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10-01   338

[특집5] 복지동향 300호 기념 좌담회 “우리 시대의 복지를 말한다”

사회 | 이주하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패널 |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진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박진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기획정책본부장

복지동향 200호가 발간된 이후 8년이 지났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복지 정책은 발전하기도 하고 후퇴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평등·양극화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었고 새로운 사회경제적 위험과 기후위기 등으로 인해 지속가능한 복지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복지’라는 공통 이슈를 다루며 활동하는 네 사람과 함께 우리 시대의 복지란 무엇인지, 변화하는 환경에서 앞으로의 복지 운동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주하 : 오늘 사회를 보게 되었다. 복지동향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동국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가르친다. 

(지금부터 사회자의 질문은 굵은 글씨로 표시한다.)

참여자분들은 간단한 소개와, 각자 활동하는 영역에 대해 설명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김진석: 서울여대에서 사회복지를 가르치고 있다. 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맡고 있고, 사회 경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2011년 참여연대 입사 후 사회복지위원회에 배치받았다. 시민운동의 출발이 사회복지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은 복지 운동의 측면에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에서 일하고 있다. 청년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대표하는 자리에 많이 불려나가곤 한다. 오늘도 매우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박진제: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일하고 있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오래 일했지만 현장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대변한다고 할 때 상당한 부담이 있고, 실제로 대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해야 하니까(웃음). 사회복지 현장은 운영주체인 지방정부나 위탁법인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종사자들의 입장이 다를 것인데 저는 법인쪽보다는 종사자, 사회복지사들의 생각을 어느정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자 한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복지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각자 활동하는 영역에서 체감하는 정권별 복지정책의 특징 및 장단점을 간단히 평가한다면?

김진석: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구호로 내걸었다. 이 구호가 가진 상징성은 분명히 있지만, 증세 없는 복지는 형용모순에 가까운 접근이었고 결과적으로 이 구호는 지켜지지 못했다. 불평등은 악화되었고 돌봄, 소득보장, 고용 등 모든 분야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박근혜정부는 한국 사회복지와 복지국가 역사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무상급식 전면 실시가 이루어졌고, 박근혜 정부가 탄생했던 2012년 대선은 한국 역사에 보기 드문 복지 확대의 각축장이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의제의 과잉으로 점철된 복지국가 답보의 경험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그리는 정권이 시작되었다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으나 충만한 의지와 계획에 비해 결과적으로 성과를 찾기 어려웠다. 윤석열 정부는 한마디로 복지‘산업’국가를표방하고 있다. 복지국가에 대한 철학이 부재하고, 정책적 목표와 수단은 일치하지 않는다. 연금, 사회서비스, 사회보험 등 복지국가를 구성하는 주요 정책에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규제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건복지 산업화로의 선회가 윤석열 정부 복지정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유진: 청년 운동 쪽에서 활동하다 보니 청년정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박근혜 정부 때부터 청년이 복지적인 레토릭으로 활용되고, 청년이라는 주체를 정치적으로 호명하면서 활용했다. 다만 박근혜 정부는 워크웨어 형태의 일자리 연동형 복지정책을 추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시 청년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야지 물고기를 잡아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직접 청년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기업을 경유하는 정책이 대부분이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청년 정책이 보편성을 띠고 확대되었다. 이전에는 취약계층, 저소득층 등 일자리를 갖기 힘든 사람들에게 잔여적 복지 형태로 청년정책이 이루어졌는데 문재인 정부는 소득 기준이 완화되고 대상이 확대되어 청년들에게 꽤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끔 정책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 양상은 윤석열 정부의 선별적이고 잔여적인 청년 정책 기조로 인해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의 청년 정책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청년정책 대상자의 낙인효과를 방지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정보접근성이 떨어지는 청년들을 위해 지역에서 밀착해 사회복지사나 전문가가 복지정책을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은둔형 외톨이와 범죄를 연결 짓는 등 은둔형 외톨이를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있어서도, 이들을 다시 사회로 나오게 하는 데에도 방해가 되는 정책을 펼치며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다. 대상 또한 일을 해야만 정책의 대상자가 되는 방식으로 다시 축소되고 있다. 

김은정: 운동적 관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선별적 시장 중심 복지 정책을 주로 펼쳤던 MB정부의 연장선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라도 그럴싸해 보이는 공약, 예를 들어 0~5세 보육에 대한 국가 안전 책임제, 기초연금 도입, 4대 중증질환 총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 등의 핵심 공약을 내놓았었다. 때문에 운동의 방향이 박근혜 정부는 약속을 지키라는 쪽으로 흘러갔다. 진주의료원 폐원을 계기로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게 되기도 했다. 김진석 교수의 말처럼 박근혜 정부는 복지 확대와 증세 없음을 동시에 내세웠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 기조 아래서는 예견된 흐름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운동적 차원에서는 애매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겉으로는 개헌 의제와 개혁 법안을 관철시키는 듯했으나 역대 정부에서 추진하지 못했던 규제 완화법안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운동을 하며 정부의 개혁에 동참하는 한편 규제 완화나 반개혁은 막아내야 했던 시기이다. 문재인 정부는 ‘포용 복지 국가’라는 가치 하에 개혁적인 사회보장 정책 과제들을 제시했으나 목표가 너무 높았고, 실제로 시행된 정책은 미흡하거나 변질되거나 때로는 후퇴했다. 부양의무자 전면 폐지도 이뤄내지 못했고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소폭 상승시켰지만 비급여의 풍선효과는 막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억제하는 데는 골몰했지만 돌봄이나 공공의료 확대 필요성은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사회서비스원도 임기 말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다 보니 윤석열 정부에서 대대적인 후퇴가 이루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민사회와 상반되는 정책 기조는 물론 일체의 소통조차 하지 않는 불통과 독주를 이어나가고 있다. 대규모 부자 감세 정책을 펴면서 재정 건전성을 주요 재정 운영의 기조로 내세우다 보니 복지 지출의 축소가 이루어지고 있다. 약자 복지를 내세우지만 실상 부자들에겐 감세해 주고 남은 재정으로 최소한의 복지만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사회보장 제도에 담긴 사회 연대의 의미를 부정하고 각자 도생의 끝으로 몰고 있어 이를 저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박진제: 사회복지현장은 각 정부마다의 변화라기보다는 그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받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섰을 때는 상당한 수준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꼈고, 큰 기대도 없었다. 당시 현장에 처음으로 적용된 것은 중앙과 지방에 중복되는 사업을 정비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예상대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공약과는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구나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는 많은 교수가 정책에 참여했고 기대도 많았고 큰 틀에서 기대만큼 이루지 못한 것이 맞지만 현장에서는 보건복지부가 과거의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과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적어도 사회복지계와 파트너십을 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국고지원 시설의 열악함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려고 시도했다. 사회서비스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사회서비스의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만 했던 것과 달리 실제적인 결과로 설립한 것은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정책이다. 잘 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 한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이어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회복지계는 국가보조금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사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시설들은 매우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형태를 띤다. 윤석열 정부의 시장화 정책이 가속한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앙정부보다는 시설의 관리 감독 주체인 지자체의 영향력이 더 크다. 전반적으로 사회복지계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보니 현장에 아직까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이주하: 원인을 몰라서가 아니라 원인이 너무 많은데 이를 해결할 실행력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없는 제도가 없다고 이야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평등과 사각지대 문제가 존재한다. 이는 복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소득이나 자본주의 체제하고도 연결되어 있다. 

외형적으로 볼 때 복지제도는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사각지대는 넓고, 불평등·양극화는 심화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진석: 우리나라 사회보장 제도가 복지국가에서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면 좀 더 원칙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천착이 필요하다. 사회보장제도, 더 나아가 복지국가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리 사회에서 정말 이루어졌는가?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는 복지국가의 제도적 구성을 갖추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IMF를 경험했고 이후 15-20년 사이 제도적 골격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뤘는가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생각이다. 복지국가의 기획, 운용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 결국 사회보장 복지국가의 정신 구현을 위한 사회적 비용 지출, 지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복지국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맷집을 키워야 한다.

복지국가가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위한 국가 체제로서의 대안이라는 의견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를 협소하게 생각해 복지 제도만을 가지고 이야기해 나가면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복지국가를 구성하는 주요한 체계는 사회보험, 사회보장제도 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재생산 체계의 완성과 고용의 문제가 얽혀있는데, 이를 국가 차원에서 고민하고 분배 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동반되어야 비로소 불평등·양극화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유진 : 비슷한 생각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복지 확대에 대한 지지가 시민들에게 확산되어가는 흐름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사회연대가 와르르 무너진 느낌이다. 부의 불평등, 각자도생, 본인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하고 공동체가 함께 대응해야 할 의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성의 약화가 복지 확대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정권에 따라 복지정책의 방향이 크게 바뀌는 것도 복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 같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는 연금을 의제로 활동하는데, 언론과 정부에서 모두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기금을 지키는 것과 같이 각자 알아서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복지 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복지 확대에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일례로 실업급여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는 최저 기준 상한을 인상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샤넬 선글라스 이야기가 나오는 등 새는 돈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저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여전히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대기업이나 공무원같은 양질의 일자리에서만 기업이 제공하는 사적 복지에 의존하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들이 사회 문제로 비춰지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비춰지다 보니 불평등·양극화가 심화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프랑스 청년들과 인터뷰를 하며 개인주의가 오히려 연대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집단주의적 공동체 문화가 연대를 약화하고 있으며, 복지제도를 통해 연대를 쌓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느꼈다. 

이주하: 한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10년 전 스웨덴에서 10명이 넘는 학자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저녁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전부 연대 이야기였다. 복지 제도는 연대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후발주자의 위치에 있었고 경쟁이 내면화 되어 있었기에 그러한 경쟁 체제 하에 복지 제도가 심화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은정: 우리나라 공공사회복지지출은 GDP 대비 12.3%로 OECD 평균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저출생 고령화를 감안했을 때 이 정도 규모와 속도로 복지 지출이 는다는 것은 사실상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덜 걷고 덜 쓰는’ 재정 운영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획기적인 복지 정책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고 불평등·양극화를 개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저출생 고령화 뿐 아니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노동형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많은 경우 근로소득이 있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가 700만명을 넘어선 지금에 있어서는 제도 운영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렇게 자영업자, 불안정 노동자들을 사회보험 등 사회적 보호 체계 안에 편입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보험이 중요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사회보험의 재원이 되는 기금을 두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나 지급 과정의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보험 강화에 걸림돌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금융회사들이 지속적으로 사회보험에 영리적 잣대를 들이대며 제도를 축소하고 민간 영역으로 이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여기에 화답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이를 저지하는 데 노동시민사회가 집중하는 것이 불평등·양극화의 흐름을 그나마 저지할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진제: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복지사각지대, 불평등, 양극화가 기본 의제이다. 답은 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과 현황을 확인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 정권을 가진 자들은 정권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 목적이지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내재되어 있지 않다. 시민과 직접 대면하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편복지정책이 시행될 때와 선별복지정책이 시행될 때 업무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면 선별복지정책이 시행되는 순간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업무량은 늘어나고 인력은 더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예산 투입이나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이 업무량만 늘어나다 보니 열심히는 하지만 잘 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사각지대는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데 잘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사회복지사들은 비난받는다. 자연스레 현장도 의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도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게 현실인데, 이들과 파트너십을 갖고 일해야 하는 시설에 있는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지배구조에 놓여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에 구조적 한계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직시하고 예산을 투입하고 구조를 개선해 현장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면 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이주하: 열심히 하지만 잘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기억에 남는다. 정책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한국 복지국가의 제도적 특성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으며, 현 정부에서 보다 주목해야 할 정책 과제로는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김진석: 우리나라 복지국가의 제도적 특성은 ‘미성숙성’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복지 영역에서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는 연금개혁인데, 현재 갈피를 못 잡고 제도는 공격받고 있다. 국민연금이라는 제도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하나의 상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축소시킬지, 어떻게 하면 사적 연금으로 대체할지 기회를 노리는 집단에 의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프랑스의 연금 개혁 시기 사회적 갈등의 양상을 보면 그들에게 연금은 삶의 계획에 명확하게 자리 잡은 상수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그렇게 인식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금은 한 세대가 지나 연금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직접 경험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를 경험하지 못했다. 연금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 공공부조에도 미성숙성이 드러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복지국가 타이틀을 얻기 어렵다. 지금은 한국 복지국가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를 잘 넘겨서 시민들이 사회복지 정책을 상수로 놓고 삶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복지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과 정책결정 과정에 있어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

김진석: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부터 계층화를 이루는 방향 중 하나로 사회 공헌을 도입했고 이것이 IMF를 거치며 보편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복지국가 도입 과정은 정부로 대표되는 특정 집단의 기획에 의해 사회적으로 확장되어 온 특수성이 있다. 그럼에도 제도가 권리로서의 복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역할과 책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정책 과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사회보장 전 영역에서 국가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복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정책 목표를 잘 구현한 정책이 좋은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최선의 정책 실현 수단과 이를 같이 고려하는 기회와 집행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현재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보자. 국민연금 제도의 본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퇴라는 규제를 자본의 필요에 의해 도입했기 때문에 은퇴한 사람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소득 보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국민연금의 목표는 노후에 안정적인 소득 보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조와 체계를 만들어 내는 고민이 깊어져야 하는 시점이다. 

이주하 : 한국 사회의 미성숙성, 상수화 문제, 한국 사회 제도 구축은 탑다운식으로 이루어졌지만 국가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함께 기획해야 한다는 말씀해 주셨다. 다음은 청년 정책에 대해 질문하려 한다.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위험을 현재의 복지제도가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문유진: 청년 정책이 매우 빠르게 성장했지만 미래에 대응하기보다는 굉장히 근시안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고용 형태가 계속 변하고 있는 상황을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노동시장에 뛰어든 사람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은 너무나 더디다. 특히나 실업급여 축소 기조는 불안정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을 없애는 치명적인 문제이다. 또한, 청년 정책에서 보충성 원칙을 넘어서지 못해 오히려 저소득층 청년들

이 청년 정책 안에서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특정 시기에 한 사람이 서비스와 수당도 받고 모든 제도를 이용해 조금 더 나은 삶을 계획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와 사회 정책은 이를 막는 데 급급했던 것 같다. 취약계층이 계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는 방식의 제도 설계와 집행으로 사회적 위험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청년기의 사회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청년기의 사회적 위험과 불평등이 이 시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중장년의 사회적 위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청년기는 정책적 개입에 있어 골든타임이다. 어떤 경로로 취업을 하고, 첫 직장으로 어떤 직장을 갖는지에 따라 이후 삶의 많은 부분이 결정되는데 이 때 정책 개입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점점 더 심화할 수밖에 없었다. 

세대별로 관심있는 복지 의제가 다르고, 때론 세대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청년들의 입장에서 시급한 복지정책은 무엇이며, 운동적 관점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문유진: 청년세대는 청년으로서의 취약성을 가지지 못하다보니 항상 다른 사회적 약자와 경쟁하는 위치에 놓였다. 청년이 노인보다, 아동보다 불쌍한가?라는 틀에 박혀 언론 또한 ‘진짜 불쌍한’ 청년만을 조망했고, 누가봐도 불쌍해야만 사회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청년 정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다른 사회적 약자의 혜택을 마치 청년이 뺏는 것이라 생각하는 비판적 시각도 굉장히 많았다. 청년수당을 예로 들면 사용처가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수당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보니 청년들은 수급을 받으면서도 자기검열을 하게 됐다. 이런 현상이 정책 확대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수급자로 하여금 낙인감을 불러일으키고 정책 효과를 떨어뜨리는 양상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인데, 청년들도 충분히 자기 문제로 인식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연금제도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성숙기에 있는 제도를 일부 민간 기업이나 시장주의자들이 쥐고 흔든다는 느낌을 받는다. 복지는 소용없고 국민연금보다 사적연금이 더 이득인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MZ 세대는 국민연금을 원하지 않는다며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년들에게 특정한 어떤 정책이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보다 사회 정책으로서 서비스나 노동 안전망, 돌봄 안전망이 보편적으로 확대될 때 청년도 혜택을 받는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주하: 기업이 부당하게 수백 억의 이익을 보는 데에는 크게 관심 갖지 않는 사람들도 사회적 약자가 받는 몇 만 원은 눈에 불을 켜고 보는 것 같이 느껴진다. 청년 정책 또한 보편적 혜택 확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다음으로 복지 운동적 차원의 목소리를 들어보려 한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확산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 복지운동을 하면서 든 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에 대해 말해주면 좋겠다.

김은정: 참여연대는 내년에 30주년을 맞는다. 복지운동뿐만 아니라 사회운동 전반의 영향력이 예전만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보니 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시기이다. 시민사회는 비단 운동단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시민들 개개인의 참여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시민운동이 확산된다는 것은 뉴스 보도가 많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느냐에 방점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시민사회는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갈수록 각자도생의 사회가 되고 있다. 시민들이 파편화되고 고립되면서, 사회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복지운동이 삶의 한계에 몰린 시민들의 눈에 당장 잘 보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운동의 한계와 부족함도 있겠지만, 기존의 사회계약이 무너저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복지정책은 필연적으로 이해관계를 만든다.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역할인데, 정치도 개별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방향으로만 작용하고 있어 사실상 운동을 통해 유의미한 의제를 사회화한다고 해도 그것이 제도변화로 이어지기 보다 갈등의 소재가 되어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운동방식의 변화를 꾀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연대의 가치를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인지 깊이 성찰해야 하고, 참여연대 또한 그 답을 찾아가는 노력의 과정에 있다. 당장 어떤 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연대의 가치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이를 위해 누구를 만나고 누구의 이야기를 듣고 누구를 대변하고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활동해 나가야겠다.

한 사회의 복지 수준은 복지 정치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복지 정치에 있어서 시민사회의 역할과 한계는 무엇인가?

김은정: 한국 복지 정치에서 정치의 정의를 흔히 ‘가치의 배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복지지출 수준이 곧 우리 정치가 바라보는 가치 우선순위의 결과이고, 우리의 현실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복지 정책은 많은 경우 예산을 수반한다. 우리는 보통 복지제도만 이야기 하지만 결국 예산, 재정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복지 확대나 사각지대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세원 확충이나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이렇다 할 해법이 없다면 그것은 결국 입발린 소리에 불과하다. 과거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선제적으로 제기하면서 분배의 정치가 한국정치의 주요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고 운동이 정치에 밀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박근혜 정부 내내 공약파기로 인해 갈등이 제기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재원, 예산, 세원 확충 방안이 담보되지 않는 제도 확대 주장은 다시 한 번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 시기 역설적으로 조세부담률이 높아졌지만,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확인한 사실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시민사회가 복지와 세입 확대, 세수 확충 간의 선순환 구조를 시민들에게 설득력있게 설명해 왔느냐하는 점도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정치권은 세금을 올리거나 세원을 확충하는 데에 소극적이다. 표가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세금을 올리기도 하는데, 그 경우에도 아주 고소득자인 개인이나 기업만을 대상으로 ‘부자 증세’를 하는 시늉만 할 뿐이지 실제 재정 여력이 늘어나는 데 큰 기여를 하지는 못하다. 따라서 시민사회가 어떻게 정치권을 움직여서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 복지지출을 늘리게 할지에 대해 시민사회가 가시적인 목표와 활동계획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한계이자 남아있는 과제이다. 이런 문제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우리의 운동은 계속해서 답보상태에 머물 우려가 크다. 

이주하: 소규모의 성과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회적 위험에 대한 합의, 연대 문제를 운동적 차원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서 정치권을 움직이고 시민을 설득할지가 과제라는 생각을 들려주었다. 

우리나라 정책은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현장에 권한은 주지 않고 요구는 많이 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복지정책이 집행 일선에서 적용될 때 문제점이나 어려움은 무엇이며, 복지 현장에서 느끼는 우선순위는 어떠한가? 

박진제: 현장 사회복지사들이 활동할 때 관리자와 실무자의 생각이 달라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실천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배운 실천가라면 지금 상황에서는 올바른 실천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서 갈등이 생긴다.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이 매우 강한 선배들이 이런 이유로 많이 그만두기도 했다.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조직의 권위에 저항하거나, 절충하고 있다. 현재 세대들은 절충하는 현장에는 오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공무원이 되거나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신념을 실천하지 못하는 곳에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왔다가 떠나는 사람도 많다. 이것이 현재 사회복지 현장의 화두이다. 어떻게 좋은 인재를 현장으로 투입할 수 있나? 답은 정부도 알고 있다. 원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면 되는데 개선할 의지가 없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며,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박진제: 사회복지사는 전문성이 있는 전문가이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가 있다보니 정부는 사회복지사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회복지사는 사회 변화, 개인의 변화,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 전문가로서 현장에 나와 있는데 전문가답게 일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모순 속에서 자괴감을 느끼곤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절충하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담론이 복지 국가로 이동하며 시민운동,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복지를 다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노동자가 사회복지사보다 더 전문가인 것처럼 변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회복지사들은 전통적인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고, 구조적으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현실 아래서 발언 하나도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는 복지라는 무기를 달고 영역을 확장하다보니 사회복지사들은 전문가이지만 주도권을 상실했다고 생각하게 돼 무력감을 느낀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지역사회와 개인의 변화를 위해 자원을 연결해야 한다고 외칠 때는 듣지 않더니 지금은 모두가 커뮤니티케어를 말하고 있다. 

돌봄이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며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났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담당인력은 대부분 1년짜리 계약직에 불과하다. 처우가 좋지 못하다 보니 책임감도 생기지 않고 주도적으로 일하기보다는 시키니까 일하는 사람이 많다. 사회복지사는 전문가로 채용됐는데 단순업무를 하고 있으니 대중도 사회복지사를 단순업무만 하는 사람으로 오해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계약직이다보니 호봉인정도 못받는다. 학교 사회복지사 이야기도 하고 싶다. 미국은 의료, 정신건강, 학교 세 영역의 사회복지사가 전체 사회복지사의 절반을 차지하고, 매우 고임금을 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초, 중, 고등학교를 합해서 15%(약 1,600명)만 배치되어 있다. 게다가 역할을 쥐어주고는 1년 단위로 계약한다. 일을 잘하고 싶어도 잘할 수 없는 환경이다.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선하지 않는 것이다. 공적부조와 사회보험은 기본적인 권리이며 사회서비스는 삶의 질을 좌우한다.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 학교나 의료 현장에 사회적 문제를 중재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배치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노력이 쌓여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내고 예산도 확보하며 제도가 성숙할 수 있는 것인데 지금은 아무런 의지가 없어 보인다. 장기적으로 현장의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문유진: 공감되는 이야기라 덧붙여보자면, 작년까지 5년 간 청년정책전달체계 청년센터를 운영했었다. 사회복지전달체계를 본따 운영한 것인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우리나라는 참 사람이 귀한 줄 모르고,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청년들이 청년센터 직원으로 근무를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청년센터에서 만난 청년들 중 자살 위험이 있거나, 기초생활수급자거나, 복지와 연계된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전문성 있는 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청년센터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사회복지 기관으로 가면 경력 인정이 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구획을 엄격하게 설정하는지 의문이었다. 나름대로 고민도 됐다. 또, 인건비를 너무 아까워하는 게 눈에 보여 답답했다. 인건비를 올릴 수 없고, 초과 수당도 제대로 지급할 수가 없다보니 양질의 인력을 채용하기도 힘들었다. 최근 들어서는 AI랑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놓이게 되었다. 실제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있어보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밖에 할 수 없다. 위험군을 발굴해 내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그럼에도 전문성을 가진 사회복지사들이 AI와 경쟁해야 하고 저임금과 싸워야 하는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이주하 열정있고 전문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어떤 분야든 위기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무리를 해보고자 한다. 지금 이 순간 기후위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위해 각자가 몸담은 분야에서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일까?

김진석: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겪었지만 주기적으로 새로운 팬데믹이 다가올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발현 방식 중 하나일 것인데, 참여연대는 전통적으로 기후위기나 생태환경 문제를 조직적 차원에서 운동적 과제로 삼지 못하고 있었다. 비로소 작년에 참여연대 내 TF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고 논의 결과에 따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안에서 기후위기 시대 복지국가 재편 방안 TF를 만들어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역할과 과제를 생각한다면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수용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순이 있긴 하지만(웃음), 복지국가의 태동부터 현재까지 복지국가의 과제는 현재 삶의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세대 안에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거나 활용해 불평등과 계층화 문제에 대응할지 고민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의 경우 세대 간 연대에 의해 작동하는 제도라고 이야기하지만, 세대 간 연대는 사실상 아직 경제활동에 접어들지 않은, 경제활동 중인 세대와 경제활동에서 벗어난 세대 사이의 연대에 기반한 작동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한 세대 안 연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연대에 의해 굴러가는 복지국가 체제에서 우리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는 현 세대 안에서의 분배와 재분배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아직 오지 않은 세대의 재분배 문제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자원이 무한하면 끌어다 써서 현 세대를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이제까지 복지국가의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후세대도 쓸 수 있는 자원을 충분히 남기며 우리가 어떻게 살 길을 찾을 것인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복지국가 모형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욕구 충족 정도를 논할 때도 항상 미니멈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 맥시멈을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지를 고려하지 않았다. 자원 활용에 대한 제재가 없었는데 이제는 맥시멈의 한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새로운 모형의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에서는 작년부터 복지국가 좌표 재설정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복지국가는 굉장히 낡은 개념처럼 느껴지지만 복지국가가 지향했던 가치는 여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스터디를 진행하며 정부가 만나는 사람들이 새롭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다양한 세대가 서로 소통하며 복지국가 의제를 재생산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복지국가는 어떤 모형이어야 할지도 고민이 된다. 과거처럼 경제 성장을 하자고 하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이제 장마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우기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기후 문제로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나라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최대한 하되 전 지구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후위기는 너무나 불평등하다. 폭우가 내리면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폭염에도 에어컨을 틀 수 없는 육체 노동자들이 먼저 사망한다.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폭염에는 택배가 늦어도 괜찮다든지,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든지 하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은정: 기후위기와 복지국가를 논의할 때마다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데, 최근에는 단순하게 기본부터 접근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본격화되며 그 피해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전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어떠한 예측 불가능한 사회적, 자연적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새로움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도록 얘기해도 여전히 이루지 못한 정책을 빠른 속도로 실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시장에 맡겨져 있는 여러 사회서비스 정책을 어떻게 공공의 역할로 끌어올 것인지 고민하고 정비해야 한다. 그 누구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복지 정책의 실현을 이뤄내는 것이 기후위기를 맞이한 우리의 기본적인 대응책이 아닐까? 사실 이렇게 거창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지금도 아파트에 철근이 빠지고, 수도관에서 녹물이 나오고, 콘크리트로 지은 아파트에 비가 새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기본이 무너지고 상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복지 정책 또한 하고자 했던 것들부터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복지국가 실행만큼 막대한 재정 투입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덜 걷고 덜 쓰는 나라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의 복지국가는 고사하고 어떤 복지국가의 실현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기후위기 시대의 복지국가를 위한 증세 방안 논의를 하는 동지들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박진제: 예전에 기후위기 의제는 환경운동을 하는 분들만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질병과 경제위기, 사회적 위험이 나타났을 때 가장 큰 피해는 사회적 약자들이 입는다. 특정 그룹이 주도해서 이 문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연대’가 답인 것 같다. 사회복지계 내에서는 일회용품을 줄인다거나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고, 다양한 지역 공동체와 연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지역 내 문제를 매개로 소통하고, 교류하고, 연대하고,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서로 질문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자유롭게 이야기해달라.

김은정: 세대별로 관심 있는 복지 의제가 다르고, 때론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청년의 입장에서 시급한 복지정책은 무엇이며, 운동적 관점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김진석 교수의 의견이 궁금하다.

김진석: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위험, 심각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청년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위험이 특수화 되고 개별화 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청년 고용, 청년 1인 가구, 청년 소득보장, 가족돌봄 청년, 청년 정신건강 등의 문제는 분명히 특수성이 있지만 정부는 이를 청년만의 문제로 간주하고 별도의 특수한 제도를 고민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가? 오히려 보편적인 고용, 소득보장, 1인가구, 돌봄부담, 정신건강 문제의 맥락에서 특수성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제도적 대안을 이야기할 때 항상 파편화되고 개별화된 제도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을 이야기했었다. 지금처럼 청년이 주목받고 청년 영역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 제도의 분절성과 파편성을 심화하는 방식으로 갈 우려가 있다. 청년의 특수성 문제로 접근하면 한 사람이 청년인지 아닌지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이 사람에게 고용, 주거, 돌봄, 정신건강의 문제는 보편적인 것이다. 물론 니트족과 같이 고유한 청년의 문제도 당연히 존재하고, 이에 대해서는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만 너무 특수성만 강조하다 보면 본질을 잃을 수 있다. 

현재 청년세대가 특별히 불안한 세대로 인식되는 것은 물질적 토대가 있다고 본다. 생애주기에서 사회경제적 활동을 통해 생산관계 안에 진입해야 하고 독립적 가구를 형성해 재생산체계에 편입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는 당연히 선택의 영역이지만,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할 때 지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 청년들이 가지는 취약함의 근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토

대는 주거와 고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가 우선 해결이 되고 이행기에 필요한 소득보장의 문제, 휴먼캐피탈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과 교육으로 접근하는 것이 세대 간 갈등이라는 요소를 드러내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청년들과 갈등 관계에 있지 않으면서 세대 내 특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도적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문유진 : 딱 지금 시점에 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청년이라는 집단이 과잉 대표 되고 있는 문제가 분명히 있다고 느껴진다. 각각의 특성을 가진 인구 집단 사이에서 청년이라는 연령을 똑 떼서 정체성을 강하게 부여하고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청년기에 정책이 개입해야 하는 것은 부의 대물림과 불평등의 세습이 청년기 이후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거나 고용 안전망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만 청년 세대에 대한 정책적 공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이행기라는 특수성 또한 가지고 있다. 청년 수당이 도입된 계기도 마찬가지다. 청년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다른 나라는 서비스, 수당 등 사회안전망으로 이들을 보호했는데 우리나라는 안전망이 전혀 없었고 청년 수당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었다. 수당은 우리나라의 고용 환경에서는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수당이 사회적 관계의 기반을 만들어 고립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계획하는 시간을 벌어준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정책이 ‘청년’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의 전면 개편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결국 청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다른 사회 정책과 통합되는 것이라고 본다. 

복지동향 300호 기념 좌담회에 걸맞는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참여연대, 그리고 복지동향의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어야 할까?

문유진: 복지동향 너무 재밌게 읽고 있다. 빼놓지 않고 매번 정독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재밌고 유익한 내용을 실어줬으면 한다. 항상 독자로서 응원한다.

김은정: 아무래도 다짐이지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오랜 기간 복지 정책의 최전선에서 제도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획기적인 정책을 도입하거나 활동을 홍보하는 데에 그치기보다 활동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관심 갖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겠다. 더 많은 시민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복지동향이 사회 운동의 이정표 역할을 해온 만큼 앞으로도 그 역할을 강화하고자 한다. 복지동향에서 큰 주제로 다루지 않았던 기후 변화나 젠더, 동물, 인권 불평등 의제를 발굴하고 이끌어 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불평등한 삶이 계속되고 있고 기후 위기가 삶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을 때 참여연대의 운동이 서로를 단단하게 연결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진제: 누가 어떤 행동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쉽다. 직접 나서지 않아도 나를 대신해 활동해주는 공동체, 단체, 개인을 후원하는 일은 운동에 함께 동참하는 것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주변에 소개할 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이론을 잘 정리해준 글을 읽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 모두를 둘러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연대해야 하고 그 확산 수단으로써 복지동향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간간히 현장의 이야기도 실리는데 굉장히 반갑다. 현장과의 접점을 넓히면 좋겠다. 사회복지시설이 가진 한계점이 있지만 강점도 분명히 있다. 지자체와 행정기관의 소통 방식 등 전문성을 발휘하는 분야가 있으니 시민사회와 사회복지현장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가며 소통을 늘려 나갔으면 좋겠고, 그 매개체가 복지동향이 되었으면 한다.

이주하: 300호를 고민하며 기획한 특집 좌담회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생각하는 복지에 대한 내용을 잘 담아 전달하면 유익할 것 같다. 충실히 담아보겠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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