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규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무총장
인터뷰 및 정리 | 김지원/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복지동향을 구성하는 주된 내용은 학계의 다양한 이슈와 복지정책이다. 정책과 연구는 그 자체만으로 역할을 할 수 없다. 어렵게 만들어낸 사회적 합의와 몇 줄의 글이 사람들의 삶에 가까이 와 비로소 복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납작한 복지정책을 직접 사람에게 가닿게 만드는 사회복지사를 교육하고 그들의 복지를 위해 힘쓰는 단체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신용규 사무총장은 오랜 시간 직접 현장에서 일하면서 사회복지와 사회복지사에 대해 고민해온 전문가이다. 복지동향에도 약 스무차례 글을 싣기도 했다. 폭넓고 깊이 있는 시각을 지닌 오랜 구독자로서 복지동향을 어떻게 읽고 활용하는지 여쭤보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무총장 신용규입니다. 이전에는 사회복지관 부장, 관장으로 16년여 동안 일을 했었고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사무총장도 15년 정도 맡았습니다. 돌아보니 32년 정도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했네요. 지난 10여 년 동안 순수 시민단체인 서울복지시민연대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복지동향을 처음 알게 된 시기와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복지동향을 거의 창간호부터 쭉 읽어왔습니다. 친분이 있는 분들이 복지동향 창간 이야기를 하는 걸 들어서 알게 됐습니다. 발간 초기에는 사회복지계에서 잘 알고 있는 분들의 글이 복지동향에 활발하게 실렸던 기억이 있는데, 아는 분들 글을 읽다 보니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그보다 더 확실하게 복지동향이 각인된 계기는 2004년에 직접 인터뷰를 한 이후인 것 같아요. 당시에 참여연대 사무실로 가서 인터뷰했는데 윤찬영 교수님이 좌장을 보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는 직접 기고도 여러 번 했습니다.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매달 복지동향이 배송되어서 보는 게 가장 큰 이유이긴 한데요. (웃음) 사회복지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매거진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매거진들은 대체로 조직이나 기관을 홍보하는 목적을 가진 게 대부분이에요. 홍보 목적이 아니라면 잡지 형식으로 발간되는 건 연구조직의 자료나 학회가 만들어낸 학술지 정도가 있죠. 그런점에서 복지동향은 기관홍보지도 아니고 학술지도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나온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느껴졌고, 사회복지계의 동향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매거진이라는 점에서 맘에 들었습니다. 상당히 의미가 큰 잡지죠.
복지동향을 꾸준히 보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논조, 지향성, 가치,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는 거예요. 복지동향의 지향성은 명확해 보여요. 약간의 저널리즘 기능도 탑재되어있다고 생각하고요. 내용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복지현장의 노동이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이 흔하지 않은데 그런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어있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점들이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가능하면 꾸준히 정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사회복지 영역에서 일하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80년대 초반 학번으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으로 공부했습니다. 당시 기독교적 사명감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노동야학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노동야학은 넓은 의미의 사회복지 영역이지만 사회복지 시설은 아니기 때문에 전통적 사회복지 현장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당시에는 많이 배고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정기적으로 소득 활동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시설에 취업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사회복지사의 노동’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어요.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며 여러 관련 활동을 해왔지만,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사회복지사의 노동, 처우, 권익, 인권과 관련한 정점에 있는 단체라고 생각해요. 곧 정년을 앞두고 있어서 아마 사회복지사협회가 저의 마지막 직장이 될 것 같아요. 저에게는 아주 적합한 마지막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쁜 마음입니다.
복지동향을 구독하시던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거나 기억에 남는 기획이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2023년 5월호에 실린 ‘광주항쟁과 한국의 민주화’가 기억납니다. 민주화운동과 복지는 전혀 무관하지는 않지만 매칭이 생소하다는 느낌이 있는데, 관점도 좋았고 인상적인 테마라고 느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복지동향에서는 꾸준히 보건복지분야 예산분석을 싣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오래전부터 서울복지시민연대에서 활동하며 서울시 복지예산분석을 했습니다. 중앙정부의 복지예산을 분석해서 잡지에 싣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복지영역에 아주 좋은 기여를 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분야의 예산을 명쾌하게 분석해서 사회복지현장에 알려주고 홍보하는 다른 매체가 없거든요. 복지 외 다른 영역은 각종 언론이나 전문가 단체에서 예산분석이 잘 이뤄지는 편인데 복지분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학자들이 토론회에서 발표할 때도 있지만 한 조직이 공식적으로 보고서를 내진 않거든요. 역사가 오래된 기획 주제는 아니지만 아주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 때마다 해오는 공약분석이라든가, 새정부가 들어섰을 때 ‘새정부에게 바란다’ 등의 기획도 같은 맥락에서 임팩트 있고 좋은 기획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복지동향을 유용하게 활용하실 때가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회복지계의 동향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외부에서 여러 형태로 복지 관련 강의를 할 때 자료 준비용으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복지동향 필진 분들의 논조와 관점이 제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생소한 복지정책을 알 수 있다는 점 또한 매우 유용하다고 느낍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보편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상병수당같은 경우 복지동향에서 비교적 일찍 다뤄주어 새로운 정책을 소개받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 지인들은 주로 최근의 복지계 동향을 이해하는 데에 사용하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해요. 복지동향이 한발 내지는 한발 반 정도 현장의 이슈보다 앞서간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견인성이 있다는 말이죠. 최근에도 복지동향에서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보는 개식용 문제’라는 글을 읽었는데 복지계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동물복지를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동물을 보호하자는 정도이지 동물복지의 개념을 정립하지는 않아요. 어떠한 방향성으로 복지계가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복지동향은 전통적인 보건복지 영역에서 조금 벗어난 환경이나 동물권, 젠더 등의 영역도 다루려고 시도 중인데요.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의 시각에서는 사회복지랑 정합성이 있어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전통적 의미의 보건복지영역이 있긴 하지만 동물이나 환경은 복지와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회복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다루는 주제에는 제약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 의미의 복지만 이야기 한다면 사회복지서비스나 빈곤 같은 주제만 다뤄야겠죠. 몇 해 전부터 ESG가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데, 환경 전반에 관한 관심을 갖고 시각과 지경을 넓히는 것이 오히려 복지동향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차적 공급자로서의 서비스 관점만 이야기하는 것은 복지국가의 지향과는 오히려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설령 그렇게 좁은 관점에서 복지국가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서비스 수준에서 머무르는 매우 어설픈 복지국가밖에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화두를 넓히는 차원에서는 복지동향이 동물권이든 환경이든 기후든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고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하게도 좋은 말씀 정말 많이 해주셨는데요, 혹시 복지동향에 갖는 아쉬운 점도 있으실까요?
결국 복지는 사람이 하는 일인데, 복지 교육에 관한 내용은 다뤄진 적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사회복지사협회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복지교육이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느끼거든요. 사회복지현장, 보건복지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문가로 인정받기가 어려운 현실이에요.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사회복지사가 무분별하게 늘어난다는 평가를 받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내용이야말로 사회복지사협회를 비롯해서 복지동향도 비판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느 조직도 원색적으로 이의제기를 하거나 개선을 요구하고 방향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죠. 시민이 직접 체감하는 사회복지서비스와는 약간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아직 다루지 않은 것 같은데 복지동향에서도 기획의 한 꼭지로 선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앞으로 복지동향에서 더 다뤄주었으면 하거나 꼭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주제가 있을까요?
청년이슈는 종종 다뤄지지만 청년의 주거이슈는 비교적 덜 다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년의 주거권을 한번쯤은 심층적으로 다루면 좋겠습니다. 서울시나 정부, 지자체가 청년들을 위해 여러가지 주거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관성이나 실효성은 사실 떨어집니다. 극빈청년은 일부 정책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전통적 보건복지 이슈에서는 조금 벗어나 보일 수 있지만 다루면 좋겠습니다.
또 ‘문화권’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와 관련된 소비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 문화생활을 할 기회가 차단된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문화복지의 격차는 사실 심각하기 때문이죠. 문화권과 관련한 문제는 비교적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잘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복지동향에서 다룬다면 좋겠습니다.
또한, 현 시점에서 시사성에 있는 주제를 보건복지의 관점을 정리하여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상당히 이슈가 되고 있는데 사실 주무부서는 복지부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국민의 건강권은 보건복지부 소관이기 때문입니다. 해양수산물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슈만 주로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국민의 건강과도 분명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보지부 입장을 확인하고자 하는 매체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복지관점에서 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같은 시의성 있는 주제도 한 번쯤 다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복지영역의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대책은 무엇일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인이나 관련 종사자분들은 중에 구독자가 있으실까요? 복지동향이 더 많은 분들에게 읽히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조언이 필요해요.
워낙 많은 인쇄물이 전달되다 보니 그 속에서 복지동향이 선택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한국사회복지사협회도 인쇄물과 온라인 배포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만 시민에게 잘 전달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드는 생각은 대형 조직들과의 MOU를 맺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네요. 오랫동안 복지동향을 만들어오면서 쌓인 관계가 있는 사회복지계 전문가들이 속해있는 대학교와도 협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복지동향 구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앞서 말했듯, 사회복지계 매거진의 홍수 속에서 복지동향은 명확한 논조와 경향성을 가진 잡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얻고 동향을 이해하는 복지계의 최첨단 매거진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변화하는 복지환경을 이해하는 데는 이만한 잡지가 없으니 유용하게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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