에 대한 진정성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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