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1-01   167

[복지톡] 건강한 급식은 건강한 노동자로부터

김수정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인터뷰 및 정리 | 김지원 ⋅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누군가는 수업을 듣고, 누군가는 책상에 엎드려 못다 잔 아침잠을 보충하는 학교의 오전, 급식실에서는 전쟁이 일어난다. 주어진 시간은 단 두 시간. 급식노동자 1명이 150인 분의 식사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곳은 전쟁터가 맞다. 급식실에는 무기가 가득하다. 날카로운 칼, 무거운 스테인리스 식기, 뜨거운 불과 기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여기저기 찔리고 베이고 덴다. 무거운 냄비를 이리저리 들고 다니는 통에 어깨는 성할 날이 없다. 지친 다리 쭉 뻗고 쉴 제대로 된 휴게공간도 없다. 환기되지 않는 급식실에서 조리할 때 나오는 발암물질을 들이마신다. 이 고생을 하고도 아이들의 감사합니다. 잘먹겠습니다. 한 마디에서 일의 보람을 찾는다. 언제 아팠냐는 듯 힘이 난다. 그렇지만 그게 폐암에 걸려도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아이들이 먹게 될 건강한 급식은 건강한 노동자로부터 나온다. 급식노동자들은 누구와 싸우는가? 이 전쟁은 국가를 향한다. 급식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김수정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 수석부위원장과 학비노조 노동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수정입니다.

학비노조는 어떤 곳이고, 노동안전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학비노조는 학교 안에서 일하는 공무원 외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노동조합이에요. 학교 안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전국적으로 100여 직종이 있어요. 인원으로 보면 20만여 명이 될 것이라 추산해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어요. 2018년 고용노동부가 급식노동자들의 산안법 적용을 권고했고, 2년이 지난 2020년에야 법이 개정되어 산안법 전면 적용을 받게 됐죠. 산안법 적용을 받으며 급식노동자들이 처한 노동환경에도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안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급식노동자들이 앓는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해 집단 산재를 신청하는 활동도 진행했어요. 

학교 급식노동자의 처우개선 이야기는 제가 학교를 다닌 시절에도 지적된 문제인 것 같아요. 2020년 기준으로 50대 여성의 폐암 발생률과 학교급식실 노동자의 폐암 발병률을 비교했을 때 급식노동자의 발병률이 평균보다 약 4배에서 16배 높은 수준이라는 통계를 봤는데요.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급식실 노동환경에 대해 알려주세요.

요즘 ‘조리흄’이라고 불리는 발암물질에 노출된 급식노동자 문제가 이슈화되어서 언론에 많이 실리고 있어요. 하지만 폐암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발생한 문제입니다. 우리 노조에서는 이전부터 급식실 환경 개선을 학교 측에 요구해 왔어요. 그러나 계속해서 묵살당했죠. 급식 노동은 학교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오전 시간 중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 30분 정도의 정해진 시간 안에 200~2,000인분의 급식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고강도 압축 노동입니다. 급식실 환경은 정말 열악한데요. 급식기구가 다 스테인리스 소재라 굉장히 위험하고 조리된 음식이 무겁고 뜨겁습니다. 그러니 급식노동자의 97% 가까이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는 설문 결과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요. 배치기준에도 문제가 있는데요. 급식노동자 1명 당 학생 120~150명분을 조리하고 있어요. 타 공공기관의 경우 50~75명분을 조리하거든요. 노동강도가 거의 두 세배 높은 거죠. 학교 급식실 급식노동자 배치기준 하향을 10년 전부터 요구하고 있는데, 교육청은 항상 예산이 부족하다느니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느니 핑계를 대며 개선하지 않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대체인력이 없어 아플 때 마음대로 쉬지도 못하죠. 심지어는 폐암에 걸려 산재 인정을 기다리고 있는데도 나와서 일해달라고 연락받는 경우도 있어요.

급식노동자분들이 폐암에 걸리는 원인이 조리흄이라고 하던데, 조리흄이 무엇인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급식노동자의 폐암이 산재로 인정되며 ‘조리흄’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어요. 법에 명시된 용어는 아닌 걸로 알아요. 황사보다 더 작은 나노 크기의 미세먼지 입자를 ‘흄’이라고 부르는데, 조리할 때 이 ‘흄’ 인자가 나온다고 해서 ‘조리흄’이라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 WHO 산하 국제 암 연구 기관 IARC에서는 조리 중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조리흄을 각각 1군 발암물질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 PM), 2A군 발암물질(Frying, emissions from high temperature) 로 규정하고 있어요. 환기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니 급식노동자들이 조리하며 이 ‘조리흄’을 오롯이 본인들의 호흡기로 들이마시게 되고, 폐암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리는 것이죠. 

학교 급식실 내 휴게공간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나요?

22년 8월 산안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어 휴게시설의 설치에 관한 내용이 신설되었습니다. 그러나 휴게시설의 면적에 관한 규정 등 세부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예요. 그래서 학교마다 크기도, 위치도 제각각이죠. 다리도 뻗지 못하는 자투리 공간에서 쉬는 분들도 많아요. 교실과 급식실이 분리되어 있다 보니 학교 내에서 일하는 종사자분들은 급식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급식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노동환경 개선이 정말 어렵겠다고 하는 것을 느꼈어요. 제가 노조 활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2020년 6월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한 급식노동자분이 지난 4일 숨졌다는 기사를 봤어요. 경기도교육청에서 분향소 설치를 막았다고 하던데, 이런 교육청의 대응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현재 전국적으로 폐암에 걸린 급식노동자 사례가 나오고 있어요. 경기도에서 근무 중인 급식노동자분들 중 폐암 확진을 받으신 분만 아홉 분이에요. 이번에 돌아가신 분이 다섯 번째로 사망하셨어요. 퇴직자까지 합산하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분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돼요. 돌아가신 직후 경기도교육청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어요. 발인 이후 분향소를 차리러 교육청에 가니 경찰병력이 저희를 가로막더라고요. 우리는 단순히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한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을 뿐인데 경찰이 저희가 준비한 분향소 설치 물품을 부수고 몸싸움을 했어요. 교육청에서 그제야 분향소를 지하 2층 주차장에 설치하라고 하더라고요. 지하 2층 말고 올해 서이초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당시 분향소가 차려졌던 1층 로비에 분향소를 차리겠다고 했죠. 그런데 거절당했어요. 근무할 때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느꼈던 설움이 많은데 돌아가신 분의 죽음까지도 차별적으로 대하는 경기도교육청의 태도에 비참함을 느꼈어요. 결국 노조 지부장님이 혼자 피켓을 들고 임시분향소를 차렸는데, 그마저도 경찰이 와서 연행해가더라고요. 퇴거명령불응죄라면서요. 집회도 아닌 분향소 설치를 하게 해달라고 한 것인데, 그마저도 막아버리는 것이 옳은 것인가요? 경기도교육청은 돌아가신 급식노동자분의 장례식장에 근조화환을 보내거나 조문을 오는 예의조차 갖추지 않았어요. 분향소까지 거절당하니 분노가 차오르더라고요.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경기도교육감 면담을 통해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청의 초기 대응은 매우 아쉽습니다. 

지난 7월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피해자 국가책임 요구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학교급식폐암대책위’)가 만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우리나라에 학교 급식이 도입된 지도 30년이 됐어요. 초창기엔 수익자 부담으로 돈을 내고 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무상급식이 도입되었죠. 학생들이 느끼는지는 모르겠는데, 학교에는 정말 좋은 재료들이 들어와요. 그 어떤 재료보다 까다롭게 인증하고요. 무상급식 정책이 도입된 지 13년이 되었고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급식에 대한 평가가 높아요. 하지만 그 이면에서 급식노동자들은 병들어가고 있었죠. 무상급식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급식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급식노동자가 건강해야 건강한 급식을 제공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아이들의 건강이 위험해지고 있다고 이야기해요. 2021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를 통해 급식노동자의 폐암이 이슈가 되었어요. 경기도에서 2018년 폐암 환자가 발생한 후 3년 만에 산업재해 인정을 받게 됐죠. 같은 해 말 고용노동부에서 환기시설을 점검하고 급식노동자들의 건강검진을 실시하라고 권고했지만 정작 주도권을 가진 교육부에서는 조치가 없었어요. 학비노조의 투쟁으로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임시 건강검진이 작년에 처음 실시되었어요. 교육당국과 정부가 법제도 개선과 환기시설, 배치기준 등을 법으로 정의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보니 무상급식이라는 대표적인 사회복지정책이 정의롭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해요. 그 노력에 앞장서서 급식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시민단체와 전문가 집단이 함께 힘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피해자 국가책임 요구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게 되었습니다. 

학교급식폐암대책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학교급식폐암대책위에는 27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어요. 노동시민사회는 물론 정당도 들어와 있고요. 분야를 노동안전, 법제도개선, 현장 분야로 나누었죠. 노동안전 분야 전문가들은 폐암 예방을 위한 공학적, 의학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법제도개선 분야 전문가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집단소송을 진행했고, 내년(2024년) 1월에 2차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학교 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적 테두리를 만들기 위한 요구를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각 지역마다 조례를 만들어 급식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요. 학교급식폐암대책위 발족 후 국회 토론회를 시작으로 폐암에 걸린 당사자분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여러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폐암대책위의 요구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이 문제에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요구하고 있어요. 국가배상, 치료대책, 생계대책 등 폐암 환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대책, 재발 방지를 위한 표준 배치 기준 마련, 조리실 내 환기시설 개선, 주기적인 정기 건강검진, 학교급식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지자체 조례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교육청은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을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먼저 하려고 나서지는 않아요. 급식노동자 4만 2천명 중 32.4%가 노동환경으로 인한 폐 이상소견이 발견되었음에도 교육청에서는 어떠한 대책 마련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환기시설 확충 등 3~5년짜리 중장기 계획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시급하게 요구되는데,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말이죠. 급식노동자들은 급식 도구가 아닙니다. 하루빨리 제도가 도입되어야 해요.

가장 먼저 도입이 되어야 할 제도는 무엇일까요?

인력 충원이 가장 시급해요. 급식노동자들은 부족한 인원, 턱없이 낮은 배치기준으로 급식 노동을 하고 있어요. 노동강도를 낮춰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해요.

코로나19 감염병 시기 급식노동자분들의 상황은 어땠나요?

급식노동자는 방중비근무자로 분류되어 방학 중에는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급여도 나오지 않아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0년, 학교는 문을 닫고 재택수업으로 전환했고 급식노동자들은 교육청의 일방적인 통보로 정해진 출근 날 출근하지 못하게 됐어요. 따라서 급여도 받지 못해 생계가 위험해졌죠. 저희는 출근 투쟁까지 시작했어요. 한 달여 간의 투쟁을 통해 출근은 하게 되었지만, 급식실 청소 등 급식 관련 업무가 아닌 운동장 풀 뽑기, 대강당 창문 청소 등 다른 업무를 시키더라고요. 업무와 관련 없는 필기 시험을 보게 하는 학교도 있었고요. 코로나19 감염병 시기 급식노동자의 자존감이 정말 크게 떨어졌어요. 조합원들이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나아져 급식을 시작하게 되니 일은 힘들어도 너무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일에 대한 자부심이 크신 것 같아요.

돌아가신 급식노동자분을 다른 조합원들이 투병 중일 때 찾아가 뵈었는데, 13년 9개월 동안 급식노동자로 일하며 몸은 힘들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뻤고 그래서 후회가 없다고 하셨다고 해요. 이 말에 급식노동자의 자부심이 다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급식노동자 출신인데, 아이들이 급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하는 한마디를 들으면 언제 아팠냐는 듯 열심히 일하게 되더라고요.

학교급식폐암대책위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알려주세요.

2차 소송과 같이 아까 말씀드린 활동 이외에도 각 지역에 대책위를 꾸리려 하고 있어요. 현재는 중앙과 강원, 경기, 인천, 전남에만 대책위가 발족한 상황인데요. 17개 시·도 교육청 지역마다 대책위를 꾸리는 것을 준비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학교급식실을 외에도 공공기관이나 민간사업장에서 집단 급식을 하는 곳이 많아요. 현재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문제는 학교뿐만 아니라 조리 노동을 하는 모든 노동자의 문제입니다. 학비노조의 투쟁으로 급식노동자 폐암 문제가 사회에 알려지게 됐고, 현대자동차 공장 급식노동자들이 폐암으로 인해 산재 신청을 한 사례도 있었어요. 저희의 투쟁이 사회적으로 급식노동자 처우 문제를 확산시켰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법은 간단합니다. 정부, 교육당국이 법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해요. 급식실 환경 개선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예요. 아이들이 맛있게 급식을 먹는 모습,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한마디에 자부심을 느끼고 십수 년 간 급식을 만들어온 노동자들의 삶에 남은 것은 병뿐입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것뿐이에요. 최대한 빨리 개선되어야 하고, 바꾸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지동향 구독자 여러분들도 저희의 움직임에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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