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2-01   315

[동향2] “대한민국 최고법이 출입국관리법일까?” 한신대 유학생 강제출국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

시작하며

헌법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법 앞에 평등, 행복을 추구할 권리, 신체의 자유 등 한국 사회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응당 누려야 할 인권이 빼곡히 담겨 있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최고법이 과연 헌법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일이 발생했다.

작년 11월 27일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 23명이 강제 출국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이 사안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①유학생들이 출입국관리법을 어긴 미등록 체류자가 아님에도 미등록 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출국당했다는 점, ②강제 출국 행위 주체가 출입국 당국이 아닌 유학생이 소속되어 있는 학교였다는 점, ③강제 출국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심각했지만 법무부 등 관계 당국의 제지가 전혀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피해유학생 증언으로 재구성한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과정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한신대 유학생 23명에 대한 강제 출국 과정을 피해 유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해 보았다.

1) 11월 27일 강제 출국 이전

한신대 유학생 23명(미성년자 2명 포함)은 2023년 11월 24일 학교로부터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안내 메시지는 “(이틀 뒤인) 11월 27일 기숙사에서 소독을 실시하니 귀중품을 챙길 것. 학생들은 27일 오후 12시에 학교를 떠나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메시지를 보내기 이틀 전인 2023년 11월 22일, 이미 한신대는 직원을 통해, 학생들에게 외국인등록증 발급 절차에 필요하다면서 학생들의 여권을 지참하라고 한 뒤 여권을 일괄 수거했다.

2) 11월 27일 강제 출국 당일

① 버스 탑승 전

2023. 11. 27. 정오경 어학당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은 모두 한 교실에 모였으며 한신대 관계자는 이들에게 해당 교실을 나가지 말라고 안내하는 등 학생들이 교실을 이탈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1시경 이들은 일괄적으로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에 타기 전 관계자들은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목에 걸 수 있는 번호표를 분배하였고, 이들은 번호를 받아 순서대로 버스에 탑승했다.

② 버스 탑승 후

학생들이 모두 버스에 탑승한 뒤 약 20분이 지나 버스는 근처 지하철역에 정차하여 검정 양복을 입은 한국인(사설 경호원) 15명을 태웠다. 사설 경호원들은 각 피해 학생 옆에 앉았고 학생들이 경비원에 대해 묻자 “출입국 외국인청에서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을 대비하기 위해 여러분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온 사람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경비원들이 탑승한 뒤 학교 관계자들은 ‘출입국 외국인청이 아니라 인천공항으로 가는 것’이라고 하며, “한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통장 잔고를 3개월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학생들이 있고, 이대로 출입국 외국인청에 가면 2주 (혹은 15일) 가량 감옥에 갇혀있다가 강제 출국 된다. 그러니까 지금 학교가 안내하는 대로 우즈베키스탄에 자진 출국하라”고 말했다.

이후 학교는 학생들에게 핸드폰을 제출받았다. 학생 중 일부는 자신들은 문제없이 3개월간 잔고를 유지하였다는 점을 항변하며 출국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학교는 이들을 “다른 학생들을 인천공항에 데려다 준 뒤 출입국 외국인청에 함께 가자”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버스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23명의 학생들은 사설 경비원들에 의해 일괄적으로 하차했다.

③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탑승까지

인천공항에서 모든 학생들이 하차한 뒤, 버스에 탑승하였던 사설 경호원 외에도 검은 옷을 입은 몇 명의 남성들이 나타났으며 이들의 인도에 따라 학생들은 일괄적으로 공항으로 들어갔다. 버스에 탑승했던 사설 경호원들은 출국심사를 거치고 비행기 탑승 게이트까지 들어와 비행기 탑승 직전까지 학생들을 포위하며 따라다녔다. 버스 안에서 일괄 수거했던 핸드폰은 비행기 탑승 직전에 나눠주었다. 하지만 탑승까지 단 몇 분(약 2분가량) 남겨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족, 친지들과 연락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 비행기 이륙 전에 간신히 가족과 연락이 닿은 학생도 있었으나, 대부분 학생은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한 다음에 가족들에게 출국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울면서 애원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결국 한 명의 학생은 공항에서 실신하여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과정에서 확인되는 학교 측 인권침해

우리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관련 국제 인권 규범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삶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 제12조에 따른 신체의 자유, 제14조에 따른 거주이전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가 아닌 어떠한 형태의 유형력으로 자유로운 신체의 이동을 제한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외국인이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은 대체로 ‘인간의 권리’로서 외국인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평등권도 인간의 권리로서 참정권 등에 대한 성질상의 제한 및 상호주의에 따른 제한이 있을 수 있을 뿐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1. 11. 29. 선고 99헌마494전원재판부).

사건 당일 학생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의적인 의사로 버스에 탑승한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소지품을 챙길 시간도 없었다. 학교 관계자는 유학생들을 거짓정보로 유인하여 버스에 감금한 상태에서 사설 경호원까지 대동하여 추가적인 거짓 정보로 협박해 사실상 강제로 출국시킨 행위는 명백히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이러한 행위는 엄벌에 처해야 할 반인권적 범죄다. 한신대 관계자가 피해 학생들에게 공항이 아닌 다른 행선지를 말하고 버스에 탑승시킨 뒤 사설 경비업체를 동원하여 핸드폰을 수거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형법상 특수감금죄가 적용될 수 있다. 한신대는 이 과정에서 “자 그래서 우리가 평택출입국사무소로 가면 여러분들은 감옥에 가야 돼요.”, “만약에 이걸 어기면 그냥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감옥에 있다가 강제 출국을 당해요.”라는 거짓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피해 학생들은 당시 체류 기한이 남아 있었으며, 체류자격(비자)관련 요건을 맞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체류기한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감옥’에 간다거나, “강제 출국을 당한다”는 내용들은 사실이 아니다. 한신대가 이러한 공포 분위기 속에서 피해 학생들에게 거짓된 정보를 알려주며 출국을 강요한 것은 형법상 특수협박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 현재 오산경찰서 강력팀에서 학교 관계자들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이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학교 측의 인권침해라고 정리하기에는 우리에게 두 가지 의문은 남는다. ①체류자격(비자)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학생들에게 비자가 발급되었을까? ②출국 과정에서 법무부 등 관계 당국의 협조가 없었을까?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1) 조건부 비자 발급 관련 한신대와 법무부의 진실공방

법무부 지침상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의 경우 체류자격 발급 당시 3개월 잔고 유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한신대는 학생 모집단계에서 위 조건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고, 결국 학생들은 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지 유학원을 통해 학교에 입학 신청을 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학생들의 비자를 발급해 주었다. 이에 대해 학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잘못이라 주장했고, 법무부는 학교의 강력한 요청에 조건부 비자(입국 후 잔고 3개월 유지 조건)를 발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련 비자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조건부 비자가 발급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 중인 상황이라는 이유로 함구하고 있다. 법무부는 조건부 비자 발급에 대한 구체적인 경위를 밝혀야 한다.

2) 법무부 등 관계기관의 공식 협조 여부

사건이 기사화 된 후 2023년 12월 12일 한신대는 자교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 중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합법적인 신분으로 신속히 출국할 수 있도록 간소한 절차를 마련했고, 이 과정에서 관계기관들의 공식 협조를 받았습니다.”라는 부분에서 이 사건의 강제 출국 과정에서 국가기관인 법무부 출입국정책본부의 개입 여부가 의심된다.1) 학교가 강제 출국 후 학생들과 현지 유학원에 발송한 공문에는 “학생들의 안전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 질서유지를 위하여 전문경호원, 인천공항경찰단 수사과, 인천공항 외사과, 인천 출입국의 협조를 받아 합법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는 등 더 구체적이다. 법무부는 강제 출국 과정에 협조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중이다. 강제 출국 과정에서 불법성이 명백한 사안에 법무부, 출입국정책본부, 인천공항 등 공권력이 개입하였는지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법이 출입국관리법일까?

한신대는 2023년 12월12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일의 본질은 유학생들이 출입국 당국의 요구사항을 지키지 못해 미등록 체류자가 되어 향후 재입국을 못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받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출입국관리법을 준수하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학생들의 인권을 ‘선제적으로’ 짓밟았다는 이 황당무계한 학교 입장을 듣고 있노라면 대한민국 최고법이 헌법인지 출입국관리법인지 헷갈린다.

유학생들이 자기 짐도 챙기지 못한 채 짐짝처럼 취급되어 강제로 비행기에 태워지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국가는 없었다. 초유의 유학생 강제 출국 사태에 대해 법무부는 자신들이 협조를 한 바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벌건 대낮에 유학생 22명이 법무부가 관리하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로 출국당하는 헌법 실종 사태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저출산 인구절벽으로 지역 소멸이 우려되는 현실에서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외국인 정책이 구원투수로 등장하고 있다. ‘백년대계 비자 정책’, 교육 정책 앞에나 붙었던 ‘백년대계’라는 말이 비자 정책 앞에 붙을 정도다. 법무부는 비자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함을 역설하며 이민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사태는 아직 이주민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아니라 그저 부족한 일자리를 채우는 인력, 대학이 연명하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여실히 드러냈다. 출입국관리법이 헌법을 제쳐두고 대한민국 최고법으로 작동하는 이런 법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를 찾는 이주민을 더 이상 찾기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법이 출입국관리법일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세계시민에게 내놓아야 할 때다.


 | 각주 |

1) 2023. 12.12. 어학당 학생 출국 관련 기사에 대한 학교 입장 (한신대 홈페이지) https://www.hs.ac.kr/kor/4953/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a29yJTJGMjQlMkYxNDIyODIlMkZhcnRjbFZpZXcuZG8lM0ZwYWdlJTNEMSUyNnNyY2hDb2x1bW4lM0QlMjZzcmNoV3JkJTNEJTI2YmJzQ2xTZXElM0QlMjZiYnNPcGVuV3JkU2VxJTNEJTI2cmdzQmduZGVTdHIlM0QlMjZyZ3NFbmRkZVN0ciUzRCUyNmlzVmlld01pbmUlM0RmYWxzZSUyNnBhc3N3b3JkJTNEJT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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