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12-01   13642

[기획2] 청소년 자살문제와 사회적 과제

이은진 수원대학교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

청소년의 자살 현황

자살이란 자살생각, 자살계획, 자살시도 및 자살완결을 포함하는 과정적인 개념으로 장애나 진단명이 아닌 여러 가지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다차원적 행동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은 1998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증가하여 2011년 최고치(31.7명)를 기록하고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2018년과 2019년 소폭으로 증가하였다가 2020년 감소세를 보인 후 2021년 다시 소폭 상승하였다. 통계청의 2022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남성의 자살률은 35.3명, 여자는 15.1명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2배 이상 높다. 2022년 기준으로 자살자 수는 연간 12,906명, 1일 평균 35.4명이고, 전체 자살률은 25.2명으로 전년 대비 0.8명(3.2%) 감소하였으나 OECD 평균 10.7명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통계청, 2023).

청소년 자살은 2011년 이후 현재까지 10대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10대 자살률은 7.2명이다. 2009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시행되는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매년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의 10% 이상이 최근 1년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여(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2020) 청소년의 자살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청소년 자살의 원인

이러한 청소년 자살은 성인과 다른 이유로 시도될 수 있고 그 이유도 다양하다. <표 2-1>과 같이 가족요인, 성격 및 심리적 요인, 정신질환 요인, 자살 촉발 요인, 학교요인,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자살을 유발한다. 특히 학업 스트레스나 학교폭력, 부모와의 갈등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과 같은 외부요인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은 신체적 및 심리사회적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자아정체성이 형성되어가는 발달 시기에 있으므로,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쉽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높아 만성적인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급성 스트레스 요인들이 자살 경향성을 증가시키게 된다. 2015년 학생자살자 특성을 조사한 자료(학생자살사안보고서)인 <표 2-2>를 살펴보면, 자살한 학생의 평소 고민하는 문제들로는 가족문제. 개인문제, 학업문제 및 친구관계 문제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족문제로는 가정 내 갈등 즉 부모-자녀 갈등이 많고, 개인문제는 정신건강 문제로서 우울감, 학업문제는 성적 고민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 중에서 부모와의 갈등, 이성 문제, 진로 및 성적 고민 등은 자살 직전에 자주 파악되는 촉발사건이 된다. 청소년기는 발달 과정상 심리·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주변 환경으로부터의 자극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데, 청소년은 스트레스 상황이나 자극에 충동적으로 대처하는 특성을 보이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인지적으로 미성숙하여 현실도피의 일환으로 자살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변 사람들의 주의 깊은 관심과 관찰이 요구된다. 

청소년 자살과 자해의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

청소년의 자살위험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에는 개인의 심리적 요인으로 우울과 절망감 등이 있고, 사회환경적 요인으로는 가족, 친구 또는 학교생활과 관련된 요인이 있다. 반대로 자살을 예방하는데 기여하는 보호요인에는 낙관성, 자기효능감, 긍정적인 자기지각, 자아존중감 등이 있어 이러한 보호요인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 자살은 자해와는 구별된다. 자해의 정확한 용어는 비자살적 자해(Non-Suicidal Self-Injury)로 의도적으로 자신의 신체에 상처를 입히는 행동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자살을 시도하고자 하는 목적은 없으나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무모하게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자해는 자살 의도가 없더라도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청소년 문제행동 중 고위험에 분류되며, 스트레스와 긴장을 조절하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청소년기에 많이 발생한다. 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자해 행동이 이루어지며, 스트레스가 완화되면 기분이 나아지고 이후에도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자해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2018년부터 청소년 사이에서 자해 인증샷을 SNS를 통해 공유하는 일명 ‘자해 놀이’ 현상이 유행하는 등 청소년 자해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보통 12~14세에 처음 자해를 시작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데, 국내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진행된 소아정신건강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학생 중 5.8%는 자살에 대한 의도가 없는 비자살적 자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청소년 자해의 원인을 크게 개인외적 요인과 개인내적 요인으로 구분한다. 개인외적 요인으로는 부모 관계와 또래 관계가 영향을 미치고, 개인내적 요인으로 학업 스트레스, 우울, 정서 조절 등이다. 어른들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주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자해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자해는 불안, 우울, 정서적 무감각, 자기혐오, 실패감, 스트레스와 같은 격렬한 감정들을 한시적으로 감소시키는 하나의 대처기제로 기능한다. 과거 삶에서 경험했던 고통을 자해라는 방법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다. 격렬한 감정과 고통을 견딜 수 없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해를 정서 조절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해를 통해 다른 사람의 공격과 자살 시도를 회피함으로써 스스로 상황에 대해 통제감을 느끼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등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안으로 자해를 하기도 한다. 심각한 스트레스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고, 언어적 능력이 낮거나 사회적 기술이 낮은 청소년들이 자해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자해는 자살 사고와 자살 시도의 강력한 예측 변인 중 하나로 자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하여 변증법적 행동치료와 같은 꾸준한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과제

우리는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평상시 청소년 자살에 대한 민감성을 가지고 내 주변에 자살 위기에 처한 청소년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자살로 사망한 청소년 심리부검을 진행해 본 결과, 자살하기 전에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자살을 암시하는 경고신호를 보낸 경우가 81%나 된다(2015-2021). 유가족보고 기반 학생자살사망 심리부검 보고서). 따라서 우리는 <표2-3>과 같은 자살 경고신호를 보내는 청소년이 있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만약, 자살을 암시하는 경고신호를 봤다면 자살에 대해 솔직하게 질문하여 실제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니?”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살에 대한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담스러워 한다.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청소년의 자살 위험성을 높이지 않을 뿐 더러 오히려 대화의 내용이 명확해져서 상대에게 안정감을 주는 등 도움이 된다. 자살을 생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자살을 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는지를 꼼꼼하게 물어봐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살 위기에 처한 청소년과 상담할 때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까? 자살 및 자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도움 제공자가 자신의 힘든 마음을 온전히 듣고 수용해준 것이 자살사고, 자해 행동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자살 위기에 처한 청소년에 도움을 제공하려는 사람은 자살 및 자해 청소년을 상담할 때 내담자가 있는 그대로 수용 받고 이해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자살 및 자해 청소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가장 흔하게 범하는 실수는 “아무리 힘들어도 죽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네가 죽게 되면 가족들이 얼마나 슬퍼할지 생각해보았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살과 자해가 잘못된 행동이라고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은 내담자로 하여금 죄책감을 더 심어 주어 우울을 더욱 가중하게 된다. 내담자가 자살이나 자해를 생각할 정도로 심리적인 고통이 크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섣부른 판단이나 조언보다는 내담자의 ‘힘든 감정’과 ‘힘든 생각’에 대해 차분하게 질문하고 공감해야 한다. 만약 자살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기관으로 연계해야 한다. 가까운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자살예방센터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으면 된다. 또한 학교에 담임선생님이나 위클래스 상담선생님에게도 알려서 도움을 받아도 좋다. 가정과 학교에서 함께 자살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지원하면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게 된다. 

끝으로 사춘기를 겪으면서 청소년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기보다는 본인이 해결할 수 없다고 좌절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마음이 힘들 때 신뢰할 수 있는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지도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자살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 자살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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