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11-03   474

[복지톡] ‘상생’과 ‘연대’로 자영업자와 함께 살아가자

이성원 |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
인터뷰 및 정리 | 김지원,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한번 생각해보자. ‘골목상권’을 하루 몇 번이나 이용하는지. 골목 속속들이 스며든 대기업의 일관성과 간편함에 넘어가지 않고 골목상권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지. 코로나19는 모두에게 재난이었지만 그 시기 동안 받은 제재의 양과 회복의 속도는 모두에게 달랐다.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이 불평등한 탓에 아직도 많은 중소상인이 위기를 겪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구조와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 발전까지 더해져 새로운 어려움은 늘어만 간다. 이러한 현실에서 골목상권 이용이 하나의 정의로운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모두 안전한 사회를 위해 사회안전망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할지, 자영업자들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며 우리는 어디에서 상생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성원 사무총장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라는 NGO 자영업자 단체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성원입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어떤 단체인가요?

10년 전 대한민국에 갑질이라는 언어가 등장하게 된 사태가 발생했어요. 바로 남양유업 욕설 파문인데요. 남양유업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하고 물량 떠넘기기를 한 사실이 녹취록으로 드러났어요.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니었어요. 여기저기서 피해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대기업 본사들로부터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 됐죠. 당시 편의점 점주분들이 본사의 횡포로 연달아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었거든요. 더 이상 당하고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모이기 시작했어요. 참여연대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자영업자들이 모인 상인운동 단체 <전국’을’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죠. 그렇게 활동하다 근본적으로 제도를 바꾸어 지속가능한 자영업, 스스로 일자리를 지키는 자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단체 성격의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한상총련’)가 만들어지게 됐어요.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상총련 홈페이지를 보니 ‘지푸라기상담센터’가 있더라고요. 어떤 분들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지푸라기상담센터가 만들어진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자영업자들은 부당한 임대차 문제, 본사의 갑질 문제, 코로나19 시기 부채 문제 등으로 고통받으면서도 하소연할 곳을 모르거나 도움 요청하는 방법을 모르고, 심지어는 이 문제로 자살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분들의 고충을 덜어드리고자 상담전문기관을 만들었죠. 이용자분들은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주시곤 하세요. 저희는 참여연대나 민변 등과 협력해서 전문적인 내용을 조언해드리거나 해결 방법을 찾고, 법률대응을 하기도 해요. 이제껏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가장 큰 요인은 대기업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불공정 계약 관계였다면 요즘은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갑’이 등장했잖아요. 플랫폼 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법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든요. 이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분들과 상담이 이어지고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유통업 패권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상황인데요. 유통뿐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나, 전기차 전환 등 산업전환 문제로 기존 업주분들이 겪는 새로운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들 사이에서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복지제도나 사회안전망이 필요할까요?

사실 우리나라에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복지제도가 있나 싶긴 합니다. 그보다는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제도들을 복지제도 카테고리 안에 포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영업자는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삶을 유지하는 사람’이다보니 일자리 안전성이 매우 떨어지고, 노동법의 영향도 적게 받아요. 이런 상황에서 유통상업발전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임대차 3법 등이 소상공인을 보호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직 통과되진 않았지만 온라인플랫폼법같이 자영업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들이 아직은 너무 부족한 수준이지만 복지의 영역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거치며 느낀 것인데, 자영업의 사회안전망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자영업자는 근로자와 다르게 퇴직금을 받지도 않고, 대부분 고용보험도 가입하지 않아요. 현존하는 제도 중 자영업자의 노후를 위한 것은 노란우산공제회뿐인데 이건 일종의 적금같은 상품이거든요. 자세히 보면 고소득자이거나 장기간 가입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유리하죠. 가입기간이 짧거나 중도 해지하면 원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사실 복지라고 보긴 어렵죠. 지난 정부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자영업자는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어요. 전 국민 고용보험은 좋은 제도이지만 맹점이 있어요. 고용보험의 핵심은 일자리를 잃었을 때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구직활동이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인데, 소상공인의 실직은 곧 폐업이에요. 폐업과 실직은 큰 차이가 있죠. 폐업은 창업 과정에서 투자했던 어마어마한 자본 손실이 발생하니까요. 폐업으로 인한 실업급여를 지급받으려면 오랜 기간 매출이 떨어져서 결국 폐업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해요. 지금의 제도를 유지하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을 시행한다면 자영업자들의 가입률은 크게 오르지 않을 거예요.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에 대해 논의할 때 저희의 주장은 폐업을 방지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해주자는 것이었어요. 경제위기가 오고 있다고 하는데, 일자리 안전망 차원에서 자영업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영업자분들께서는 노후생활 보장의 수단으로 국민연금은 아예 고려하지 않으시나요? 국민연금에 대한 자영업자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자영업자분들은 국민연금에 많이 가입하지 않아요. 현금유동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사실 사회보험을 보험보다는 조세로 생각하기 때문에 저항감이 커요. 흔히들 그러잖아요. 보험은 좋은 상품이면 홍보가 없어도 알아서 가입한다고. 자영업자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저조한 것은 혜택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가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자영업자가 사회보험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영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겠고요. 

중소상인,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소환되는 시기가 아무래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인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 등을 둘러싼 논의 지형에서 주로 자영업자는 노동계와 대척점에 있곤 하는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노동권 강화를 위한 진보적 가치에 많이 동참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셨나요?

노동계와 연대활동을 한 이유는 결국 소비자가 돈이 많아야 자영업자도 장사가 잘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최저임금 인상에도 동의했죠.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사실 저희의 최저임금 인상안 동의에는 전제가 있었어요.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는 대신 근로자의 소득이 대기업으로만 흘러지 않고 골목상권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게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급격히 인상된 데에 반해, 자영업자들이 요구했던 골목상권 활성화 법안은 거의 통과되지 않았어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급격히 오른 근로자들의 소득에도 본인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니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럼에도 소비자가 돈이 많아야 자영업자도 장사가 잘된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장사하는 분들 사이에서도 소비자가 쓸 돈이 없어 장사가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일하는 모든 사람의 급여가 올라야 하는 것이 맞죠. 하지만 여전히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지역화폐 정도인데, 이마저도 예산이 삭감되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산업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만큼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도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자영업자분들도 기후위기로 인한 어려움을 실감하시나요? 관련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네 저희도 논의 중입니다. 한상총련은 자영업자 단체 중 유일하게 탄소중립 문제를 제기했어요. 산업이 전환될 때 대기업은 생산 라인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는 타격이 크거든요. 예를 들어 수소차나 전기차의 경우 대기업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는 큰 문제 없겠지만 자동차 정비소나 주유소는 타격을 입겠죠. 정의로운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에 구체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요.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 계기는 바로 카페 컵 보증금 제도 시행이에요. 환경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했다고 알고 있는데, 물론 그 취지에는 동의하죠. 그렇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영업환경에 큰 무리가 오다 보니 반대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제도를 시행하면 고용을 늘려야 하고 추가적인 비용도 발생하거든요. 결국 세종시와 제주시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실질적으로는 정책이 폐기 됐어요. 자영업자들이 기꺼이 동참할 수 있게 제도가 만들어지고 지원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우선 시행부터 하라면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제도 설계 과정에서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요즘 대기업들이 ESG경영을 내세우고 있죠. 이를 핑계로 중소상인의 고유한 영역이었던 자원재활용 영역에 대기업이 진출하기 시작했어요. ESG경영을 한다면서 사회적 책임을 위반하고 있는 거예요. 에너지 전환이나 기후위기 시대에는 정말 치밀한 고민이 있어야 해요. 저는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소상공인을 포함해 소비자도 느낄 수 있는 제도적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지역화폐 제도를 환경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했다고 해요. 식당에서 일회용 젓가락을 쓰지 않고 본인 젓가락을 챙겨오면 지역화폐를 주거나, 학생들이 폐플라스틱 용기를 가져오면 지역화폐와 교환해 주는 거죠. 캐릭터를 넣어 호감가는 디자인의 지역화폐여서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고 해요. 이런 노력도 필요하죠. 우리나라도 배달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배달 용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됐잖아요. 오토바이로 배달하다보니 탄소 배출도 심각하고요. 환경 차원에서도 골목상권을 이용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한상총련이 비전으로 제시한 ‘연대와 상생의 정신으로 노동자와 자영업들이 존중받고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갑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상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이유와 상생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예전에 초단기근로자, 소위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인 단체가 있었어요.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업주를 대상으로 직접행동에 나섰는데 첫 번째 목표가 편의점이었어요. 그 당시 저희 단체가 편의점 가맹점주와 함께 본사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거든요. 편의점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이 모여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죠.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건 물론 잘못이지만, 본사의 갑질 구조로 인해 편의점 수익 역시 높지 않다는 설명을 했어요. 결국 아르바이트생과 편의점 점주가 함께 본사에 목소리를 냈었죠. 

또, 몇 년 전 카드수수료 인하 운동을 진행했을 때가 기억나네요. 마트나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무이자 할부같은 카드 행사는 카드사의 프로모션이에요. 대기업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죠. 카드사가 대기업으로부터 이러한 수익을 충분히 얻지 못하는 대신 자영업자에게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가져가고 있었어요. 카드수수료 자체도 대기업보다 중소상공인이 더 높게 책정되어 있었고요. 당시 카드사 노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죠. 처음에는 카드수수료 인하 운동을 노조에서 반대했었어요. 카드사의 손해가 본인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저희도 그 상황을 이해하고 논의 자리를 마련해 중소상공인에게 불리한 구조를 설명했어요. 그러니 노조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저희의 손을 들어주더라고요. 중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대기업의 카드수수료를 인상한다거나 하는 조치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도 한 편으로 들긴 하지만요. 저희는 노동자와 갈등만 빚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연대도 지속하고 있어요. 이 활동들이 법이나 제도로써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국회에서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같아요. 모든 운동은 근본적인 체계를 바꿔야 하는 것인데 시민사회의 활동 속도에 비해 국회의 속도가 현저히 늦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참여와 연대예요. 국민 사이에서 자영업자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전히 최저임금도 못 주면 장사를 접으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저희 한상총련은 자영업자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를 위해 활동해보자는 마음으로 운동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이 만들어 내는 일자리가 적지 않거든요. 정규직으로 취업하기 힘든 대학생들, 노인들, 사회적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기도 해요. 코로나19 시기 자영업자들이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용을 줄인 것이었어요.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사회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자영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빨리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더하여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인 소비자분들이 골목상권을 많이 이용해주시는 것 역시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의로운 행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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