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1-01   249

[기획3] 일하는 모든 부모의 돌볼 권리 보장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인간은 누구나 의존성을 가지고 태어나며 전 생애주기에 걸쳐 돌봄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인간의 본질적 특성에서 기안한 돌봄의 보편성으로부터 사회적인 돌봄의 의무와 권리에 대한 당위성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개인 및 가족 차원의 돌봄 논의에서 더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에 대한 돌봄 책임 실현과 돌봄의 권리 보장으로 확장된다. 즉, 국가와 사회는 개인의 사회권적 기본권인 돌봄의 권리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 돌봄권에는 ‘돌봄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돌볼 권리’도 포함된다(Tronto, 2014). 모든 부모는 누구나 자녀를 돌볼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아동은 부모에게 돌봄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부모와 아동의 돌봄권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요인이나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침해받거나 불공평하게 부여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돌봄 정책의 세 축인 현금, 서비스, 시간 중에서 우리나라의 ‘시간 정책’은 기본권적 관점이 가장 약한 부문이다. 일하는 부모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지 않고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나, 여전히 일부만이 시간 지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자녀 돌봄 시간 지원 제도인 육아휴직제도를 중심으로 실태와 사각지대를 검토해보고, 일하는 모든 부모의 돌볼 권리 보장을 위한 시간 지원 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육아휴직제도 사용의 실상

통계청의 2022년 육아휴직통계에 따르면, 육아휴직자 수는 2015년에 13만 6천 명을 넘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22년에 증가 폭이 컸다. 2022년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시작한 수는 전년 대비 14.2%가 증가하여 2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여 2015년에 6.0%에서 2022년에는 27.1%로 21.1%p가 증가하였다. 

2022년에 육아휴직 사용이 증가에는 ‘3+3 부모육아휴직제’ 도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3 부모육아휴직제’는 부모의 집중적인 양육이 필요한 생후 1년 이내에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부모가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사용한 첫 3개월까지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을 100%로 인상하고, 모두 사용한 개월 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상한액을 200만 원, 250만 원, 300만 원으로 인상하여 지급하는 제도이다(박은정, 이정원, 윤지연, 김난주, 2022). 윤석열 정부는 ‘6+6 부모육아휴직제’를 2024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부모가 모두 자녀 생후 18개월까지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육아휴직급여 기간을 6개월 추가하여 18개월을 부여하고, 첫 6개월까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단계적으로 상한액을 450만 원까지 인상하여 지급하는 제도이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23. 9. 4.).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제도는 부모의 대다수가 자녀 돌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 제도로 자리잡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육아휴직 사용자의 상승 추이와 제도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출생아 부모 중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중은 소수이다. 2015년에는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을 사용한 부모의 수는 17.9명이며, 이 중 남성(아버지)은 0.4명에 불과하였다. 2022년에는 육아휴직 사용자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을 사용한 부모의 수는 35명으로 65명은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육아휴직이 크게 증가하였다고 연일 보도되고 있으나, 여전히 출생아 100명 중 5명의 아버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통계청, 2023. 12. 20). 여전히 여성 중심의 육아휴직 사용 경향이 약화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한편, 육아휴직 사용이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 비해 2022년에 300명 이상 기업에 속한 육아휴직 사용 부모의 비중이 다소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300명 이상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아버지의 비중은 70.1%, 어머니는 60.0%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제도 안팎의 사각지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육아휴직제도의 개선과 확대가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서는 여러 육아휴직의 장애물 중에서 크게 두 가지 측면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첫째,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자영업자와 새로운 노동형태를 가진 근로자에 대한 논의이다. 둘째, 존재하는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하는 실질적 사각지대에 대한 논의이다.

1) 노동형태 다양화에 따른 새로운 사각지대

정부는 2020년부터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도입하여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용보험 적용을 추진 중에 있다. 고용보험 적용 기준을 근로 시간이 아닌 일정 소득을 기준으로 변경하였다. 이에 예술인, 특고직뿐만 아니라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 적용 대상으로 확대된다(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 2020. 12. 23). 그러나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2022년 2분기 현재 1% 미만에 불과하여 여전히 비임금근로자의 대다수가 고용보험 미가입자이다(이정아, 2022).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최근 비임금근로자 중 1인 자영업자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이를 보인다. 2023년 8월 기준 1인 자영업자(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비임금근로자의 65.0%로 약 437만 명이다(통계청 보도자료, 2023. 11. 1). 최근 새로운 일의 형태를 가진 노동자의 대다수가 비전형 또는 1인 자영업자로 구분되며,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을 감안하면 새로운 일의 형태의 증가 추이는 기존의 사회보장 체계와 정형 노동을 기준으로 한 제도의 사각지대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정형 노동의 증가에 따른 새로운 돌봄 사각지대에 대한 논의는 사회보장체계나 노동시장 정책에서의 논의에 비해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박은정 외(2022)의 연구에서는 그동안 논의에서 배제되었던 비정형 노동자의 자녀 돌봄과 시간 지원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비정형 근로자들의 대다수가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와 새로운 일의 형태를 가진 노동자들의 제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고용보험 제도 내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유인책이 필요해 보

인다. 

2) 실질적 사각지대

우리나라 육아휴직제도 사용자는 여전히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에 집중되어 있으며,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일지라도 육아휴직제도 사용을 당연한 권리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비가족친화적인 기업 문화, 대체인력 채용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노동자, 출산 전후로 노동시장이나 사회보험 체계 밖으로 밀려나게 되는 여성 노동자, 6개월 이상 고용보험 가입 기준 미충족자 등 실질적인 사각지대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부모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현재, 경력단절 여성 중에 출산을 이유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비율은 22.7%이다(여성가족부 보도자료, 2023. 9. 6). 또한 박은정 외(2022)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첫째 자녀 임신 기간이나 출산한 직후에 퇴사, 이직 등 일의 변동이 있었던 비율이 25.3%로 높게 나타났다. 즉, 상당수의 여성들의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해 육아휴직급여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속하게 된다.

일하는 모든 부모의 돌볼 권리 보장을 위하여: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두 가지 전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제도는 일하는 모든 부모의 돌봄권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근로자이고, 육아휴직급여 대상 기준을 충족하여야 하며,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 및 기업 문화를 가진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선별된 일부 부모의 돌볼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닌, 일하는 모든 부모의 돌봄권을 보장하는 자녀돌봄 시간 지원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정책 패러다임을 개혁하는 큰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방안들이 논의될 수 있겠으나, 여기에서는 자녀돌봄 시간 지원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두 가지 관점을 논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1) 일하는 모든 부모의 돌볼 권리 보장

부모의 돌볼 권리를 위한 시간 보장은 혜택이 아닌 기본적인 권리로 인식되어야 한다. 가족정책의 유형인 현금, 서비스 시간 중 시간 지원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당연한 권리로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보육서비스는 무상 보육이 도입된 이후 서비스 이용에 대한 권리가 보편화되었고, 현금 지원은 아동수당, 영아수당, 부모급여의 도입으로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 측면에서 보편적 수당 제도가 확대되는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녀돌봄 관련 시간 지원은 고용보험 제도 내에서 실시되고 있어, 고용보험 미가입자나 미적용 대상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고용보험 가입자 내에서도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비율이 더 높은 상황이다. 고용보험 피보험자에게 지급되는 급여로 ‘근로자성’에 기초한 노동정책의 관점에서 자녀돌봄 시간 지원을 바라봐서는 보편적인 제도 사용으로 확대되기 어렵다. 육아휴직을 비롯한 자녀돌봄 시간 지원은 일하는 모든 부모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며, 이러한 돌봄권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제도를 개선하고 추진해나가야 한다.

시간 지원은 서비스나 현금 지원보다 더 복잡한 구조와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 시간 지원은 노동시장 상황, 기업 문화 등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돌봄 시간 외에 고용 안정성과 소득 보장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로 인해 정책 설계 시 고려해야 하는 요인들이 다면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처럼 복잡하고 다면적인 요인과 상황을 고려하면서 제도를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과 적극적인 추진력이 필요하다. 모든 부모의 당연한 권리로서 접근해야 제도 확대의 장애물을 돌파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노동자의 시간 주권 보장 

일하는 부모들이 직면해온 문제의 핵심은 자녀 돌봄과 노동 시간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돌봄과 노동 시간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노동자의 ‘시간 주권’ 보장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시간 주권이란 개인이 자신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조직하고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시간 주권은 단순히 시간의 분배를 넘어서, 일과 생활, 특히 일과 자녀돌봄 간의 균형을 이루고 개인의 삶의 질을 확보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일찍이 시간 주권의 관점에서 노동자에게 노동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00년에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노동 시간 단축이나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을 도입하였으며, 2016년에 도입한「유연근무제법(Flexible Working Act)」에 따라, 6개월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노동 시간 조정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Dulk &Yerkes, 2023). 이와 유사하게 노동자에게 노동 시간을 조정할 권리는 부여하는 법을 제정한 국가는 네덜란드 외에도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이 있다. 

이러한 국가들에서는 개인의 삶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모든 노동자에게 시간 주권을 부여함으로써 누구나 생애주기에서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도로 유연근무제도가 자리잡았다. 이와 같이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시간 주권 보장은 자녀를 둔 부모가 직장에서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에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나, 시간 부족 및 시간 압박으로 인해 일과 자녀 돌봄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갈등 상황을 완화해줄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경직된 장시간 근로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모든 노동자의 시간 주권 보장은 결국 사회 전체의 시간 구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요컨대, 노동자의 시간 주권의 보장은 부모의 자녀 돌봄 시간 보장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일·생활 균형은 물론 사회 전체의 시간 문화와 구조도 함께 재편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 문헌 |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2020. 12. 23).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박은정·이정원·윤지연·김난주(2022). 부모급여 도입에 따른 통합적 제도 구축 연구. 육아정책연구소

박은정·조미라·윤지연·류연규·윤자영(2022). 평등한 돌봄권 보장을 위한 자녀돌봄 시간정책 개선방안 연구(I): 고용형태별 돌봄 격차

해소를 중심으로. 육아정책연구소

여성가족부 보도자료(2023. 9. 6).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이정아(2022). 자영업자의 감소와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 증가, 고용동향브리프, 한국고용정보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2023. 9. 4). 3.28 발표 저출산 5대 핵심과제 ‘24년 예산안 편성 현황. 보도참고자료

통계청 보도자료(2023. 11. 1). 2023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_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

통계청 보도자료(2023. 12. 20). 2022년 육아휴직통계 결과(잠정) 

Dulk L. &Yerkes, Ma. A.(2023). The Netherlands. In Koslowski, A., Blum, S., Dobrotić, I., Kaufman, G., & Moss, P. (eds.) (2023). 18th International Review of Leave Policies and Related Research 2022. pp.367-377 

Tronto, J. C. (2014). 돌봄 민주주의. 김희강·나상원 역, 서울: 아포리아. Tronto, J. C.(2013), Caring Democracy: Markets, Equality, and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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