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수면의 중요성
수면은 우리 삶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상태다. 수면이 가지는 생리학적 효과는 회복, 에너지 보전, 기억, 면역, 감정조절 등 사실상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유지하기 위한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수면 장애는 심각한 건강상 위해로 이어지거나 그 자체로 심각한 생리 상태 및 질병을 촉발하는 문제다. 또한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 수면 환경은 이런 문제로 건강 상태는 물론 인간의 사회활동 전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수면이 부족한 경우 기본적으로 인간은 피곤하고, 졸리는 상태로 이어져 집중력이 감소하고, 감정적 불안 상태에 빠진다. 이는 노동 현장에서는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졸음운전과 산업현장의 낙상사고 등으로 설명되겠다. 미국안전협회(NSC)는 2019년 미국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원인 중 10% 이상이 ‘노동자 피로’에 인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자 피로’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위험 요소로는 수면 관련 문제가 단연 1위다.이런 문제는 더 나아가면 개인의 사고뿐 아니라 사회적 재난과 대형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챌린저호 폭발사건, 엑슨 발데즈호 기름유출 사건 등이 모두 수면 부족으로 인한 담당자의 부주의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수면 부족은 개인 건강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어, 모두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다.
의학적으로도 24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1%와 같은 상태로 간주하고, 불규칙한 수면을 야기하는 반복된 야간노동은 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2A)로 분류된다. 이처럼 인간에게 수면의 중요성은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침이 없다. 때문에 과거 의식주로 대변되는 기본서비스의 질적 문제, 특히 주거의 문제는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제대로 된 수면 환경 조성으로 관점이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충분하고 제대로 된 환경에서의 수면 보장은 한국의 과도한 노동시간과 유연 노동의 확대로 인해 결핍되는 상황이 강제되어 또 다른 쟁점이 되고 있다.
불규칙한 노동과 주거환경의 변화, 밤시간 조명등의 수면 유해 환경으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 의학적으로도 수면제 처방을 비롯한 급성기 치료가 확대되고 있다. 사실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기면발작 등의 특정 질환을 제외한 불면증의 원인은 대체로 노동환경, 습관, 심리적 문제다. 이런 문제의 원인 해결 없이 당장 긴박한 불면의 문제 해결을 위한 약물적 사용은 의존성 증가와 여타 부작용 문제도 야기해 주요 선진국에서는 약물남용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상태다. 따라서 의학적 측면에서도 의료상품화의 확대를 막고 예방적 차원의 수면 문제에 대해서 논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불면문제
불면증의 빈도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전체 인구의 1/3가량이 불면 증상을 경험하거나 호소하고, 10~15%가 낮에 기능상 지장을 경험하며, 6~10%가 불면증으로 진단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불면증에서 중요한 점은 불면을 최초에 일으킨 통증, 야간노동, 심리적 상태가 최초 촉발사건으로 이후에 해결이 되더라도, 장기간 수면장애의 지속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즉 촉발사건과 지속 요인이 분리되는 것인데, 대체로 수면에 대한 부정적 연관과 변화된 수면양태가 이런 만성 수면장애로의 고착을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여타질환과 마찬가지로 초기 불면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불면의 원인을 빨리 제거하면서 환경을 개선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불면의 만성화 경향이 높은 인구집단으로는 여성, 고령, 육체노동 종사로 이 중 여성은 주되게 우울 증상과 관련성이 있고, 고령의 경우는 노화에 의한 신체건강 문제와 정상적인 노화과정 속 수면패턴 변경과 연관이 된다. 육체노동은 낮 시간의 과도한 노동으로 수면 개시 시간을 놓치거나 수면을 방해하는 촉발 요인 확대문제가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불면은 낮시간 노동의 집중력과 신체활동 능력에 영향을 줘 다시 노동시간에 여러 제한사항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이는 불면과 노동 그리고 산업재해의 악순환으로 나아가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불면의 문제, 특히 노동인구의 불면 문제는 우리 모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노동인구의 수면 문제에 대해서 더 각별한 관심과 신경을 써야 한다. 노동인구의 불면문제만 봐도 이처럼 노동조건 혹은 노동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노동시간과 노동환경 문제는 개개인의 문제를 뛰어넘는 사회적 문제다. 불면도 이런 측면에서 잠들지 못하는 질병의 문제에서 사회의 문제로 접근해 사회적 해결책도 사회정책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수면
[그림 5-1]에서 알 수 있듯, OECD 자료(2020년)를 보면 15세에서 64세까지의 청장년을 대상으로 평균적인 시간 사용조사를 볼때 한국은 수면시간(7시간 51분)이 가장 적은 나라다(OECD 평균은 8시간 22분).
별도의 다른 연구를 보면 국제적으로 최저 수면시간은 일본여성으로 7시간 22분이다(일본 남성은 7시간 35분). 평균적인 수면시간이므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지만, 노동시간이 한국보다 긴 중국이나 멕시코보다 한국의 평균수면 시간이 짧은 이유는 추가적으로 부여되는
긴 학습 시간이 영향을 준다. 아마 청년층의 과다경쟁으로 인한 늦은 시간까지 지속되는 학업 부담 때문일 것이다. 하루의 시간배분에서는 임금노동, 수면, 가사노동, 휴식이라는 4가지 비율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주되게 보는데, 우선 가장 중요한 분류시간은 임금노동, 가사노동(개인정비포함), 휴식(식사, 놀이, 영상 시청등)과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면시간으로 볼 수 있다. 수면의 질과 내용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다른 시간만큼 개인적이고 세부적으로 차이가 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면시간이 적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휴식시간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못하고, 각성상태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며, 사실상 노동시간은 더 길다고 해석해야 된다.
수면시간에서 성별 차이도 중요하다. 앞서 봤듯이 일본의 조사에서 일본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15분가량 평균 수면시간이 짧다. OECD(2020)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의 평균 수면시간이 짧고, 여가 시간도 짧다. 이는 가사노동에 여성이 주로 참여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가사노동(가사돌봄 포함)은 영국의 시간이용연구소(Centrefor Time Use Research) 2014~2015년 연구에 따르면 흥미 정도(즐거움)가 가장 떨어지는 활동이다. 결국 가사노동에 대한 성별 불균형은 수면시간 축소로 나타나는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지만, 앞서 살펴본 여성의 불면 비율 상승의 원인인 우울감과도 연관될 수 있다.
연령에 따른 조사에 따르면 초기 청소년 시기인 10~14세, 후기 청소년기인 15세~19세의 경우 모두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낮은 수면시간을 갖는다. 초기 청소년기는 남녀 각각 비교대상 국가 중 가장 적은 시간을 자는 이탈리아와 비교해도 51분, 52분이 적으며, 후기 청소년기는 38분에서 103분까지도 적게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후기 청소년기에 여성 청소년은 평균 51분~118분 가량 수면시간이 적어 매우 충격적인 차이를 나타냈다. 이는 대체로 과도한 학습 시간과 입시경쟁으로 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현상적인 수치가 가진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기에 시작된 수면시간과 관련된 연속성과 수면장애의 만성화 때문이다. 결국 만성적인 수면장애군의 증가에 청소년기의 충분하지 못한 연속된 수면시간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기 수면시간을확보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결국 한국과 해외를 비교한 수면시간 연구를 볼 때에도 수면이 사회적 문제이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 확인되며, 한국의 짧은 수면시간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노동조건 및 불평등과 수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2020)를 통해 보는 연구들에서는 성별, 교육 수준, 질병 등과 연관해서 수면시간을 분류하고 있다. 우선 사회경제적 요소로 학력과의 연관관계를 보면 최종학력이 높을수록 적정 수면시간을 갖는 걸로 나타난다. 이는 최종학력과 소득 및 노동조건이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한국에서 저소득 육체노동에서 수면시간 부족이 현저함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수면시간이 적었으며, 우울증이 심할수록 수면시간이 줄어들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기반해 수면시간과 근무 형태, 우울감 간의 관련성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우울감은 적정 수면 주간 근무군보다 수면 부족 교대 근무군이 약 2.3배 높았고, 수면부족 주간 근무군이 약 2.2배 더 높았다. 우선 야간근무는 수면-각성 리듬에 부정적 영향을 받아 일주기 리듬이 어긋나고 수면시간이 짧아져 불면증과 졸음에 취약해진다. 이는 결국 만성피로와 수면 부족으로 우울증의 위험성을 증대시킨다. 결국 우울증과 수면 부족의 악순환이 작동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일본의 연구를 보면 3교대 근무자 중에도 아침형, 중간형, 저녁형 중 저녁형 교대근무자의 우울감이 크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는 저녁형 교대 근무자의 수면 문제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경우를 보면 대체로 주요선진국에서 수면시간이 늘어나는 데 비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는 데 있다. 미국 국가 건강면접조사(National health interview survey)에 따르면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인 미국 내 노동자는 1980년대는 24%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는 30%로 증가했다. 이는 24시간 영업, 즉각대응 서비스 산업 발달의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제조업 노동자, 야간교대업무 노동자, 의료서비스 노동자, 운송 및 창고 노동자 등은 일평균 6시간 미만 수면을 취하는 노동자 비율이 높다. 수면시간이 일평균 5.5시간 미만인 교대업무 노동자의 경우 아침근무자에 비해, 낮 근무자는 15.2%, 밤 근무자는 27.9% 높은 부상의 위험성을 보인다. 특히 연속근무 시간이 8시간을 넘을 경우 부상의 위험성이 급격히 상승한다고 보고 하였다.
결국 최근 늘어나고 있는 파트타임 교대근무 노동과 서비스산업의 확대는 실제로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수면의 시간, 질, 양태 모두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간호사, 소방관, 공공안전 노동자, 장거리 운전 트럭운전수 등은 우리사회에 필수적인 인력이지만, 교대 근무와 장기 노동으로 개개인의 건강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의 위험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처럼 노동유연화가 가져온 수면저하는 사회 전반의 안전 문제에는 저해 요인이지만, 부자들은 이들 서비스를 이용한 또다른 산업으로 억만장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불평등의 단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배달 노동, 비대면 서비스 노동이 확대되었는데, 이들 노동에서 일부 노동자들은 휴식 시간과 수면시간 축소를 경험했다. 또한 일부는 신체활동의 저하로 역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도 경험한 바 있다. 이는 명확히 수면과 관련해서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누적해 드러나고 있는 차별적인 지점이다.
끝으로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생활 습관과 수면 환경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고 불면을 해결하려면 적절한 신체항상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서 핵심적인 부분이 규칙적인 운동이다. 교대근무와 유연노동에서 적절한 규칙적 운동은 어렵다. 여기다 잠들기 3시간 이내에는 많이 먹거나 마시지 않는 것이 좋지만, 늦은 시간까지 지속된 육체노동과 장시간 노동은 알코올 섭취와 야식 문화를 즐기도록 하고 있다. 이런 불규칙한 식이도 수면의 질을 저해시키는 장애요인이다. 적절한 침구와 익숙한 침대도 수면의 질에 매우 중요하다. 장거리 운전이나 단기간 집중하면서 쪽잠을 자야하는 개발자 등은 고정된 숙소가 아닌 곳에서 수면을 취하기 일쑤인데, 제대로 된 수면의 질이 보장될 수 없다.
이처럼 수면과 관련된 주변 환경을 조금씩만 확인해봐도 얼마나 많은 수면유해요인이 노동조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요소들에 대한 불평등 문제 역시 사회적 문제고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의 결과로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소결
한 사회의 평균 수면시간은 노동시간과 더불어 삶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장기 노동에 더불어 짧은 수면시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짧은 평균 수면시간에서도 교육수준, 노동조건에 따라서 수면시간은 달라진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준이 하루 6시간 미만 수면의 경우 교육수준이 낮고 교대근무이면서 장기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최근 노동환경이 바뀌고 있어 미국 등의 연구를 볼 때 수면시간은 이들 유연노동과 교대 서비스노동자에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수면시간이 짧아지게 되면 피로도가 상승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개개인의 안전문제와 사고 발생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적정수면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노동환경과 산업보건체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수면시간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연구도 더 필요하다. 한국에서 수면시간, 노동조건, 질병상태 등에 대한 조사가 국가수준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심각한 수면부족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대안이 나와야 한다.
| 참고 문헌 |
불면증: 원인과 진단, 안동현, Hanyang Med Rev 2013;33:203-209
시간균형 관점에서 본 한국인의 잠: 다국적시간연구(MTUS) 자료를 활용한 생애주기별 수면시간 국제 비교 연구, 전지원, 통계연구(2017), 제22권 제2호, 26-52
How do people spend their time? our world in date http://www.ourworldindate.org
우리나라 성인의 수면시간 관련 요인, 김숙영, 한국데이터정보과학회 2018, 29(1), 153–165
근로자의 수면시간과 근무 형태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 : 연령별 차이, 이진욱, 남진영 대한보건연구 48권 4호 pp.113~131(2022. 11) 국제안전보건동향 2019.9. Vol 465
*참고로 한국의 경우 2009년 남녀 성별 수면시간은 1분 차이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2023년 통계로 한국에서 제대로 된 성별 수면시간 연구는 아직 없다.
American Journal of Industrial Medicin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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