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1-01   460

[동향2] 전세사기 피해자가 제안하는 전세사기 예방대책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전세사기 피해가 우리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 2023년 12월 14일, 국토교통부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 건수가 11,888건, 피해자 인정 건수는 9,786건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3년 10월 12일, 국토연구원에서는 ‘보증금 반환 지연 위험 가구’는 24.1~49.2만 가구에 이르며, ‘보증금 미반환 위험 가구’도 2.0~4.2만 가구로 추산했다.1) 같은 보고서에서는 법원 경매가 증가하고, 임차권등기명령과 전세보증금 보증 사고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사기 피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며, 전세 가격이 최고치를 찍은 2021년 하반기~2022년 초 체결된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2024년 초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사기를 직접 경험하고 피해자를 대표해 여러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술했다는 점에서 한숨이 나온다. 국가가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해 선의로 내놓은 전세대출, 보증보험,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제도는 범죄조직의 장난감이 되었고 세입자의 보증금을 쌈짓돈 쓰듯 빼돌리거나 약속한 기일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사기로 보지 않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지속되어왔다. 국가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거나 관리 감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뿐더러, 지금도 피해를 복구하고 제도를 정비하는데 소극적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70%가량이 2030 청년이고, 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세입자 모두 잠재적인 전세사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렇다면 세입자의 절반이 선택하는 전세시장에서 더 이상의 전세사기가 벌어지지 않고, 안정적인 임대차 시장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전세사기 메커니즘 방지

전세사기의 대표적인 유형에는 ‘소유권 이전’ 방식을 통한 무자본 갭투기가 있다. 세부적으로는 세입자의 전세 계약 전입일과 매매계약을 같은 날 진행하는 ‘동시진행’ 수법과 정상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진행한 다음 임차인에게 고지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동시진행 수법은 매매계약의 효력은 등기 즉시 발생하지만, 전입신고의 효력은 다음날 0시에 발생하는 점을 악용한다. 소위 ‘컨설팅업체’라고 하는 전세사기판의 설계자가 시세가 확실하지 않고 분양이 잘되지 않는 신축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의 건축주와 협의해서 매매가보다 전세가를 더 높게 맞춰둔다. 그리고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상환능력 없이 명의를 제공하는 바지사장 등을 섭외하고, 임차인을 구해온다. 임차인이 낸 전세보증금은 건축주에게 이체되지만, 건축주가 동일한 날짜에 바지사장에게 몇백만 원 이내의 수고비를 제공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집주인은 합법적으로 바지사장으로 변경된다. 매매계약의 효력이 전입신고 효력보다 먼저 발생하기 때문에 임차인은 건축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바지사장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청해야한다. 하지만 바지사장은 노숙인이나 상환능력 없는 사회초년생인 경우가 많아 임차인은 약속한 기한에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소송과 경매를 신청해야 한다. 

임대차 계약 개시 이후 임대인이 변경되는 경우도 유사하다. 임차인이 계약 만기가 가까워져서 임대인에게 연락해보면 전혀 모르는 임대인으로 바뀌어 있는데, 임대인의 상환능력은 고사하고 연락처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놀랍게도 현행법상 임대인이 매매계약을 할 때 전세 계약 임차인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다. 심지어 보증보험에 정상적으로 가입했더라도 임대인 간 매매계약서를 확보하지 못하면 보증보험 이행이 거절되기 때문에 임차인은 보증금을 지켜낼 방안이 전혀 없어진다.

2023년 5월 1일 이전에는 공시가격의 150%, 집값의 100%까지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계약이 비일비재했고,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가로 계약한 뒤 그 차액은 전세사기 일당이 리베이트로 나눠 가졌다. 그리고 그 피해는 보증기관 또는 임차인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다. 경찰에서 2023년 6월 8일 자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와 같이 허위 보증·보험, 무자본 갭투자 유형으로 검거된 인원이 전체 2,895명의 69%인 1,985명에 달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세 계약 전입신고를 한 경우, 매매계약의 등기효력보다 우선할 수 있는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전입신고 효력 발생 일자를 신고 즉시로 개정하고, 법원 등기시스템과 행정안전부(지자체)의 임대차계약 관리시스템을 연동해서 전입신고 일자와 매매계약 일자를 비교했을 때 전입신고 당일과 다음날까지는 매매계약의 효력보다 우선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계약 기간 중 임대인이 변경되는 경우, 매매계약을 담당하는 공인중개사는 매매계약 사실과 신규 임대인의 인적 사항, 세금 체납 정보, 상환능력 등을 임차인에게 사전 통보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를 처벌하는 강제조항이 필요하다. 임차인은 해당 정보를 인지한 다음 전세 계약을 종료하고 기존 임대인에게 보증금 상환을 요구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임대인-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 완화

임대차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은 여전히 심각하다. 크게 임대인의 세금체납 내역,신용도, 악성 임대인 여부 등 보증금 상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정보 확인이 필수적이다. 우선, 전세사기가 화두가 되어 임대인의 세금체납 내역을 조회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완전하다. 임대인이 계약 전 납세증명서를 제시하도록 법안을 개정했지만, 일선 공인중개사들에게 물어봤을 때 임대인이 서류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 페널티가 없기 때문에 변화는 크게 없다고 한다. 그리고 계약체결 후 계약서를 지참하고 세무서를 방문하면 임대인의 체납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전세보증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납부하는 걸 고려할 때, 계약 후 체납세액이 발견되어 임차인이 계약을 파기한다고 하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수천만 원의 계약금도 임차인에게 큰 금액인 만큼, 계약 이전에 임대인의 세금 체납 내역을 제시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 신설이 시급하다. 세금 체납 내역과 마찬가지로 임대인의 신용도와 자기자본 내역을 임차인에게 사전에 고지하는 방안도 의무화하고, 강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페널티 조항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악성 임대인 정보공개를 실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2023년 2월부터 안심 전세 앱을 통한 악성 임대인 공개를 공언해왔지만, 2023년 12월에도 악성 임대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 방침에 따르면 기존 악성 임대인 명단을 전부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악성 임대인 중 신규로 보증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해 정보를 공개한다고 한다. 악성 임대인으로 인해 발생한 보증사고 규모만 2조 원 정도인데, 명단공개 대상이 고작 10명 내외에 그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2) 공익적 차원에서 악성 임대인 전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

위 3가지 정보는 등기부등본에 기재하여 임대차계약을 앞둔 임차인이라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식당에서 식재료 원산지 표기하듯 임대차계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는 등기부등본에 기재해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 만약 계약 전 무분별한 임대인 개인정보 열람이 우려된다면, 임차인 대신 공인중개사에 한해 임대인의 세금체납 내역과 신용정보 등을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위험 내역을 고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전세사기 의심자 중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비율이 42.7%로 압도적 1위인 점을 감안하면 공인중개사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된 상황에서 공인중개사에게 과도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한 금융정책 재검토

그간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는 금융정책에서 예외적인 존재로 취급해왔다. 전세대출이 존재하긴 하지만 심사는 부실했고, 임대인의 채무로 보지도 않았다. 거액의 보증금을 별도 안전 장치 없이 처음 보는 임대인에게 바로 이체하고 돌려받기를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임대인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 요행을 바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들은 은행도 작금의 전세사기 대란을 방치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한구도시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의 83%가량은 전세대출을 받았고, 평균 대출금액은 9,600만 원에 달한다.3)필자도 버팀목전세대출을 신청하며 4주간의 심사과정을 거쳤지만, 은행은 임대인이 63억 원 이상의 체납세액이 있다는 것도, 1,000채 이상의 주택을 무자본 갭투기하여 상환능력이 의심된다는 것도 감지하지 못했다. HUG, HF 등 공적 보증기관에서 은행에 대해 주택가격의 80%까지 보증했던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은행에서는 임차인에게 상환받거나, 손실이 발생해도 정부에서 보증해주는 구조였기 때문에 심사를 꼼꼼히 할 유인이 없었고, 특정 은행에서는 임대인과 유착되는 등 전세대출이 전세사기의 한 축으로 기능해왔다. 이제는 공적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낮추고, 그만큼 은행에서 심사를 꼼꼼히 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경우 전세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전세가 반전세로 전환되는 경우가 생기겠지만, 그만큼 임차인이 보증금 전액을 손해 볼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또한, 전세보증금은 엄연히 임대인의 채무로 봐야 한다. 임대인-임차인 관점이 아니라, 전세보증금이란 무이자 대출을 이용하는 채무자-채권자 관계로 봐야 하고, 금융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인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전세보증금을 포함하고, 임대인이 과잉 대출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 이 내용은 한국은행4),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5) 등 연구기관에도 제안하고 있고, 최근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6)

마지막으로, 보증보험 심사와 보증금 에스크로 결합 시스템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보증보험 심사는 전입신고 이후에 신청 및 심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세보증금 전액을 임대인에게 이체한 다음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진다면 임차인은 그야말로 임대인의 선의에만 기댈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보증기관에서 계약금과 잔금을 예치하고, 전입신고일까지 권리관계의 변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보증보험 가입을 최종 승인하고, 임대인-임차인 양측에 통보하는 것이다. 보증보험 가입까지 완료된 다음에는 보증기관에 예치 중인 보증금을 임대인 계좌로 이체하면 된다. 만약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한 위험한 계약이라면 임차인에게 계약 파기를 권고하고,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해주면 된다. 이렇게 하면 임대인도 보증금 반환을 확실시한 다음 전세보증금을 받아 투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임차인도 보증보험 가입과 연계해서 더 안전한 집을 구하고, 최악의 경우에도 보증금 대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마치며: 일관성 있고 세입자 친화적인 주거정책의 필요성

전세사기는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전세대출(2008), 보증보험(2013), 임대사업자 등록활성화(2017) 정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수 정권,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남발된 정책들은 애초에 그 한계가 명확했고, 관리감독이 되지 않는 틈을 타 악성 임대인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면서 대규모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금융 시스템이 발전하지 않았던 50여 년 전 태동한 전세는 그간 서민의 주거비 경감, 임대인의 무이자대출 수단으로 명맥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와 이별할 때가 된 것 같다. 혹자는 전세의 종말을 이야기하면, 월세의 상승과 세입자의 주거난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최근 대학가의 평균 월세가 100만 원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는 만큼 전세의 월세화, 세입자 주거 불안은 점점 가속화하고 있다.7) 전세 시대에 안녕을 고한다는 것은, 결국 월세 시대에 어떤 주거정책을 펼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후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보증금 상한, 임대료 인상 억제, 표준임대료 도입, 투명한 관리비 등 세입자의 권리보호와 함께 공공임대주택, 사회주택, 공동체 주택 등 소유하지 않고 양질의 지불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 등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건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단시일 내에 결론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 주제들을 꾸준히 숙의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야할지, 세입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등을 끊임없이 논의하고, 정권의 변화에도 부침 없는 정책 추진이 필수적이다. 2020년대 대규모 전세사기를 그저 비극으로만 간직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피해자 실태조사와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 그리고 피해자 의견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우선이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들을 때, 이전보다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

1) 「역전세 발생 추이와보증금 미반환 위험 연구」(2023.10.12), 37p

2) <‘악성 임대인’이 단 17명뿐?… ‘명단 공개’ 시행 전부터 실효성 우려>, 경향신문, 2023.12.17, 심윤지 기자, https://m.khan.co.kr/economy/real_estate/article/202312171134001

3)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가구 실태조사 및 피해 회복 및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2023.11.06)

4) 「금융안정보고서(2022년 12월)」, 28p

5) 「전세제도의 구조적 리스크 점검과 정책 제언」(2023.06.18), 15p

6) <과잉대출 및 불공정대출의 규제에 관한 법률안>(2023.11.23)

7) “100만원 월세 내려 알바 뜁니다” 월세 폭탄에 허리 휘는 대학가 [부동산360]>, 헤럴드경제, 2023.10.25, 박자연 기자, 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231025000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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