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12-01   261

[복지칼럼] 확정기여로의 전환, 낸만큼 받는 것이 아니라 일단 내고 얼마를 받을지의 위험은 개인이 부담하는 것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10월 30일 정부는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여 확정기여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정부는 낸 것만큼 받으려는 청년층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공적연금의 급여 산정 방식은 급여와 소득의 관계 측면에서 정액 방식과 소득비례 방식으로 구분하고 급여와 기여의 관계 측면에서 확정급여와 확정기여로 구분한다. 확정급여(DB) 방식은 급여 수준을 미리 정하고(법률에 급여 산식을 명시) 그렇게 정해진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며 급여 변동의 위험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다. 반면, 확정기여(DC) 방식은 보험료 수준을 미리 정하고 급여는 보험료와 그 운용수익에 따라 정하는 방식이다. 급여가 운용수익에 따라 정해지므로 급여가 미리 확정되지 않고(급여 산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 급여 수준 변동의 위험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노후 소득 보장 수준의 불확실성 위험을 공동체가 부담하느냐 개인이 부담하느냐에 있다. 따라서 확정기여로의 전환은 낸 것만큼 받게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내는 건 내는데 받을 것은 확실치 않고 그 위험은 개인 책임이 됨을 의미한다. 

사실 공적연금에서는 낸 보험료와 급여 간에 실질적인 관련이 없다. 확정급여나 확정기여는 원래 민간연금인 기업연금에서 사용하던 분류였는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은행에 의해 연금민영화 개혁이 화두가 되면서 이들을 공적연금에도 적용하게 된 것이다. 공적연금은 법률에 정해진 급여 산식에 의해 계산된 급여를 국가책임 하에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정급여로 부르지 않아도 원래 확정급여방식이다. 공적연금을 확정기여로 전환한다는 말은 곧 공적연금을 민영화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공적연금에 가입자별 개인 계좌를 만들어 운용수익에 따라 급여를 달리하게 되는 것으로 국가가 제도는 운용하되, 급여는 개인화하는 것이고 급여 변동의 위험도 개인 책임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확정기여로의 전환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기존의 공적연금은 확정급여를 부과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현재의 생산 세대가 낸 보험료로 현 퇴직 세대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특정 시점에 이를 확정기여로 전환하게 되면 그 시점부터 가입자들은 각자 자신의 계좌에 보험료를 적립하게 되고 따라서 퇴직 세대에게 지급할 보험료는 내지 않게 된다. 하지만 현 퇴직 세대는 젊은 시절에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들이므로 수급권을 보장해줘야 하고 따라서 누군가는 돈을 내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여기서 전환비용이 발생한다. 즉, 확정기여로 전환하는 시점의 가입자들은 자신들의 계좌에 적립할 보험료를 내는 한편 퇴직 세대에게 지급할 연금을 위한 돈도 내야 하는 것이다. 기금이 있다면 기금을 처분하여 연금을 지급할 수 있겠지만 그 경우 기금은 급속도로 소진될 것이다. 과거 미국에서 연금 민영화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확정기여로의 전환을 주장한 적이 있었지만 엄청난 전환비용으로 포기하였다. 

확정기여로의 전환은 낸 것만큼 받는 것이 아니라 내고 얼마를 받을지의 위험은 개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연금 민영화이며 또 현실적으로 전환비용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방안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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