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9-01   594

[기획1] 나의 상황과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표와 시간주권

노혜진 강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간은 금이다.”라는 명언을 통해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해야 함을 배울 때 시간이 진짜 돈은 아니지만, 화폐가치만큼 우리 삶을 구분 지을 것을 우리는 알았을까? 방학 전 동그라미 안에 지키지도 못할 계획표를 만들 때 우리의 일상시간을 정하는 주체가 온전히 내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임을 우리는 알았을까?

시간의 정치경제학을 연구한 코헨은 정치체제가얼마나 평등한지를 판단하려면 국가가 국민의 시간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면 된다고 주장하였다(Cohen, 2018). 개인이 시간을 사용하는 양상은 사회환경과 역사, 정책 속에 배태되어 가족정책, 노동시장 제도와 정책, 성평등 정책이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Bick et al, 2018). 즉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자원처럼 보이지만, 실제 우리의 24시간은 내가 누구인지, 어느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에 따라 내 의지와 다르게 구성된다. 특히 노동의 가치가 시간으로 측정되어 돈으로 보상되는 자본주의에서 시간 투입량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므로 시간은 곧 돈이며,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결핍이나 불평등은 간과할 수 없는 주제이다(Lewis and Stronge, 2021).

눈에 보이는 시간표의 차이

<표 1-1>에 제시한 바와 같이 시간은 소득처럼 계량화가 가능해서 빈곤과 불평등을 분석할 수 있다. 자원의 결핍에 주목하여 상대적 위치를 중심으로 결핍률을 측정하는 개념이 시간 빈곤이라면, 시간 불평등은 집단 간 시간 양의 차이와 분포에 주목한다. 사람들이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은 그들의 상황과 사회적 계급에 따라 다른데,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시장 논리와 불평등한 규범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간 불평등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바그니는 시간 사용의 차이가 사회 불평등의 원인이자 동시에 결과이기 때문에 집단 간 시간 사용의 차이를 분석하는 것이 사회 계층화의 정도를 이해하는데 핵심이라고 주장하였다(Vagni, 2020).

1) 유급 노동시간

노동시간은 삶의 모든 면에서 구조를 결정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시간문제를 다룬 연구에서는 노동시간 문제에 주목한다(Lewis and Stronge, 2021). 한국 사회는 여전히 장시간 유급노동이라는 기본 문제도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간과할 수 없는 집단 간 차이를 논해보고자 한다.

20년간 시간 사용의 변화를 분석한 노혜진과 박나리(2022)의 연구를 보면,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유급노동시간은 두 차례 법정 근로시간이 바뀌면서 전반적으로 모든 집단에서 감소하였다. 시간불평등과 관련해서는 소득과 근로형태별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20년 전 중간소득부터 고소득까지 큰 차이가 없던 유급노동시간은 중간소득 분위에서 가장 긴 역 U자 형태로 바뀌었다. 또한 임금근로자의 주당 유급노동시간이 1999년에 450분에서 2019년 341분으로 109분 감소한 사이에 비임금근로자는 408분에서 357분으로 51분 감소하면서 임금근로자의 유급노동시간이 비임금근로자보다 길던 양상 역시 20년 사이에 역전되었다. 그에 따라 장시간 유급노동으로 인한 시간빈곤은 중간소득 분위에 있는 비임금근로자의 문제가 되었다.

한편, 유급노동시간의 지니계수는 1999년 0.228에서 2019년 0.205로 10.1% 감소했는데, 이는 임금노동자와 비임금노동자 모두 유급노동시간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 무급 노동시간

초창기 시간연구는 집단별 가사노동시간의 실태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별 불평등 문제가 강조되었다.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남성보다 긴 성별 불평등은 여전히 지속되는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성별 격차는 완화되고 있다. 무급노동시간에서 주목해야 하는 축 역시 근로형태별 차이이다. 20년 사이 유급 노동시간이 줄어든 임금근로자가 무급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근로형태별 무급노동시간의 차이가 사라졌다(노혜진·박나리,2022). 그로 인해 비임근근로는 더이상 일과 가족영역을 동시에 수행하는데 유리한 근로 형태가 아니라, 건수에 의해 소득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언제든지 노동시간이 늘어날 위험에 놓인 취약한 상태가 되었다.

무급 노동시간 영역에서는 세대 간 불평등을 지속시킨다는 측면에서 자녀 돌봄시간 불평등에도 주목해야 한다. 돌봄시간 불평등 연구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부모의 학력과 동질혼인데, 자녀 양육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할애할 수 있는 고학력·고소득 부모의 자녀 돌봄시간이 길뿐만 아니라 돌봄시간의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노혜진, 2014; 차은호·유조안, 2020). 돌봄시간을 중심으로 자녀에 대한 부모 투자의 양극화는 이미 에스핑 안데르센이 지적한 현대 사회의 4가지 양극화 영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Esping-Andersen, 2009).

한편, 유급노동과 무급노동을 합산한 총노동시간은 지난 20년간 460분에서 391분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특히 지난 20년간 총노동시간의 감소가 고소득 분위에서 뚜렷하게 전개되면서 총 노동시간은 3-4분위에서 가장 길다. 총노동시간 지니계수는 1999년 0.2666에서 2019년 0.306으로 15%증가하였고, 이는 총노동시간의 이질성을 증가시킨 요인으로써 시간불평등이 발생하는 다양한 지점을 더욱 자세히 분석해야 함을 시사하는 바이다.

시간표를 정하는 주체는 나 자신인가, 타자인가?

시간 사용의 양상, 즉 하루 시간표의 구성과 배열은 그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름은 자발적일까, 아니면 비자발적일까? 이것은 우리가 속한 조직에서 누가 회의 시간이나 회식 시간을 정하는지를 떠올린다면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개념이 바로 시간주권(time sovereignty), 재량시간(discretionarytime)이다. 시간주권이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개인이 시간을 어떤 순서와 배열로 구성할지, 즉 시간할당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의미한다(Andersenet al, 2003). 시간주권 개념은 유럽연합에서 발간된 ‘노동하는 삶에 대한 시간의 새로운 구조화(A New Organisation of Time Over Working Life)’ 보고서에 공식적으로 등장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이는 3개의 요소로 소득과 사회보장, 일생활 균형, 그리고 시간주권을 강조하고 있다(노혜진, 2023). 

시간주권 개념에서 강조하는 것은 시간 사용이나 시간 배분에 대한 자율권과 통제권을 개인이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이다. 시간사용의 실태, 즉 개인의 시간표가 삶의 질과 역행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개인이 자율권과 통제권을 가지고 선택한 것이라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24시간 안에서 유급노동과 무급노동, 그리고 노동을 제외한 생활시간의 할당 과정에서 개인의 결정 권한이 낮다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주권의 많고 적음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시간주권의 개념을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한 지표가 재량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상황과 위치에 따라 유급노동과 무급노동, 수면 등생존에 필수적인 시간을 차감하고 남은, 온전히 내가 통제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인 재량시간의 차이는 시간주권의 차이를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재량시간 측면에서 취약한 대표적인 집단은 여성, 저학력, 장애인, 임시일용직, 이혼/사별, 소득빈곤층, 미취학자녀를 키우는 부모이다(노혜진, 2019).

개인의 시간 할당과 배분이 자발적이지 않다면, 비자발적으로 결정된 맥락을 검토해야 하는데, 이때 소득과의 연관성은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이다. 시간 사용에서 취약한 집단이 화폐 자원도 적게 보유했다면, 시간 배분이 비자발적으로 결정되었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 빈곤과 시간 불평등은 소득 빈곤, 소득 불평등과의 관계 안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간표에 영향을 미치는 더 큰 맥락: 4차 산업혁명, 국가

시간에 관한 연구가 집단 간 격차를 중심으로 수행되고, 이를 통해 시간빈곤이나 시간주권에 취약한 집단이 드러나면서 오롯이 개인이 시간 배분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검증되었다. 이 장에서는 더 큰 사회구조로써 시대변화와 국가의 영향도 검토해보고자 한다.

첫째, 시대변화 차원에서 현대 사회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늘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과 기술혁신은시간 배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여 댄스 이름에 테크노를 붙일 정도로 기술 발달이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했을 때,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스마트기기가 우리 삶의 시간 속으로 스며들 것을 우리는 예측할 수 있었을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시공간 제약없는 근로 환경을 만들면서 통근 중이나 여행지에서, 그리고 퇴근 후 집에서 쉬는 시간에서조차 노동은 작업장의 경계를 벗어나 사회 전체로 확장되었다(류동민, 2018).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연결된 촘촘한 네트워크로 인해 비근로시간에 업무를 요구받고 일과 삶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가처분 비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숨겨진’ 무보수 초과노동 시간은 늘어났다(Lewis & Stronge, 2021).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도 근로자 중에서 70.3%가 비근로시간이나 휴일에 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이경희·김기선, 2017). 또한, 정규 근무시간이 아닐 때 업무를 위해 통신기기를 사용한 빈도를 조사한 결과 17.2%가 매일 사용한다고 응답하였다(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21). 통신기기를 사용하여 근무 시간 외에 일하는 비율은 대도시 거주자, 자영업자, 판매종사자와 사무종사자, 금융보험업과 운수창고업, 52시간 초과 근로자, 고학력,고소득자에게서 높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근로자가 비근로시간에 업무를 요구받고 일과 삶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 근로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메신저 감옥’, ‘로그아웃 없는 삶’으로 이어진다(양승광, 2020). 스마트기기를 통해 사적영역에 작업장이 침투하는 상황은 단 10분을 일하더라도 근로자의 생활 패턴을 엇갈리게 하고, 식사, 여가, 수면 등 개인의 충분한 쉼과 돌봄을 위한 시간을 파편화시킨다. 일상의 시간표가 파편화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 ‘퇴근 후 카톡금지법’이 등장할 정도로 기술변화는 우리의 시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냐 뿐만 아니라 어느 국가에 살고 있는지도 개인의  시간주권이나 균형 있는 시간배분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연합(EU)에서 발간된 ‘노동하는 삶에 대한 시간의 새로운 구조화’ 보고서에서는 시간주권을 확보한 상태를 일 생활 균형으로 정의하고 있다. 시간 주권을 획득한 일 생활 균형 상태는 사회정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성과(outcome)라고 할 수 있겠다. 노혜진(2023)은 시간 주권과 일 생활 균형 개념을 반영하여 남성과 여성 모두가 일과 가족 영역에서 어느 한 영역에 과도하게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 두 영역에 균등하게 시간을 배분하여 조화와 균형에 이를 수 있는 상태를 지원하는 정도를 시간보장으로 정의하고, OECD 31개 국가를 대상으로 시간보장 수준을 비교하였다. 분석 결과 한국은 가족시간과 노동시간 보장 수준이 모두 낮은 유형에 속하였다. 이를 통해 개인이 일과 생활 영역에서 균형있게 시간을 배분하는 정도가 우리가 어느 국가에서 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간주권을 보장하는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결국 개인이 24시간 안에서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시간의 상충 문제가 더 극심할 수 있다.

사회복지는 무엇의 결핍을 채우고보장하는 역할을 할 것인가?

자칫 공평해 보이는 우리의 시간은 사실 공평하지 않고, 누군가는 외부 요인에 의해 계속 시간 주권을 빼앗기고 시간의 상충 문제를 해결하느라 최소한의 자기 돌봄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소득의 결핍에서 나아가 돌봄의 공백을 채우던 사회복지정책이 이제는 시간의 결핍을 채우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진행된 시간 연구를 통해 시간 결핍이나 시간불평등, 시간주권 문제에 취약한 집단이 누구이고 어느 상황에서 이 문제가 대두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축적되었다.

그럼 이제 사회복지정책이 소득보장만큼 시간을 보장하는 정책을 찾아내고 확대해나가는 역할을 모색하면 어떨까? 가령 소득중단의 위기에서 연금을 통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견고한 체계를 만들었던 사회복지정책이 이제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상충되는 시기에 시간정책을 통해 부족한 시간을 보장하고 다양한 집단 간, 그리고 전 생애에 걸쳐 시간을 재분배하는 정책을 구현해나가면 어떨까?국가 주권이 아니라 시간주권을 잃은 시대에 빼앗긴 시간에도 봄이 오게 하려면, 시간불평등을 개선하고 개인의 균형 시간을 보장해주며 그것이 사회 안에서 재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을 확대하는 것 역시 향후 사회복지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 참고 문헌 | 

노혜진. 2014. 부모의 교육적 동질혼에 따른 자녀 돌봄시간의 불평등, 사회복지정책, 41(4),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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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진. 2023.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이 유형화, 보건사회연구, 43(2), 192-214 

노혜진·박나리. 2022. 20년간 한국사회의 노동시간 변화: 노동시간, 시간빈곤, 시간불평등을 중심으로, 사회보장연구, 38(3), 291-326 

류동민. 2018.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 휴머니스트 

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21. 근로환경조사보고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양승광. 2020. 우리의 시간은 공평할까. 씽크스마트 

이경희·김기선. 2017. 스마트기기 사용이 근로자의 일과 삶에 미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차은호·유조안, 2020. 부모의 교육수준에 따른 자녀돌봄시간의 불평등: 돌봄시간 격차의 변화와 분해, 한국가족복지학, 67(3), 5-33 

Andersen, J. Goul, C. Barkholdt, B. de Vroom, K. Kramer, and G. Naegele. 2003. A New Organisation of Time Over Working Life. European Foundation for the Improvement of Living and Working Conditions 

Bick, A., Fuchs-Schundeln, N., and Lagakos, D., 2018, How do hours worked vary with income? Cross-country evidence and implication, American Economic Review, 108(1), 170-199 

Cohen, E. 2018. The Political Value of Time. Cambridge University Press 

Esping-Andersen, Gosta. 2009. 끝나지 않은 혁명, 주은선·김영미 역, 나눔의집 

Lewis, K. and. Stronge, W. 2021. Overtime: Why We Need a Shorter Working Week. Verso 

Vagni, G., 2020, The social stratification of time use patterns,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71(1), 1-22. 

Williams, J. R., Masuda, Y. J. and Tails, H., 2016. A Measure Whose Time has Come: Formalizing Time Poverty, Social Indicators Research, 128, 265-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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