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1-01   257

[동향1] 모두의 결혼, 사랑이 이길 때까지

이소연 모두의결혼 상임활동가

들어가며

“모두의 결혼, 사랑이 이길 때까지”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과 혼인평등연대(구 가족구성권네트워크)가 2023년 6월 발족한 한국의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캠페인 조직의 슬로건이다. 우리는 이 캠페인을 통해 성소수자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드러내고, 성소수자도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권리를 실현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 성소수자는 누군가의 동료, 이웃, 자녀, 부모, 연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많은 경우 편견과 차별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학교나 직장을 다니는 일은 쉽지 않고, 자신이 꾸린 가족을 법적으로 인정받는 일이 아직 불가능하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사랑하고 돌보는 관계를 쌓아온 동성 부부의 경우, 관계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모두의결혼은 성소수자가 결혼을 선택할 수 없는 차별적인 제도에 균열을 내고 다양한 사랑, 성평등, 돌봄이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활동하고자 한다.

혼인평등의 중요성

혼인평등은 국가의 제도이자 개인의 권리인 결혼을 이성 간에만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성별에 따른 제한 없이 동성 간에도 평등하게 인정하는 제도적 변화를 말한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두 사람이 결혼을 원한다면, 개인의 성별 정체성이나 법적 성별이 결혼 제도에 진입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동성 부부가 오랜 시간 함께 살아왔음에도 이들의 관계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서로의 보호자가 될 수 없고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함께 살아 온 배우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동성 배우자는 법률상의 상속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배우자의 상실로 인한 고통에 더해 부부로 생활하며 함께 꾸려온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동성 부부는 연금, 보험, 세금, 주거 등의 각종 사회보장 제도에서도 배제된 채 살아가고 있다. 성소수자가 한 사회에서 온전한 개인으로서 사회적 안전망에 기댈 수 있기 위해서 혼인 평등의 실현이 앞당겨져야 하는 이유다. 혼인 평등은 동성 부부의 권리를 넘어 성소수자의 평등한 시민권을 상징하는 의제이기도 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동성혼을 법제화한 18개국을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에 따르면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한 이후 전체 청소년 자살률은 10만 명당 1,191명 감소했으며, 이는 법제화 당시 청소년 자살률과 비교했을 때 17.9%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1) 동성혼 법제화가 실현된다고 바로 결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청소년의 자살률이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혼인 평등의 실현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성소수자를 평등한 시민으로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공적 선언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삶의 조건을 가진 성소수자들에게 긍정적인 자기 인식과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변화인 것이다.

한편, 우리 사회의 가족/결혼 제도는 성별 이분법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또한 남성과 여성 간의 이성애 관계로 구성된다. 이 제도에서 남성은 임금을 받고 가정을 부양하는 생계부양자, 여성은 무료 가사/돌봄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돌봄 제공자로 구분되는 가부장제가 작동한다. 이 가부장제에서 성소수자는 계속 배제되고 드러나지 않으며 결혼을 통해 가족을 구성할 수 없었다. 혼인 평등은 아직 다양한 불평등과 성차별적 요소들이 남아있는 가족/혼인 제도에 균열을 내며 보다 성평등한 혼인과 가족제도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혼인 평등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동성 부부가 사회적 안전망에 기대어 서로를 사랑하고 돌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구나 어느 모습이든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혼인 평등을 위한 발걸음

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시도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왔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은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혼인신고 불복 소송이다. 2013년 9월 7일,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당연한 결혼식>은 동성 부부도 ‘당연히’ 결혼제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배제하는 현재의 혼인 제도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널리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결혼식 후 3개월 뒤, 김-김 부부는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불수리처분을 받았다. 성소수자가족구성권네트워크는 이 부부와 함께 혼인신고 소송을 준비하여 2014년 5월 21일,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를 불수리하는 것이 차별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5월 25일, 법원은 “헌법이나 민법 등 관련법에서 명문으로 혼인이 남녀 간의 결합이라고 규정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동성 간에도 혼인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지 사법이 적극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불복신청을 각하했다2). 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성혼 법제화, 혼인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물결이 일던 시기에 나온 사법부의 아쉬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혼인평등의 실현을 위한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성소수자가족구성권네트워크는 2019년 11월 13일, 성소수자 1,056명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동성혼· 파트너십 권리를 위한 성소수자 집단진정을 제기했다. 이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성 부부와 커플들이 헌법에 명시된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험하는 주거권, 노동권, 사회보장권, 건강권 등 여러 삶의 영역에서의 차별 실태를 드러내기 위한 활동이었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동성 부부와 커플들에게 어떤 관계의 인정이나 권리의 보장도 하지 않는 것은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일임을 드러내며, 이를 시정할 책임 역시도 이들에게 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일이었다. 인권위는 2022년 4월 6일에 국회의장에게 성소수자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률을 제정할 것과, 당시 계류 중이던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수용할 수 있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예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에 대한 개정을 권고했다.

혼인 평등 실현을 위한 일련의 활동 속에서 최근 사법부의 진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2023년 2월 21일, 김용민-소성욱 부부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요구한 행정소송에서 2심 승소한 것이다. 2020년 2월, 소성욱은 김용민의 파트너이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신고하여 자격을 취득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같은 해 10월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성욱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화했고, 11월에는 새로운 보험료부과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소 부부는 2021년 2월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보험료부과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했다. 1심 판결에서 법원은 단지 원고와 배우자가 성별이 같아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2심 판결에서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기존의 차별들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남아있는 차별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동성결합 또한 사실혼 관계와 동등하다고 김-소 부부의 손을 들어주었다.3) 이는 최초로 한국의 사법부가 동성 부부의 권리를 인정한 역사적 판결로 성소수자와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여러 시민들에게 변화의 희망을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모두의 결혼을 위하여

2023년 5월 31일, 가족구성권 3법(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법)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발의되었다. 이 중 혼인평등법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동성혼 법제화를 실현하기 위한 법안의 발의였다. 현재 우리 민법은 동성 간 혼인을 금지한다는 명시적 조항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차별적인 행정 관행으로 인해 현재까지 동성부부의 혼인신고는 자동으로 불수리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혼인평등법은 민법 제767조 및 제812조 등을 개정하여 “혼인의 성립”을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의 신고에 따라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부부” 및 “부모”에 동성 부부 및 부모가 포함되도록 제안했다. 동성 간에도 혼인이 성립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여 제도적 차별을 해소하도록 한 것이다. 법안의 발의에는 정의당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기본소득당 등 다양한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공동 발의 의원으로 참여했다. 누구나 결혼제도에 진입하여 가족을 만들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는 것,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모두의결혼은 지난 6월 20일, 캠페인 조직의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를 시작으로 혼인 평등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확장하고 다양한 이들의 지지를 가시화하기 위한 활동을 만들고 있다. 출범 직후 발표된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미 한국 사회가 변화하고 있으며, 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시민의 40%가 이미 동성혼 법제화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4) 2년 전 조사에 비해 찬성 비율이 2%포인트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40-50대에서 동성혼에 대한 찬성 여론이10%포인트 이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와 관련한 여러 의제에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기성세대에서도 인식의 변화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모두의 결혼은 이 변화의 움직임을 주춧돌 삼아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회를 통해 혼인 평등 실현의 필요성을 알리고, 이를 위한 여정에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알리는 여러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여 혼인 평등 안내서를 배포하기도 하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혼인 평등을 의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또한, 이미 함께 살고 있거나, 결혼/동거를 고민하는 동성 부부와 커플을 대상으로 ‘혼인 평등 워크샵’을 열기도 한다. 결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서로의 관계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소개하고, 운동의 전망과 계획을 공유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지난 11월 22일, 모두의결혼은 <한국에도 동성결혼을! 혼인평등법, 함께 만들어요!>라는 슬로건으로 혼인평등법의 입법을 촉구하는 온/오프라인 서명 캠페인을 시작했다.5) 12월 31일까지 모인 서명은 현재 혼인평등법이 발의 되어있는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에게 전달하여 법안에 대한 조속한 논의를 촉구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도 혼인평등법이 주요한 입법 과제로 논의될 수 있도록 내년 3월 31일까지 모인 서명은 22대 총선 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며 새로운 국회에서도 혼인평등법이 발의되고, 진지한 논의를 거쳐 통과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5월 30일까지 모인 서명은 임기를 시작하는 22대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나가며

혼인 평등을 위한 본격적인 첫발을 떼었다. 한국 사회에서 동성 부부가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게 된다면 우리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진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나아가, 한국의 결혼과 가족제도에 남아있는 성차별에 균열을 만들 수 있기를, 그래서 결혼과 가족을 둘러싼 불평등한 사회적 규범들도 점차 사라지게 되기를 희망한다. 모두의결혼은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누구나 상호합의 하에 맺는 평등한 애정과 연대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인정, 법적인 보호, 삶의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그날까지 더욱 힘차게 활동해 나갈 것이다. 이 길에 모두의 존엄과 평등을 지지하는 당신도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 사랑이 이길 때까지. 


| 각주 |

1) Kennedy, A., Genç, M., & Owen, P. D. (2021). The association between same-sex marriage legalization and youth deaths by suicide: a multimethod counterfactual analysis. Journal of Adolescent Health, 68(6), 1176-1182 

2)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호파1842]

3) 서울고등법원 [2022누32797]

4) 한국 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 5444호(2023년 5월 4주) – 정당별 호감도, 동성결혼 법제화, 동성애 관련 인식(5월 통합 포함)”, 2023.05.25

5) https://marriageforall.kr/petition/ 링크를 통해 서명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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