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1-01   993

[기획2] 돌봄권과 돌봄의 사회화

최영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그동안 정부는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새로운 반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유보통합이나 늘봄학교와 같은 학교 중심의 육아 돌봄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교육부, 보건복지부로 나뉜 유아교육·보육 관리체계를 교육부, 교육청으로 2025년부터 통합하는 유보통합안을 제시하였고, 늘봄학교 경우 ‘토탈 에듀케어’정책으로 명명하며 2025년 전국확대를 목표로 시범운영 중이다. OECD에서는 유아에 대한 교육적 요소의 강화의 필요성에 따라 영유아교육·보육(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system: ECEC) 통합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3~5세 유아기 보육과 교육서비스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라는 이원화된 기관에 의해 분절적으로 이루어져 교육·보육 격차를 심화시켜 왔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정부의 이러한 접근은 일면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각국 제도는 그 나라의 사회, 경제, 문화적 맥락에 기반하여 구성되었기에 아무리 우수한 제도라도 국내 적용을 위해서는 제도 도입의 목적, 형태, 맥락 등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국내 환경과의 정합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기반으로 돌봄권과 돌봄의 사회화, 아동돌봄 서비스의 사회화 등에 대한 여러 논의와 이러한 논의가 정책적 측면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간략히 살펴보고,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보통합이나 늘봄학교와 같은 학교 중심의 교육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러한 논의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하고자 한다.

돌봄권과 돌봄의 사회화

‘돌봄’이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사람을 돌보는 행위로서, 환자, 노인, 어린이를 돌보는 행위와 행위를 강제하는 개인, 가족, 사회, 국가 간의 관계를 의미한다(Daly, 2002: 252). 과거에는 돌봄이 개인과 개인 간에 또는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였다면, 후기 산업사회로의 전환과 함께 나타난 ‘돌봄의 위기’ 현상은 더 이상 돌봄을 개인적인 관계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있다. 즉, 전통적 복지국가의 경제사회적 기반의 상실과 함께 돌봄은 국가, 시장, 지역사회, 가족 등 다양한 복지제공자의 역할을 재배분하는 문제의 중심에 놓여있는 정책적 재화이자 복지혼합의 핵심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Daly and Lewis, 2000), 사회권적 권리의 하나로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돌봄권’은 돌봄이 돌봄제공자와 수혜자 상호 간의 관계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돌봄을 제공할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로 나누어 볼 수 있다(장수정, 2020; 백경흔, 2022). 아동 돌봄과 관련하여 ‘돌봄을 받을 권리’는 아동권적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1990년에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f the Right of the Child)에 따르면, 제6조 아동의 생존과 발달권, 제7조 아동이 부모로부터 (적절한) 양육을 받을 권리, 제32조~36조 아동에 대한 모든 위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31조 휴식과 여가 등에 대한 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동은 부모 또는 사회(국가)로부터 적절한 ‘보호와 돌봄’를 받아야 하는 권리의 주체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서 국가는 아동이 부모로부터 적절한 양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며, 부모가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경우 돌봄과 보호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모의 노동시장에의 참여로 인해 돌봄 제공이 어려울 경우 아동에게 보육, 방과후 돌봄과 같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아동학대나 방임으로부터 아동으로 보호하는 아동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한편, 아동 돌봄과 관련하여 ‘돌봄을 제공하는 권리’는 부모 또는 양육자가 직접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며, 후기 산업 사회에서 부모 또는 양육자의 노동시장 참여가 활성화되면서 부모의 노동시장 참여와 가족 내 아동에 돌봄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노동권과 부모권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실현된다. 예를 들면, ‘돌봄을 제공하는 권리’는 부모가 노동시장에서 참여하는 경우 유급휴가를 통해 부모가 직접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지원을 통해 부모의 돌봄노동을 일부 대체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와 같은 돌봄의 복합적인 성격을 강조하고, 돌봄에 대한 사회권적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최근 논의되어 오고 있는 개념이 ‘사회적 돌봄(social care)’또는 ‘돌봄의 사회화’이다. 사회적 돌봄은 돌봄 노동이 갖는 ‘관계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기존에 가족 내에서 주로 여성에 의해 수행되던 돌봄 부담을 가족이나 국가, 시장, 지역사회 등이 나누어 분담하는 것(Daly and Lewis, 2000: 285)을 의미한다. 이와 유사하게 ‘돌봄의 사회화’는 가족 내에서 주로 여성이 무보수로 수행하던 돌봄 노동을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내는 것(장지연, 2011)을 의미하나,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상이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계층화를 양산하는 시장보다는 국가 개입을 통해 가족의 돌봄 부담을 사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최영, 2012; 장지연, 2011).아동·가족정책 측면에서 아동 돌봄의 사회화는 일반적으로 시간, 서비스, 비용 등 3가지 부분에 대한 국가의 제도적, 정책적 대응을 통해 구체화 된다. 예를 들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부모의 아동에 대한 ‘직접적인 돌봄 제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유급의 육아휴직, 가족돌봄 휴가, 유연근무제 등과 같은 시간 지원정책이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일정 부분 부모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보육서비스와 방과후 돌봄 서비스와 같은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더불어 아동의 생존권이나 발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아동수당과 같은 현금지원 정책 또한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아동 돌봄의 사회화와 관련된 내용 중 최근 정부의 정책추진으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서비스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아동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

국가 개입을 통해 제공되는 돌봄서비스의 사회화는 크게 이용 대상, 재원, 서비스 공급 3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 이용 대상: ‘보편주의’와 ‘사회적 욕구’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 과정에서 서비스 이용 자격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국가에 의해 결정되며 사회통합과 연대라는 사회서비스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민권’ 측면에서 한 국가의 시민들에게 얼마나 보편적으로 그리고 형평성 있게 이용대상자를 선정하는지는 공공의 책임성 정도를 규정짓는 요소가 될 수 있다(양성욱·노연희, 2012).

여기서 ‘보편성’ 또는 ‘보편주의’는 학자에 따라 다소 상이하게 논의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북유럽 복지국가의 특성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되며(류만희, 2014), 복지정책의 대상이 ‘시민권’에 기반하여 소득이나 자산조사 없이 욕구가 있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보편주의’는 복지서비스가 시민적 권리로서 모든 시민에게 제공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소득이나 자산조사 등 시민들 간의 차별을 제도화하지 않는 것(윤홍식, 2011)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보편주의’의 이상은 현실 정책 적용과정에서 무작위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적용되기보다는, 동일한 ‘사회적 욕구’를 가진 시민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실재 대부분의 복지국가에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주의 복지제도는 영국의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이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복지정책이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겪고 있는 동일한 ‘사회적 위험’ 또는 ‘사회적 욕구’에 대응하는 것을 정책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가족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국가에서 제공하는 사회적 돌봄 서비스의 경우도 동일한 사회적 위험 또는 사회적 욕구를 가진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아동을 대상으로 한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 과정에서도 가능한 ‘보편성’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 원리를 적용함에 있어 ‘사회적 욕구’ 측면에서의 고려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부모의 노동시장 참여로 인한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가족 내 발생하는 돌봄의 위기를 ‘사회적 위기’ 또는 ‘사회적 욕구’로 간주한다면, 보육서비스와 같은 돌봄 서비스는 욕구가 있는 맞벌이 가구를 그 대상으로 하되, 보편주의 원리를 적용하여 소득이나 자산조사 없이 맞벌이 가구의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외벌이 가구의 경우 가정양육 시 경험하게 되는 상이한 욕구(ex, 독박 육아나 육아 정보 부족 등)를 가질 수 있고, 이를 사회적 욕구로 인정한다면 이러한 욕구에 맞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실제, 대부분의 유럽 복지국가들의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 과정을 살펴보면, 가구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affordability)과 ‘접근성(accessibility)’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정부의 역할은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적절한 비용(affordability)으로 욕구가 있는 가구 누구에게나 이용 가능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여 왔다. 예를 들면, 스웨덴의 경우 정규 보육서비스(pre-school)는 부모가 학업 또는 노동시장 참여 중이거나 특별한 욕구가 있는 1세~5세 아동을 주 대상으로 하며2), 반면 가정양육 가구 아동의 경우 정규 보육서비스의 일부나 개방형 보육서비스(open pre-school)를 이용하고 있다. 

반면, 영유아교육·보육(ECEC)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에 따라, 초등연령뿐 아니라 유아연령대 아동이 동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하나의 ‘사회적 욕구’로 간주한다면, 아동의 교육권에 기반하여 동 연령대의 모든 아동을 정책 대상으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3세 이상의 모든 아동에게 년 최소 525시간(주당 약 15시간)의 정규 보육(pre-school)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토록 하고 있고, 2018년부터는 취학전 6세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주정부에서 의무교육으로 년 최소 525시간(주당 약 15시간)의 유치원 교육(pre-school class)3)을 무료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 2019년 6월 교육법 개정(law of July 25, 2019 for a school of trust)을 통해 3세부터 6세 아동에게 의무교육(엄마학교, écoles maternelles)을 실시하고 있고, 공립의 경우에는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4)

결과적으로 영유아 및 초등연령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유보통합이나 늘봄학교와 같이 돌봄과 교육의 통합과정에서 돌봄과 교육을 어떻게 조화롭게 구조화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어느 정도 제공할지에 대한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2) 재원 : 정부와 이용자 

돌봄의 사회화는 가족 또는 국가의 전적인 책임보다는 가족의 돌봄 부담을 국가나 사회가 함께 나눈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가족과 국가의 책임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재원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즉 국가와 개인 또는 가족 간의 서비스 재원 분담 관련 논의와 연결되며, 이는 형평성 논의와 관련되어 있다. 한편, 국가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정수준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고, 돌봄의 사회화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시장이나 민간 영역보다는 국가에 의해 서비스 제공과 이에 필요한 재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국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고, 지방정부의 경우도 광역과 기초단위의 정부로 다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중앙정부도 복지부, 여가부, 교육부 등 다양한 부서가 서비스 제공에 개입될 수 있고, 부서가 맡고 있는 사업내용에 따라 재정 책임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안정적 재정 확보를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 중앙정부 내, 각 부처 간 등 재정 책임성을 어떻게 분담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 또한 필요하다.

① 중앙정부 vs. 지방정부

일반적으로 돌봄 서비스의 경우 지역주민의 삶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고, 이러한 지역주민의 욕구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재정적 책임성도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사회보험을 비롯한 소득보장제도 중심으로, 지방정부의 경우 사회서비스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재정적 책임 또한 나누어져 있는데 지방정부는 재정과 조세에서 일정 정도의 자율성과 권한(윤홍식 외, 2021)을 가지고 사회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보육을 비롯한 아동 돌봄 서비스 또한 지방정부가 서비스 제공의 책임을 지고 있고 이를 위한 재원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스웨덴의 경우 영유아교육·보육(ECEC) 관련 기본정책은 중앙정부 기관인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맡고 있지만, ECEC 서비스에 대한 행정적 책임 및 권한은 지방정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 이외에 이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원의 상당 부분은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있다(윤홍식 외, 2021).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돌봄 서비스 재원은 주로 사회보험료나 조세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큰 편으로, 장기적으로 재정적 여력이 큰 중앙정부 중심의 체제를 유지할지, 아니면 서비스의 특성상 지방정부 중심으로 재편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외국의 사례와 같이 분권화를 통한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한다면 지방정부의 재정적 재량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적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이는 재정 분권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교육부 중심의 유보통합 관련 논의는 ECEC서비스 제공의 행·재정적 책임이 교육행정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는 한편으로 중앙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가능케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정부의 책임성 약화와 지역단위에서는 교육행정과 지방자치행정 간의 분절성을 유발할 수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② 이용자 부담

앞에서 언급한 보편주의 원리는 정책으로 실현 과정에서 꼭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책의 목적에 따라 무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도 가능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책의 목표와 가치를 지향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재원 분담 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영국의 사회정책학자인 티트머스(R. Titmuss)는 보편주의를 지향하는 복지국가의 더 공정한 분배의 원리로 ‘보편주의 원리에 선별주의가 결합되는 방식’을 제시하였고, 이는 정책의 적용 대상에서의 ‘보편성(universality)’ 확보와 더불어 자원의 배분 과정에서 ‘형평성(equity)’을 함께 고려함을 의미한다(김연명, 2011). 여기서 ‘보편주의 원리에 결합된 선별주의’는 자원이 적거나 욕구가 큰 사람에게 보다 많은 자원이 배분되도록 하는 ‘긍정적 차별’의 요소를 포함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유사한 욕구를 가진 사람은 모두 할당의 대상이 되나(보편성) 할당의 크기는 욕구의 크기에 따라 상이하게 배분되는(형평성) 복지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원리는 유럽 복지국가들에서 확인할 수 있고, 특히 돌봄 서비스 이용에 있어 이용자가 부담하는 이용료는 ‘형평성’의 원리를 적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 유럽 대부분의 복지국가는 보육서비스 이용에 있어 가구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구 규모나 소득 등에 따라 상이한 이용료를 책정하고 있다. 이는 저소득층에 비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에게 보다 높은 이용료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욕구에 따른 긍정적 차별(형평성)이 가능하도록 기능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용료는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구에게 일정 정도의 부담을 지움으로써 이용하지 않은 가구와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다만, 이용자가 부담하는 이용료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용 가구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은 한도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스웨덴 보육서비스(Förskola)의 경우 2020년 기준 가구 소득과 자녀 수에 따라 무료에서 월 소득 최대 3%(1,478 SEK)정도까지 이용료를 부담하고 있고, 부모가 적정 이용료를 납부하지 않은 경우 보육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3세 미만 아동 대상 보육서비스(crèche)는 부모의 소득에 따라 이용료를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5)

한편, 이러한 ‘형평성’과는 달리 정책에 따라서는 ‘평등성(equality)’에 기반하여 제도를 운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모든 아동에게 제공하기 위한 의무교육의 경우 이용료를 부과하지 않고 무상으로 제공됨으로써 ‘평등’의 가치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돌봄 서비스와 관련하여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3~5세 아동들에 대한 조기교육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 서비스가 확대된다면 이는 무상 또는 의무교육으로 제공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수 있다. 

다만, 돌봄과 교육 서비스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어느 정도 무상으로 의무교육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스웨덴의 경우 보육서비스 이용 아동 중 3~5세 아동의 경우 주당 15시간, 의무교육 대상인 6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치원(pre-school class) 경우 주당 15시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고, 핀란드의 경우에도 6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취학 전 유치원 의무교육(pre-primary education)6)이 반일제(일 4시간 정도)로 운영되고 있어(European Commission, 2023), 우리나라의 무상보육과는 상이한 정책적 가치 지향점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 서비스 공급 : 공공과 민간

우리나라 아동 돌봄 서비스 분야의 서비스 공급은 민간 영역에 대부분 맡겨져 있어 국가의 공적 역할은 매우 미미한 상황으로, 앞에서 언급한 돌봄의 사회화를 통한 돌봄권 강화를 위해서는 서비스 공급에 있어 국가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필수 재화가 되어가고 있는 돌봄 서비스의 경우, 민간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고 이에 대한 공공의 조정과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재화의 특성으로 인해 시장의 실패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이용자가 적절한 비용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게 나타난다. 

민간 공급자에 대한 조정·통제의 역할은 다수의 민간 영역의 서비스 공급자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서비스 질을 유지하도록 관리 감독하고, 이용자가 본인의 욕구에 맞는 적절한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공급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서비스 질 유지를 위한 관리 감독 기능은 서비스 시장 진입에 대한 규제(ex, 신고제, 허가제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격 기준, 서비스 공급에 필요한 시설 설비 규제 등 다양한 형태의 규제 조치와 더불어 기존 민간 공급자가 이러한 규제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기능 등을 포함한다. 

공급자에 대한 정보제공은 민간 공급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비롯한 기타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재화의 특성상 발생하는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결하여 이용자의 합리적 소비가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따라서 민간 공급자가 활성화 되어 있는 돌봄 서비스 영역의 경우 공적영역에서 적절한 서비스 질 평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적 질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돌봄 서비스의 재화의 특성상 민간 공급자에 대한 조정·통제 기능만으로 민간 위주의 서비스 공급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서비스 공급에 있어 공공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써 공공 공급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보육서비스의 경우 다수의 민간 공급자에 대한 공적 통제가 쉽지 않아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과도한 민간 위주의 서비스 공급시장에 공공 공급자를 확대하여 공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스웨덴의 경우 보육시설(pre-school)의 70% 이상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립시설이며, 나머지 민간 시설의 대부분도 비영리기관으로 부모 협동, 기업 등 단체, 직원협동조합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최윤경 외, 2015).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공보육 시설의 확충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으나 아직도 보육시설의 70% 2023년 보육통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체 어린이집 대비 국공립어린이집 수는 5,801개소로 약 18.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용 아동수는 343천여명으로 전체 이용아동수 대비 23.2%를 차지하고 있다 이상이 민간 가정어린이집이고, 유치원 또한 사립유치원 비율이 70%를 넘나들고 있어 공급기관이 대부분을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가며

‘돌봄권’과 이를 확보하기 위한 ‘돌봄의 사회화’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제도들을 포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모와 아동 등 가족의 다양한 욕구에 따른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유보통합은 아동의 교육권뿐 아니라 ‘돌봄을 받을 권리’와 관련되어 있으며, 이는 다시 부모의 ‘돌봄을 제공할 권리’와 부모의 노동권과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동 돌봄 서비스는 정규 보육서비스 이외에 아이돌보미서비스, 시간제 보육서비스, 방과후 돌봄 서비스 등과 연계선상에서 작동하고 있고, 또한 양육수당, 영아수당/부모급여와 연동되어 있으며, 이는 결국 부모의 노동환경 그리고 이에 따른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과 관련이 되어 있다. 따라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보육서비스의 통합은 전체 돌봄 정책의 조망 아래 ‘돌봄을 제공할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추진될 필요성이 있다. 

유아기 보육과 교육서비스의 병렬적 전달 체계로 인한 서비스 격차는 분명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유아기 아동에 대한 교육적 요소를 강화하는 것 또한 추구해야 할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유보통합이나 늘봄학교의 추진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교육부로의 부서통합만으로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외국의 경우 돌봄(복지)과 교육서비스 제공에 대한 행·재정적 책임이 지방정부 중심으로 분권화되어 있고, 이러한 행정구조로 인해 지역단위에서 지방정부의 책임 아래 돌봄과 교육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행정과 일반(복지)행정이 분리되어있는 이중적 행정 구조를 가지고 있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교육부로의 단순 통합은 관련 서비스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 상실과 지역사회와 괴리된 학교 중심의 서비스를 양산할 수 있기에, 유보통합 논의 과정에서 지역단위 통합적 서비스 제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불어 영유아기 교육적 요소를 강화하고 돌봄권과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인프라의 확충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돌봄 또는 교육서비스 제공 기관의 대다수가 민간 개인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교육부 중심의 행정적 일원화만으로 아동의 교육권이 확보되고 돌봄의 사회화를 통한 돌봄권 확보가 가능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각주 |

1) 이 글은 2022년 발간된 ‘아동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 모색’ 이슈페이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1장 일부 내용을 기반으로 수정 보완한 것임 

2) 스웨덴 School Act(2010) Chapter 8, Section 3-7 참조. 다만, 3세부터 5세까지 아동의 경우 년 525시간(주 15시간)은 모든 아동이 무료로 이용가능하다

3) 유치원(pre-school class)는 의무교육 시작전인 6세 아동 중 참여를 원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1998년부터 실시되었으며, 2018년 부터는 6세 아동 모두를 대상으로 최소 년 525시간의 의무교육으로 전환되었다(European commision, 2022). 2019/2020년 기준으로 6세 아동의 98% 이상이 pre-school class를 이용하고 있다(European commision, 2023). 

4) 프랑스의 경우, 0-2세 아동에 대해서는 보육서비스가 제공되고, 3-5세 아동 대상으로는 교육서비스의 일환으로 대부분의 유아를 대상으로 무상으로 제공되는 엄마학교와 가구 소득에 따라 일정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방과후 돌봄서비스(Day nursery/teacherassisted study halls)가 제공된다

5) 2017년 기준 최저임금 소득을 가진 맞벌이가구의 보육서비스 이용료는 약 133 euros정도였다(European Commission, 2023)

6) 핀란드의 경우, 2015년 8월부터 6세 아동을 대상으로 취학전 1년 동안 유치원 의무교육(pre-primary education)을 실시하고 있다

7) 2023년 보육통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체 어린이집 대비 국공립어린이집 수는 5,801개소로 약 18.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용 아동수는 343천여명으로 전체 이용아동수 대비 23.2%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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