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2-01   405

[복지톡]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새로운 바람을 기대하며

최혜지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제13대 위원장
인터뷰 및 정리 | 김지원 ⋅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2024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서른 살이 된다. 서른, 아마 두려움 없이 초원을 누비던 스물의 기세는 조금 약해졌을지 모른다. 청춘이라는 단어가 새삼 어색하다. 쌓아온 것이 많고 그렇기에 지킬 것이 많다. 현실적인 주변의 시선에 발걸음이 주춤해지기도 한다.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불안감이 체감되는 시기일 것이다. 30년이라는 세월을 허투루 지나온 게 아니니까. 그럼에도 서른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다시 달린다. 위원장이 13번 바뀌고서야 비로소 첫 여성위원장이 탄생했다. 여성이기에 가질 수 있는 정체성과 관점이 분명히 있다고 말하는 그는 퇴행의 시대, 분화하는 사회에서 다양성 이슈를 어떻게 새로운 운동의 결로 만들어낼지 고민한다. 복지가 기존의 기득권을 재생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최혜지 교수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13대 위원장을 맡게 된 최혜지입니다.

학부부터 사회사업(이하 편의상 ‘사회복지’) 학과를 나오신 걸로 알고 있어요. 굉장히 빠르게 진로를 정하셨다는 느낌을 받아요. 사회복지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큰 아버지께서 일본 유학 중에 본인의 지도교수가 고아를 돌보시는 것을 보고 한국에 돌아오신 후 당시 전쟁고아를 대상으로 하는 고아원을 운영하셨어요. 바로 옆에서 이를 지켜보다 보니 일종의 사회복지라는 환경에 녹아들 수밖에 없었고, 이 사회복지 실천 현장이 마치 제 삶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웠어요. 제게는 3살 터울의 언니가 있는데요. 언니도 사회복지를 전공했어요. 저도 너무나 당연하게 사회복지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 같아요.

처음 사회복지를 공부할 때 전공 분야는 무엇이었나요?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때는 제가 환자와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임상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당시 관심이 많았던 Mental Health, 정신건강 분야를 전공했어요. 미국에서 석사 공부를 할 때도 정신건강 분야를 선택했죠. 다만 박사과정을 거치며 제가 임상을 잘할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더라고요. 저는 생각보다 상담가의 기본 소양인 환자와의 관계 형성을 불편해하는 사람이었고, 임상가로서 전문가가 되어 상담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마침 당시 인구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올랐고, 박사 시절 전공을 노인복지 분야로 바꾸었어요. 

전공을 바꾸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도전인데, 이 결심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노인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전공을 바꾸는 결심은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미국 유학 시절 아이를 한국에 있는 친정어머니께 맡기고 혼자 미국에서 공부했어요. 그런 상황에 놓이다 보니 바쁜 부모 대신 손자, 손녀를 전담해 양육하는 조부모에 대한 관심이 생겼죠. 이후 자연스럽게 노년의 삶이 제 박사 논문의 주제가 되었어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와는 언제,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되셨나요?

제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처음 함께한 시기가 2005년이니,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네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참여연대 활동에 대한 동기가 분명했어요. 미국에서 노인복지를 공부할 때, 말씀드렸다시피 임상, 실천의 길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인복지 정책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사회복지 실천 현장은 클라이언트가 있는 구조거든요. 그렇다면 사회복지 정책은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적용이 되고 실천이 되는지가 궁금했죠. 마침 당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을 하고 계시던 김연명 교수님께 조언을 구했고, 이곳이 정책적 실천을 해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함께하신 후 가장 처음 했던 활동, 혹시 기억나시나요? 그간 참여연대와 함께 하셨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처음 대응했던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의제예요. 2007년에 저소득층 한정으로 제공되던 장기요양보호의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노인의 간병, 장기요양문제를 정부와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의 노인장기요양보호정책기획단이 만들어지며 제도의 틀이 잡히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만들어졌거든요. 이때 참여연대에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응하기 시작했고, 제가 함께하게 됐죠. 보건복지부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만들어질 시기 시민사회 의견 청취를 위해 공청회를 열었어요. 제가 참석해 국회의원에게 질의응답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사회복지 정책 실천 운동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됐어요. 참여연대는 어떤 방식으로 정책적 실천을 이끌어낼까? 라는 호기심이 있었는데, 공청회를 참여하는 등 구체적으로 정책 실천을 경험할 수 있었던 노인장기요양보험 의제 대응이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얼마 전 복지동향 300호를 준비하면서 선생님께서 편집위원장도 오랜 기간 하셨단 걸 알게 되었어요. 프로필을 찾아보니 그동안 다양한 공동체에서 학회장, 위원장, 부회장 등 역할을 하셨는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하신 소감은 어떠신지 궁금해요.

사실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어쨌든 위원회 리더십을 갖게 되었잖아요. 물론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들이 가지고 있는 색이 위원회의 색깔이 되어야 하지만, 위원장이 리더로서 방향 키를 잡고 어떤 활동을 만들어 가느냐가 위원회의 또 다른 색을 만들어내는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제 리더십이 어떤 리더십이어야 하는지, 위원회 안에서 제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없어 많이 부담스러워요. 아마 취임 후 얼마 간은 위원장이 누구여야 하고 역할이 무엇일지를 학습하는 기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기간을 줄이고 빠르게 위원장의 역할을 잘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잘 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부담이 크신 것 같아요. 혹시 위원회에 기대하시는 것이 있으실까요?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사업도 말씀해 주세요. 

벌써 제가 13대 위원장인데, 첫 여성 위원장이기도 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여성으로서의 관점이 이제까지의 위원장님들과 부인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관점보다는 우리 사회 구성에서 하나의 계층이자 계급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특성을 사회복지위원회에 어떻게 적용해 운동 방향에 새로운 결을 만들어 낼지 고민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 하고 싶은 사업이라고 하면, 다양성에 대한 공부를 조금 했었는데, 분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여러 가지 준거를 바탕으로 생겨나는 다양성 이슈를 사회복지라는 학문 분야와 어떻게 접목할지, 어떻게 결합할지를 고민하고 위원장을 하는 동안 사업의 방향성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다양성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이외에도 요즘 새롭게, 혹은 예전보다 더 관심이 가는 사회복지 관련 이슈나 영역이 있으실까요?

돌봄과 다양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정말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분야인 것 같아요. 우리 사회의 상황이 변할 때마다 새로운 정책이 등장하거든요. 그럼 부작용도, 허점도 함께 등장하죠. 돌봄은 예전부터 그대로였는데, 돌봄을 바라보는 관점에 큰 변화가 매일매일 발생하고 있어요. 이 돌봄과 다양성에 대한 이슈가 여전히 저의 관심사이고, 아마 위원장이 되어도, 이후에도 계속 가져갈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올해 중점적으로 다룰 주제 중 하나가 돌봄이에요. 참여연대에서 돌봄에 관해 논의할 때 가지고 임해야 할 관점, 철학이 있을까요?

흔히 돌봄민주주의라고 표현하는, 누구에게나 돌봄 받을 권리가 평등하게 주어져 있다는 관점은 이미 많이 공유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뿐만 아니라 돌봐야 하는 책임 역시도 모든 사람이 고루 가지고 있죠. 과거에는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을 돌봄노동자로 국한해서 정책 논의를 했는데, 사실 부모의 부모권 안에는 내 아이에게 양질의 보육을 제공할 권리가 포함되어 있거든요. 또, 지역 주민에 대한 돌봄, 자녀의 부모에 대한 돌봄 책임, 내가 누군가를 돌보고자 했을 때 나의 돌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과 사회적 지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돌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돌보는 권리에 대한 보장도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런 것들이 강조되어야 할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시민사회단체로서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는 거예요. 특히 사회복지위원회는 국가가 만들거나 수정하는 복지정책들이 기존의 기득권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있을 때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고 저지하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위로는 어떤 복지 정책이 필요한지 제시하고, 다른 방향으로는 복지 정책의 필요성을 시민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궁극적으로 우리의 활동이 우리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참여연대의 문제의식이 시민의 문제의식이 되게끔 운동을 해나가야 합니다. 전문가들의 문제의식이 전문가들끼리만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대중이 의식하는 것이 운동의 동력이고, 그것이 참다운 시민단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우리 사회의 복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이 복지에 대해 동일한 권리나 똑같은 접근성을 갖고 있지 않아요. 복지라는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도 굉장히 계층화되고 있죠.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복지의 방향은 기존에 있었던 지배구조, 권력구조를 재현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해요. 다른 곳에서의 기득권이 복지에서의 기득권으로 되살아나지 않는 것이 진짜 복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가장 간절하게는, 많이 구독해 주세요. 복지동향의 든든한 동지가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꾸준히 구독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위원장으로서 복지동향에 대한 일종의 각오라면, 복지동향이 적어도 복지에 대해서는 일종의 바이블 같은 서적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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