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9-01   447

[복지칼럼] 기후위기, 불평등의 문제에 관심을

송아영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입추와 말복이 지났다. 원래대로라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무더웠던 여름의 기운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음을 느끼며 가을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어야 할 이 시점에도 여전히 무더위는 기승이다. 계절은 변하고 결국 가을과 겨울은 곧 오겠지만 어쩐지 여름이 점점 더 길어지고 견디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기후변화는 그저 느껴지는 막연한 무엇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관찰되는 하나의 사실이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ical Organization, WMO)는 지구 연평균 기온이 19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상승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으며 지구 곳곳에서 폭염, 홍수, 그리고 가뭄이 점차 증가할 것을 예측하였다. 한국 역시 연평균 기온의 상승, 그리고 해수면 및 해표면 수온 상승 등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산불의 발생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그 피해 면적도 넓어지고 있다. 산불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낳으며 그 기세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캐나다 동부나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은 많은 생명과 재산, 그리고 자연생태계를 파괴했다. 

이와 같이 기후위기는 광범위하게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기후위기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지구에 발붙이고 사는 인간이라면 모두가 겪어야 하지만 그 영향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자원과 조건을 가진 개인과 사회는 그 영향을 완충하면서 대비의 시간이나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개인과 사회는 기후위기의 위협을 온전히 받아내며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며 사회적 불평등이 기후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고 보는 개념이 기후정의(climate justice)이다. 유엔 환경 계획(UN Environmental Programme)은 기후변화가 자연현상이지만 사회적 의미를 뚜렷하게 가진다고 보았으며 이에 따라 기후변화는 사회정의와 연결시켜 그 영향의 차별적 속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기후정의에 대한 연구들은 일상생활에서의 위기 요소가 기후위기 취약성을 강화시킨다고 보았는데 사회적으로 취약한 인구집단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보다 부정적으로 경험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우리도 이미 예년의 수준을 넘어서는 폭우와 홍수를 경험하며 취약계층들이 경험한 부정적 피해에 대해 목도한 바 있다. 폭염은 이를 완충할만한 냉방시설이나 주거 조건을 갖지 못한 인구집단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 가뭄과 폭우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는 안정적 식량자원 공급을 방해하고 가격 상승을 야기하며 개인이 가진 경제적 자원이 식량자원 확보의 무기가 된다. 이렇듯 기후위기의 위협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성큼 다가와 있고 그 피해가 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의 대응은 매우 미지근하다. 기후위기의 발생 범위가 광범위하고 그 영향 역시 우리 삶의 단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전체를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지만 대응은 미온적이고 지원은 제한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후위기의 주요한 원인으로 손꼽히는 탄소배출은 고소득자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관찰됨에도(전체 탄소배출의 47%가 상위 10% 소득자에 의해 이루어짐) 이들이 기후위기로 경험하는 영향은 저소득자에 비해 미비하다. 이것이 우리가 기후정의의 문제에 더욱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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