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12-01   299

[동향2] 지구의 생태적 한계선 내에서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이 가능할까

이주영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연구 부교수·유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 위원

사회권은 모든 사람들이 운이나 재능에 관계 없이,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인간다운 삶에 필수적인 적절한 의식주, 양질의 일자리, 교육, 의료 및 사회서비스와 같은 것을 누릴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사회권은 근대산업사회 시민과 국가 사이의 사회계약으로 형성, 발전되었고, 『세계인권선언』(1948),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966) 등 유엔의 핵심 인권문서는 사회권을 보편적 인권의 일부로 천명하였다. 우리 헌법도 교육을 받을 권리(제31조), 근로의 권리(제32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주거권(제35조 제3항), 모성보호(제36조 제2항), 보건권(제36조 제3항)을 기본권으로 포함하고 있고, “사회정의의 이념을 헌법에 수용한 국가”,“궁극적으로는 국민 각자가 실제로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그 실질적 조건을 마련해 줄 의무가 있는” 사회국가를 추구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02.12.18. 선고 2002헌마52.).

유엔인권규범과 헌법이 규정하듯이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회권은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않은 과제이다. 개발도상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안 되는 집에서 살고 생활비가 부족해 밥을 거르고 병원비가 부족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 지구의 생태적 한계선을 넘어 인류의 안전한 삶 자체가 위협되지 않도록 에너지를 덜 사용해야 하고 에너지 의존적 경제활동을 줄이고 바꿔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구가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확장해 온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인해 물, 토양, 기후, 생물, 대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류가 안전한 삶을 영위하는 데 위태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는 산업화된 국가들의 경제번영에 기초해서 확대해 왔고, 지속적 경제성장이 복지국가 발전의 암묵적 전제로 여겨져 왔다.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권 실현 및 복지국가 발전의 물적 기반이 되는 전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그 전제를 재구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생태적 위기와 그에 대한 대응 가운데 새롭게 또는 가중된 형태로 나타나는 사회적 위험과 그러한 위험에 특히 취약한 집단을 파악하면서 사회보장의 틀을 갱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2009년 스톡홀름 복원력센터 요한 록스트룀 소장을 포함해 28명의 지구 시스템 과학자들은 인간의 안전한 생존에 필요한 지구 시스템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1)을 나타내는 9가지 지표를 제시하면서 그 중 기후변화, 질소와 인의 과잉 공급, 생물다양성 손실 3가지 지표가 그림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되는 안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하였다(Rockström, 2009). 기후변화, 해양 산성화, 성층권 오존층 파괴, 담수 고갈, 비료사용 등으로 유발되는 질소와 인의 과잉 공급, 토지 이용 변화(산림파괴), 생물다양성 손실, 대기오염(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핵 등 새로운 화학물질로 인한 오염 정도가 지구 시스템 한계선에 관한 지표들인데, 이들 요소들은 상호작용하며 지구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2023년 9월 발표된 연구는 오존층 파괴, 대기오염, 해양산성화를 제외한 여섯 지표가 모두 안전선을 넘어 위험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하였다(Richardson et al. 2023).

기후변화는 지구 시스템의 안전선을 넘어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는 대표적 영역 중 하나이다. 2023년 3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발표한 제6차 종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지구 지표면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1.1도 높아졌고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줄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지구 지표면 온도 상승이 기후변화 마지노선으로 설정된 1.5도를 넘을 전망이다(IPCC, 2023). 2015년 195개국이 채택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제2조). 폭염, 폭우, 홍수, 가뭄, 산불, 혹한 등 극한기후의 빈도와 강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험은 토지 유실, 물 부족, 작물생산성 감소, 질병 노출 증가, 생계수단의 상실, 주거 위험 등 다양한 사회적 위험을 동반하는데, 사람들은 거주 지역, 계층, 다양한 취약성에 따라 이러한 영향을 불평등하게 경험하고 있다.

올해 3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을 ‘얇은 얼음판’에 비유하며,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선진국은 2040년, 개발도상국은 2050년으로 앞당기자고 촉구하였다. 이를 위해, 한국을 포함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경우 2030년까지 여타 국가들은 2040년까지 석탄을 퇴출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였다(연합뉴스, 2023.3.21.).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의 책임은 상당한데 비해, 그 대응속도는 매우 미흡하다. 국제과학자그룹 ‘글로벌카본프로젝트’에 따르면,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1년 기준 전세계 10위로 많고, 역사적 누적배출량도 세계에서 18번째로 많다(경향신문, 2022.11.15.). 1인당 온실가스배출량은 미국, 캐나다 다음으로 세 번째이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부문에서 ‘매우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전체적 대응에서 온실가스 배출 상위 60개국 중 57위로 ‘매우 저조’한 국가로 분류된다(경향신문, 2022.11.15.).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취약집단을 보호하고 이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것은 사회권의 중요한 과제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감축하고 온실가스 흡수원을 늘리는 완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는데, 이는 화석연료 의존적인 산업구조, 에너지원, 소비패턴이 전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산업, 에너지의 전환 과정은 상당한 사회적 고통을 수반할 수 있다. 이를테면, 화석연료 집약적 산업 및 제품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면 일반 소비자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도 올라간다. 탄소 집약산업(석탄발전,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반도체 등)을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조치들이 저소득층, 취약집단에게 불균등하게 큰 부담을 지지 않도록 설계하고, 이들의 인간다운 삶 자체가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 산업전환의 과정에서 역량과 회복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고 지원하는 것 등이 사회정책, 복지정책의 새로운 과제로 추가되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빈번해지고 있는 극한 기후와 그로부터 초래되는 다양한 사회적 위험을 파악하고, 특히 그러한 위험에 취약한 집단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정책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제6차 보고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정책 중 사회보장(social protection)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IPCC, 2023).

사회권이 직면해야 하는 근본적인 질문은 기후변화를 비롯해 지구의 생태적 한계선을 넘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이다. 케이트 레이워스는 생태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정의로운 사회의 나침반으로 <도넛 경제학>을 제안하였다(Raworth, 2017). 누구도 인간다운 삶의 최저선 아래의 삶을 살도록 방치되어서는 안 되고, 모두에게 음식, 물, 살 집,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을 보장되어야 하고, 정치참여가 가능하고 사회적 평등이 확보되어야 한다. 도넛의 안쪽 선은 그러한 인간답고 정의로운 삶의 최저선을 나타내는데, 자유권, 사회권을 모두 포함하는 인권 보장의 최저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시에 화석연료 의존, 물의 과잉 소비, 비료·새로운 화학물질의 남용, 토지 개간, 벌채,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산림파괴와 같이 지구의 생태적 균형을 깨뜨리는 행위를 줄여야 한다. 도넛의 바깥 선은 넘지 말아야 할 생태적 한계를 의미한다. 

안전하고 정의로운 지구의 한계선에 대한 문제의식에 기초한 다른 연구들도 잇따르고 있다. 2018년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지에 실린 “지구 한계선 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삶 (A Good life for All within Planetary Boundaries)”, 2023년 ‘네이처’지에 실린 “안전하고 정의로운 지구 시스템 한계선(Safe and Just Earth System Boundaries)”이 그러한 연구들이다. “안전하고 정의로운 지구 시스템 한계선” 논문에서 요한 록스트룀을 비롯한 지구 시스템 및 사회과학자들은 생태적으로 안전한 한계선과 함께 정의 차원에서의 한계선을 제시하는데 이때 인간과 다른 생물종 사이의 정의, 세대 간 정의, 세대 내 정의(국가 간, 개인 및 집단 간), 즉 정의의 범주를 확장하여 적용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Rockström et al, 2023).

현 시대 사회권의 실현은 이처럼 생태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생태·복지국가의 구축을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정책 또는 사회정책의 전통적인 의제들, 즉 사회적 위험, 권리와 의무, 생태·복지 정책을 위한 재정 조달과 분배,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적절한 생활수준의 개념이 생태와 복지의 결합을 염두에 두며 재검토되어야 한다(Hirvilammi et al, 2023). 이를테면, 복지정책은, 질병, 사망, 노령, 산업재해, 실업으로 인한 소득 상실과 같이 근대산업사회의 전통적 위험뿐 아니라 1980년대 후반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해 나타난 고용불안정, 근로빈곤층, 불평등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및 돌봄의 중요성과 더불어 기후·생태위기 시대의 사회적 위험에도 대비하여야 한다. 극한기후의 빈번한 발생이 식수, 식량 부족, 질병, 주거, 생계 등에서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 완화 정책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실업, 불안정 고용, 에너지 접근에서의 취약성 등이 복지정책, 사회정책의 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 생태적 위험으로 인한 영향, 그에 대한 대응의 책임은 초국경적이고, 현세대를 넘어선다. 권리와 의무와 관련해, 이주민, 개발도상국 시민, 미래세대, 다른 생물종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여야 한다. 생태·복지국가를 뒷받침하는 재정 조달과 분배의 틀은 어떠해야 하는가가 사회권 실현을 둘러싼 권리와 의무의 관계, 사회적 연대의 틀의 재구성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보편적 권리로 보장해야 할 적절한 생활수준 또는 삶의 질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가도 생태·복지국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답을 찾고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할 질문이다.

이 모든 의제를 관통하여 중요하게 직시해야 하는 것은, 자원 사용, 소득과 부의 분배에서의 국내 및 세계적 차원에서의 불평등 개선 없이, 생태적 한계선을 넘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생태적으로 안전하고도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생태·복지국가의 가능성은 우리에게 희망을 제시한다(Gough, I, 2016; García-García, P., Buendía, L, & Carpintero, O, 2022). 사회권 실현을 위한 생태·복지국가의 가능성과 희망은 결국, 산업과 에너지의 정의로운 전환,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호를 포함하는 사회보장의 강화, 형평성 있는 재정 조달과 배분과 같은 중요한 과제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거버넌스가 어떻게 잘 기능하도록 만들 것인가에 판가름 될 것이다.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저소득층, 취약 집단, 미래세대, 이주민 등의 인권이 잘 보호되고 대변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혜택과 책임을 형평성 있게 나누고 부담하는 사회적 연대를 어떻게 잘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는 모든 사회구성원들, 즉 우리의 숙제이다.


1) 이 개념은 지구 위험한계선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참고문헌

학술자료

García-García, P., Buendía, L., & Carpintero, O. Welfare regimes as enablers of just energy transitions: Revisiting and testing the hypothesis of synergy for Europe. Ecological Economics 197 (2022), 1–14

Gough, I. Welfare states and environmental states: A comparative analysis. Environmental Politics 25(1) (2016) 24–47

O’Neill, D.W. et al., “A good life for all within planetary boundaries”, Nature Sustainability 1 (2018) 88-95

Raworth, K., Doughnut Economics, Random House (2017); 케이트 레이워스, 도넛 경제학, 학고재 (2018, 국문본)

Richardson, Katherine, et al., “Earth beyond six of nine planetary boundaries”, Science Advances 9 (2023)

Rockström, Johan, et al., “A safe operating space for humanity”, Nature 461 (2009) 472-475

Rockström, Johan, et al., “Safe and Just Earth System Boundaries”, Nature 619 (2023) 102-111

관련기사

경향신문. 박은하. 매년 탄소배울 늘어난 한국… ‘기후변화 대응’ 57위. 2022.11.15. https://m.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211152106025#c2b

경향신문. 조천호. (2) ‘경제성장’이란 뜨거운 욕망에 달궈진 지구, 숨소리 거칠어진다. 2018.9.13. https://m.khan.co.kr/science/sciencegeneral/article/201809132123005#c2b

연합뉴스. 황철환. 유엔 사무총장 기후위기 경고… “얇은 얼음 위에 선 인류” 2023.3.21. https://www.yna.co.kr/view/AKR20230321028800009

한겨레신문. 신기섭. 이제 지구는 인간에게 안전하지 않다, 인간 때문에. 2023.9.14.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08526.html

한겨레신문. 안희경. <도넛 경제학> 저자 “GDP 맹신에서 벗어나야 지구에서 오래 살 수 있다” 2021.7.29.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05614.html 

정부 및 정부간기구 보고서

IPCC. 2023. Climate Change 2023: Synthesis Report.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s I, II and II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ore Writing Team, H. Lee and J. Romero (eds.)]. IPCC, Geneva, Switz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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