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9-01   397

[기획3] 청년들의 시간 결핍

김진욱 서강대학교 사회복지전공 교수

청년들의 시간결핍, 왜 중요한 문제인가?

지난 몇 년간 청년세대는 한국 사회에 공정성이라는 근본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정권교체를 불러온 조국사태, 대선 기간을 거치며 불거진 젠더 갈등, BTS의 병역혜택 논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학입시의 수시 공정성과 정시확대 논의 등에서 그러하였다. 그런데 이런 모든 공정성 논란의 중심에는 노동시장과 고용의 문제가 있다. 청년들이 안정된 공공부문의 일자리나 임금인상을 지속하는 대기업 정규직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입시에서 경험했던 것 이상의 경쟁을 겪으며 고달픈 삶을 살아내야 한다. 부모의 충분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다수의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나 비정규(플랫폼) 노동을 병행하며 취업준비를 지속해야하기 때문이다. 일-생활균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청년세대에게 이러한 상황은 견디기 어려운 삶의 질 저하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청년들의 생활시간을 살펴 보아야 할 이유이다.

본고는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시간결핍의 양상과 원인을 분석하려 한다. 지난 20년간 청년세대의 생활시간 구조는 어떻게 변화되었으며, 현재 시간 결핍을 경험하는 청년들은 누구인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시간 결핍의 개념을 살펴보자. 흔히 결핍은 물질적 차원의 빈곤으로 이해되는 것이 보통이고, 주로 가구의 소득을 설정된 빈곤선과 비교함으로써 빈곤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그러나 시간의 결핍은 빈곤의 특성과 매우 상이하다. 시간은 희소하지만 누구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는 평등한 재화이므로 시간의 부족은 물리적인 시간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하루를 살아가며 필요한 일과 행동을 모두 수행하기에 24시간이 부족하다면, 그래서 잠자는 시간이나 여가 시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 시간의 결핍을 경험하게 된다. 청년들이 부모님의 충분한 지원을 받아 학업에 집중한다면 시간의 결핍을 경험할 확률이 낮은 반면, 부모님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시간의 부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 세대의 생활시간 변화 (1999~2019)

생활시간의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자료가 필요하다. 현재 이용 가능한 가장 적합한 자료는 1999년부터 5년 간격으로 시행되고 있는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이다. 이 조사는 국민들이 하루 24시간을 무엇을 하며 누구와 함께 하는지, 표본 가구에 속한 모든 개인이 2일간 시간일지(다이어리)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자료가 수집된다. 생활시간조사 표본의 크기는 조금씩 줄어 왔지만, 전 국민의 생활세계를 파악하기에 충분한 규모이다. 제5차 조사가 이루어진 2019년만 하더라도 12,435개 표본가구의 10세 이상 개인 약 2만 7천여 명에 대한 자료가 수집되었다. 한편, 본고의 분석 대상은 만19∼34세의 미혼 청년들이 평일에 작성한 시간일지이다. 한 개인의 생활시간은 평일과 주말이 매우 다른 양상을 가지는데, 일반적으로 유급노동이나 학습이 집중되는 평일의 일과가 더 규칙적이고 시간의 압박을 받게 되므로, 시간연구에서는 보통 평일 자료를 활용한다.

다음의 <표 3-1>은 1999∼2019년 청년들의 기본적인 생활세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19년 19~34세 미혼 청년들의 평일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6분이었고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이것은 1999년에 비해 30분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년간 청년들의 수면시간이 점차 증가해 왔음을 보여준다. 식사 관련 시간과 개인위생 등 전반적인 개인유지시간 역시 남성과 여성 모두 증가하는 추세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스스로를 가꾸는 시간들이 청년들의 일상에서 더 중요해졌음을 보여준다.

반면 유급노동과 학습 등 일과 관련된 시간은 지난 20년간 조금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9년 미혼 청년들의 하루 평균 유급노동시간은 3시간 39분으로 1999년에 비하여 30분 이상 감소하였고, 남성보다는 여성 청년의 노동시간이 조금 더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평일 유급노동시간이 생각보다 적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34세 이하 미혼 청년의 상당수는 대학생으로 이들이 포함된 평균 시간임을 유념하여야 한다. 학습시간의 경우에도 전체 청년의 평균 시간인데, 하루 평균 2시간 정도로 남녀가 비슷하지만 1999년 이후 조금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급노동과 학습시간을 합한 청년들의 평균 일 관련 시간은 1999년 6시간 30분에서 2019년 5시간 40분으로 감소한 셈이다. 한편, 돌봄에 대한 부담이 적은 미혼 청년 특성상 가족 관련 시간은 많지 않다. 2019년 기준 미혼 청년의 가족관련 시간은 하루 평균 37분으로 남성(25분)에 비해 여성(49분)의 시간이 더 많았다. 지난 20년간의 변화 추이는 뚜렷한 경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여가시간의 경우 TV시청 등 미디어를 이용한 수동적 여가활동은 상당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스마트폰의 사용 확산에 따라 게임 및 기타 유사한 활동을 통한 여가시간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게임 등의 시간은 2019년 청년 남성이 평일 하루 평균 1시간 31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1999년에 비하여 35분이나 증가하였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의 게임 시간은 24분에서 38분으로 증가하는데 그쳐, 게임 시간은 여가시간의 성별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활동 영역이었다.

청년들의 시간결핍, 누가 얼마나 경험하는가?

시간결핍은 개인의 신체를 유지하는데 요구되는 필수적인 시간과 심신의 재충전에 요구되는 여가 시간이 결핍된 상태를 말한다. 이 글에서는 시간 결핍을 수면시간, 개인유지시간(식사, 씻기 등), 여가시간의 결핍으로 나누고, 각각의 결핍 기준을 설정하기로 한다. 대체로 시간결핍은 시간의 빈곤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빈곤의 기준과 마찬가지로 표본의 중위값을 구하고 여기에 일정 비율을 결핍 시점으로 정의하는 상대적 개념을 사용한다. 다만, 소득과는 달리 누구나 24시간을 갖게 되므로 생활시간의 변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미국수면재단의 권고에 따라 성인기 적정수면시간(7~9시간)의 하단인 7시간을 수면시간의 결핍으로 정의한다. 이것은 우리 청년 표본의 수면시간 중위값의 90%에 근접하므로, 개인유지 및 여가시간의 결핍도 중위값의 90%로 설정하기로 한다. 이 경우 개인관리시간 결핍 기준은 하루 81분, 여가시간의 결핍 기준선은 144분이다. 나아가, 개인관리시간과 여가시간은 성별과 가구유형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이므로, 이를 고려하여 결핍여부의 기준을 정하였다.

<표 3-2>는 2019년 생활시간조사에 나타난 청년의 가구유형별 시간결핍 비율과 시간결핍 경험자의 평균 결핍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적정 수면시간 하단인 7시간 및 이를 다른 시간결핍 유형에 적용한 중위수 90% 기준을 적용할 때, 전체 청년 중 수면 결핍을 경험하는 청년의 비율은 20.9%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의 평균 결핍시간은 약 1시간 정도였다. 즉, 평일 수면시간 결핍을 경험하는 청년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이다. 이것은 남성과 여성, 1인 가구 및 부모동거 청년 모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씻고 단장하는 것을 포함한 개인관리시간의 경우 전체의 46.3%가 상대적인 시간결핍을 경험하고 있었고, 평균 결핍시간은 20분 정도였다. 여성보다는 남성의 시간결핍 비율이 더 높았고 결핍경험자의 평균 결핍시간도 조금 더 긴 것으로 나타난다. 청년 남성들 가운데 개인관리에 시간을 많이 쏟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많다는, 즉 시간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의미이다. 반면 여가시간은 여성의 결핍비율이 51.6%로 남성에 비해 훨씬 더 높았다. 여성들은 여가시간을 줄이며 개인관리 등에 시간을 더 사용하고, 남성들은 개인관리 시간을 줄이며 여가시간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수면, 개인관리, 여가 등 세 차원을 모두 합한 전체적인 시간결핍을 경험하는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간 더 높았다.

마지막으로, 시간결핍을 경험하는 청년들은 어떠한 특성을 가졌을까? 지면의 제약으로 전체 결과표를 상세히 제시할 수 없어 간단한 요약으로 대체한다. 첫째, 성별은 시간결핍의 정도를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하루 15∼16분 정도 개인관리시간의 결핍을 보였으나,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여가시간의 결핍이 30분 정도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시간압박 역시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하루 평균 10∼20분 정도 더 결핍된 상태였다. 둘째,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전체적인 시간압박의 정도를 더 강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이라면 학업과 생계를 병행하는 청년들이 많아서일 것이고, 취업자라면 상대적 고소득자가 경험하는 시간결핍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소득과의 연관성에서 논의가 더 진행된다. 셋째, 청년들의 소득이 높을수록 여가시간의 결핍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득이 높으면 여가시간 보다는 돈을 더많이 버는데 시간을 더 투입할 것이라는 전통적인 소득-여가 함수의 부적 관계가 확인되었다. 넷째, 1인 가구 청년이 다른 동거인이 있는 청년들보다 개인관리시간의 결핍을 더 심하게 경험하고 있었다. 부모님을 비롯한 동거원이 있을 때보다 식사준비나 청소 등의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에 개인관리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섯째, 유급노동과 무급노동(돌봄과 가사) 시간이 길어질수록 모든 형태의 시간결핍을 더 심하게 경험한다. 또한, 학습시간이 시간결핍 정도에 미치는 영향력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섯째, 삶의 만족도가 높을수록 개인관리시간의 결핍 정도가 더 낮았지만, 여가 및 시간압박 차원의 결핍을 더 강하게 경험한다. 이는 청년들이 여가를 희생하고 전반적인 시간압박에 쫓길 때 스스로 열심히 살아간다(이른바 ‘갓생’)고 인식하며 삶의 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청년들의 시간결핍에 대응할 정책과제는?

지금까지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통해 34세 이하 미혼 청년들이 지난 20년간 생활시간 구조가 어떻게 변화되어왔고, 시간결핍을 경험하는 청년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러한 분석결과의 시사점과 이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정책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여성의 시간결핍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시간 연구들은 맞벌이 부부의 시간결핍이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밝혀 왔다. 일은 함께 하지만 가사와 돌봄은 함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일하는 여성은 일과 가족의 이중부담을 지게 되므로 시간결핍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본 분석에서도 미혼 여성 청년이 시간결핍을 경험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젠더구조가 여성의 전반적인 시간결핍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시간의 배분은 개인의 선택 문제이다. 청년여성들은 일, 학업, 개인관리에 쓰는 시간을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청년남성은 게임을 비롯한 여가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세태를 반영하는 결과일 수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시간지원 정책에서 문화여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특히 여성의 욕구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유급노동, 무급노동, 학습 등 다른 필수적 활동에 대한 시간부담이 클 때, 청년들의 시간결핍의 정도가 커졌다. 청년들이 취업준비, 학업,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힘겹게 열심히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하는 결과인데, 부모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 청년들에 대한 시간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해 준다. 특히 저소득 청년들에 대한 현금지원은 과도한 유급노동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시간결핍 수준을 완화해 줄 수 있다. 저소득 대학생에 대한 생활비 지원을 포함하여, 청년층 전체에 대한 기본소득을 검토하는 등, 한국 복지국가가 청년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소득이 높은 청년들의 여가시간 결핍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즉,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여가시간을 희생하는 경향이 청년세대에서도 나타남을 의미하는데, 기본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어서 특정한 정책적 대응을 요구하는 결과라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이라 해도 가족을 돌보거나 부양해야할 경우 시간결핍의 문제가 심각할 수 있고, 오히려 1인 가구 청년들보다 상황이 좋지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의 생활양식에 매우 큰 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현금지원이나 사회적 돌봄정책의 확대 효과는 미지수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영케어러(청년 돌봄제공자) 문제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젊은 나이에 짊어져야할 부양부담이 크다면 이를 경감시켜줄 사회적 안전망의 작동이 필요하다. 즉, 과도한 부양부담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맞춤형 지원책을 모색하여야 한다. 


1) 이 글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논문 ‘청년들의 시간결핍, 누가 얼마나 경험하는가?’( [생명연구] 제 68집)을 요약· 재작성한 것임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