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12-01   495

[편집인의 글] 자살, 외면할 수 없는 문제

송아영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3년도 어느새 마지막 달만 남겨두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연말이 되면 올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기다리며 아쉬움과 기대가 뒤섞인 기분을 느끼게 된다. 12월호 복지동향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2023년이 기쁨과 보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설령 조금 아쉬운 한 해였다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다가오는 새해가 있으니 너무 낙심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으시길 바란다. 

올해의 마지막 복지동향 주제를 기획하면서 참여연대 복지동향 편집위원들의 마음도 참 복잡했다. 어떠한 주제로 마지막 호를 마무리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여러 의견이 오가던 중, 중요하지만 그동안 차마 쉽게 공론화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큰 아픔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더 이상의 외면이 어려운 문제인 자살을 다루어 보자는 의견이 많은 편집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한국의 자살률에 대한 관심은 언론에서도 통계에서도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이야기되지만, 여전히 남의 이야기처럼 다루어지고 있고 높은 자살률의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자살이란 현상은 사회적 위기, 불안과 궤적을 같이하고 사회적 변화에 따라 그 현상의 특성도 변화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자살을 본격적으로 다루지도 않고 있으며 여전히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해 버리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들떠있는 연말에 어쩌면 조금 무거운 화두일 수 있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이 자살이란 문제를 이번 호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 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박수진 성북구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님, 이은진 수원대학교 교수님, 최명민 백석대학교 교수님, 김형용 동국대학교 교수님께서 필진으로 수고해 주셨다. 

박수진 성북구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님께서는 현장에서 활동하시면서 몸소 체험하셨던 대한민국의 자살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살펴보시고 앞으로의 사회적 과제를 총론으로 정리해 주셨다. 박수진 부센터장님의 총론을 보면 한국의 자살률의 변화 추이는 사회적 위기와 함께하는 사회현상임이 분명하며 안타깝게도 OECD 회원국 자살률 평균값과 한국의 자살률은 그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며 모든 세대의 정신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사회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자살 현상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박수진 부센터장님은 자살문제는 그 근본적 원인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고 보시면서 무엇보다도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변화가 무엇보다도 적극적으로 필요하고 공동체성 강화를 위해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셨다. 

다음으로 이은진 수원대학교 교수님은 청소년 자살문제를 다루어주셨다. 청소년 자살은 2011년 이후 계속해서 10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청소년 자살은 단순 개인의 심리적 요인의 영향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사회환경적 요인임을 살펴보셨다. 또한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10대의 자해는 우리가 관심 갖고 살펴봐야 하는 현상으로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셨다. 청소년들은 자살을 암시하는 여러 시그널을 주변인들에게 보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고 살피는 것이 필요함을 알려주셨다.

다음으로 최명민 백석대학교 교수님께서는 중장년 자살문제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주셨다. 중장년 자살문제는 자칫 간과하기 쉽지만 실질적 자살자 수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매우 높아 우리 사회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중장년 시기에는 자살의 원인도 연령대에 따라, 성별에 따라 다른 양상을 확인할 수 있어 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등과 같은 사회문화적이고 가치관적인 요인이 자살 추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장년에 짊어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중장년 시기의 자살에 대해서는 보다 폭넓은 시야가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었다. 최명민 교수님 역시 자살은 개인적 선택을 넘어선 사회구조의 영향을 받는 현상임을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재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함을 알려주셨다.

마지막으로 김형용 동국대 교수님은 노인 자살률이 최근 감소하고 있는 현상을 분석하시면서 주요 사회보장제도의 변화와의 관계성을 살펴보셨다. 앞서 많은 필진분들께서 강조하신 바와 같이 자살이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라면 사회적 변화를 통해 자살률 감소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김형용 교수님의 글에서 이 가정에 대한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다양한 사회보장제도의 확대가 안전망 기능을 수행하면서 자살률 감소라는 현상을 끌어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회보장제도의 보장성이 강화되고 확대되면서 노인의 삶이 점차 안정을 찾고 이에 따라 자살률이 줄어드는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를 통해 보았을 때 사회보장제도의 강화와 같은 사회구조적변화는 다른 인구집단과 연령대의 자살률 감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자살문제는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네 개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 불행 정도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사회구조적 안정과 불평등의 해소와 같은 근본적 원인을 탐색하고 모든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사회적 노력 없이 자살문제는 해소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 능력과 경쟁을 통한 자원획득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김형용 교수님께서도 강조하신 것과 같이 보편적 권리에 따른 자원분배를 통해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최명민 교수님이 언급하신 것과 같이 자살은 지나치게 경직화된 사회적 가치와 문화와도 관련되어 있어, 더욱 유연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 변화도 중요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청소년, 중장년, 노인의 자살문제를 다루었지만, 이 외에도 20대·30대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자살 위험을 경험하는 주요 인구집단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필요하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이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으며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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