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2-01   213

[기획3] 산업폐기물이 몰려드는 농촌, ‘지역소멸’ 들먹이며 농촌을 팔아 먹지 말라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글을 시작하며

전국 곳곳의 농촌지역에서 참으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농촌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현상 때문에 ‘지역소멸’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산업단지와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을 농촌지역에서 매립하고 소각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민간업체들은 심지어 ‘지역소멸이 안 되려면, 산업폐기물 시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의 주장까지 하고 있다. 여러 지역의 주민들은 산업폐기물을 매립하고 소각하면 그나마 농촌에 남아 있던 사람들조차도 지역을 떠나게 될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의 근본 원인은 산업폐기물 처리의 원칙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고, 공공성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산업폐기물 매립, 소각, 재활용 등은 민간업체들에게 맡겨져 있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금 나타나는 현상의 원인에는 천박한 수준의 ‘지역소멸론’도 자리잡고 있다. ‘지역소멸’을 들먹이면서 실제로는 농촌을 난개발하고 온갖 폐기물시설과 환경오염시설을 농촌에 아넣으려는 시도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공공성을 상실한 산업폐기물 처리 정책이 인구가 적은 지역, 특히 농촌지역에서 일으키고 있는 온갖 문제들에 대해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지역소멸론이 아니라 ‘대한민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농촌을 어떻게 존중하고 보전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산업폐기물의 처리실태

산업폐기물이란?

생활용어로는 ‘쓰레기’라고 불리지만, 법적으로는 ‘폐기물’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폐기물관리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폐기물이란 “‘폐기물’이란 쓰레기, 연소재(燃燒滓), 오니(汚泥), 폐유(廢油), 폐산(廢酸), 폐알칼리 및 동물의 사체(死體) 등으로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을 말한다”라고 정의된다. 핵심은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이라는 표현이다. 여기에는 가정, 식당, 가게, 학교, 공장, 하수처리장, 소각장, 발전소, 산업단지 등에서 나오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것들’이 포함된다. 

이 폐기물들은 크게 보면 생활계 폐기물과 산업폐기물로 나눌 수 있다. 생활계 폐기물은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 같은 것을 떠올리면 된다.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중에서도 생활폐기물과 유사한 것은 생활계 폐기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리고 산업폐기물이 있다. 법률적으로는 사업장폐기물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만, 현실에서는 산업폐기물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된다. 산업폐기물에는 건설폐기물, 사업장일반폐기물(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 지정폐기물(의료폐기물 포함)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전체 폐기물 중에서 생활계 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1.5% 수준이고, 나머지는 산업폐기물들이다. 건설폐기물이 42.5%, 사업장일반폐기물이 43.0%, 유해성이 강한 지정폐기물(의료폐기물 포함)이 3.9%를 차지한다(환경부·한국환경공단, 「전국 폐기물발생 및 처리현황(2021년)」참조). 

그런데 정부는 대한민국 폐기물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산업폐기물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으면서, 생활폐기물을 줄이라는 캠페인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방자치단체가 처리를 책임지는 생활폐기물과는 달리, 산업폐기물 처리는 민간업체들에게 맡겨 놓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산업폐기물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으면서, 시민들에게는 ‘생활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을 열심히 하라’는 캠페인만 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폐기물의 처리실태

산업폐기물은 수집·운반업체들이 폐기물이 배출되는 사업장으로부터 수집·운반을 한 후에 재활

용, 소각, 매립 등의 방식으로 처리된다.그리고 산업폐기물을 처리할 때, 환경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매립(최종 처분)과 소각(중간 처분)이다. 매립은 토양, 지하수 등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소각은 대기오염물질을 대량으로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립이든 소각이든 산업폐기물의 경우에는 민간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이것은 생활폐기물과 비교해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생활폐기물의 경우 매립에서 공공처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97.9%, 소각에서 공공처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79.3%이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형태이다. 

그런데 산업폐기물중 유해성이 높은 지정폐기물 매립의 경우에는 공공처리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민간업체들이 처리한다. 사업장일반폐기물도 민간업체들이 처리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소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지정폐기물 소각에서 공공처리 비율은 0%이다. 사업장일반폐기물 소각의 경우에는 공공처리 비율은 6.5%에 불과하다.

의료폐기물은 지정폐기물에 포함시켜서 통계를 뽑기도 하지만, 의료폐기물만 따로 떼어내서 볼 필요도 있다. 전국적인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217,915톤(2021년 기준)인데, 그 전부를 민간업체들이 소각하고 있다. 전국에 14개 있는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전부 민간업체들이 소유·운영하고 있다. 

재활용은 친환경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각과 유사한 경우들이 있다. 가령 시멘트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폐기물을 원료나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재활용으로 분류된다. 또한 폐기물로 고형 연료를 만들어서 소각하는 것도 재활용으로 분류된다. 대기오염물질을 대량으로 내뿜는다는 측면에서는 소각과 다를 바 없는데, 법적으로는 재활용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런 시설들도 민간업체들이 운영하는 것들이다. 

환경정의ㆍ경제정의에 반하는 산업폐기물처리

그러면 민간업체들이 운영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은 주로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대부분은 인구가 적은 지역, 특히 농촌지역에 몰려 있다. 행정구역상 ‘○○시’에 있다고 해도, 많은 매립장과 소각장은 그 안에서도 농촌지역인 읍·면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농촌지역에 산업단지를 추진한다고 하면서 그 내부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패키지로 추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산업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산업화와 도시화이다. 대도시에 몰려있는 인구와 소비로 인해 산업폐기물도 대량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부담은 특정한 지역, 특히 인구가 적고 소외된 지역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환경정의에 반한다. 의료폐기물의 경우가 문제를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지역적으로 보면 서울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량이 64,801톤으로 전체 217,915.2톤의 29.7%를 차지한다(2021년 기준). 그런데 가장 많은 의료폐기물이 발생하는 서울에는 소각장이 한 군데도 없다. 경기도에 있는 세 군데 소각장도 외곽의 농촌지역에 있다. 반면 경북 지역의 경우에는 경주, 경산, 고령에 이미 세 곳의 의료폐기물소각장이 있고, 경북지역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의 7.3배를 소각하고 있다. 그런데도 신규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이 경북지역 여기저기서 추진되고 있다. 결국 서울 등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들이 경북 등 지역에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산업폐기물 처리를 지금처럼 민간업체들에게 맡겨 놓는 것은 경제 정의에도 반한다. 최근 사모펀드와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의료폐기물소각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인·허가만 받으면 막대한 순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폐기물 매립장 업체의 지금 상황을 보면,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50-60%가 넘는 곳이 여러 곳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인·허가만 받으면 이렇게 순이익이 보장되는 사업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태영그룹과 SK그룹, 사모펀드 등이 산업폐기물 사업으로 돈을 벌어들이려고 곳곳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 태영그룹은 KKR이라는 외국계 사모펀드와 손잡고 ‘에코비트’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여러 곳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장 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태영동부환경이라는 회사를 별도로 설립하여 강릉시 주문진읍에 매립용량이 670만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 천안시 동면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도 기존 산업폐기물 매립장 업체를 인수하는 한편, 충남의 4군데 지역(서산시 대산읍, 아산시 선장읍, 예산군 신암면, 당진시)에서 ‘그린컴플렉스’라는 이름으로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패키지로 추진하고 있고, 공주시 의당면에서도 SK가 관여된 매립장 건립이 추진된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이다. 경주시 안강읍에서도 일반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는 업체에게 SK계열사가 자금을 대여해주고 있다. 그리고 전북 김제시 백산면에서도 아파트 건설로 돈을 번 ‘아이에스동서’ 그룹 계열사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사모펀드들이 산업폐기물 매립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막대한 이윤 때문이다. 

의료폐기물소각업체들도 매출액 대비 20~30% 안팎의 순이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전국 곳곳에서 신규 의료폐기물소각장을 추진하려는 업체들이 있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전북 완주군 상관면 등 곳곳에서 신규 의료폐기물소각장을 추진하려는 업체들이 있다. 그리고 기존 업체들도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피해는 주민들이, 이익은 민간업체가, 사후관리는 세금으로

업체들은 안전하게 운영한다고 주장하지만,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둘러싸고 환경오염, 주민건강 우려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2012년 충북 제천에서 에어돔 붕괴사고가 일어나면서 산업폐기물 매립장에서 침출수 등이 유출된 사고가 있었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 국비와 지방비 98억 원을 들여서 겨우 복구를 했는데, 인근 지하수에서 염소, 페놀 등의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서 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외 여러 지역의 매립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왔다. 2021년에는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자가매립장에서는 맹독성 물질인 ‘시안’이 유출된 것이 발견됐다. 인·허가만 받으면 돈을 번다는 생각이 커지다 보니, 산업폐기물 매립장 입지로서 적절하지 않은 곳까지 무분별하게 매립장이 추진되어 갈등과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채석장, 석회석 광산을 하던 자리에 복구를 하지 않고 산업폐기물을 매립하겠다고 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통해서 민간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는데, 매립이 끝난 후에 사후관리 부담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충남 당진의 경우에는 매립이 완료된 고대·부곡 사업장폐기물매립장에서 침출수 수위가 관리기준인 2미터를 훨씬 초과하여 20미터 가까이 올라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당진시가 세금을 들여 침출수 처리를 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주곡리 매립장의 경우에도 최초 관리자였던 환경관리공단이 2002년 민간업체에 매각을 했는데, 업체의 부도로 장기간 방치되어 있다가 2014년 화성시가 매입한 상황이다. 이곳 역시 매립장의 침출수 수위가 관리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소각시설로 인한 주민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산업폐기물소각시설이 3군데 들어서 있는 충북 청주시 북이면의 주민들은 건강상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19년 4월 22일 북이면 주민 1,523명은 환경부에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하면서, “1999년 북이면 일원에 소각장이 들어선 뒤 10년 사이에 암으로 60명(폐암 31명)이 숨졌으며, 호흡기·기관지 질환자 45명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3개업체의 총 소각량은 543.84톤/일에 달한다. 여기에 대해 환경부가 아직까지도 추가보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익은 민간업체들이 벌어들이는데, 사고가 터지면 세금으로 복구하고, 사후관리가 안 되어도 세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주민들이 입는 피해에 대한 조사와 대책 마련도 결국 세금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드는 의문은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최종적인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데, 왜 민간업체들에게 산업폐기물 처리를 맡겨 놓았는가?’라는 것이다.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회복과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 필요 

지금과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원칙부터 다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폐기물은 공공영역에서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생활폐기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산업폐기물은 국가 또는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민간업체들에게 막대한 특혜를 주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복구·관리하는 방식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산업폐기물이 몇몇 기업들의 이윤추구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로 설치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의료·산업폐기물소각장부터 사업주체를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는 주체로 제한해야 한다. 신규 매립장, 소각장부터 사업주체를 제한하는 것은 입법으로 가능하며 기존 업체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지방공기업법 상의 지방공사 등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는 주체만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가처리의 경우에는 공공의 엄격한 관리하에 민간기업도 자가매립장이나 소각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부도 뒤늦게 권역별로 공공처리장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공공 폐자원관리시설의 설치·운영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서 불법폐기물과 재난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공공폐자원관리시설 입지후보지 신청을 받았으나 신청한 지역이 없는 상황이다. 전체 산업폐기물 처리에 관한 원칙을 세우지 않고, 불법폐기물과 재난폐기물만 특정지역에 몰아서 처리하자고 하니 지역에서 신청할 리가 없는 것이다. 2023년에는 환경부가 관련 예산도 확보하지 않았다. 환경부를 보면, 산업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산업폐기물매립은 민간에 맡겨놓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곳도 나오고 있다. 울산시와 충청남도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공공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도 의미가 있으나, 결국 이 문제는 국가적인 정책의 전환과 법제도의 개선을 통해 해결가능한 문제이다. 대안은 존재한다. 신규 매립장 및 소각장의 설치주체를 제한함으써 민간 업체들이 입지도 부적절한 곳에 무분별하게 매립장과 소각장을 추진하는 것을 차단하고, 환경부 장관이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여 공공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권역별로 공공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산업.의료폐기물 소각장 설치를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공공성 확보’와 함께, 산업폐기물에 대해서도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은 어느 한 곳에서 매립장, 소각장을 인·허가 받으면, 전국의 폐기물을 반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전국의 폐기물이 도로를 따라서 장거리이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상의 우려나 경제적 비효율성도 낳는 것이다. 

또한 자기 지역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을 자기 지역에서 책임지지 않으면, 결국 다른 지역에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는 점에서도 불합리한 것이다. 따라서 산업폐기물에도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권역을 나눠서, 자기 권역 내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은 그 권역 내에서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권역은 시·도를 기본으로 하되, 시·도가 자체적으로 권역을 세분화할 수 있게 하거나 인접 시·도는 환경부와 시·도간의 협의를 통해 묶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폐기물의 권역간 이동은 원칙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존에 인·허가를 받은 산업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해서도 주민감시 등에 관한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생활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해서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주민감시가 제도화되어 있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산업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해서는 법제도적으로 주민감시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사유지라는 이유로 주민들이 접근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유해성이 더 강한 산업폐기물처리시설이 생활폐기물처리시설보다 주민감시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산업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해서도 최소한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생활폐기물처리시설 수준만큼의 주민감시가 보장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산업폐기물의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정책도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의료폐기물의 경우에는 대량배출하는 사업장(종합병원)에서 자가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 소멸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지역 소멸’ 운운하면서 농촌지역으로 산업폐기물을 몰아넣는 상황을 보면, 현재의 ‘지역소멸론’이 가진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역 소멸’은 주로 비수도권 농촌지역과 중소도시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들으면 상당히 불편하다. 소멸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을 대상화한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울이나 수도권,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지역 소멸’과는 무관한 것이고, ‘남의 일’일까?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역 소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소멸 위기에 놓여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위기상황에 부딪힐 경우, 농촌보다는 서울과 대도시가 더 소멸 위험에 놓여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왜 그렇게 보는지 살펴보자.

우선 세계적으로 ‘소멸’같은 단어는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멸종저항’이라는 단체도 활동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멸종’을 낳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2018년 출발한 ‘멸종저항’은 2019년 영국 런던 시내 곳곳의 건물과 도로 등을 점거하고 2주간 시위를 펼쳤다. 기후위기라고 하는 인류 역사상 초유의 위기에 영국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시위였다. 이 시위가 일으킨 반향은 컸다. 영국 정부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기후 시민의회를 구성해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기후위기’와 ‘소멸’이라는 단어가 연관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린란드 바이킹같은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천여 년 전에 그린란드에 정착해서 살던 바이킹족이 있었다. 이들은 한때 번성했지만, 유럽이 소빙하기를 맞으면서 추워지는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졌다. 물론 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단지 기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린란드 바이킹족의 지배층이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했기 때문에 ‘소멸’을 맞은 것이다. 이 얘기는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쓴 <파란하늘, 빨간지구>에 나오는 얘기이다.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이 그린란드 바이킹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날로 심해지는 가뭄과 산불뿐만 아니라, 들쭉날쭉한 기후로 인해 농사가 입는 피해가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국내도 그렇다. 그리고 국제 정세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세계적인 분쟁과 갈등은 더 격화될 조짐이다. 이것은 에너지와 식량 수급의 위기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곡물자급률이 20%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에너지와 식량을 외부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 같은 나라는 최소한의 생존기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코로나19 때 마스크가 부족해서 혼란이 일어나고, 중국에서 수입되는 요소수가 부족해서 난리가 난 경험은 앞으로 다가올 재난에 대한 일종의 징조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말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농촌이 더 위험할까? 도시가 더 위험할까? 서울같은 대도시는 에너지와 식량을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대도시가 더 취약한 면들이 많다. 그렇다면 진짜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이고, 대도시들이다. 따라서 지금은 ‘지역 소멸’을 얘기하면서 농촌 지역을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부터 ‘대한민국 소멸’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겪고 있는 수도권 집중 현상도 근본적으로 보면 농업과 농촌을 홀대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고, 지방의 중소도시 인구가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지방 대도시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형성되어 온 것이 수도권 집중 현상이다. 그리고 농촌의 인구가 빠져나가는 이유는 농촌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기반인 농업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존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도 농산물 가격이 떨어져서 소득이 보장되지 않고, 생산비 상승과 이상기후 등으로 농사짓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농민은 고령화되고,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촌 지역의 경제 활동은 침체하고 있다. 게다가 난개발과 환경 오염도 심각하고, 의료같은 생활 기반은 열악한 상황이다.

이런 흐름의 ‘역전’을 가져올 방법은 간단하다. 농업과 농촌, 농민을 존중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하고,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농촌의 생활인프라를 개선하며, 농지와 농촌환경을 보전하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정책의 최우선을 둬야만 ‘대한민국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소멸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치·행정 엘리트들이 그린란드 바이킹 지배층의 과오를 따르지 않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농촌으로 밀려드는 산업폐기물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공공이 산업폐기물 처리를 책임지고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농업·농촌·농민을 지키고 살리는 것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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