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9-01   359

[동향1] ‘기후우울’을 건너는 법

서연화 여성환경연대 기후정의 팀장

기후위기,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올해가 앞으로 맞이할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 있다. 올해 7월 유엔에서는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들끓는 시대(Era of global boiling)가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기후우울’이라는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 우울이란 기후변화, 기후위기로 인한 걱정으로 무력감, 슬픔, 분노, 불안, 절망 등의 부정적인 심리적 증상을 겪는 것을 말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에 벌어질 위기들을 생각할 때 우울해지고, 개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무력함, 혹은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을 개인이 느낀다 하더라도, 해결을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는 괴리감에서 불안감이 오기도 한다. 기후위기 시대, 우울감, 죄책감, 분노를 우린 어떻게 극복하고 일상을 살아가야 할까?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게 해결법일까?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라는 책에서는 기후위기를 자연과학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에는 설득에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이산화탄소 수치,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처럼 과학적인 수치는 우리가 문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결국 인간의 인식과 결정, 행동의 결과라는 점에서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감정이다. 

환경보호 실천할수록 기후우울을 많이 느껴 여성환경연대의 2020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경을 위한 실천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더욱 기후 우울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우울이 높게 나타난 집단 중 환경보호를 위해서 실천하는 사람들은 89.2%를 차지하였으나, 기후우울이 낮게 나타난 집단은 같은 문항에 53.5%에 그쳤다. 기후우울은 무엇보다 기후변화를 매개로 한 심리적 증상이기 때문에 환경문제에 대해 예민할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최근에는 기후우울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기후우울을 우려하기보다는, 기후우울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들여다봐야 한다. 기후우울은 기후위기라는 사회적인 문제가 개인에게 미치는 수많은 영향 중 하나일 뿐이다. 이미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들을 개인의 영역에서, 개인의 역량에 따라 해결하고 있다.

가령, 긴 장마와 폭염으로 인하여 에어컨, 제습기를 포함한 가전제품 소비가 늘어났고, 그로 인해서 1인당 일상을 유지하는 에너지비용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식량 위기로 인하여 밥상 물가는 더 올라갈 것이고, 이 또한 개인이 부담할 확률이 높다. 기후우울 역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짊어지게 된 영향 중 하나인 셈이다.기후우울을 겪는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문제를 일상에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의 일상과 기후위기라는 사회적인 위기가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인지할수록 더욱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다.

기후우울을 안전하게 건너는 법

기후우울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라는 사회적 위기이기 때문에, 그 해결책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기후우울을 느끼며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여성환경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기후우울이 높은 사람들 중 80.9%가 지인, 가족, 모임 등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서 위안을 얻었다고 응답했다. 기후위기를 먼 미래가 아닌 일상에서 느끼고, ‘지금, 여기’ 우리의 언어로 사람들과 문제의식을 나누고, 함께하는 것이 기후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작년부터 여성환경연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후우울 글쓰기 워크숍 또한, 기후위기에 관심 갖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일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고받고자 기획되었다. 결과물은 작품집 형태로 출간하고 있는데, 올해 4월에 발간한 <기후위기, 감정으로 이야기할 때> 에세이집 중 몇 문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내 눈으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전 세계 인구 80억명이 우유팩을 한 장씩만 모은다면 얼마나 많은 나무를 살릴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의 재미있는 50대를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보다 더 마음 편하게 노후를 즐기려면 지구의 온도는 더 낮아져야 하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 이제야 보이는 것들: 서투른 친환경 입문기_김은(아담)

“기후우울은 기후위기로 생겨난 결과였지만 곧 기후위기 상황을 전복시킬 희미한 실마리이기도 한 셈이다. 같은 감정을 느끼는 자들이 하나둘 연결되자 오히려 문제 상황을 바꿔낼 아주 조금의 희망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 기후우울은 끝이 아닌 시작 중_ 르다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들수록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잃게 된다. 그럴수록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나 자신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하게 기후우울을 건너기 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우울에 넘어지지 않고자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이 모여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하루들이 쌓이고, 결국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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